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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52화 (152/275)

#152화

한편, 한국의 대통령도 8성급 던전 브레이크 사태에 관한 대책 회의를 하고 있었다.

“8성급 던전이 나타났다는 강원도의 상황은 어떻소?”

“박한새 총장이 대청봉 던전을 완벽하게 사수하였다고 합니다.”

“허어, 거기까지도 박 총장의 손길이 닿았다고?”

대통령은 혀를 내둘렀다.

원래 같았으면 청와대 지하에 있는 벙커로 가 그곳에서 상황을 통제했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수도조차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한국의 경우 벙커로 숨을 이유가 없었다.

몬스터들이 던전으로부터 반경 500m를 벗어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8성급 던전까지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울 정도로 대처가 훌륭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정부가 대단해서, 아니면 국토가 작아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 선전한 이유는 오직 하나.

박한새가 활약해준 덕분이었다.

“이거 참, 너무 대단한 공을 세워서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구려.”

“외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최상의 대우를 해줘야 할 거 같습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군 출신이라서 다행이오.”

군 출신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미국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대책 회의가 싱겁게 마무리되려고 할 때, 비서실장이 말했다.

“대통령님. 일본 대사를 접견하실 시간입니다.”

“흠, 그자들은 부를 때는 안 오더니. 쯧.”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직후, 주한 일본 대사가 다급히 대통령을 찾았다.

대통령은 그 이유가 뻔히 보여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할까 고민하였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감정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는 일.

용건이나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접견 요청을 수락하였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접견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일로 이 사람을 보자고 하셨습니까?”

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상황이 상황이기에 이러는 게 서로에게 좋았다.

물론 그가 영악하게 굴기로 마음먹었다면 일부러 뜸을 들일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대통령께 부탁드리겠습니다. 헌터를 지원해주십시오!”

일본이 대통령을 찾은 용건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하긴, 지금 상황에서 그를 찾을 이유는 이것밖에 없긴 했다.

“허허. 한국에서 어떻게 헌터 강국인 일본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결하기도 버겁습니다.”

대통령이 거절하는 의사를 내비치자, 일본 대사가 애원하듯 말하였다.

“세계에서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저희를 도와도 한국의 안전에 위협이 생길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일본을 도와주십시오!”

그런 일본 대사의 모습을 보며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진즉에 이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럴 거면 왜 임기 초에 그리도 신경전을 벌였는지 의문이었다.

뭐, 대통령은 일본에서 대일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이라 그런 거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대통령이 잠시 상념에 잠겨있을 때, 비서실장이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대통령님, 미국 대사가 접견을 요청하였습니다.”

“미국 대사가요?”

“시급한 일이라면서 시간이 나시면 저녁이 됐든, 새벽이 됐든 불러만 달라고 하였습니다.”

대통령은 일본 대사를 힐끔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던전 브레이크 사태 때문이겠군요.”

“예, 일본 대사와 같은 부탁을 하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일본 대사에게 도울 수 있으면 돕겠다는 식으로 애매한 답변을 주었다.

물론 어떤 식의 도움을 줄 거냐는 질문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일절 답변해주지 않았다.

미국의 제안도 들어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님!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미국 대사도 일본 대사와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공손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 대사 역시도 자국에 헌터 전력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였다.

‘파격적이군. 하지만 미국이 이 정도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 대사, 미국 대사에 이어 세계 각국의 대사들이 접견을 요청하였다.

당선 확정이 났을 때도 이렇게 열렬한 구애(?)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박한새의 명성뿐이었다.

“지금 바로 박한새 무공 아카데미 총장을 부르십시오. 아주 정중하게 말입니다.”

원래는 모든 상황이 종료되면 그때 부르려고 하였었다.

하지만 일본, 미국을 포함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 오자, 박한새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나라의 열렬한 구애는 그가 아닌, 박한새를 향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뭐임? 자고 있었는데, 오늘 뭔 일 있었음?]

[ㅋㅋㅋ 이 상황에 자고 있었냐? 미친 쉑 ㅋㅋㅋ]

전쟁 통이나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였다.

데프콘 발령도 해제되었고 뉴스에서 나오는 보도도 국내의 일보다는 파리 상황은 어떻고 뉴욕은 어떻고 북경은 어떻다는 식의 보도가 더 많았다.

소위 강대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수도들조차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한국만은 평온했기 때문이었다.

[와 우리나라도 8성급 던전이 생겼었구나.]

[ㅈ될 뻔했었네. 다른 나라에서 8성급 던전 터지면 사망자만 최소 수천 명이던데 ㄷㄷㄷ]

[심지어 인도처럼 핵 쏜 나라도 있음. ㄷㄷ]

[박한새 보유국이라 살았다. ㅅㅂ ㅋㅋ]

[ㄹㅇ 박한새 아니었으면 여기 있는 몇 명은 이미 뒤졌을 듯.]

[응~ S랭크 헌터 아무리 많아 봐야 무인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죠?]

[우리, 이 정도면 초강대국일지도…?]

[미국도 벌써 민간인 피해가 만 단위를 넘어가고 있는데 한국은 0임. ㄹㅇ 초강대국 맞을 듯.]

사회적 분위기가 비교적 차분한 것과 달리, 인터넷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치사량을 넘는 수준의 국뽕’ 관련 게시물이 각종 커뮤니티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한새가 다 한 거지. 8성급 던전도 박한새가 막았다던데.]

[ㄹㅇ? 어쩐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더라 ㄷㄷ]

[박한새는 진짜 나라에서 온갖 세금 혜택에 군 면제 혜택까지 줘야 한다. ㅇㅈ?]

[부사관 출신한테 군 면제 ㅇㅈㄹ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도 박한새의 인기는 엄청났었다.

비각성자로 출발하여 S랭크 헌터를 쓰러뜨리는 실력자가 된 그의 성장 스토리.

당연히 대중들로서는 박한새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무려 천 명의 비각성자를 무공 아카데미의 학생으로 뽑기도 하였다.

이 조치로 비각성자들은 헌터와 같은 강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고 이는 곧 박한새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박한새가 국가 위기 상황까지 해결했다고 하니 더 열광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 빨리 나도 무공 배우고 싶다.]

[ㄹㅇ 무공만 배우면 대피소에 안 와도 될 텐데 ㅠ]

[곧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기겠지.]

열광적인 분위기는 곧 무공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8성급 던전 브레이크 사태를 막은 것은 결국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님들, 이번에 비각성자들도 활약했다는 이야기 들었음?]

[비각성자가 뭔 활약을 함?]

[일산에서 비각성자들이 새벽 길드 수십 명 구했다고 기사에 나옴. 링크 올릴 테니 봐보셈.]

그러던 중, 누군가가 강충구에 대한 기사를 올렸다.

강충구가 비각성자들과 함께 출동하여 새벽 길드의 헌터들을 구했다는 기사였다.

[와 ㅋㅋㅋ 비각성자가 헌터를 구해?]

[개쩐다. 5성급 던전 브레이크를 겨우 열 명의 비각성자가 막네 ㄷㄷ]

[우리 비각성자도 할 수 있다! 무공 아카데미 가즈아~!]

[가즈아~!]

북한은 듀라한들에게 맡기고 나는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셨습니까. 사부님.”

“상황은?”

총장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충구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강충구가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예상했던 대로 한국은 안전하였다.

희생자가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민간인 피해는 제로였다.

헌터들의 경우도 무공 아카데미 인원이 신속하게 지원을 가줘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고 말이다.

‘이번 던전 브레이크는 그럭저럭 잘 막았군. 실제 역사보다 훨씬 빨리 터져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말이야.’

8성급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발생하고 여덟 시간 가까이 지난 상황.

지금쯤이면 각 던전에서 나올 몬스터들도 거의 다 나왔을 것이다.

던전 보스도 마찬가지고.

그런데도 지금껏 아무런 일이 없다는 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때 보이나?”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역시 그런가.”

한국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내 목적은 세상을 지키는 것이었다.

겨우 한국의 안전을 확보한 것으로 만족한다면 나를 과거로 보낸 이성은과 성좌 카펠라를 볼 면목이 없었다.

“사부님. 청와대에서 사부님을 급히 불렀습니다.”

“그리고 미국 대사도 사부님을 찾았는데, 미국으로 와주시기만 하면 바로 10억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교수진을 데려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나 하나만 가도 1조 이상의 돈을 주겠다니.

확실히 미국은 통이 큰 거 같았다.

뭐, 통이 큰 것보다 돈이 많아서 가능한 행동이겠지만.

‘지금 그깟 10억 달러가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미국 대사의 제안을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러고는 강충구에게 다른 것을 물었다.

“국제 헌터 협회에서는 따로 이야기가 없었나?”

“제니퍼 협회장이 직접 한국으로 날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거의 다 도착했다는 것을 보면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를 탄 거 같습니다.”

그녀라면 그랬을 것이다.

외국인 중에 내게 직접 무공을 배운 제니퍼만큼 무공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제니퍼가 오면 바로 상의해서 위기에 처한 국가 순으로 교수들을 파견해야겠어.’

물론 나 역시 직접 외국에 갈 생각이었다.

8성급 던전이 터진 곳이라면 교수들도 위험할 수 있었다.

내가 가는 것만큼 확실한 수단은 없으리라.

“그런데 사부님.”

“말해.”

“제가 사부님의 지시를 어기고 사매와 사제들과 함께 출동하였었습니다.”

강충구의 조심스러운 고백에 나는 잠시 침묵하였다.

그가 나의 지시를 어기고 현장에 출동하였다라.

회귀 전에는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는 그였기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몇 년 일찍 만났을 뿐인데, 성격이 훨씬 저돌적인 거 같단 말이지.’

뭐 큰 상관은 없었다.

내가 그들의 출동을 막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헌터 라이선스가 아직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무력이야 이미 웬만한 헌터보다 강했으니 위험할 것도 없었고.

“다친 사람은?”

놀란 듯, 눈을 부릅뜨는 그를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슬슬 비각성자들도 헌터가 될 수 있게 제도적인 발판을 만들어줘야겠어.’

헌터 라이선스를 취득한다고 해서 비각성자의 몸으로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벌어질 때, 합법적으로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비각성자들에게 헌터 라이선스를 취득할 기회를 열어줄 이유는 충분하였다.

“미스터 박!”

“늦지 않게 오셨군요. 제니퍼.”

대통령의 부름이나 미국 대사의 접견 요청을 무시하고 나는 제니퍼 협회장부터 만났다.

“미스터 박. 상황이 급해서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왔어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급하게 온 이유는 저의 도움이 필요해서 그런 겁니까?”

“예, 전 세계가 위험에 처했어요. 한국만 빼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미스터 박이 전 세계를 구원해줬으면 해요.”

전 세계를 구원한다니.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뭐, 다른 나라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그런 표현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저, 정말인가요?”

“어디가 가장 위험합니까? 위험한 나라들부터 가겠습니다.”

“제 판단이지만, 아무래도 러시아를 구하는 게 가장 시급할 거 같아요.”

내 생각도 똑같았다.

쓸데없이 넓은 국토에 무능한 정부, 사명감 없는 헌터들까지.

회귀 전보다 6개월이나 일찍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벌어졌지만, 러시아의 상황은 그대로였다.

‘무엇보다 러시아에는 5사도, 아니트리 코프헤브가 있다.’

마왕이라고까지 불렸던 아니트리 코프헤브.

이성은의 손에 죽기 전까지, 7사도보다 훨씬 더 세계를 위협했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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