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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74화 (174/275)

#174화

멕시코 헌터인 엘차포 구스만은 평소처럼 열정적으로 신도를 모집하고 있었다.

총을 들이밀며 개종을 강요한 것인데, 개종을 거부하는 자에겐 일말의 관용도 베풀지 않았다.

하루에 수십 명이 그의 손에 죽어 나갔다.

“저는 천주를 믿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천주 곁으로 보내주마.”

50대 수녀가 개종을 거부하기에 엘차포 구스만은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총을 쐈다.

그는 마치 수녀가 개종을 거부하길 바랐던 듯,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손을 뻗어 그의 총을 막았다.

“누구야!”

그의 행사를 방해한 이는 가면을 쓴 괴인이었다.

얼굴은 물론이고 국적과 인종 심지어 성별까지 알 수 없는 괴인을 보며 엘차포 구스만은 인상을 찡그렸다.

“감히 내 앞에서 정체를 숨기다니…. 뭣들 하고 있어! 죽여!”

정체를 알아내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원래도 살육에 미쳤던 엘차포 구스만이었다.

그러다 파롤이란 신을 모시면서 더욱더 광적으로 살육을 벌이게 되었다.

파롤이 그에게 면죄부까지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교도를 죽이는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엘차포 구스만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면 쓴 괴인이 죽는 광경을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다르게 죽는 것은 괴인 쪽이 아니었다.

“크억!”

“내 팔! 내 팔이…!”

단 한 번의 검격.

괴인의 검격 한 번에 그의 수하 절반이 죽거나 사지 한 짝이 절단되었다.

“이, 이게 무슨.”

믿기지 않는 광경에 엘차포 구스만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다시금 무언가가 절단되는 소리가 나며 그의 상체가 바닥을 기었다.

괴인의 검이 그의 몸을 두 개로 절단한 것이다.

“나이트는 대충 이 정도 실력인가.”

쓰러진 그에게 가면 쓴 괴인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 한국어? 한국의 헌터라는 건가. 그렇다면 무공 아카데미의….’

두 개였던 그의 몸이 세 개가 되었다.

엘차포 구스만.

악명 높은 멕시코의 B랭크 빌런이자, 여명회에서 나이트란 계급을 갖게 된 자의 허무한 말로였다.

박한새의 명령을 받고 멕시코로 온 김수민은 멕시코 전역을 종횡무진하였다.

‘무력 자체는 별 볼 일 없다. 그런데 광신도들이라 그런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군.’

그녀는 어딘가에 잠입하거나 종교인으로 위장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자신을 막으면 막는 대로 그저 베었다.

물론 마구잡이로 학살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멕시코 헌터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

각 계급별로 어느 정도 수준이 파악되었다 싶으면 바로 장소를 이동하였다.

‘몬스터 종류도 확인하라고 했었지?’

김수민은 헌터들만 건들지 않았다.

6성급 이상의 던전은 다 들러서 몬스터 종류를 파악하였다.

“저년이다!”

“이단자를 잡아라!”

물론 그런 그녀를 멕시코 헌터들이 가만히 바라볼 리는 없었다.

수백, 수천의 헌터들이 그녀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몇 명이 자신의 뒤를 쫓든 그녀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정보를 얻는 것에만 중점을 둘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멕시코 전역을 들쑤시고 다닐 때, 미국의 헌터들이 멕시코에 상륙하였다.

제우스 길드의 헌터들은 몇 달 만에 확 달라진 멕시코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대로변 한복판에서 처형식이 일어나는 나라라니.”

“완전 엉망입니다. 나라가 멀쩡하게 굴러가기는 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대낮인데도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피아가 서로 전쟁이라도 하나 싶었더니, 여명회라는 종교에서 이단을 처형하는 것이었다.

황당한 사실은 경찰이나 군인들이 말릴 생각을 하지 않고 멀찍이서 구경한다는 점이었다.

“뭐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크크. 그건 맞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부럽기는 합니다.”

“부럽다고?”

“헌터의 권력이 절대적이지 않습니까. 사람을 죽여도 아무 문제 없고.”

“쩝. 그건 좀 부럽긴 한데, 나는 아무리 부러워도 미친 성좌를 모시고 싶지는 않아.”

멕시코의 치안이 한눈에 봐도 심각하게 여겨졌지만,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헌터였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천사는 어디로 갔는지 찾았어?”

“위치가 계속 바뀐다고 하는데, 들리는 소문이 좀 엉뚱합니다.”

“여기저기서 멕시코 헌터들을 공격하고 있답니다.”

“이년은 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괜히 빌런이겠습니까.”

고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이내 김수민이 마지막에 있었던 장소로 향하였다.

“이단자는 죽어라!”

그때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나타나 그들이 탄 차를 막아 세웠다.

“뭐, 뭐야. 이것들?”

“미친놈들이!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달리는 차를 맨몸으로 막아서는 사람들의 모습에 산전수전 다 겪은 제우스 길드의 헌터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어떻게 합니까?”

“밀어버려.”

“어차피 경찰이 도울 것도 아니잖아. 그냥 밀어!”

그의 지시에 가장 선두에 있던 차가 액셀을 풀로 밟았다.

뒤이어 제우스 길드의 차량 역시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선두의 차량을 따랐다.

“아직도 따라오고 있습니다!”

“무슨 좀비들도 아니고.”

고든은 혀를 찼다.

이 나라는 어째 정상인 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았다.

“저 앞에서 또 사람들이 도로를 막고 있습니다.”

“이런 미친놈들 같으니!”

“어떻게 할까요?”

“우회해봐.”

다른 길로 우회하고자 차를 뒤로 빼자, 정면에서 멕시코인이 달려들었다.

뒤이어 수십 명의 멕시코인이 달려들자 제우스 길드의 헌터들은 차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전부 때려눕혀!”

“옛설!”

수십 명의 멕시코인을 때려눕히자, 이번에는 헌터들이 접근하였다.

“제가 스페인어를 할 줄 아니 협상을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금방 무산되고 말았다.

그가 입을 연 순간, 이미 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이 나라에는 미친놈들밖에 없는 건가?’

고든은 멕시코인들의 광기 어린 모습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국제 헌터 협회에서 멕시코 헌터들을 빌런으로 지목하고 있다더니, 그냥 나라 전체가 빌런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 마스터! 적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새끼들, 도대체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뭐야!”

“아무리 봐도 우리의 목숨을 원하는 거 같습니다.”

“미, 미친놈들!”

수십 명을 때려눕혀도 의미가 없었다.

뒤이어 수백 명의 헌터가 지원을 왔으니까.

‘오늘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분명 그가 상대하는 멕시코 헌터는 하급 헌터들뿐인데, 8성급 던전 브레이크를 겪었을 때만큼, 아니 그 이상의 위기감이 느껴졌다.

“제가 그렇게 싫었습니까? 그런 저급한 수를 쓸 정도로?”

“오, 오해입니다. 저는 그저….”

“유라이치 바실예프 헌터. 한때 협회장이었던 자가 이렇게까지 불명예스러울 줄 몰랐습니다.”

나는 유라이치 바실예프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봤다.

얼마 전, 나에 대한 가짜 뉴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였다.

내가 제니퍼 IHA 회장을 성폭행했다는 가짜 뉴스였다.

그리고 이 가짜 뉴스를 퍼뜨린 주동자가 바로 눈앞의 유라이치 바실예프였다.

“하,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게 후회할 짓을 왜 하셨습니까.”

유라이치 바실예프는 단순하게 가짜 뉴스만 퍼뜨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유럽의 9사도와 손을 잡았다.

물론 9사도가 어떤 인물인지는 전혀 모르고 손을 잡은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를 죽이면 내 동생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요!”

“저자세를 취했다가, 목숨을 잃을 거 같으니 바로 협박이라. 역시 이게 당신의 본성이지.”

“원래 S랭크 헌터였던 동생이 무공까지 배웠소! 내 동생의 원수가 되고 싶지 않으면 선을 넘지 마시오.”

“그 무공을 누가 가르쳤는지는 잊으신 겁니까?”

“당신을 죽인다고 당신의 동생이 복수할 일은 없을 겁니다.”

“뭣이?!”

유라이치 바실예프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숨을 거두었다.

나는 유라이치 바실예프의 시체를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화골산을 뿌렸다.

화골산은 증거 인멸에 상당히 효과적인 아이템이었다.

시체를 완전히 녹여버리는 극독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무협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바로 녹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제법 걸리기는 했지만.

“사부님. IHA 회장이 접견을 요청하였습니다.”

유라이치 바실예프의 시신이 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에게 주현근이 다가와서는 그 같은 소식을 전하였다.

“바로 가겠다고 전해.”

“뒷정리는 제가 하고 가겠습니다.”

“부탁하마.”

주현근에게 뒷정리를 맡기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니 제니퍼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우스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멕시코 헌터들에게 당했단 말입니까?”

제니퍼는 내게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멕시코에서 미국인 헌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예. 심지어 모진 고문까지 당했다고 하네요.”

“놈들이 설마 그렇게까지 막 나갈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미국인 헌터들을 죽이다니.

미국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 듯싶었다.

‘뭐 2사도라면 그럴 거 같기는 하지. 원래도 미국에 핵폭탄을 날렸던 자이니.’

여명회의 사도들은 죄다 미치광이였지만, 그중 2사도는 특히 심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인물이었다.

설령 자신의 조직에 해가 된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명백한 실책이다.’

2사도가 미국의 헌터들을 죽였기에 명분은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이젠 미국이 앞장서서 멕시코 정벌을 주장할 터.

우리 헌터들도 더는 이해득실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제니퍼는 미국으로 향하는 IHA 전용기에 탔다.

박한새에게 멕시코 일을 도와주겠다는 확답을 받았기에 미국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미스터 박이 도와준다고 하니 정말 든든하네요.”

“예, 미스터 박이라면 웬만한 국가가 참전한 것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겁니다.”

그래머 이사의 말에 제니퍼는 마치 자신이 칭찬받은 것처럼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사님도 이제는 미스터 박을 완전히 인정하게 된 거 같네요.”

“그 정도의 활약을 보여줬는데 인정하지 않으면 제 눈이 이상한 거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지금은 그를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 존경심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미스터 박을 스승처럼 여기고 있어요.”

“스승처럼 여기는 게 아니라, 연인처럼 생각하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미스터 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실 때면 제니퍼의 목소리가 밝아지시던데….”

“그래머 이사님!”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전 연상 좋아한다고요!”

그래머 이사의 농담에 제니퍼도 농담처럼 자신의 이상형을 고백하였다.

물론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연하보단 연상을 더 좋아했으니.

‘하지만 이상하게 미스터 박은 연하처럼 안 보인단 말이지.’

그와 그녀의 나이는 거의 10살 정도 차이가 났다.

그런데도 제니퍼는 늘 그에게 의지하였다.

단순히 박한새가 강한 무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박한새는 정신연령 자체가 20대의 그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산전수전을 다 겪은 50대의 중년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타고 있던 비행기가 무언가에 부딪치기라도 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제니퍼가 다급히 외친 순간, 이번에는 폭발 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와이번입니다! 와이번 무리가 비행기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와, 와이번이라고요?”

테러도 아니고, 몬스터의 습격이라니!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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