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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80화 (180/275)

#180화

“이번 발표를 두고 영국에서 강하게 항의하였습니다.”

해리스 대통령은 미간을 좁혔다.

영국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이었다.

그런 영국이 반대를 표방했다는 것은 그만큼 명분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라이미 놈들 같으니.”

“캐나다와 호주의 반응도 좋지 않습니다.”

미국이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네 개의 나라가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영국이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우방이라 생각하는 나라들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방국들도 미국의 팽창주의에는 우려를 표하였다.

지금 시점에 멕시코와 전쟁하려는 것은 누가 봐도 영토 확장을 위한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들 말고도 우리를 지지해줄 나라는 많으니까.”

8성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면서 국제 역학 관계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였다.

미국은 그야말로 어부지리를 취했는데, 반미를 표방하던 나라들이 몬스터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몇몇 국가는 아예 헌터들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즉, 전통적인 우방국의 지지가 없더라도 멕시코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문제 될 것은 없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사정이 안 좋은 나라들을 어르고 달래서 지지를 표방하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멕시코의 내부 상황을 공개하며 국제 여론으로 하여금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러시아는 침묵을 선택하려는 거 같습니다.”

“호오, 러시아가 침묵을요?”

“미스터 박이 러시아 대통령에게 언질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스터 박의 러시아 내 영향력이 그토록 강했습니까?”

“헌터 권력은 완전히 장악하였고 대통령도 미스터 박의 눈치를 본다고 합니다.”

그러자 비서실장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그자는 위험한 거 같습니다. 개인 무력도 세계 최정상급인데, 한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해리스 대통령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는 박한새를 은인이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품기도 하였다.

그가 보내준 헌터들 덕에 8성급 던전 브레이크 사태를 신속하게 종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고 냉정하게 보자면 그의 영향력은 실로 미국에 위협이 되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전 세계의 모든 헌터들이 그의 제자가 될 터.

지금도 이미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박한새인데, 여기서 더 영향력이 커진다면 미국으로서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가만히 지켜보도록 합시다. 저희를 반대하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박한새라면 한국, 러시아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여 반미 여론을 조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박한새는 침묵을 선택하였다.

‘전쟁이 끝나면 그때 다시 견제하든가 하는 게 좋겠군.’

단순히 견제만 할지, 아니면 목숨까지 취할지.

그건 나중에 고민하기로 하였다.

“사전 작업도 끝났으니 이제 시작하도록 합시다.”

회의가 끝나고 그다음 날.

미국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멕시코에 전쟁을 선포하였다.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이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가장 먼저 공군을 출격시켰다.

멕시코의 공군을 무력화하기 위함이었다.

전쟁이 발발하고 단 하루.

단 하루 만에 멕시코의 공군은 무력화되었다.

이어진 공습으로 대공 방어시설과 군 공항들도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멕시코의 군 인프라까지 무력화하며 전세는 시작과 동시에 미국의 우세로 완전히 기울었다.

“쉬울 걸 예상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니까. 이 정도면 거의 군대가 없는 수준 아닌가?”

“사이비 종교 따위가 정권을 잡으니 저리 엉망이지.”

공군만 무력화된 것이 아니었다.

미군은 멕시코의 공군을 무력화한 후, 애리조나-멕시코 국경 장벽을 부쉈다.

육군과 헌터 부대를 진격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육군을 동원하여 미 육군의 진격을 막으려 하였지만, 멕시코의 육군도 미군의 공습을 받고 순식간에 전멸하였다.

일부 살아남은 병력은 미국의 헌터들에 의해 포로로 잡혔다.

“이번 전쟁, 얼마나 걸릴 거 같아?”

“길어야 한 달?”

“야, 한 달은 무슨.”

“그러면 어느 정도 예상하는데?”

“2주면 충분하지. 크하하하!”

“뭔 2주냐. 이번 주 안에 멕시코 수도를 점령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헌터들 중에는 전쟁을 처음 경험한 이들이 많았다.

몬스터와 싸우면 싸웠지, 인간과 전쟁을 할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애먼 죽음을 두려워하던 헌터도 적지 않았다.

오우거를 쓰러뜨릴 정도의 실력자도 미사일 한 방에 죽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시작되니 미국 헌터들은 그 누구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승전을 거듭하고 있었으니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멕시코와의 전쟁에 참여한 외지인 헌터가 있었다.

동양인이었는데, 심지어 미국 시민권자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외국 국적의 동양인이었다.

“케라우노스. 나는 네가 이번 전쟁에 참여할 줄은 몰랐어.”

제우스 길드 소속의 헌터, 셀레나가 동양인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케라우노스라 불린 동양인 헌터, 이성은이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하네. 나도 일단은 제우스 길드 소속이라고.”

“하지만 계약은 사실상 끝난 거나 다름이 없잖아?”

셀레나의 말처럼 이성은과 제우스 길드의 계약 기간은 사실상 끝이 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7성급 던전인 페트라 던전을 완전 공략하는 것까지가 계약이었으니 말이다.

“계약은 끝났어도 복수는 해야지.”

“복수?”

“길드 마스터가 멕시코에서 죽었는데 어떻게 안 올 수 있겠어?”

사실상 미국의 전쟁 명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게 바로 제우스 길드 마스터의 죽음이었다.

멕시코의 사교도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제우스 길드를 공격하였고 길드 마스터를 비롯한 수십 명의 헌터를 살상하였다.

이 일로 미국만 분노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이성은 역시도 크게 분노하였다.

“너, 길드 마스터랑 사이 안 좋지 않았어?”

셀레나의 말처럼 그는 복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죽은 제우스 길드 마스터와는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이가 안 좋았든, 좋았든 길드 마스터는 내게 큰 은혜를 베풀었어. 은혜를 받았으면 복수 정도는 해줘야지.”

“오오. 완전 의리 넘치는데?”

“나, 의리 빼면 시체인 사람이야.”

셀레나는 피식 웃더니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하늘에서는 수십 기의 미군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었다.

“근데 케라우노스, 우리가 과연 길드 마스터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미군이 다 끝내버릴 거 같은데 말이야.”

이성은도 그녀를 따라 미군의 전투기들을 바라보았다.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가 코앞이었다.

그런데 미국 전투기들은 마치 제 영토인 것마냥 멕시코 전역을 드나들었다.

미국 헌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어떤 길드는 전쟁하러 왔으면서 던전 탐험을 하기도 하였다.

“글쎄. 과연 미군만으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길드 마스터를 죽인 것은 멕시코 헌터들이야. 그런데 아직 멕시코 헌터들은 등장하지도 않았지.”

그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전투기가 파괴됐다!”

“뭐가 전투기를 부순 거야?”

“몰라! 갑자기 뭔가가 하늘로 날아가던데?”

하늘 위를 날던 미군 전투기들이 연이어 폭발하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상에서도 폭음이 들려왔다.

“모두 전투 준비! 적이다!”

“빌어먹을, 어디 있던 놈들이야!”

“숫자가 많아! 최소 500! 빨리 지원 요청해!”

여유를 부리던 헌터들이 비상을 외치며 다급히 전투를 준비하였다.

이성은도 제우스 길드의 동료들과 함께 전투를 준비하였는데, 그런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뭐지? 저것들은 설마 몬스터인가?’

그는 멕시코 헌터들이 반격할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의 헌터들을 공격한 것은 멕시코 헌터들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

인류의 적인 몬스터가 멕시코 헌터들과 힘을 합쳐서 미국의 헌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이 한창 멕시코와 전쟁을 벌일 때,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미국이 패전한 이후를 대비해야 할 때다.’

아무도 미국의 패배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여명회가 모든 전력을 동원할 경우, 미국은 절대 여명회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하여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의 패전 이후를 대비하기로 하였다.

“박한새! 박한새!”

“인류의 수호자!”

공항이 떠들썩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여 나의 이름을 연호했기 때문이었다.

“한새 씨, 이 정도면 해외의 유명 팝스타도 부럽지 않으실 거 같은데요?”

“저도 이렇게 인기가 많아졌을 줄은 몰랐습니다.”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죠. 국위 선양을 하고 왔는데.”

“국위 선양이라기에는 한국이 득 본 일은 크게 없을 텐데요.”

“한국의 이름을 알렸으니 그게 국위 선양이죠.”

나는 픽 웃고는 바로 청와대로 향하였다.

이윤세 대통령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한새 총장님. 청와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몸수색은 따로 안 하십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한새 총장님인데요.”

청와대에서는 기 싸움을 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러시아든 미국이든, 권력자와 만나려고 하면 권력자의 밑에 있는 사람과 필연적으로 기 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박한새 총장! 어서 오십시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박한새 총장이 귀국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허허!”

“서두르려고 했는데 일들이 많아서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박한새 총장이 바쁜 걸 이 나라에서 누가 모르겠습니까.”

“송현동 부지를 제공한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게 감사 인사를 하실 필요 없습니다. 서울시에서 건의한 일이고 국민들도 공감한 일이었습니다. 송현동의 부지를 가장 잘 활용할 곳은 무공 아카데미라고 모두가 인정한 것이지요.”

성격이 완전히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이윤세 대통령이었다.

‘다른 나라도 이렇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면 좋으련만.’

미국을 생각하자 한숨이 나왔다.

회귀 전에는 저러지 않았는데 내가 무슨 변화를 일으켰기에 미국이 저런 움직임을 보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 행선지는 무공 아카데미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나를 기다렸듯, 무공 아카데미에서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오는군.”

“진수호 길드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저도 있습니다. 박한새 총장.”

“권성욱 길드장님도 오랜만입니다.”

“혁진이가 학과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습니다.”

“권혁진 학과장의 재능이 워낙 출중하여 중임을 맡겼습니다.”

“제 아들놈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새벽 길드의 길드장, 권성욱이 호탕하게 웃었다.

원래 새벽 길드의 후계자는 김석민으로 권성욱의 처남이었다.

하지만 김석민은 랭크만 높을 뿐, 망나니 중 망나니로 온갖 패악을 일삼았다.

가족 중 후계자로 삼을 이가 따로 없어서 억지로 후계자를 시켰는데 그의 아들인 권혁진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권력까지 손에 쥐니 그로선 기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를 이곳에 부른 이유가 뭐지?”

그때, 성연 길드의 이세훈 길드장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성연 길드는 한국의 대형 길드 중에 유일하게 나와 사이가 안 좋은 길드였다.

‘물론 그래봤자 내 손 안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이세훈 길드장이 눈치를 챘는지, 못 챘는지 모르겠지만 성연 길드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은 강병철은 나의 권속이었다.

나는 강병철을 통해 언제든 성연 길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뜻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세훈 길드장의 퉁명스러운 태도가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다.

“여명회와의 전쟁에 함께해 달라고 부탁을 드리기 위해 여러분을 초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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