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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81화 (181/275)

#181화

“여명회와의 전쟁에 함께해 달라고?”

이세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길드장들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명회가 뭡니까?”

“인류 멸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결사 조직입니다.”

“인류 멸망? 그런 단체가 세상에 있단 말입니까?”

“멕시코 정권을 장악한 사이비 종교 단체가 여명회입니다.”

“참고로 러시아에서 나타난 개미 여왕의 군세도 여명회가 조종하였었습니다.”

길드장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특히 놀란 부분은 개미 여왕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안 그래도 개미 여왕의 군세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은 상태였다.

개미 여왕이 만 마리에 가까운 몬스터 군대를 이끈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그런데 몬스터도 아니고 인간이 개미 여왕을 도운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만약 몬스터뿐만이 아니라, 사람까지 조종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라면 9성급 수준이라고 봐도 과장이 아닐 터.

그렇기에 개미 여왕의 군세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그중 진실에 가까운 추측도 있었는데, 개미 여왕이 인간을 조종한 게 아니라, 인간이 개미 여왕을 조종했다는 추측이었다.

“그게 정말인가? 인간이 개미 여왕을 조종했던 거라고?”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인간이 8성급 보스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습니까?”

길드장들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경악에 찬 반응을 보여주었다.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무려 8성급 보스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으니까.

‘사실 ‘뱃사공의 목걸이’를 보여주기만 하면 될 테지.’

뱃사공의 목걸이로 듀라한을 소환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여줄 수 있었다.

듀라한 수십 기라면 내 말의 신빙성이 어느 정도 입증될 거다.

뱃사공의 목걸이는 교수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내 히든 무기였다.

지금 당장이야 듀라한 수십 기밖에 소환하지 못해도 리치를 계속 잡다 보면 언젠가 듀라한 수백 기, 수천 기까지 소환할 수 있게 될 터.

그렇기에 뱃사공의 목걸이를 굳이 보여주지 않았다.

“아예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프리카에 몬스터를 조종하는 헌터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 않나?”

오성 길드의 길드장, 진수호가 내 말을 거들어주었다.

“맞습니다. 아프리카의 흑마술파라 불리는 단체 역시도 여명회의 지파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와 멕시코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그들의 세력이 닿아있다는 말씀입니까?”

“중국에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적비단이란 단체가 사실은 여명회의 하부 조직이란 말까지 하자 길드장들은 놀랄 힘도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여명회 같은 거대한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듣게 되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제가 왜 그들과의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는지 이제 이해가 가십니까?”

“박한새 총장. 그러면 자네는… 아니, 당신은 지금까지 혼자 여명회란 단체와 싸워온 것이오?”

진수호가 처음으로 경칭을 쓰며 내게 물었다.

“제자들과 함께 싸워왔습니다.”

“…대단하군. 간단하게만 들어도 엄청난 세력으로 보이는데.”

“진수호 길드장님. 박한새 총장의 말을 믿는 겁니까?”

“총장의 성격을 아시지 않소.”

이세훈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여명회란 세력이 설령 당신이 말한 대로 대단하다고 치지. 근데 어차피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난 것과 다름이 없지 않나?”

그 말에 다른 길드장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감을 표하였다.

누가 봐도 이번 전쟁은 이미 끝난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멕시코는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한 채 수도까지 곧 내줄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으니까.

‘마침 반격이 시작되었군.’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도 권속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는 하였다.

길드장들과 대화를 하는 이 순간에도 양쪽 사이드에다 권속들의 시야를 열어둔 채 권속들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김수민을 비롯한 여러 권속들의 상황을 지켜본 결과, 멕시코의 반격, 정확히는 여명회의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불필요한 설명 대신, 응접실 한편에 있는 TV를 켜 뉴스를 틀었다.

-전쟁 속보입니다. 멕시코시티 인근에서 미군이 멕시코 헌터들의 대대적인 습격을 받아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뉴스의 아나운서는 평소와 다를 게 없는 평온한 목소리로 전쟁 소식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목소리만 평온할 뿐, 아나운서가 전한 소식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일방적인 전투만 치러왔던 미군이 처음으로 엄청난 저항을 맞이한 것이다.

“멕시코의 반격은 아니, 여명회의 반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박한새 총장은 미국이 여명회를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다른 나라도 아니고, 초강대국 미국인데?”

“이길 순 있겠으나,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피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 저에게 도움을 요청할 겁니다.”

초강대국 미국이 일개 개인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거라는 발언을 한 셈이니.

하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내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미국이 정말 큰 피해를 겪게 된다면 다른 동맹을 찾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동맹 중 나보다 적합한 동맹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당신이 말한 대로 돌아간다 쳐도 왜 우리가 당신의 말에 따라야 하지?”

이세훈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가 단순히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멕시코와의 전쟁은 그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

다른 길드장들도 이세훈의 말에 동조하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총장의 말대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들을 견제하는 것은 나라가 담당할 일이지 우리가 담당할 일은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멕시코와 전쟁하여 설령 승전한다고 해도 우리 한국 길드에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인류의 적을 앞에 두고 소탐대실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형 길드의 길드장들이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희생을 감수할 정도로 세상은 따뜻하지 않았다.

“던전 사용권을 드리겠습니다.”

“멕시코의 던전 사용권? 그 정도로는 성이 안 차는데.”

“잊으셨습니까? 저에게 던전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대형 길드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권력? 명예?

당연히 셋 다 원하는 대형 길드가 대부분일 거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리품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던전.

던전을 얻으면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소유권은 드릴 수 없지만, 사용권 정도는 전쟁에서 활약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어차피 무공 아카데미만으로 러시아 던전에 멕시코 던전까지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지금도 무려 천 명의 학생과 백 명의 조교, 열 명의 교수진이 시베리아를 지키고 있었다.

한창 수련에 집중해야 할 그들이 던전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던 것.

설령 IHA와 합병한다고 해도 여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전쟁에 공을 세운 이들에게 몇 달 또는 몇 년 정도 맡겨놓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사용권이라면 몇 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전쟁에서 얻으신 공적치에 따라 다릅니다.”

“공적치? 공적치라는 게 정확히 뭡니까?”

“일종의 전쟁 점수입니다. B랭크급 빌런을 잡으면 몇 점, A랭크급 빌런을 잡으면 몇 점. 이런 식으로 점수를 계산한 것이 공적치입니다.”

“공적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여러 던전의 사용권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예. 던전의 사용권뿐만이 아니라, IHA와 무공 아카데미에서 보유한 각종 영약, 아이템 등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아이템까지?”

내 설명이 이어지자 길드장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아무런 이득이 없는 전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니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것보다 오히려 이득이 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그때, 오성 길드 길드장인 진수호가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원래 거래라는 것은 상호 이익이 되어야지만 오래 지속할 수 있소.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박한새 총장이 얻게 될 이익은 무엇이오?”

“여명회라는 인류의 적과 맞서 싸울 동맹을 얻는 것. 저는 그거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것뿐이오? 하지만 여명회란 세력을 견제한다고 박한새 총장한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언론에서 영웅이라 떠들어댔는데…. 이 정도 희생정신이면 진짜 인정할 수밖에 없겠는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내가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할 만하다. 나는 그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될 테니까.’

돈이나 던전, 아이템 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 전쟁에서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대의명분이었다.

여명회란 적과 맞서 싸울 뚜렷한 대의명분만 얻을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대신, 전 세계적인 명성과 지지를 얻게 될 테니까.

고문실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지하실.

이곳에 수십 명의 헌터가 감금되어 있었다.

모두 멕시코 전쟁에 참전하였던 미국의 헌터들이었다.

“읍읍!”

데미안 디아스는 전신이 묶여있는 미국 헌터를 향해 광기에 찬 미소를 지었다.

“살고 싶습니까?”

미국 헌터, 체스터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라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을 수는 없었다.

하물며 데미안 디아스 뒤에는 잔혹하게 고문을 당하고 살해당한 헌터들의 시신 열 구가 보였다.

평소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자신의 신념처럼 생각해온 체스터로선 적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일쯤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의 아버지를 믿어야 합니다.”

개종은 어려운 요구였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개종이라고 못 할 것은 없었다.

체스터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니 데미안 디아스가 웃는 얼굴로 시신 한 구를 가리켰다.

“그러면 이것을 먹으십시오.”

“식인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단자일 뿐입니다.”

그가 그리 말했지만, 평범한 식습관을 가진 체스터에게 식인은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였다.

심지어 날것 그대로 먹으라고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이걸 주저하다니! 역시 당신은 이단자군요!”

광기에 찬 미소지만 그래도 온화한 목소리를 냈던 데미안 디아스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뾰족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체스터는 두려움에 떨었다.

“이단자는 회개해야 합니다! 여러분, 화형! 화형을 준비하십시오!”

데미안 디아스의 부하들이 체스터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지금까지 수십 명을 화형시킨 화형대였다.

“먹겠습니다! 먹겠습니다!”

거칠게 끌려가면서 입에 묶여 있던 헝겊이 풀리자 체스터는 다급히 소리쳤다.

“후후. 아버지를 따를 준비가 된 것입니까?”

“예! 이단자를 포식함으로써 아버지를 찬양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하하하하!”

체스터는 그런 데미안 디아스를 그저 질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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