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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87화 (187/275)

#187화

한창 멕시코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마력 감지로 무언가가 비행기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공중 몬스터군.’

IHA의 전용기를 노렸던 와이번 무리가 이번에는 나를 노리는 거 같았다.

‘이딴 수를 써봤자 의미는 없을 텐데 말이야.’

와이번 무리가 더 다가오기 전에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내가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다가오던 와이번들이 무언가를 맞고 하나씩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일에 총장까지 움직일 필요는 없다.”

내 옆으로 다가온 노홍만이 그렇게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도 주먹을 앞으로 내지르고 있었는데 그의 주먹에서 무언가가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린스킨 전용의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철권’이란 스킬이었다.

“와이번은 다 정리했다.”

“대단하시군요.”

“이 정도쯤이야.”

노홍만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는 그런 노홍만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실로 든든하기 그지없는 동료들이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2사도가 다른 사도들과 연합해서 싸운다고 해도 두렵지 않을 거 같았다.

리암 골드버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인간이 몬스터를 타고 나타나는 게 말이 되는 거야?”

멕시코에서의 전쟁은 그야말로 상식을 뒤엎는 전쟁이었다.

제공권과 제해권을 모두 장악하고 군대까지 거의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전쟁은 끝나지 않고 오히려 더더욱 격렬해졌다.

심지어 몬스터까지 대거 동원되었는데, 인간이 몬스터를 부리며 심지어 탈것으로 활용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전쟁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여명회와의 전쟁이 아니라면 절대 없을 전쟁이었다.

‘만약 무공을 배우지 못했다면 진즉에 죽었겠어.’

그가 제아무리 A랭크 헌터여도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원정 온 A랭크 헌터 여럿이 멕시코에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S랭크 헌터 중에서도 전사자가 나왔는데, 그만큼 멕시코 전쟁은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오우거다! 존나 많아!”

“제기랄! 트윈 헤드 오우거까지 있잖아?”

“이 나라는 던전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던전 보스가 튀어나오는 거야!”

“헌터가 몬스터와 한패인데 던전 관리를 하겠어?”

리암 골드버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차례 ‘웨이브’를 막아내서 숨을 돌리려고 하였건만 적들은 쉴 시간도 주지 않았다.

‘몬스터만 없었어도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 전쟁인데.’

멕시코 헌터들의 수준 자체는 무공 아카데미 소속 헌터들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와 그의 동기생 100명이면 멕시코 헌터 천 명도 감당이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적에게는 몬스터가 있었다.

몬스터가 있는 한, 그들만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지원군이다! 지원군이 왔어!”

리암 골드버그는 지원군이 왔다는 말에도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 헌터들이 지원 온다고 별로 반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저거 봐! 한 명이 오우거 부대를 다 쓸어버리고 있어!”

“무인들이다! 코리아의 무인들이 지원을 온 거야!”

그냥 지원군이었으면 그들이 함성을 지를 일은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냥 지원군이 아니었다.

한국, 정확히는 무공 아카데미에서 지원군이 온 것이다.

‘저건 노홍만 교수? 게으른 천재 유현경 교수도 있잖아?’

교수들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멀리서도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리암 골드버그는 그들의 정체를 확인하고 크게 놀랐다.

무공 아카데미가 자랑하는 교수들이 한 명도 아니고 십수 명이나 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합류한 이상, 이 전쟁은 이미 이긴 거나 다름이 없다!’

이 같은 생각은 비단 그만 하는 생각이 아닐 것이었다.

하늘 위에서 전장의 상황을 내려다보았다.

“쿠어어억!”

연합군과 멕시코의 전쟁인데 어째서인지 몬스터의 비명밖에 들리지 않았다.

적군은 광신도뿐이라서 비명을 지르지 않았고 아군은 단 한 명도 사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었기에 비명을 지르지 않고 있었다.

선두에 선 무인들이 최소 2m, 최대 7m 크기의 몬스터들을 단 일격에 즉사시키며 전진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전선 전체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

“고정희 교수.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적군을 압도하고 있어요.

“강병철 교수는요?”

-적의 시체가 언덕만큼 쌓였습니다. 곧 적의 지도부가 패주할 거 같습니다.

내가 있는 전장에서만 아군이 압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모든 전장에서 압도적인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지.’

몬스터를 아무리 잡아봐야 큰 의미는 없었다.

멕시코의 군대나 헌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2사도에게 세뇌라는 기술이 있는 한, 적의 병력은 끊임없이 보충될 것이다.

‘우선 장로라는 자들부터 잡는다.’

장로.

2사도와 말단 신도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중간 보스들이었다.

2사도가 은신처 어딘가에 숨어있는 동안 이 장로라는 자들이 몬스터와 멕시코 헌터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마침내 장로로 보이는 적군의 지도부를 발견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발견했다고 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몇 명 죽이는 것보다 그들의 은신처를 찾아내 그곳에 있는 자들까지 전부 죽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이 등을 보인 채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쫓아가서 그들이 도망친 던전을 확인하십시오.”

강병철의 연락에 그리 대꾸하는데 이곳의 전장을 담당하는 장로들도 슬금슬금 뒤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숫자는 겨우 다섯 명.

몬스터까지 포함하면 거의 만 마리에 가까운 부대를 이끈 것치고 지나치게 적은 인원수였다.

아마 그래서 미국이 지금까지 저들의 존재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 터.

하지만 저 다섯 명은 성사신교에서는 장로란 신분을 가졌고 여명회 내부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 직급을 가졌다.

인원이 적다고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던전의 위치를 알아내고 모조리 죽인다.’

“저 광신도 놈들이 저렇게 무기력하게 쓸려나가다니. 거짓말 같습니다.”

미군 병사 한 명이 홀린 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 말을 듣던 미군 장교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헌터들밖에 없어서 도움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말이야.”

“헌터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너희도 봤어?”

“무인이라는 자들 말입니까?”

“압도적이더군. 생각했던 것 이상이야.”

“광신도 놈들과 몬스터 놈들을 단숨에 쓸어버릴 정도니 더 놀랄 것도 없습니다.”

미군 장교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미군이 전쟁에서 이렇게까지 배제된 적이 있나 싶다.”

그들을 마지막으로 미군은 멕시코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었다.

엄청난 희생만 치르고는 얻은 것 없이 물러나는 셈이었다.

“뭘 그렇게 씁쓸해하십니까. 철군한다고 명령을 받았을 때, 부대에서 가장 기뻐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전투를 무서워해서 기뻐했던 거 같아? 광신도 놈들과 싸우는 것엔 어떤 영광도 없어서 싫었을 뿐이야.”

대부분의 미군이 그랬다.

죽음은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무의미한 죽음처럼 여겨져서 멕시코와의 전쟁을 꺼려 하였다.

“앞으로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거 같군.”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딱 보면 모르겠나? 저들이 전장의 주역이 되겠지. 무공이란 것을 익힌 자들이 말이야.”

원래는 부정하던 사실이었다.

개개인의 무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군대를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게 미군이었으니.

하지만 이번 전쟁을 겪으면서 똑똑히 느꼈다.

더는 ‘비각성자’로 이루어진 군대로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 군도 어떻게든 무공이란 것을 도입할 필요가 있겠어.’

무공을 배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깨달았다.

멕시코의 유일한 8성급 던전.

던전 보스가 있어야 할 보스방에 정체 모를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박한새가 이끄는 헌터들이 멕시코에 도착했습니다.”

“…아군이 모조리 전멸하였습니다.”

여명회가 지휘하는 멕시코 헌터들은 한창 기세를 올리던 중이었다.

미군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로 진군도 철군도 하지 못한 채 전멸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런 시점에 하필 적의 지원군이 도착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세력을 가졌다는 박한새가 이끄는 지원군이었다.

“형제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그 이단자 놈을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단 말인가!”

데미안 디아스는 얼마 전까지 박한새가 멕시코에 오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박한새는 여명회에서 1순위로 처단해야 할 이단자였다.

그런 박한새가 멕시코로 온다고 했으니, 광신도인 그로선 기회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는 그에게 유리한 전장이었다.

다른 곳이라면 힘들어도 멕시코에서는 박한새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였다.

그 변수란 다름 아닌, 박한새가 이끄는 헌터 ‘군단’이었다.

‘이렇게 많은 헌터를 데리고 올 줄이야.’

많아 봐야 러시아 헌터들, 그리고 한국 헌터들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숫자로 따지면 대략 1만 명 정도.

사실 이 정도의 숫자도 박한새를 높게 평가했기에 나올 수 있는 숫자였다.

일개 헌터, 아니 따지고 보면 헌터도 아닌 비각성자가 1만 명의 헌터를 동원한다니.

미국의 대통령이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데미안 디아스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박한새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어도 개인의 무력은 한계가 존재하는 법.

1만 명 정도밖에 데리고 오지 못한다면 결국 박한새는 중과부적으로 목숨을 잃게 될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박한새는 1만이 아니라 거의 5만에 가까운 헌터를 동원하였다.

예상했던 수치의 거의 5배나 되는 숫자였다.

심지어 랭크들도 굉장히 높은 편이었는데, C랭크 이상의 고랭크 헌터가 거의 1만 명에 가까울 정도였다.

“사도시여.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 이단자에게 최대한의 출혈을 강요해야 한다. 이단자도 자신의 제자를 잃게 되면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을 거야.”

데미안 디아스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으로선 피해를 각오하고 적을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5만이나 되는 헌터를 동원한 박한새의 기세를 단숨에 꺾을 만한 방법이 있을 턱이 없었으니까.

‘최하급 신도는 얼마든지 잃어도 상관없다. 언제든 보충할 수 있으니.’

수백, 수천 명이 죽어서 박한새의 제자 단 한 명만 잡아도 괜찮았다.

데미안 디아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니었지만, 박한새에게는 제자 한 명이 죽는 것도 큰 타격일 테니.

하지만 이런 계획을 세운 그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였다.

“후안 장로가 당했습니다.”

나이트 계급을 가진 수하의 말에 데미안 디아스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후안이? 은신처에 잘 숨어있을 놈이 어떻게 당했다는 거야?”

“한국에서 온 헌터들이 던전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주요 거점을 탈환해도 부족할 판국에 던전을 공략한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움직임보다 그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박한새가 던전을 노린다는 말은 지금 그들이 있는 장소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했으니.

“일본의 헌터들이 던전 입구에 나타났습니다!”

한국 헌터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일본 헌터들이 왔다는 말은 언제든 한국의 헌터들도 올 수 있다는 말과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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