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역시 박한새 대협의 말을 듣길 잘했군.”
대만의 S랭크 헌터, 왕자성은 멀리 형체만 간신히 보이는 거미 괴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무려 여섯 명의 S랭크 헌터가 거미 괴물을 잡기 위해 나섰다.
왕자성도 잠깐 IHA의 경고를 무시하고 동남아 S랭크 헌터들과 함께 거미 괴물을 잡을까 고민하였었다.
여섯 명의 S랭크 헌터가 함께라면 어떤 몬스터건 못 잡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전투조차 일어나지 않을 줄이야.’
압도적이었다.
지금껏 그 어떤 8성급 던전 보스도 이만한 위용을 보이지 못하였다.
러시아를 뒤집어놨던 개미 여왕도 따지고 보면 개미 군단이 위협적이었던 거지, 개미 여왕 자체가 위협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거미 괴물도 사라졌으니 우린 다시 던전으로 들어간다.”
이 상황에 왜 던전의 몬스터들을 정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박한새를 따르기로 한 그다.
박한새가 시켰으면 그냥 따를 뿐이었다.
그 덕에 목숨도 구했으니 말이다.
[최강의 비각성자가 미국을 구했다!]
[미군은 가서 뭐 했냐. 얻어맞고만 왔네. hahaha.]
[그 코리안 비각성자가 센 거지, 미군이 약한 건 아니라고.]
[지금 미군에서도 코리안의 비전을 배워야 한다고 난리.]
[나도 배우고 싶다! 난 작년부터 배우고 싶었어!]
[헌터보다 강해질 수 있다니. 내가 헌터보다 강해지면 매일 미녀들과. Loooooool~!]
이제 박한새를 모르는 미국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멕시코와의 전쟁.
그 전쟁을 미군 대신 치르기 시작한 것이 연합군이었다.
그리고 연합군은 말이 연합군이지, 박한새가 모은 일종의 사병이나 다를 게 없었다.
미국인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에 박한새의 인지도는 거의 대통령급으로 상승하였다.
[Mugong? 이 Mugong이란 건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아는 사람?]
[코리아의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된다던데?]
[정확히는 헌터 아카데미가 아니고 무공 아카데미임.]
[뭐야. 무공이란 거 배우려면 코리아까지 가야 해?]
[난 외국으로 나가기 싫은데. :(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이건 그냥 소문인데, 러시아처럼 미국에도 무공 학과란 게 만들어질 수도 있어.]
[Looooool~! 그게 진짜야?]
[진짜였으면 좋겠다! 나도 무공 배우고 싶어!]
미국의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서 그와 같은 대화가 오고 갔다.
박한새나 무공과 관련된 게시글은 단숨에 베스트 글에 올라갈 정도로 박한새는 미국인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박한새와 관련된 게시글이 일간 베스트를 점령하고 있을 때였다.
<과테말라에서 9성급 던전 보스 출현!>
과테말라에 엄청난 크기의 몬스터가 등장함.
IHA에서는 9성급 던전 보스라고 발표했는데, 인공위성 사진만 봐도 심상치 않은 크기로 보임. ;-)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거미 괴물이라 불리는 보스 몬스터에 관한 게시글이었는데, 사람들은 이 게시글을 보고 불신 어린 태도를 보여주었다.
[9성급이라고?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해?]
[hmmm… 재미없는 농담이야.]
[좀 작작해라. 이 바보야.]
사람들은 8성급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처음 벌어졌을 때의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하였다.
당장이라도 세상이 멸망할 거 같았던 그 순간들을 잊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9성급 던전 보스의 등장을 믿고 싶지 않아 했다.
8성급도 절망적이었는데, 9성급은 얼마나 두려운 재앙일지 생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믿든, 믿지 않든 거미 괴물이란 몬스터의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미국의 모든 방송국에서 거미 괴물에 관한 보도를 할 정도였다.
[근데 이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인가? 그냥 크기만 큰 몬스터일 수도 있잖아.]
[IHA에서 9성급이라고 했는데 호들갑을 안 떨 수가 있어?]
[아니, IHA 말만 믿고 어떻게 그 몬스터가 9성급인지를 확신해?]
[일리가 있는 말이야. 지금 동남아 S랭크 헌터들이 그 몬스터 잡으러 갔다는데 호들갑 떠는 놈들은 이제 입 좀 다물어야 할 듯.]
방송국들이 거미 괴물의 위험성을 보도하였지만 네티즌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였다.
거미 괴물의 등급이 9성급이란 사실은 국제 헌터 협회의 일방적인 추측일 뿐이었다.
IHA라고 모든 게 정확할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사람들은 거미 괴물이 9성급이라는 IHA의 추측이 거짓이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그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거미 괴물을 레이드 하러 갔던 S랭크 헌터들, 모조리 죽었어!]
[:Q(What)?]
[그게 진짜야?]
[Omigod!!]
여섯 명의 S랭크 헌터가 제대로 된 전투도 치르지 못하고 전멸했다는 소식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무공이란 게 등장하였어도 여전히 S랭크 헌터는 절대 무력의 상징이었다.
8성급 던전 보스들도 결국 S랭크 헌터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만약 9성급 던전이 열린다고 해도 S랭크 헌터들이 있는 한,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거미 괴물을 잡기 위해 무려 여섯 명의 S랭크 헌터가 동원되었다.
물론 그 여섯 명의 헌터는 미국인들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동남아 헌터들이긴 했다.
하지만 동남아 헌터든, 미국 헌터든 S랭크 헌터 앞에서는 국적이 의미 없었다.
미국의 S랭크 헌터라고 더 강하란 법은 없었으니 말이다.
[거미 괴물이 계속 북쪽으로 진군하고 있어!]
[벌써 멕시코 남부에 왔다는데?]
[이러다 미국까지 오는 거 아니야?]
[누가 막지 않는다면 미국까지 오겠지!]
거미 괴물이 북진을 거듭하자 미국인들은 패닉에 빠졌다.
S랭크 헌터들도 막지 못했던 거미 괴물이었다.
그런 거미 괴물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일단 미군은 거미 괴물을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되었다.
전폭기 수십 대를 동원하여 미사일 폭격을 갈겼지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미군이 동원한 폭격기가 거미 괴물의 반격에 전부 추락하고 말았다.
[핵도 통하지 않는다는데?]
[OMG!! 저런 몬스터가 어떻게 나타난 거지?]
[이러다 진짜 미국까지 멸망해버리는 거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미국이 겨우 몬스터 하나 때문에 멸망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저 몬스터를 보라고!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절망하던 네티즌들은 이내 한 사람을 떠올렸다.
마침 그 사람은 거미 괴물이 위치한 나라, 멕시코에 있었다.
[미스터 박! 최강의 비각성자라면 그 몬스터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맞아! 그 코리안이라면 잡을 수 있을 거야! 러시아도 구해냈잖아!]
1년 전까지만 해도 그가 누군지 아예 몰랐던 미국인들이 지금은 마치 그를 구세주처럼 여겼다.
미국인들이 생각하기에 거미 괴물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박한새가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오우 쒯! 박한새가 헌터들에게 거미를 상대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데?]
하지만 미국인들의 기대는 배신당하고 말았다.
당연히 인류를 위해 싸워줄 것으로 생각했던 박한새가 거미 괴물과의 전투를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히어로라더니, 순 겁쟁이였잖아!]
[애초에 비각성자에게 9성급 던전 보스를 잡아 달라고 기대하는 게 욕심 아니었을까?]
[비각성자든 뭐든 그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그만한 힘을 가졌으면 그만큼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박한새는 거미 괴물이 멕시코까지 올라오자, IHA를 통해 헌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거미 괴물에 맞서 싸우지 말고 던전 안으로 대피하라고 말이다.
그러자 그가 거미 괴물을 레이드 할 것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9성급 던전 보스가 두려워서 던전으로 도망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건 박한새의 잘못이 아니야! 박한새보다는 정부가 문제야! 정부가 박한새랑 신경전을 벌여서 박한새를 기분 나쁘게 했대!]
[뭐? 그게 진짜야?]
[IHA가 얼마 전에, CIA를 공식적으로 비난한 거 몰라? CIA가 박한새를 협박했었다나 봐.]
[CIA가 미친 거야? 왜 애먼 짓을 해서 그의 분노를 산 거지?]
[질투 났던 거지. 일개 개인의 영향력이 미국보다 강하니까.]
[이 이야기가 진짜라면 CIA는 미친 짓을 한 거야!]
어떤 유저의 게시글이 올라오자, 박한새를 향하던 분노의 화살은 이내 CIA로 향하였다.
“이 소문이 사실입니까!”
해리스 대통령은 그답지 않게 노기등등한 얼굴로 소리쳤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보입니다.”
“그럼 지금 당장 맥콘 국장을 불러오세요!”
그가 분노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CIA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CIA가 박한새와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여 미국에 큰 해를 가져다준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내가 분명히 그냥 지켜보라고 했었거늘.”
해리스 대통령이라고 일개 개인인 박한새가 웬만한 강대국보다 강한 영향력을 떨치는 것을 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박한새는 영향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무력 자체가 세계 제일이라는 설이 있었다.
S랭크 헌터 여럿을 동원해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박한새는 S랭크급 무력을 가진 제자만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S랭크 헌터 열 명만 있어도 나름대로 헌터 강국이란 소리를 들었으니 그의 무력은 실로 무시무시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미스터 박을 견제할 때가 아니라, 여명회를 견제해야 할 상황이다!’
박한새는 어디까지나 위협적인 존재였지 미국에 실질적인 해를 끼친 것은 아니었다.
반면 여명회는?
그곳은 이미 미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곳이었다.
더군다나 그 세력이 얼마만큼 강한 힘을 숨겨놓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해리스 대통령으로선 당연히 여명회를 더 위협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맥콘 국장!”
“예, 대통령님.”
“도대체 미스터 박에게 쓸데없는 협박을 한 이유가 뭡니까!”
CIA 국장인 맥콘에게 해리스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추궁하였다.
그러자 맥콘은 뻔뻔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미국? 우리 미국을 돕기 위해 멕시코로 원정 온 미스터 박을 협박한 게 미국을 위한 선택입니까?”
“그자는 위험한 자입니다. 따로 경고하지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미스터 박이 지도자 그룹의 정체조차 다 밝혀지지 않은 여명회보다 위협적입니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미스터 박, 그가 거느린 세력은 이미 지금도 국가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세력은 더 커질 겁니다. 미스터 박에게는 무공이란 게 있으니 말입니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해리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다.
“지금 맥콘 국장 때문에 미스터 박이 우리 미국에 적대감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그런 일로 적대감을 품는다는 건 애초에 반미 사상을 가진 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십시오.”
“죄송합니다만, 그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을 이 시간부로 해임하겠습니다.”
“…지금 저를 해임하신다고 하셨습니까?”
“당신은 적으로 돌려선 안 될 자를 적으로 돌렸습니다. 저는 당신 때문에 미스터 박이란 인물을 적대 관계로 만드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대통령님! 해임 사유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해리스 대통령은 코웃음을 쳤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라고?
오히려 반대였다.
맥콘 국장을 해임하는 것.
이것은 국민들이 바라는 일이었다.
그만큼 미국인들은 박한새와의 관계를 악화시킨 CIA의 만행을 안 좋게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