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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98화 (198/275)

#198화

“너무 외로운 싸움을 하시고 계신 거 아니세요?”

워싱턴을 찾아온 유지은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엘리스 전무 이사와의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 사람 말고도 한새 씨에게 적대적인 인사들이 많다던데.”

그 정도야 별거 아니었다.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마크 엘리스보다 오히려 한국의 김범수 협회 회장이 더 까다로웠었다.

뭐 이번 생의 김범수 회장은 호랑이를 잘못 키워서 자신이 키운 호랑이에게 당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나 보네요.”

“저를 무시하는 이들도 몇 명 있긴 했지만, 제가 보유한 던전들을 IHA에서 관리할 수 있게끔 권한을 넘겨준다고 했더니 다시 저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내 소유로 넘어온 던전은 천 개가 넘었다.

러시아에만 수백 개가 있었고 멕시코에서도 수백 개가 넘는 던전의 소유권을 얻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엄청난 수의 던전을 IHA에서 관리하게끔 권한을 주었다.

그러자 IHA의 여론은 확 달라졌다.

세상은 예산이 지배한다는 말처럼 IHA에서도 예산이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하였다.

내가 넘겨준 던전들을 수익화할 경우, 연 매출이 조 단위는 가볍게 넘었다.

던전의 입장료만 받아도 그 정도의 천문학적인 수익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러니 IHA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향력만 올라갔을 뿐, 경제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는데 이번에 그 경제력도 확 올라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금 안심이 되네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어서 저를 불러주세요. 한새 씨 곁에서 한새 씨를 보좌하고 싶어요.”

“예, 정식으로 취임하면 꼭 부르겠습니다.”

내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무공 아카데미 교수들은 앞으로도 제자를 키우는 데 집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나를 따라 IHA의 중책을 맡길 생각이었다.

‘유지은처럼 권력욕과 명예욕을 가진 교수들은 무조건 데려와야지. 뭐 일부는 나에게서 독립하여 자신만의 문파를 세울 거 같지만 말이야.’

권속이라면 모를까, 제자라는 이유로 나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바랄 순 없는 일이었다.

정교수야 그렇다 쳐도, 부교수나 조교수 중에는 ‘독립’을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무공 아카데미에서야 수많은 교수 중 한 명이겠지만, 사회로 나가면 세상에 몇 없는 무공 전문가였다.

연예계로 진출해도 연 수십억의 광고비를 받을 수 있으리라.

당연히 권력욕과 명예욕을 가진 이들이라면 독립에 대한 생각이 없을 순 없었다.

단지 ‘격체전력’이라는 기술을 사용할 줄 모르기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리라.

“사실 이 말을 하려고 한새 씨를 찾아온 건 아니고, 중요한 정보를 전해주려고 찾아왔어요.”

“중요한 정보라면?”

“네오콘이란 이름을 가진 미국의 정치 세력이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예. 저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였던 맥콘 전 CIA 국장이 네오콘 소속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녀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바로 그 네오콘이 여명회와 힘을 합친 거 같아요.”

“미국의 정치인이 여명회와 힘을 합쳤단 말입니까?”

실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현재 미국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여명회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자존심처럼 생각하는 여러 건물을 여명회가 부수었기 때문이었다.

인명 피해자도 적지 않았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명회와 손을 잡은 정치인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회귀 전의 일들을 떠올리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때는 IHA부터 이미 여명회에 장악된 상태였다.

정계에서도 공공연하게 여명회의 인사들이 활개를 쳤었고.

반면 지금은 여명회가 완전히 미국의 적이 된 상태였기에 의외처럼 느껴졌다.

“확실한 정보예요. 9사도란 자가 직접 네오콘과 접촉했거든요.”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아내셨습니까?”

내가 아는 9사도라면 허술하게 일을 꾸밀 자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로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태프트 상원의원이란 자를 직접 미행하고 얻어낸 정보예요.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미인계도 사용했죠. 제 외모는 백인들에게도 잘 통하거든요. 물론 한새 씨에게는 안 통하지만.”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미인계라.

확실히 그거라면 귀한 정보를 얻어도 이상할 게 없을 거 같았다.

사이코메트리 스킬을 가진 그녀가 미인계까지 사용하면 못 얻을 정보는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서 두 세력이 만나 무엇을 꾸민답니까?”

“아마 북한을 공격할 생각인 거 같아요.”

“북한 말입니까?”

이것도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여명회와 미국의 네오콘 세력이 힘을 합쳤는데 갑자기 북한 이야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네오콘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꿈꾸는 자들이에요.”

“그게 북한과 무슨 상관입니까?”

“멕시코 전쟁으로 인해 실추된 영향력을 되찾으려면 타국과의 전쟁은 필수죠.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대상이 북한이에요.”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회귀 전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곧 언론에도 나올 거예요. 북한이 사실은 여명회의 본거지였다는 보도가 말이죠.”

“북한은 여명회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만.”

원래라면 이 시기의 북한은 헌터 정권이 세워질 때였다.

그리고 권력을 잡은 헌터들끼리 끊임없는 내전이 발생하여 알아서 자멸할 국가였다.

물론 내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아직 김씨 정권이 유지되는 듯 보였지만 말이다.

“사실이 어떻든 관계없어요. 여명회가 네오콘과 힘을 합친 이상, 증거는 쉽게 조작할 수 있으니까요.”

유지은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필 북한이라. 귀찮게 되었군.’

유지은이 전해준 정보가 사실이라는 것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언론을 통해 확인되었다.

언론에서 앞다투어 북한 정권의 배후에 여명회가 있을 거라는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그러자 네오콘 소속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당장이라도 군을 이끌고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며 자극적인 발언을 하였다.

이런 그들의 행동에 미국 여론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었다가, 최근 들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인공위성으로 북한의 한 마을에서 인신공양을 하는 광경이 포착되었다든가.

탈북자들이 여명회로 추정되는 종교인들이 정권의 고위 권력자와 자주 접촉했다는 식의 증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인들도 참 단순하군.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인데, 이렇게까지 분노하다니 말이야.’

이미 미국인들에게 북한은 가상적국 1위의 국가가 되었다.

원래도 가상적국이었으나 이번 일로 더더욱 적개심을 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미국인들 중 일부는 내가 코리아인이란 이유로 나를 비난하기도 하였다.

같은 코리아인 아니냐는 논리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식으로 IHA 회장 취임식이 이루어졌다.

내 취임식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참석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S랭크 헌터들은 물론이고,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등도 많이 참석한 것이다.

“하하하하! 멋지군, IHA 회장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선택이야.”

“카이저, 제 취임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나는 IHA를 무시했었는데, 그대가 IHA 회장이 된 이상 더는 IHA를 무시할 수 없겠어.”

“그런 의미에서 유럽 본부를 독일로 옮기는 것은 어떤가? 라이미(영국) 놈들, 어차피 IHA를 무시하는 자들이지 않나?”

“생각해보겠습니다.”

IHA를 무시하는 것은 영국뿐만이 아니었다.

유럽 전체가 IHA를 무시한다고 봐야 했다.

당연히 카이저가 이야기하는 독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공 아카데미도 꼭 우리 독일에 세워주길 바라네.”

“그것 역시 긍정적으로 고민해보겠습니다.”

무공 아카데미든, 무공 학과든, 언젠가 유럽에도 무공을 가르칠 수 있는 기관을 만들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어려웠다.

유럽의 헌터들은 여명회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멕시코, 러시아, 일본, 대만 그 외에 여러 동남아 국가들까지.

무공을 기다리는 나라는 수도 없이 많았다.

아직은 유럽까지 확장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카이저 이후로도 많은 S랭크 헌터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솔직히 지금 내 실력이라면 S랭크 헌터 한 트럭이 와도 두렵지 않았다.

다른 교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절정 고수쯤 되면 S랭크 헌터를 장난감 다루듯 다룰 수 있었다.

무공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파워 인플레이션이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설령 지금의 S랭크 헌터들이 이전과 달리 절대적인 강자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그들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도 언젠가 무공을 배우게 될 터였다.

그리고 S랭크 헌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공의 자질이 입증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로선 S랭크 헌터들을 대우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스터 박. IHA 회장으로 취임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물론 S랭크 헌터들만 상대한 것은 아니었다.

무려 대통령, 그것도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나의 취임식에 참석하였다.

“저는 정말 미스터 박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리스 대통령은 우호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하기야, 그때는 러시아의 구원자였고 지금은 세계의 구원자였으니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리라.

“저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큰 공을 세웠으면서 겸손함을 보이니, 사람들이 괜히 히어로라 부르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저도 무공이란 걸 배우면 미스터 박처럼 될 수 있을까요?”

“재능이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하, 노력만 하면 다 된다고는 말씀하시지 않는군요.”

“노력만으로는 어려우니까요.”

“솔직해서 좋습니다. 내년에 임기가 끝나면 저도 무공을 배우고 싶은데, 그때에는 미국에서도 무공을 배울 수 있겠지요?”

“재선은 생각하지 않고 계십니까?”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멕시코에서 그렇게 큰 실수를 했으니 말입니다.”

해리스 대통령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라면 네오콘 소속의 정치인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지. 미국인들은 여명회를 응징하길 원하고 있으니 말이야.’

여명회를 응징하는 거야 나도 찬성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네오콘에게 그 역할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미 두 세력이 영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로건 해리스 대통령이 재선하는 게 나한테도 좋지 않을까?’

해리스 대통령은 처음 봤을 때,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었다.

고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지금도 마냥 그에 대한 인상이 좋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정치인답게 의뭉스러우면서 말 바꾸기도 곧잘 하였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여명회의 편을 들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나를 우호적으로 대하기도 하였고 말이다.

“네오콘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예? 미스터 박,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네오콘이 여명회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북한에 관한 일도 여명회의 자작극입니다.”

해리스 대통령에게 내가 아는 정보들을 넘겨주었다.

그가 나를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 정보를 넘겨준다고 내가 손해 볼 것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적의 적은 아군이란 말이 있듯, 해리스 대통령도 여명회와 네오콘을 상대할 때는 아군이 될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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