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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07화 (207/275)

#207화

“단, 생포해서 데려올 경우에만 1,000억 달러를 지급한다고 합니다.”

죽여서 데리고 올 경우에는 따로 현상금을 걸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누구도 못 잡아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아니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건 모양이군.”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11사도라든가. 12사도라든가.

그도 아니면 아직 숨어서 힘을 기르고 있을 최상위 성좌들의 권속이 아니고서는 나를 생포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거론했던 이들은 겨우 돈 때문에 움직일 자들이 아니었다.

‘물론 몇몇 예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성격이 이상한 성좌는 아주 많았다.

아무런 이익이 없음에도 나를 공격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근데 100조면 사부가 그냥 자진해서 조제 콜로르한테 잡혀가도 될 정도 아닙니까?”

강충구가 농담 삼아 그리 말하였다.

그러자 나는 피식 웃었다.

꽤 일리 있는 말이었다.

100조라니.

내가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정도 액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쨌든, 대비는 해야겠군.”

“예, IHA 직원들에게 경고를 해줘야겠습니다.”

“너도 조심해. 네 몸값도 결코 작은 액수는 아니다.”

“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에게 걸린 현상금 정도면 고랭크 헌터는 움직이지 않을 텐데, D랭크 이하의 헌터는 몇 명이 덤벼도 무섭지 않습니다.”

너무 자신만만한 태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의 실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태도였다.

그가 비록 헌터 출신은 아니어도, 나처럼 무공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무공을 배운 기간도 꽤 됐고 말이다.

강충구만큼 무공을 익힌 비각성자라면 웬만한 헌터쯤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다.

‘적어도 A랭크 헌터 다수가 덤벼야 강충구를 잡을 수 있겠지.’

A랭크 헌터가 나서도 한 명이라면 강충구를 이길 수 없었다.

그 정도로 강충구는 막강한 무력의 소유자였다.

한때 프랑스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프랑스의 역대급 유망주, 가스파르 들롱.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추었던 그가 폐인과도 같은 몰골을 한 채 혼자 외쳤다.

“지금 당장 미국에 가야 합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정체 모를 목소리가 그의 목소리에 답하였다.

그 말고 아무도 없는 작은 방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가스파르 들롱은 놀라지 않았다.

그저 답답하다는 듯 소리칠 뿐이었다.

“1,000억 달러라고요. 1,000억 달러!”

평소와 같이 던전 레이드를 마치고 귀가한 그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였다.

그건 바로 남미 빌런 연합에서 박한새에게 무려 1,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현상금을 걸었다는 소식이었다.

S랭크 헌터들보다 막강한 무력을 가진 그였지만, 가스파르 들롱은 늘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워낙 씀씀이가 헤펐기 때문이었다.

직접 사용하지도 않는 성까지 사는 바람에 매달 엄청난 돈을 성 관리비로 쓸 정도였다.

이런 그에게 무려 1,000억 달러를 벌 수 있는 기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겨우 사람 한 명만 잡으면 되는 일이잖아?’

그 사람 한 명이 가스파르 들롱이 느끼기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란 게 문제긴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 있었다.

다른 누구의 방해 없이 박한새와 1:1 상황을 만들 수만 있다면, 절대 패배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상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놈이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구나.

의문의 목소리가 그의 오만함을 지적하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성좌님은 저를 못 믿는 겁니까?”

-네 판단이 정확하겠느냐, 성좌인 내 판단이 정확하겠느냐?

“…쩝. 그냥 움직임만 날렵한 놈처럼 보였는데 말입니다. 움직임만 묶어두면 그냥 이길 거 같은데….”

가스파르 들롱이 인정하기 싫다는 듯 계속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런 가스파르 들롱을 무시한 채 이번에는 다른 것을 지적하였다.

-조제 콜로르, 그놈이 진짜 현상금을 지급할 생각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현상금을 걸었다고 생각하느냐?

“엥? 그 녀석, 브라질 대통령 아니었습니까? 대통령인데 설마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죠.”

-웃기는군. 프랑스 대통령은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가 보지?

“그,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기는 한데.”

-콜로르 그놈은 박한새만 잡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거다. 그러니 그딴 놈이 내건 현상금 따위는 무시하는 게 좋아.

가스파르 들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성좌는 현실 파악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성좌였다.

성좌가 그렇다고 하면 거의 그럴 가능성이 클 것이리라.

그런 가스파르 들롱의 모습을 바라보던 성좌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누군가 돈 때문에 놈을 잡기 위해 움직인다면 나쁘지는 않을 거 같은데.’

처음에는 그리 거슬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심연을 들여다보는 자, 파롤과 전쟁하는 그를 보며 내심 응원하기도 하였었다.

파롤을 적대하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하지만 무공이란 것이 세상에 퍼지기 시작하자 그는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무공을 익힌 헌터는 지분율이 오르지 않았다.

그 말은 즉, 권속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성좌들에게 있어 이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헌터를 발견해도 자신의 권속으로 삼을 수 없다는 뜻이니.

‘가장 좋은 건 파롤과 싸우다 서로 공멸하는 건데…. 과연 둘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여명회와 IHA의 전쟁.

이제 이 전쟁은 인간만이 관심을 보이는 전쟁이 아니었다.

성좌들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전쟁이 된 것이다.

‘내 현상금이 300만 달러라니.’

루이스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IHA 소속 헌터들은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을 일종의 몸값처럼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많은 액수의 현상금이 걸렸다는 말은 그만큼 남미 빌런 연합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루이스는 무려 3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다.

이는 IHA에서도 꽤 상위권에 속하는 현상금이었다.

“여기 있다! 이놈이 루이스란 놈이야!”

“매국노 새끼! 가만두지 않겠다!”

“빨리 모여!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야 해!”

루이스가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을 생각하며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치안이 회복되었다고 생각했던 거리에 갑자기 문신한 사내 다섯 명이 나타났다.

사내들은 루이스의 이름을 외치더니, 자연스럽게 루이스를 사방에서 포위하였다.

“무슨 짓입니까?”

“병신 같은 놈.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한 거냐? 너, 곧 납치될 거야.”

“납치?”

“뒤지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랭크가 몇입니까?”

“지금 이 상황에 랭크가 중요해?”

“아무리 봐도 너무 약해 보여서 말입니다.”

루이스는 오만함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었다.

오히려 그는 겸손한 편이었다.

교수들로부터 무공에 상당한 재능을 가졌다고 인정받았음에도 루이스는 단 한 번도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늘, 갈 길이 멀다며 정진을 거듭할 뿐이었다.

그런 그도 지금 자신을 포위한 빌런들을 보자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드러난 기세를 봤을 때, 여섯 명 전부 C랭크 수준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 C랭크다. 네놈들, IHA가 직접 인정해준 고랭크 헌터란 말이다.”

“흐흐. 이놈뿐만이 아니라, 여기 모인 여섯 명 다 C랭크야. 이게 무슨 뜻인 줄은 알겠지? 넌 X 됐다는 거야.”

한 명이 웃자 다른 다섯 명도 따라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루이스의 뒤를 잡고 있던 빌런 한 명이 기습적으로 공격을 가해왔다.

가속 능력을 가진 빌런이었는지 상당히 날렵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날렵해 봐야 무공을 배운 헌터 앞에서는 조금 빠른 수준에 불과하였다.

루이스는 여유롭게 고개를 돌려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아니, 막아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손가락을 내질러 상대를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점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이놈 갑자기 왜 이래?”

“시발! 점혈이란 것에 당한 거 같은데?”

“이 잠깐 사이에 당했다고?”

빌런들이 당황하였다.

그런 빌런들을 보고 루이스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도 빌런이니 현상금이 걸려있겠죠?”

그 말과 함께 루이스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너, 너무 빨라!”

“아니, D랭크 헌터라며! 저게 어떻게 D랭크 헌터야!”

“빌어먹을! 돈 좀 벌어보겠다고 왔건만 이게 무슨 꼴이야!”

사냥감을 사냥하려고 온 사냥꾼은 역으로 사냥감이라 생각했던 진짜 사냥꾼에게 사냥당하였다.

남미 빌런 연합이 현상금을 내걸자 남미 전역에서 IHA를 향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본부가 위치했던 브라질에서는 건물 전체가 불에 탈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공세 속에서 정작 브라질 지도부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작전을 진행하면 브라질의 헌터는 남아나질 않을 겁니다.”

IHA 소속 헌터들에게 역으로 현상금을 걸었던 남미 빌런 연합.

이 같은 남미 빌런 연합의 작전은 그리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포로로 잡기는 잡았는데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거의 IHA 헌터 한 명을 잡을 때, 브라질 헌터 열 명이 잡힌 꼴이었다.

사상자로 비교한다면 이보다 더 큰 차이를 보였고 말이다.

보고를 듣던 조제 콜로르는 화를 참지 못하였다.

“브라질의 헌터들이 이리도 무능한 면모만 보여줄 줄이야!”

조제 콜로르는 헌터들의 탐욕만 믿고 작전을 시행하였다.

예상대로 IHA에 소속된 모든 이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자, 브라질의 헌터들은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탐욕만 가지고 IHA를 공격하였던 브라질 헌터들은 진짜 빌런이 된 채, 현장에서 사살되거나 체포되었다.

하루 사이에 벌써 백 단위의 브라질 헌터가 IHA에 체포되거나 사살되었을 정도였다.

“브, 브라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칠레나 콜롬비아, 페루에서는 IHA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기도….”

“그럼 더 안 좋은 것이지 않은가! 우리의 공격이 모조리 실패했다는 것이니!”

“브라질 헌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조제 콜로르는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쳤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그저 답답한 거로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운이 좋으면 권력만, 운이 나쁘면 목숨까지 잃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승산이 있을까?’

IHA 따위 두렵지 않다고 호기롭게 외쳤던 날로부터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열흘 만에 조제 콜로르의 IHA에 대한 인식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남미의 십수 개의 나라가 뭉쳤음에도 IHA는 멀쩡하였다.

오히려 남미 국가들만 피해를 입고 있을 정도였다.

‘박한새, 그놈이 직접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협회장이 직접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제자들만 움직였는데도 남미 국가들은 초유의 사태에 빠졌다.

조제 콜로르로서는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 앉아도 되나?”

“다, 당신 어디서 나타났어!”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그러던 중 갑자기 그의 옆에 의문의 남자가 나타났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다.

“나는 여명회의 1사도, 매디슨이다.”

“여, 여명회라고?”

“아니, 그보다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스스로 1사도라 밝힌 매디슨의 말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당혹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직 한 명, 조제 콜로르만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매디슨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여명회라. 어쩌면 기회일 수도.’

그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때, 매디슨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게 도움을 줄까 하는데, 우리와 손을 잡을 생각이 있나?”

조제 콜로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매디슨을 향해 걸어갔다.

“기다리고 있었다. 여명회에서 찾아오기를.”

“손을 잡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조제 콜로르는 대답 대신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매디슨도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며 그의 악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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