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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16화 (216/275)

#216화

영국에 마법 학교가 창립했고 미국에도 곧 창립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미국인들은 환호하였다.

“와. 마법이라니!”

“우리도 헌터가 될 수 있는 거야?”

“마법사가 되면 하늘도 날 수 있고 순간이동도 할 수 있다는데?”

“그럼 마법사 되는 게 헌터 되는 것보다 더 좋은 거네?”

“헌터들은 스킬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으니 마법사 되는 게 훨씬 낫긴 하지.”

“근데 마법 배우면 여자로 변신하는 것도 가능하려나?”

“미친놈. 나처럼 건전하게 투명 마법을 배울 생각을 할 것이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비각성자’들의 반응이었다.

비각성자들과 달리, 헌터들의 반응은 심심한 편이었다.

정확히는 불신하고 있었다.

“마법? 그거 사기 아니야?”

“그러게. 마법사라고 밝혀진 사람이 앤디 올드먼이었던가? 아무튼, 그 인간 하나뿐인데 마법이 실존한다는 걸 어떻게 믿어?”

“맞아. 애초에 그 사람, A랭크 헌터라며. IHA 협회장은 비각성자라서 믿을 수 있지만, 헌터가 헌터 스킬을 마법으로 속이는 건지 어떻게 알아.”

무공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헌터들은 믿지 않았다.

박한새가 수도 없이 증명하고 제자들까지 큰 활약을 펼친 이후에야 사람들이 믿어줬다.

반면 앤디 올드먼이 말하는 마법이란 것은?

워싱턴 사태 때 딱 한 번 증명됐을 뿐이었다.

물론 앤디 올드먼이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마법을 꾸준하게 보여줬었고 그것이 각종 SNS 영상에서도 나왔었다.

하지만 앤디 올드먼이 A랭크 헌터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그는 사기꾼 취급을 받고 있었다.

헌터들은 그가 사실은 다중 스킬 보유자이면서 스킬을 마법인 양 속여왔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설령 헌터들은 마법이 진짜라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마법을 배울 바에 무공을 배우는 게 낫지.”

“당연한 이야기지. 무공만 배우면 S랭크 헌터가 되는 건 일도 아닌데.”

무공이라는 확실한 대체재가 존재하는 상황.

헌터들로선 구태여 마법 학교란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헌터들은 마법 학교에 들어갈 바에 공적 점수란 것을 쌓아서 무공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알렉산더. 저와 대결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법이 헌터들에게 철저히 외면받는 상황에서 마법사, 앤디 올드먼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였다.

미국의 S랭크 헌터인 알렉산더 고든에게 대결을 신청한 것이었다.

“나와 대결을 해보자고?”

“예, 그토록 저를 비하하셨으니 대결을 피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A랭크 주제에. 같잖은 도발을 하다니. 좋다! 한번 붙어보자!”

알렉산더 고든은 육체 강화 계열 능력자였다.

스스로 헤라클레스라 부를 정도로 엄청난 힘과 체력을 가진 자.

그는 육체 강화 계열 능력자답게 무공 학교 입학을 희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인식에서 무공은 위대하기 그지없었고, 반면 마법은 존재하지 않거나, 설령 존재해도 하찮은 것이었다.

당연히 앤디 올드먼도 우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자식이! 비겁하게 도망치는 것이냐!”

“마법사가 탱커를 상대로 근거리에서 싸워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결은 일방적이었다.

알렉산더 고든은 앤디 올드먼의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그가 조금만 거리를 좁혀도 앤디 올드먼은 마법을 사용하여 하늘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아예 순간이동을 하였다.

그러자 알렉산더 고든은 닭 쫓는 개 신세로 멍청히 앤디 올드먼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앤디 올드먼이 그저 도망치는 것에만 열중한 것은 아니었다.

거리를 벌리면서 꾸준하게 공격 마법을 사용하였다.

폭발 종류의 마법부터 온몸을 묶는 속박 종류의 마법까지.

처음에는 안간힘을 쓰며 발악하던 알렉산더 고든이지만, 한번 발이 묶이자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샌드백 신세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던 알렉산더 고든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이내 쓰러졌다.

미국 최고의 탱커라 불리는 그였지만, 최고급 경지의 마법사가 펼치는 마법 세례는 당해낼 수 없었다.

“저게 마법인가….”

“그야말로 무적인데?”

“그러게. 순간이동도 가능해서 공격을 피하기도 쉽고 심지어 날기까지 하네.”

“무엇보다 알렉산더 고든의 방어력을 뚫었다는 게 나는 놀라워. 알렉산더 그놈은 핵이 떨어져도 살 놈처럼 보였는데 말이야.”

“어쩌면 진짜 활용도 하나만큼은 무공보다 더 대단할 수도 있겠어.”

멀리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본 헌터들은 크게 감탄하였다.

만약 앤디 올드먼이 사용한 마법이 세 개 미만이었으면 그냥 엄청나게 강한 헌터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앤디 올드먼이 펼친 마법의 개수는 족히 열 개가 넘었다.

그리고 현재 열 개 이상 스킬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헌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즉, 그가 마법사라는 게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물론 단순히 마법사란 사실만 증명된 것이 아니었다.

마법 하나하나의 위력이 웬만한 스킬보다 강하다는 사실도 증명이 되었다.

“근데 마법이 무공보다 대단한지는 모르겠는데.”

“IHA 협회장이었으면 대결이 1초 만에 끝났을걸?”

“뭐 심플 이즈 베스트란 말이 괜히 있겠어. 싸움에는 무공이 훨씬 낫긴 해.”

하지만 헌터들은 여전히 무공을 마법보다 우위에 두고 있었다.

아니, 몇몇 헌터들은 마법을 그저 ‘잔재주’로 취급하기도 하였다.

‘알렉산더를 상대로 이겼는데도 여전히 무공을 더 높게 보는군.’

헌터들의 여론을 살피던 앤디 올드먼은 혀를 차고 말았다.

무공이 세상에 알려진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헌터들에게 무공은 절대적 강함의 척도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헌터를 구분하는 경지를 S에서 F로 나누지 않고 절정이니 삼류니 하는 한국의 기준으로 나누는 이들도 생길 정도였다.

‘더 보여주마. 마법의 위대함을.’

앤디 올드먼은 헌터들의 심심하기 그지없는 반응을 봤음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헌터들은 단지 몰라서 저러는 것일 뿐이었다.

그가 더 많은 S랭크 헌터를 쓰러뜨린다면 마법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질 것이리라.

알렉산더 고든과의 대결 이후로도 앤디 올드먼은 미국의 S랭크 헌터들을 찾아다니며 대결을 펼쳤다.

이른바 도장 깨기를 시도한 셈이었다.

짧은 시간에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이보다 좋은 수단은 없으리라.

“그거 들었어? 미국에도 무공 학교가 창립된다는데?”

“뭐 언젠가 미국에도 무공 학교가 세워질 것은 예상했지.”

“근데 다음 달에 설립된다는데?”

“엥? 그렇게 빨리 세워진다고? 그럼 입학은 언제부터 신청할 수 있는 거야?”

“입학 신청도 다음 달부터 받는대!”

그때 놀라운 소식이 미국 전역을 강타하였다.

무공을 배울 수 있는 무공 학교가 미국에 설립된다는 소식이었다.

당연히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마법 학교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크게 환호하였다.

아르헨티나에 무공 학교가 설립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한국에서 곧 2기 학생을 모집한다는 이야기에 벌써 한국행 비행기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미국인들은 무공 학교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마침 미국에서 무공 학교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렸다.

당연히 미국인들은 크게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번에는 헌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필 이때 무공 학교를 설립한다니. 아니, 노린 거라고 봐야 하나.’

앤디 올드먼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든 마법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S랭크 헌터들과 연이어 대결을 펼쳤었다.

그야말로 광대놀이를 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런 광대놀이가 무색하게도 헌터들의 관심은 마법이 아닌, 무공에 향해 있었다.

“다행인 점은 무공 학교의 입학 기준에 공적 점수라는 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적 점수 때문에라도 절대 다수의 헌터들은 무공 학교보단 마법 학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의 제자들은 심각한 표정을 하는 그를 보며 애써 위로하였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서.

물론 그런 위로에 앤디 올드먼의 표정이 나아질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D랭크 이하의 하위 헌터들 이야기 아닌가?”

“그, 그건 그렇습니다.”

“심지어 알렉산더, 그자도 무공 학교에 입학할 생각이라지?”

앤디 올드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가 미국에 마법 학교를 세우려는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C랭크 이상, 정확히는 A랭크나 S랭크 헌터들을 회유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래서야 D랭크 이하의 잔챙이들만 마법 학교에 입학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일반 헌터를 상대로 힘을 보이는 건 의미가 없는 거 같군.’

이미 S랭크 헌터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무공을 배우지 못한 S랭크 헌터가 무공 학교의 일개 조교에게도 밀린다고 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S랭크 헌터 본인들조차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S랭크 헌터들과 더 대결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으리라.

‘무공을 배운 이를 노려야 한다.’

마법의 위상을 끌어올리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세계에서 절대 강자로 인정받는 무인들.

그들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니, 꼭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밀리지 않는 모습만 보여줘도 IHA를 견제하기에는 충분해.’

앤디 올드먼은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울 생각은 없었다.

그가 세운 목표는 오직 하나.

고랭크 헌터들에게 마법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법의 인식을 고치려면 무공을 익힌 이들과 직접 싸우는 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노려야 할 사람은 그자다. IHA 협회장, 박한새!’

무공의 창시자이자, IHA 협회장인 박한새.

만약 그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전투력을 보여준다면?

마법의 위상은 순식간에 무공과 동등한 반열에 오를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S랭크 헌터들도 무공 학교 대신 마법 학교를 선택하게 되리라.

‘그자가 거부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여론은 나의 편을 들어줄 테니까.’

대결을 피한다는 인상만 심어줘도 이득이었다.

그 대단한 박한새를 겁먹게 할 정도로 앤디 올드먼이 대단한 강자라는 사실을 의미하였으니.

하지만 박한새와의 대결을 준비하던 그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무공 학교에서 도전장이 날아온 것이다.

‘…선수를 뺏겼다.’

박한새의 도전장이라면 오히려 반겼을 터.

하지만 박한새의 도전장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명성을 떨치는 무공 학교의 교수들이 도전장을 내민 것도 아니었다.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다름 아닌, 이성은이란 자였다.

“너무 방심하지 마라. 앤디 올드먼, 그자는 쉬운 상대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확실하게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무공의 위대함을.”

이성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무공을 배운 지 반년도 안 된 자의 말치고 상당히 오만하게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무공에 엄청난 자질을 가진 그였다.

그런데 이번에 퀘스트 보상으로 단숨에 절정 고수의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절정 고수 이상이지.’

내공만 해도 10갑자에 달하였다.

그가 나선다면 앤디 올드먼도 능히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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