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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17화 (217/275)

#217화

‘사부는 분명 방심할 상대가 아니라고 했지.’

박한새의 판단은 언제나 정확하였다.

그가 범상치 않은 상대라고 했으니, 앤디 올드먼이란 자의 실력은 분명 대단한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조금도 긴장되지 않는다.’

사실 이상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원래도 그는 S랭크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공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머지않아 세계에서 손꼽히는 헌터가 될 수도 있었으리라.

그만큼 그의 장래는 유망하였다.

그런데 무공을 배우면서 그는 이전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단지 근접전 능력이 향상된 수준이 아니었다.

마력 즉, 내공은 열 배 이상 늘어났고 스킬의 위력도 수배 증가하였다.

물론 근접전 능력이야 S랭크 수준의 육체 강화 능력자도 스킬 없이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고 말이다.

“퀘스트를 깬 영향이 크다.”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진 것은 수련 효과를 배가시키는 수련 효과 상승권.

박한새가 나즐라에게 무공을 가르쳐주자 그는 또 한 번 이 수련 효과 상승권을 얻었다.

이번에는 x200이 아닌, 무려 x400이었다.

하루 수련만으로 400일 치 수련 효과를 얻는 엄청난 보상이 아닐 수 없었다.

이성은은 두 번에 걸친 보상으로 600일 이상 무공을 수련한 효과를 얻었다.

이는 무공 학교의 웬만한 교수들보다 더 오랜 시간 무공을 수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직 무공만으로 이겨주마.’

앤디 올드먼과 박한새의 제자, 이성은의 대결.

그야말로 모두가 바라던 마법사와 무인의 대결이 아닐 수 없었다.

당연히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리고 단순히 일반인들만 두 사람의 대결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부터 거대 기업의 수장들까지.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두 사람의 대결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물론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쪽은 헌터들이었다.

심지어 초대형 길드를 거느리는 길드 마스터들 역시 두 사람의 대결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알렉산더. 네가 보기엔 누가 이길 거 같냐?”

“하긴, 너에게 물어봤자, 뻔하겠네.”

S랭크 헌터, 가자라가 싱겁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때 알렉산더 고든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마 올드먼이 이기겠지.”

“네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가자라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알렉산더 고든.

그는 S랭크 헌터 중 드물게 열렬한 무공 추종자였다.

그래서 가자라는 당연히 이성은의 승리를 점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알렉산더 고든은 이성은이 아닌, 앤디 올드먼이 이길 것으로 예상하였다.

“난 올드먼과 붙어봤다. 올드먼, 그 마법사의 실력은 진짜야.”

“성은 리, 그자도 만만치 않다던데?”

“그래봤자 애송이일 뿐!”

“무공을 익혔는데 애송이라고?”

“무공이란 건 배운다고 해서 바로 실력이 느는 게 아니야!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는 S랭크 헌터 중에는 무공에 대한 지식이 많은 편이었다.

S랭크 헌터들은 워낙 자존심이 강해서 무공을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알아본 무공 지식에 따르면 앤디 올드먼 정도의 실력자를 상대하기 위해선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즉, 1년 이상 폐관 수련을 해서 집중적으로 무공을 익혀야지만 앤디 올드먼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었다.

‘근데 그 애송이 놈은 겨우 반년도 안 됐지.’

무공을 배운 지 반년도 안 되는 헌터가 앤디 올드먼을 이기는 것은 그의 상식에서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성은이 헌터로서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앤디 올드먼이 이성은을 바라보는 인식 역시 알렉산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한새, 그자가 나를 어지간히 우습게 봤나 보군.’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제자를 보낸 건 박한새에겐 잘한 선택이 맞았다.

앤디 올드먼에게는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수였으니.

하지만 제자를 보내더라도 교수쯤 되는 제자를 보냈어야 했다.

그런데 이름 한번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이라니.

이미 박한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그였기에 ‘경계’해야 할 명단도 다 파악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파악한 명단에서 이성은이란 이름은 없었다.

“반갑습니다. 과분하게도 대마법사라 불리고 있는 앤디 올드먼이라고 합니다.”

“이성은입니다.”

앤디 올드먼은 이성은의 기세를 살피고서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이성은의 기세가 매서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세랄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그랬다.

하지만 앤디 올드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마법사의 마력 감지 능력은 분명 엄청난 것이긴 했다.

수 km 떨어진 곳의 마력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물론 그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였고 말이다.

‘단, 무인은 예외지.’

이미 박한새에게도 시험한 바 있었다.

박한새가 보유한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려고 했던 것.

하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제자들에게 시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앤디 올드먼은 느꼈다.

무인들에게는 자신의 마력을 감출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마력이 감지되지 않는 이성은에게 큰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

“선공을 양보해드리겠습니다.”

그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리 말하자, 이성은은 잠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자존심이 상한 듯하였다.

‘주제도 모르는 자군. 선공을 양보해주면 그저 감사하다고 할 것이지.’

앤디 올드먼은 그런 이성은의 모습에 속으로 조소를 지었다.

이성은이 S랭크급 강자에 박한새의 총애를 받는 제자라고 해도 그에게 있어 애송이에 불과하였다.

그러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이성은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이성은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언제든 선공….”

앤디 올드먼은 말끝을 흐렸다.

갑자기 그의 눈앞에서 이성은의 신형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빠르다!’

이성은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같은 무인이라면 대충 짐작이라도 했겠지만, 그는 무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블링크란 마법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블링크를 사용한 앤디 올드먼은 이내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마치 그가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이성은이 그의 눈앞으로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금 블링크를 사용하고 이번에는 아예 플라이를 써서 최대한 멀리 날았다.

‘이렇게까지 빠를 줄이야.’

앤디 올드먼은 무인과 싸우는 것이, 육체 강화 능력자와 싸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무공이 마법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공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결국엔 그 압도적인 신속함이었다.

보법이란 것만 배워도 웬만한 가속 능력자보다 빨라졌다.

경공의 달인이 된다면 그 빠르기가 말 그대로 전광석화였다.

그래서 앤디 올드먼은 이성은의 그 발만 묶으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발을 묶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단 한 번.

이성은을 딱 한 번만 묶을 수 있다면 그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

제자리에서 그의 화력을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는 그였으니.

그런데 이성은은 그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하늘로 날아오자 이성은도 날아서 그를 쫓아왔는데, 도망치고 도망쳐도 그림자처럼 그의 뒤를 바싹 쫓아왔다.

앤디 올드먼은 그런 이성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 그는 블링크를 사용하여 장소를 벗어났다.

간발의 차로 그가 방금까지 있던 장소를 무언가가 베고 지나갔다.

‘설마 저게 그 검기인가?’

무인들이 그 어떤 스킬도 부럽지 않다고 자부하는 무공 기술이었다.

심지어 경지 구분도 이 검기를 얼마나 잘 다루냐에 따라 갈린다고 하였다.

그저 검기를 내뿜는 수준이면 일류, 그걸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면 초일류.

그리고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먼 거리에 날릴 수 있을 정도라면 절정이었다.

‘검기를 사용한 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내가 있는 곳까지 날릴 수 있었던 거지?’

앤디 올드먼은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는 이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절정이라니.

무공을 배운 지 반년도 안 된 자가 절정까지 오르는 게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하지만 이성은은 그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인지 다시금 검기를 쏘았다.

이번에도 거리에 제약이 없는 듯, 거의 10m 가까이 떨어진 그에게 정확히 날아왔다.

앤디 올드먼은 다급히 방어 마법을 사용하였다.

배리어라는 마법이었다.

8성급 던전 보스의 공격도 막아내는 그의 배리어가 검기에 직격으로 맞자 바로 금이 갔다.

그리고 그가 마력을 채워놓기도 전에 이어진 후속타를 맞고 배리어는 금세 깨지고 말았다.

그러자 앤디 올드먼은 다시 블링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처음 이성은의 공격을 회피할 때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거란 생각에 아쉬움을 느꼈던 그다.

교수급도 아니고 그렇게 널리 알려진 제자도 아닌 게 이성은이었다.

그에게 고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자신이 이성은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걱정하기엔 이미 상황은 최악이었다.

지금 그는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는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그냥 이기는 것부터 걱정해야 했다.

이성은의 전투력은 그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상위의 마법을 쓰는 수밖에.’

원래는 이 대결을 지켜보고 있을 박한새를 의식해서 ‘상급’ 수준의 마법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박한새가 자신을 적대하는 걸 뻔히 아는데 비전을 다 보여줄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힘을 숨길 수는 없었다.

빠르게 좁혀오는 이성은을 향해 폭발 마법을 사용하였다.

물론 평소에 자주 사용하던 ‘익스플로전’ 마법은 아니었다.

그보다 상위의 마법인 ‘파이어스톰’이었다.

불 속성까지 더해져서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

이 마법 앞에서는 이성은도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반격의 기회다.’

연기로 가려졌지만 그는 알았다.

파이어스톰으로도 이성은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파이어스톰은 반격의 서막을 알릴 첫 공격에 지나지 않았으니.

마력을 끌어모은 그는 다시금 최상급 마법을 사용하였다.

이번에는 무려 지진이었다.

어스퀘이크란 마법으로 이성은의 발을 완전히 봉쇄하기 위한 공격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이성은은 당황했는지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앤디 올드먼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는 쉴 틈 없이 마법을 전개하였다.

바다폭풍, 극한의 냉기, 거대한 바위, 독구름까지.

최상급 마법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대마법사’ 수준의 마법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을 헌터들은 마법의 위력에 기겁할 수밖에 없으리라.

“끝이다! 라이트닝 스톰!”

그의 손끝에서 번개가 쏘아졌다.

이 공격을 전개하고 앤디 올드먼은 확신하였다.

자신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는 이내 안색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스킬만큼은 쓰지 않고 싶었는데 아쉽군요.”

앤디 올드먼은 이제야 깨달았다.

이성은이 지금껏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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