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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18화 (218/275)

#218화

두 사람의 대결은 몇 시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이성은은 10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었고 앤디 올드먼은 대마법사 수준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몇 시간이 아니라 하루가 지나도 끝나지 않을 터.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결은 무승부로 해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쉽지만, 저 역시 승부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겠습니다.”

앤디 올드먼이 먼저 말을 꺼내자, 이성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답하였다.

하지만 앤디 올드먼은 속으로 이 같은 생각을 하였다.

‘만약 이게 실전이었으면 달랐을 거다.’

물론 그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크게 의미는 없었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판단하였다.

즉, 두 사람의 실력이 동등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와, 마법 위력 장난 아닌데?”

“미쳤다. 진짜.”

“저 정도면 일인군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은데?”

앤디 올드먼이 보여준 실력은 확실히 놀라웠다.

한 명의 헌터가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군 관계자들의 경우, 앤디 올드먼 수준의 마법사를 대규모로 양성할 수만 있다면 현대 병기가 필요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물론 앤디 올드먼이 원하는 결과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화력이 세면 뭐 해. 무공 익힌 헌터는 못 당하는데.”

“그러니까. 이성은이라는 사람, 무공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며?”

“무공 몇 개월 배워서 저 정도 실력이라. 역시 무공이 답인가.”

“그 어떤 공격으로도 죽지 않는다니. 무인이야말로 무적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거 같은데.”

만약 박한새를 상대로 무승부란 결과를 냈으면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은은 박한새의 많고 많은 제자 중에서도 그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심지어 무공 학교 출신도 아니었기에 앤디 올드먼의 실력은 더욱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었다.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무승부로 끝나서 아쉽습니다.”

“그 정도면 잘해준 거다.”

“사부가 그렇게 말씀하셔도 아쉽습니다. 실전이었으면 제가 이겼을 텐데….”

실전이라면 달랐을 것이다.

이건 아마 앤디 올드먼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이성은의 자신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성은의 말처럼 실전이었으면 그의 승리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 일이었다.

그만큼 그의 실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근데 이제 저도 명성이 생겼으니, 무공 학교의 교수가 될 수 있을까요?”

“이성은 헌터 정도라면 교수가 아니라 어디 총장이 돼도 될 거 같은데요?”

이성은이 교수 이야기를 꺼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유지은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총장이라니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하하.”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리 말하는 이성은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순박한 그의 모습이 뭔가 우습게 느껴졌다.

내가 기억하는 그는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였는데 말이다.

“너에게는 유럽을 맡길까 생각 중이다. 물론 네 의사가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야.”

“유럽이요?”

“IHA 유럽 본부를 말하는 거다.”

“…저에겐 너무 과분한 자리 아닐까요?”

“네 실력이라면 과분할 것도 없지.”

러시아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IHA의 영향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유럽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선 가만히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성은이라면 내가 기대하는 유럽 본부장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사부가 시키면 하겠습니다.”

“나즐라도 데리고 가라.”

“나즐라가 저를 따라오려고 할까요?”

“네가 데려온 인재니 네가 책임져야지.”

“저를 굉장히 미워하는 거 같던데….”

“미워하는 게 아니라, 질투하는 거다. 네가 너무 앞서가고 있으니 말이야.”

내게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나즐라는 이성은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이성은이 내게 그녀를 추천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단 거의 비슷한 시기에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는데 벌써 절정 고수 이상의 실력을 가지게 된 이성은의 모습을 보고 질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소식은 없어?”

“다른 소식이라면?”

“나즐라에게 무공을 가르친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잖아.”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성은은 이내 탄성을 질렀다.

“아직은 따로 소식이 없습니다.”

이성은이 유지은의 눈치를 보며 내게 그리 말하였다.

그러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물었던 건 다름 아닌, 퀘스트였다.

즉, 새로운 퀘스트가 떴는지를 물어봤던 것인데, 아쉽게도 통 소식이 없었다.

‘두 개의 퀘스트 보상은 내게도, 성은이에게도 꼭 필요한 보상이라 좋았었는데….’

수련 효과 상승권이라는 보상은 굉장히 유익하였다.

카르마 수십만을 받는 것보다 훨씬 이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새로운 퀘스트가 안 뜨니 보상이 아무리 좋아도 의미가 없었다.

“한새 씨, 무슨 소식을 기다리시는 거예요?”

“또 두 사람만 아는 이야기 하시네. 이럴 때면 이성은 헌터에게 질투심을 느낀다니까요?”

“두 사람의 대결 이후, 헌터들의 반응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내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그같이 묻자, 유지은이 추궁하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성은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성은은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황급히 내게 말했다.

“저는 이만 수련하러 가보겠습니다.”

이성은이 떠나자 유지은은 한숨을 내쉬더니 내 질문에 답해주었다.

“일단 S랭크 헌터들은 마법을 크게 신경 안 쓰는 거 같아요.”

“마법의 위력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나 봅니다.”

“마법이 아무리 강해도 무공에 밀린다는 인식이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마법은 알려진 게 워낙 적기도 하고요.”

S랭크 헌터들로선 굳이 확실하게 강해질 수 있는 무공을 두고 마법을 선택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마법은 실력을 늘리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S랭크 헌터만 꼭 집어 말한 것을 보면 A랭크 이하는 반응이 조금 달라진 모양입니다.”

“예. 아무래도 무공 학교에 들어가려면 자격이란 게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마법 학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고랭크 헌터가 많은 거 같아요.”

한국에서 처음 무공 학교를 만들었을 때는 그저 재능만 보고 사람을 뽑았었다.

하지만 앞으로 무공 학교에 들어오려는 이들은 재능이 독보적으로 뛰어난 것이 아니라면 공적 점수란 것이 필요하였다.

정의를 행하는 헌터를 뽑기 위함이었는데, 이런 조건 때문에 무공 학교 대신 마법 학교를 선택할 헌터가 꽤 생길 거 같았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조건을 없앨 수는 없겠지.’

인재를 마법 학교에 빼앗길 수도 있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인재를 빼앗기는 것보단, 빌런이 될 자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였다.

내가 창시한 무공이 악인의 손에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백악관에서도 여전히 마법 학교를 더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더라고요.”

“또 뭔가를 한답니까?”

“마법 학교 창립식 때 피터 파인 국장이 직접 참석한다고 하네요.”

“무공 학교 창립식 대신 마법 학교 창립식을 선택한다는 뜻이군요.”

미국이 무공 학교 대신 마법 학교를 지지하는 이유야 나도 모르지 않았다.

IHA가 너무 커져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일 테지.

하지만 무공 학교 대신 마법 학교를 선택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왜 그들과 손을 잡으면 안 되는지 확실하게 보여줘야겠어.’

미국에서 진행되는 마법 학교 창립식은 실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무려 수천 명의 인파가 열성적으로 손뼉을 쳤다.

놀랍게도 이 수천 명의 인파 중 절반 이상이 헌터였다.

무인의 길이 아닌, 마법사의 길을 선택한 헌터들이 마법 학교 창립식에 참가한 것이었다.

“파인 국장님. 이쪽에 앉으시지요.”

“하하, 감사합니다. 아이젠하워 상원의원님. 아, 로버트 슈프림 마스터도 계셨군요.”

“오랜만입니다. 국장님.”

나머지 절반이라고 어중이떠중이가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미국 사회에서 거물에 해당하는 인물들이었다.

여당 상원의원부터 대형 길드의 마스터, 심지어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팝스타도 있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만 봐도 마법의 인기가 어떤지 알 거 같습니다.”

“그야, 마법의 힘을 봤으면 인기가 없는 게 이상한 거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엄청나 보이긴 하더군요. 일개 개인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다니. 헌터가 부러운 것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무공이 세계적인 인기지만, 미래는 마법사의 것이 될 겁니다.”

피터 파인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암. 역시 무공보다 마법이지.’

The Guardians는 추후 헌터 전력을 양성할 때, 무인보다 마법사를 우선하기로 하였다.

국장인 그가 무공 학교 창립식 대신 마법 학교 창립식에 참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IHA가 지금처럼 오만하게 굴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피터 파인은 박한새의 얼굴을 떠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The Guardians의 국장인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박한새가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으로 궁금하였다.

갑자기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가면을 쓴 괴한이 나타났다.

“테, 테러인가?”

미국인들은 테러에 민감하였다.

당연히 가장 먼저 테러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피터 파인도 잠깐 두려움을 느꼈으나, 이내 태연한 척 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괴한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이 안에 수천 명의 헌터분들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던 사람들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처럼 이 안에는 무려 수천 명의 헌터가 있었다.

헌터뿐만이 아니었다.

괴한을 향해 가장 앞줄에 있던 앤디 올드먼이 달려갔다.

앤디 올드먼의 무력은 S랭크 헌터를 뛰어넘는 수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패닉에 빠지지 않고 상황을 지켜봤다.

“국장님. 지금이라도 대피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피하기는. 됐네.”

경호 헌터들이 그에게 대피하자고 하였으나 피터 파인은 이를 거절하였다.

겨우 괴한 한 명 때문에 The Guardians의 국장이 도망을 친다니.

언론에 나오기라도 하면 어디에서도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었다.

“곧 올드먼 경이 상황을 종료할 거야.”

그렇게 그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일 때,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강단 쪽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저건 또 뭐야?”

“마법인가 봐.”

“저, 저게 마법이라고?”

사람들은 검은 연기를 마법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검은 연기를 헤치고 나타난 것은 절대 인간으로 볼 수 없는 형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 몬스터다!”

“몬스터야! 목이 없는 몬스터라고!”

일반 사람들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헌터들도 크게 경악하였다.

“며, 몇 성급 몬스터지?”

“마력 양으로 봤을 때 최소 7성급 이상이야!”

“미, 미친! 7성급 이상이라고?”

“도망쳐! 여긴 지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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