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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26화 (226/275)

#226화

‘물론 그렇다고 중국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한국과 러시아, 대만 등.

지금도 이미 중국을 사방으로 포위하며 압박하고 있었다.

대만의 13연맹을 지원하여 적비단을 대대적으로 색출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였다.

꼭 성연 길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중국의 헌터 전력은 앞으로 계속 상승하게 될 터.

그리고 이 같은 중국의 헌터 전력은 인류에 해가 됐으면 해가 됐지, 절대 이롭지는 않을 것이다.

“이세훈을 죽이는 일 대신, 다른 일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어떤 명령이든 기쁘게 수행하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무공을 가르쳐줬으면 좋겠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어서 그런 것일까?

그녀가 즉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빌런인 저보고 무공을 가르치란 말씀입니까?

“괜찮습니다. 제가 가르쳐달라고 할 사람들도 빌런일 것이니까.”

물론 진짜 빌런에게 무공을 가르칠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말한 빌런이란 어디까지나 중국 정부에 의해 빌런으로 수배된 사람들을 말하였다.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중국을 적대하는 중국 헌터라고도 말할 수 있으리라.

‘중국은 한족이 아닌 헌터는 거의 다 빌런 취급을 하고 있지.’

위구르, 티베트, 내몽골….

중국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독립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대대적인 탄압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헌터라고 다르지 않았다.

다른 민족의 헌터들은 인간 이하로 대우하는 중국이었다.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바로 빌런으로 수배하였고 말이다.

‘이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만큼 중국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은 없을 거야.’

위구르 헌터, 메르단 가파르.

그는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6평 크기의 작은 원룸.

이 작은 원룸이 B랭크 헌터인 메르단 가파르의 방이었다.

메르단 가파르는 지쳤는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무리하게 던전 사냥을 해서 그런지 B랭크 헌터인데도 체력이 남아나질 않았다.

“빌어먹을. 세 던전을 돌았는데 돈이 없다니.”

오직 위구르 출신이란 이유로 많은 세금을 내야 했다.

아무리 사냥을 많이 해도 남는 돈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그가 실력이 부족하냐?

그건 또 아니었다.

B랭크 중에서는 상위권이라고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리라.

‘이렇게는 못 살아.’

메르단 가파르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때 랭크만 오르면 삶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C에서 B랭크로, 그리고 B랭크 상위권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렸지만,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준이 올라간 만큼 세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금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를 ‘감시’하는 인원도 늘어났다.

‘그래도 요즘은 감시 인력이 줄어든 느낌이군.’

메르단 가파르는 청소하는 척하며 창문을 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죽은 눈빛을 하던 그였다.

하지만 창문을 열고 주위를 살필 때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내뿜었다.

메르단 가파르의 날카로운 시선에 익숙한 얼굴이 몇 명 보였다.

모두 그를 몰래 감시하는 중국의 F랭크 헌터들이었다.

‘F랭크 헌터 세 명이라. 교대 인원까지 모두 아홉 명 정도인가.’

아마 팀장급은 E랭크 헌터일 것이다.

그러면 모두 합해서 열 명 정도일 터.

물론 그에게는 위협이 되는 숫자가 아니었다.

B랭크 헌터인 그는 E랭크 이하의 헌터쯤, 한 트럭이 덤벼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만약 그가 도망가기로 마음먹는다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가족들을 놔두고 어디로 도망친단 말인가.’

B랭크 헌터인 그라면 어느 나라를 가도 환영을 받을 것이다.

아무리 무공이란 게 생겨나면서 B랭크 헌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여전히 고랭크 헌터인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문제는 그의 가족이었다.

병원에 있는 그의 부모는 사실상 인질이었다.

아마 몸이 다 나아도 병원에서는 퇴원시키지 않을 것이다.

한숨을 내쉰 그는 창문을 닫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으로 텔레그램이란 어플을 켰는데, 절망으로 가득 찬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희망이 바로 이 텔레그램이었다.

이 텔레그램에서는 위구르 독립운동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메르단 가파르 역시도 이들과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디르 – MK, 급한 소식이야!

카디르 – 어쩌면 가족을 구할 수도 있어!

텔레그램을 켠 메르단 가파르는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친우, 카디르의 연락이 와 있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MK – 그게 무슨 말이야? 가족을 구할 수 있다니?

다행히 휴대폰을 켠 상태였는지, 바로 답변이 왔다.

카디르 – ETIM에서 연락이 왔어. 너의 가족들을 구해줄 수 있대. 그리고 무공도 가르쳐주겠다는데?

MK – 그게 가능한 일이야?

ETIM은 위구르의 무장 독립운동 단체였다.

헌터들이 대거 포함된 단체였는데 당연히 중국 정부는 빌런 집단으로 선포한 상황이었다.

‘지금까지는 여력이 없다는 핑계로 못 도와줬으면서 갑자기 도움을 주겠다니. 게다가 무공은 또 무슨 말이지?’

그라고 무공을 모르진 않았다.

중국에도 무공이 도입된 상황.

그 역시도 무공을 배우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기회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카디르 – 지금 중국 헌터 놈들이 무공 배운다고 북경에 가서 충분히 가능할 거래.

메르단 가파르는 카디르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 그래도 그의 감시 인력이 갑자기 줄어든 걸 이상하다고 느꼈었다.

카디르의 말처럼 중국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무공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면 설명이 됐다.

‘만약 이 말이 진짜라면 지금 말고는 기회가 없다!’

그의 안광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희망.

생에 처음으로 희망이란 것을 발견한 자의 눈빛이었다.

중국에서 반체제 인물로 찍힌 헌터들이 은밀하게 한 곳으로 향하였다.

그들이 향한 곳은 다롄시의 장산군도였다.

“저 사람은 티베트의 A랭크 헌터 타나크 아니야?”

“지그메도 있어!”

장산군도에 모인 헌터들은 서로를 보며 크게 감탄하였다.

민족이 다르기에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곳에 모인 헌터들의 수준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말이다.

‘최소 C랭크인가. 심지어 A랭크 이상도 꽤 보이는군.’

‘이거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

‘만약 모인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면 독립도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헌터들의 수준이 심상치 않자, 몇몇은 더더욱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고 몇몇은 더더욱 희망을 가졌다.

물론 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은 은밀히 세를 규합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뒤늦게 엄청난 체격의 사내가 나타났다.

2m에 달하는 거대한 키.

전신을 문신으로 도배하고 있어서 더욱더 위압감을 내뿜는 사내의 모습에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자는… 타왕톨고이!’

‘사실상 S랭크 헌터라지?’

‘설마 타왕톨고이까지 이곳에 올 줄이야!’

이곳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사내를 알아본 눈치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타왕톨고이.

랭크는 A였으나, 실질적인 무력은 S랭크라고 평가받는 내몽골의 헌터였다.

꼭 내몽골 사람이 아니더라도 중국에 살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볼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형편없는 놈들밖에 없군.”

타왕톨고이는 절대 작다고 할 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헌터들이 몸을 움찔하였다.

물론 대부분이 A랭크 미만의 헌터였기에 타왕톨고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아무리 이곳에 모인 헌터들 대부분이 독립 운동가라고 해도 헌터인 이상, 서로 우열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우열을 나누는 기준은 랭크였고 말이다.

“근데 나를 부른 놈은 언제 나타나는 거야?”

타왕톨고이가 정면을 바라보며 짜증을 냈다.

그가 장산군도로 온 이유는 하나였다.

내몽골 출신은 절대 배울 수 없는 무공을 배우기 위해 장산군도에 온 것이었다.

‘만만한 놈이라면 최대한 빼먹을 건 빼먹은 뒤에 세력 전체를 뺏어야겠어.’

장산군도에 세워질 무공 학교에 관해서는 아직 자세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무공 학교의 인사가 몰래 장산군도에 학교를 세운다는 것만 알려져 있었다.

물론 독립운동 단체들 사이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IHA가 독립 운동가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조그만 무공 학교를 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뭐가 됐건 중국의 소수 민족에게는 은인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정작 타왕톨고이는 그런 은인을 상대로 흑심을 품고 있었다.

기회만 생기면 장산군도의 무림 학교를 장악하여 중국 내 반체제 헌터들을 모조리 휘하에 둘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독립 같은 건 알 바 아니야. 어차피 이들 전체를 내 세력에 둘 수 있다면 중국 놈들은 나를 극진히 대우할 수밖에 없다.’

내몽골 인민당이나 몽골 자유연맹당 등에서 그를 포섭하려는 시도도 하였었다.

하지만 그는 중국에서 반체제 인물로 찍힌 것과는 달리 독립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가 빌런이 된 것은 그의 성격 자체가 다혈질이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였어도 그는 빌런이 되었으리라.

그런 그이니 자신의 스승이 될 사람을 상대로 흑심을 품는 것이었다.

그때 마침 그가 기다리던, 아니 모두가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저 가면은 설마?”

“주, 죽음의 천사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을 본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의 정체가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저년일 줄이야!’

팔짱을 끼며 여유만만이던 타왕톨고이도 다른 이들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정도로 죽음의 천사, 김수민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워싱턴에 계속 머물던 나는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 무공 학교의 입학 시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였다.

내가 진짜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중국의 빌런들은 통제에 잘 따라줍니까?”

다행히 중국 내 반체제 헌터들을 규합하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었다.

화영 길드, 세이서 길드 그리고 최근에 창립되었던 정의문까지.

한국의 여러 동맹 세력이 도와준 결과였다.

하지만 과정이 좋았다고 결과까지 좋으리란 법은 없었다.

내가 모은 중국의 헌터들이 통제에 따라주지 않으면 안 하니만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예. 저를 잘 따라주고 있어요.

“외부인이란 이유로 반발하는 이는 없었습니까?”

-타왕톨고이란 자가 말썽을 피우려고 하기에 힘으로 눌러주었더니 그 뒤로는 다들 잠잠해지더군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김수민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피식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만 들으면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타왕톨고이라.’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라 잠시 기억을 떠올려보니, 파롤 말고 다른 악신의 권속이 될 헌터였다.

한국과는 따로 연이 없고 중국에서만 주로 활동하였는데, 엄청난 악명을 떨쳤었다.

“타왕톨고이를 잘 통제해주십시오. 제가 봤을 때, 그가 가장 주의해야 할 사람으로 보입니다.”

-명심할게요.

그녀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거 같았다.

회귀 전의 타왕톨고이가 제아무리 대단했어도 악신의 선택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김수민을 꺾는 건 불가능하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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