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대신 회귀함-228화 (228/275)

#228화

너튜브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새로운 마법, 오러 마법을 만들어내다.>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순식간에 1,00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는데 놀랍게도 채널 주인은 최초의 마법사로 유명한 앤디 올드먼이었다.

그리고 영상의 내용은 제목에 담겨있는 대로였다.

앤디 올드먼이 마법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을 들고 나타나는 게 영상의 첫 장면이었다.

자연스럽게 검을 뽑은 앤디 올드먼이 무언가 주문을 외우더니 검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 아지랑이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숙한 ‘검기’였다.

-마법은 한계가 없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게 바로 마법입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다니.

실로 광오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검기를 뿜어내며 그리 말하자, 신빙성이 느껴졌다.

그 검기로 여러 방어구 아이템을 가볍게 베어냈을 때는 신빙성이 배가되었다.

겉으로만 봐서는 무인들이 사용하는 검기와 그 위력이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와 ㅋㅋㅋ 마법으로 검기도 만들어내네.]

[ㄹㅇ 마법으로 못 하는 게 없나 봄.]

[올드먼이 말했잖아. 마법은 한계가 없다고.]

[근데 하필 검기라니 ㄷㄷ. 이거 사실상 선전포고 아님?]

[빼박 선전포고지 ㅋㅋㅋ 대놓고 검기 만들어냈는데.]

[이러다 보법까지 만들어내는 거 아님?]

[보법이야 이미 지금도 쌉가능.]

[ㅁㅊ 마법 개쩌는데? 이 정도면 무공보다 더 대단한 거 아님?]

[마법 코인 떡상 가즈아~!]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엄청난 반응을 보여주었다.

마법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평가받던 게 바로 근접전 능력이었다.

그런데 오러 마법이 만들어졌으니 이런 인식도 개선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마법의 잠재력이 무공보다 훨씬 뛰어날 거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무공보다 훨씬 화력이 세면서 원거리 능력까지 겸비한 마법.

이제는 근접전 능력까지 추가되었으니 마법을 무공보다 더 높게 치는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 영상 보셨습니까?”

회의를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데 이사 한 명이 태블릿을 꺼내며 IHA 간부들에게 물었다.

“무슨 영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올드먼이 직접 찍은 영상 말입니다.”

“아, 그 영상이요?”

“이 영상 때문에 인터넷은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카메론 이사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하지만 그런 카메론 이사와 달리, IHA 간부들은 이번 사태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었다.

“마법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진짜 그렇게 대단했으면 우리한테 도전장을 내밀었겠죠. 검기끼리 누가 더 강한지 대결해보자고 말입니다.”

“애초에 검기를 그저 절삭력 강화 정도로 생각하는 것부터 우습기 그지없습니다. 검기는 단순히 검의 위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끝나는 무공이 아닌데…. 쯧.”

이미 IHA 간부들은 전부 무공을 배운 상황이었다.

무공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어떤 것도 무공의 위상을 꺾을 수 없다는 자부심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미국 헌터 학교의 무공 학과장 신분으로 회의에 참석한 리암 골드버그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희야 검기의 진짜 위력을 아니 저들이 만들었다는 오러 마법을 하찮게 여기겠지만, 일반 헌터는 다르게 생각할 겁니다.”

헌터 학교에서 직접 헌터들을 상대하는 리암 골드버그이기에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여겼다.

그는 사실상 마법 학교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글쎄요. 헌터들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저렇게 이상한 주문을 외워야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검기와 같은 반열에 놓겠습니까?”

“물론 같은 반열에 놓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마법이 한계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는 있을 겁니다.”

사람들의 마법에 대한 인식이 리암 골드버그가 말하는 것처럼 바뀌는 것은 확실히 낙관적으로 볼 수 없었다.

하물며 그 비교 대상이 무공이라면 더더욱 그러했고.

나는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가 리암 골드버그를 향해 물었다.

“오러 마법이 생기면서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마법사의 근접전 능력이 강해졌다는 것이겠죠?”

무공은 근접, 마법은 원거리.

이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무공과 마법의 차이점이었다.

실제로 경지가 낮다는 가정이라면 이런 인식이 틀리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일류 이하의 무인이 검기를 길게 늘어뜨려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예. 마법사의 약점으로 꼽히던 것이 근접전 능력이었는데, 그 약점이 상쇄되었으니 헌터들은 어떻게 해서든 마법을 배우려 할 겁니다.”

“그럼 반대로 우리 무공에 원거리 능력이 추가된다면 어떨 거 같습니까?”

“원거리 능력 말씀입니까?”

간부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카메론 이사님.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겠습니까?”

“저쪽에 가만히 서주십시오.”

“여기에 서있으면 되겠습니까?”

“예. 제가 공격을 할 테니, 막으시면 됩니다.”

“고, 공격을요?”

갑자기 내가 공격을 한다고 하니 카메론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정작 나는 말과는 달리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기마 자세를 한 채, 양손을 카메론이 있는 방향으로 내뻗을 뿐이었다.

“뭐를 막으라는 말씀이신…, 컥!”

내가 양손을 내뻗자, 손바닥에서 무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카메론은 다급히 팔을 X자로 한 채 막았으나 그의 몸이 뒤로 날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장풍이다!”

처음 선보인 무공인데도 IHA들은 원래 알고 있었던 양 소리를 질렀다.

아마 IHA 간부들뿐만이 아니라, 길거리 한복판에서 같은 행동을 했어도 ‘장풍’을 외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만큼 장풍이란 건 무협지의 상식과도 같은 것이니까.

“노, 놀랐습니다. 설마 이런 식의 공격을 할 줄은….”

“다른 분들은 어때 보입니까? 이 장풍을 외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무공이 원거리에 약하다는 인식이 달라질 거 같습니까?”

“일단 중요한 것은 사거리와 위력일 거 같습니다.”

리암 골드버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지금은 겨우 8m 거리에서 날렸지만, 실력에 따라 100m 이상 떨어진 적도 타격할 수 있습니다.”

마법처럼 수 km 이상의 거리에 있는 적을 타격할 수는 없었다.

아니, 타격 자체는 가능해도 살상이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반대로 100m 안이라면?

“위력도 실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8성급 몬스터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름 때문에 장풍을 그저 바람을 날리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풍은 바람만 날리는 것이 아니었다.

장풍에는 기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기를 검기처럼 날카롭게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였다.

회귀 전에 내가 자주 사용하던 검풍이란 기술도 장풍을 응용한 기술이었다.

단지 손에서 내뿜는 것이냐, 검에서 내뿜는 것이냐의 차이였다.

“그리고 이런 무공도 있습니다.”

간부들에게 또 하나의 무공을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무공은 탄지신통이라는 무공이었다.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으로 기를 발산하는 무공이었는데, 원리는 장풍과 유사하였다.

“오오오!”

“위력이 무척이나 강해 보입니다!”

“헌터에게도 먹히는 총처럼 느껴지는군요.”

“소리까지 안 나서 더 위협적이지 않습니까?”

탄지신통의 위력을 지켜본 간부들은 크게 감탄하였다.

손에서 마치 총을 쏘듯 무형의 기를 쏘아내는데, 한눈에 봐도 위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뭐, 보는 것과 달리 그리 유용한 기술이라고 볼 수는 없지.’

사실 탄지신통은 배우는 시간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무공이었다.

총알보다 작은 크기의 기 덩어리로 집채만 한 몬스터를 잡을 정도의 실력이 되려면 엄청난 시간을 쏟아야 했으니까.

경지로 따지면 최소 초일류 수준은 되어야 탄지신통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초일류 무인의 경우, 탄지신통을 배우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경지를 한 단계 높여서 절정이 된다면 검기를 탄지신통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대인전에서는 또 다르긴 하지만 말이야.’

대인전이라면 탄지신통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마법사’가 상대라면 더 그러했고.

며칠 뒤.

네티즌들은 너튜브에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환호하였다.

마치 앤디 올드먼을 저격하듯, <한계를 초월하는 것, 그것이 무공이다.>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앤디 올드먼의 영상보다 훨씬 화제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영상의 주인공이 IHA 협회장 박한새였다.

[사부가 왜 여기서 나와?]

[와 ㅋㅋㅋㅋ 개꿀잼]

[알고 보니 무공도 한계가 없었잖아?]

[애초에 무공이 창시된 지 몇 년도 채 안 됐음. 물론 그 몇 년 만에 전 세계를 씹어 먹은 게 무공이지만 ㅋㅋ]

[마법 코인 떡락 가즈아~!!]

[이번에는 무공 코인 풀매수 가야겠다 ㄷㄷ]

[근데 진짜 무공 vs 마법 뭐가 더 대단한 거 같음?]

[딱 보면 모르겠냐. 무공이 이겼잖아.]

[마법이 이의 제기하려면 이성은부터 꺾어야 함. 엌ㅋ 근데 올드먼부터 이성은에게 발렸쥬?]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네티즌 여론은 마법을 조금 더 높게 쳐주는 분위기였다.

당장이야 무공이 마법을 압도하지만, ‘잠재력’만큼은 마법이 우세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네티즌들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앤디 올드먼이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는 놀라웠다.

하지만 이런 여론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박한새가 영상을 올림과 동시에 여론이 반전하게 된 것이다.

[원래도 무적이었는데 원거리 능력까지 생기다니. ㅁㅊ.]

[무인과 마법사가 같은 경지라면 무인이 필승이고 마법사가 경지 하나는 높아야 그나마 비등할 듯.]

[ㅇㅈ. 애초에 1:1이라면 무인이 절대 질 수 없을 거 같음.]

방구석 전문가들의 의견은 오랜만에 하나로 통일되었다.

그 정도로 무공과 마법을 비교했을 때, 무공의 위력이 우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앤디 올드먼도 박한새가 직접 출연한 <한계를 초월하는 것, 그것이 무공이다.>라는 너튜브 영상을 봤다.

영상을 본 앤디 올드먼은 이를 갈았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새로운 무공을 꺼내다니!’

정말 예상한 것은 아닐 거다.

오러라는 마법은 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마법이었으니.

하지만 박한새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사실 그로서는 박한새가 농락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했다.

장풍이나 탄지신통이란 무공을 겨우 며칠 만에 만들었다는 것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상태에서 감추고 있었다는 게 훨씬 마음속으로 위안이 됐으니 말이다.

“스, 스승님. 저 탄지신통이라는 무공을 어떻게 보십니까?”

“…유난 떨 정도는 아니야. 배리어로 막으면 그만이니.”

“하지만 그자의 설명에 따르면 탄지신통은 상대가 전혀 느낄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만약 그자가 이 기술을 암습에 사용한다면….”

그 역시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제자가 지적한 점을 우려하고 있었었다.

안 그래도 무공은 암살에 유리하였다.

그런데 탄지신통이란 기술까지 추가되었으니 더더욱 암살에 유리해질 터.

‘도대체 놈의 한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설마 정말 한계가 없는 것은….’

두려움.

오직 성좌인 파롤에게만 느꼈던 이 감정을 박한새에게 느끼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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