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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42화 (242/275)

#242화

저주를 일으키던 악신의 화신도 죽였겠다, 무공의 기초도 어느 정도 가르쳤겠다, 나는 다시 원정대를 이끌고 서쪽으로 진군하였다.

보급 때문에 해안가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곧 모로코까지 닿을 기세였다.

“아프리카에는 정말 별의별 괴물이 다 있네요.”

“무슨 외계 행성에 온 느낌입니다.”

김민경과 신경철이 주변을 둘러보며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나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로코와 알제리 국경 부분을 지배하는 악신은 뭔가 식물과 관련 있는 악신인 듯싶었다.

곳곳에 괴상하게 생긴 식인 꽃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저 식물들 때문인지 몬스터는 별로 없어 보이는군.”

이정이 그리 말하는 순간, 갑자기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뭐야, 저건?”

“덴드로이드인 거 같습니다.”

움직이는 나무, 그것은 다름 아닌, 덴드로이드라는 이름의 몬스터였다.

“말하자마자 몬스터가 튀어나오다니.”

얼굴을 붉히는 것이 살짝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덴드로이드라는 몬스터를 눈여겨볼 뿐이었다.

물론 덴드로이드가 위협적이기 때문에 눈여겨본 것은 아니었다.

겨우 6성급 몬스터였으니 위협적일 리가 없었다.

‘덴드로이드가 출몰하는 던전은 영약을 생산하기에 최적화된 던전이지.’

러시아의 바스타크 던전에서 얼마나 많은 영약이 생산되고 있던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덴드로이드의 서식지를 발견한 것은 실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 이런 식으로 내게 도움이 될 던전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군.’

덴드로이드 무리가 있던 지역도 순조롭게 ‘정화’하였다.

참고로 내가 말하는 정화란, 악신의 화신을 제거한 뒤, 던전을 인류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말하였다.

“이번 악신도 참 징그럽게 생겼네요.”

“아마 본체는 더 징그러울 겁니다.”

“그건 그것대로 더 공포인데요?”

우리는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며 악신의 화신을 공격하였다.

이번에는 김민경과 고정희, 이렇게 둘이서 악신의 화신을 상대하였다.

두 사람 모두 공격 스킬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오직 무공만으로 악신의 화신을 상대하였는데,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역시 루키푸구스의 화신이 유별난 것이었고 그냥 평범한 악신의 화신은 절정 고수 선에서 정리가 되는 거 같았다.

‘하긴, 루키푸구스의 화신도 이성은이나 이정이 나선다면 충분히 정리할 수 있을 거 같긴 했지.’

악신이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그들이 세상에 개입할 수 있는 선은 정해져 있으니까.

나무 형태의 화신은 결국, 고정희가 휘두른 검격을 맞고 소멸하였다.

“고정희 교수님 만세!”

“민경이 누나도 멋있어요!”

원정대 대원들은 두 사람의 팬이라도 되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여성 고수라서 그런지 더 인기가 많은 거 같군.’

내가 화신을 벨 때, 그리고 이성은이 화신을 벨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이었다.

하기야 지금 이곳엔 남자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여성 고수인 두 사람에게 환호를 보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고정희의 경우 미인인 데다, 워낙 자상하기도 했고 말이다.

‘나즐라도 꽤 인기가 많다지?’

딱히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번 생에서 그녀와 나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으니.

‘아니, 아예 상관없는 일은 아니지. 그녀가 또 언제 배신할지 모르니 말이야.’

모로코로 향하는데 갑자기 한 마을이 나타났다.

멀쩡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마을이었는데, 지금까지 폐허와 황무지만 봐왔다는 걸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 인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인간의 흔적 정도가 아니라, 저기 사람들도 보이는데요?”

심지어 사람들도 보였다.

이곳이 아프리카라는 것을 생각하면 꽤 멀쩡한 행색의 사람들이었다.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력이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지.’

애초에 마력을 가졌다는 것부터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저들이 전부 헌터가 아닌 이상, 마력을 가진 게 말이 안 됐으니까.

하지만 자세한 정보 없이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일단 대화를 나눠봅시다.”

우리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모로코의 원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우리를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와! 사람이라니!”

“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군요!”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등.

그들은 온갖 언어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마치 구원자를 대하듯 우리를 대하였는데, 대원들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희희낙락하였다.

“악신들의 지배 아래 살아남은 원주민이 있을 줄이야. 아프리카로 오길 잘했군요.”

“정말 그렇습니다. 절망만 가득한 땅인 줄 알았는데, 희망도 있었습니다.”

나는 김민경과 주현근의 대화를 들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희망이라.

과연 이들의 정체를 알고 나서도 희망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나 역시 원주민들의 정체를 완벽하게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타고난 마력 감응력 덕에 그들의 마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만 파악하였을 뿐이다.

“방심하지 마십시오.”

“이곳은 적지 한복판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원주민들은 우리를 빈집으로 안내하였지만, 나는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였다.

마을 바로 옆에 텐트를 치고 숙영지를 세웠다.

그러자 대원들이 아우성을 쳤다.

“아니, 저기서 편히 쉴 수 있는데 왜 또 텐트 생활을 해야 합니까?”

“저들이 민폐가 아니라는데…. 아니 민폐면 돈을 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나는 그들의 아우성을 무시하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갑자기 마을에서 원주민 무리가 결계를 두드렸다.

“사부님. 저들이 우리에게 용건이 있는 모양인데요?”

“술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에게 선물을 주려나 봅니다.”

선물이라.

뭔가 더 수상하게 느껴졌다.

“결계를 풀되, 대원들에게 전투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십시오.”

“전투 준비를요?”

고정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 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전투 준비를 하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그냥 평범한 원주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원주민들이야 이곳이 두 악신 사이에 낀 중간지대라서 자신들이 무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곳이 일종의 중립 지역이라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튀니지를 시작으로 알제리를 지나면서 그런 영역이 있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결계가 풀린 순간, 평범한 마을 사람으로 보였던 모로코 원주민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아우우우우우!

“저, 저건 늑대인간 아닙니까?”

“아무래도 이곳을 지배하는 악신은 늑대인가 봅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원주민들은 외형만 봐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체형, 뾰족한 어금니, 수북한 털을 보면 사람보다는 짐승의 그것을 닮아 있었던 것이다.

“대원들에게 달려들고 있는데 이대로 놔둬도 되겠습니까?”

나는 여유롭게 지켜봤다.

무공을 가르치기 전이라면 이렇게 여유로울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 정도 상황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원주민이 술을 가져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대원들은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였다.

무공을 배우고 인류의 땅을 수복하는 과정은 분명 보람찼다.

하지만 아무리 보람찬 일이어도 그게 계속 반복되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원정이란 것을 나가본 적이 얼마나 있겠는가.

가끔 레이드가 길어지면 던전에서 며칠 생활해봤던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 아프리카 원정은 하루 이틀 수준이 아니었다.

무려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었던 것.

이러니 술을 보고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결계가 열리고 나서 그들에게 온 것은 술이 아닌, 짐승의 어금니와 발톱이었다.

‘전투를 대비하란 말이 이것을 경계해서였나!’

‘빌어먹을! 왜 인간이 갑자기 몬스터로 변하는 거야!’

처음에는 당연히 당황하였다.

자신들을 환영해주었던 원주민이 몬스터로 바뀌었는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당황했던 그들은 이내 분노를 터뜨렸다.

‘감히 나를 농락해?’

‘늑대인간이든 뭐든! 무공을 배운 나는 무적이다 이거야!’

분노한 그들은 박한새에게 배운 무공을 사용하였다.

“내, 내가 잡았어! 내가 늑대인간을 잡았다고!”

그러다 늑대인간 한 마리가 목이 베이며 죽였다.

놀랍게도 처음으로 늑대인간을 벤 사내는 E랭크 헌터였다.

루이지 란초니.

이탈리아 헌터인 그는 짐꾼으로서 튀니지 결사대에 참여하였다.

앤디 올드먼이 튀니지 결사대를 이끌 때만 해도 그는 그리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

룬어를 잘 못 외운다는 이유로 그를 푸대접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때 그는 존재감 없이 지내며 그저 짐꾼으로서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였다.

하지만 박한새가 이끄는 원정대에 합류한 그는 사람이 달라졌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일단, 어떤 전투든 간에 목숨을 걸고 싸웠다.

E랭크 헌터인데도 앞장서서 싸울 정도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좋게 보였던 것일까?

박한새가 직접 그를 제자로 받아들여주었다.

마침내 무공이란 것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무공의 힘!’

남들보다 늦게 검기를 익혔다.

보법을 배우는 속도도 한참 떨어졌다.

그래서 그는 의문을 품었었다.

과연 자신이 무공을 배운 게 의미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늑대인간과의 전투가 시작되자 그는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늑대인간은 못해도 5성급 몬스터, 아니 6성급 몬스터 수준은 되어 보였다.

미노타우로스보다 더 완력이 강하였고 민첩성과 반응 속도는 리자드맨의 그것을 넘어섰다.

오우거 정도는 아니어도 그 아랫급은 분명 될 것이다.

당연히 원래의 그라면 도망치기 바빴을 상대였다.

하지만 E랭크 헌터였던 루이지 란초니는 그 누구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그가 처치한 늑대인간 수만 열 마리가 넘을 정도였다.

“나는 무인이다! 초절정 고수의 제자라고!”

루이지 란초니의 외침을 들은 나는 피식 웃었다.

“무리하지 말라고 했더니, 어째 말을 안 듣는군.”

“무공을 배우고 첫 실전인데 당연한 거 아닐까요?”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김민경이 옆에서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

“상대가 늑대인간이라서 다행이지, 움직임에 빈틈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첫 실전치고 저 정도면 훌륭한 거 같아요. 원래는 E랭크 헌터였다면서요?”

“E랭크 헌터인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김민경 교수도 E랭크 헌터였지 않습니까.”

“하긴, 그건 그렇네요.”

“슬슬 전투가 끝나는 거 같군요.”

“와, 이제 저희는 나설 필요도 없는데요?”

“화신이 등장하면 그때는 또 모릅니다.”

“근데 저 늑대인간들은 권속 아닌가요? 권속이 저 정도 수준이면 화신도 별거 아닐 거 같은데….”

“확신할 수 없는 일입니다. 권속이 저리 많을 리는 없으니, 일종의 전염 특성일 수도 있습니다.”

“전염이라. 일종의 흡혈귀 같은 거네요.”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긴 합니다.”

“사부님의 추측이니, 아마 맞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원정이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순조로울까.

아프리카는 나에게도 미지의 영역이었기에 여전히 방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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