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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45화 (245/275)

#245화

여명회 7사도, 창웨이는 나른한 목소리로 자신의 심복에게 물었다.

“포섭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주요 인물들은 전부 포섭에 성공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창웨이는 조소를 지었다.

“무공이 좋긴 한가 봐. 조국애가 전혀 없는 자들까지 포섭에 성공하고 말이야.”

“아무래도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강한 자들이라 쉽게 먹혔던 거 같습니다.”

창웨이로선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세상에 강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다 무공을 원한다면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이 무공을 원한다는 말과 다를 게 없었다.

실제로도 그렇기도 했고 말이다.

‘이제는 무공 따위라고 비하하지도 못하게 됐군.’

세상이 변했다.

여명회의 인사인 그조차 무공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아무튼, 인원은 충분히 모인 거 같고….”

그는 동남아 각지에 퍼져있는 화교 2세, 3세를 비롯하여 중국계 미국인 등을 대거 포섭하였다.

포섭 기준은 C랭크 이상의 헌터였다.

물론 포섭 작업을 할 때 겉으로 내세운 건 정부 인사였다.

인류의 적으로 선포된 여명회에서 포섭 제안을 하면 통할 리 만무하였으니까.

“격체전력이란 기술도 완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었지?”

“예, 새로운 무인의 양성은 이제 무리 없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그는 조직 전체에 무공을 도입할 준비를 거의 끝마친 상태였다.

한국의 성연 길드 덕에 실력자가 대거 양성된 것이다.

“그럼 그 이세훈이란 고려 놈은 더는 필요 없겠군.”

“…이세훈을 제거하시겠습니까?”

“굳이 살려둘 필요가 있나?”

성연 길드의 길드 마스터, 이세훈.

그 덕에 중국인들도 무공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쓸모는 이제 다했다.

이미 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웠기 때문이었다.

“죽여라. 고려 놈은 내가 다스리는 영역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

청두시에는 8성급 던전이 있었다.

도강언 바로 옆에 있다고 해서 도강언 던전이라고도 불리는 던전이었다.

“이곳에서 처음 8성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을 때, 헌터가 몇 명이나 죽었다고 했지?”

이세훈이 자신의 옆에 목석처럼 서있는 헌터를 보며 물었다.

그는 천청이란 이름의 헌터로 중국에서도 위명이 높은 S랭크 헌터였다.

공산당의 권력자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 위세가 높기도 하였는데, 그런 천청이 이세훈을 향해 공손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총 마흔 명이 사망하였습니다.”

“S랭크 헌터도 두 명이나 죽었었다고?”

이세훈은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활하는 그가 모를 수 없는 정보였다.

8성급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은 헌터 강국임을 증명하듯, 별다른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명 피해가 겨우 만 단위에 불과할 정도.

중국의 영토를 생각하면 그 정도 피해는 선방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어디까지나 공식적 통계일 뿐이었다.

예로부터 통계 조작에 능한 중국은 던전 브레이크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를 축소하여 통계를 냈다.

실질적으로 따지면 인명 피해는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여기에 헌터의 사망자 수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도강언 던전에서만 S랭크 헌터가 두 명이나 죽었으니 말 다 한 것이 아닐까.

“무공을 배우지 않았을 때의 중국 헌터들은 확실히 약했나 봐. 이 정도 수준의 던전에서 그만한 피해가 나오다니 말이야.”

“그래서 제가 스승님을 존경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후후, 굳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아도 천청, 자네가 날 존경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 그러니 이렇게 믿고 내 옆자리를 맡기는 거 아니겠어?”

“저로선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다음 던전은 어디라고 했지?”

도강언 던전이 끝이 아니었다.

중국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던전 레이드를 계속 해야 했다.

그것도 아무런 피해 없이 말이다.

‘뭐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무공을 배운 인원만 던전에 들어갈 텐데, 사망자가 나올 일은 거의 없었다.

그가 키운 인원은 하나같이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거기서도 우리의 힘을 보여주면 중국 정부도 더는 우리를 의심하지 않겠지?”

“우리라….”

“스승님. 스승님께서 계속 우리라고 하니 진짜 가까운 관계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천청의 말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갑자기 그의 길드원들이 있는 곳에 소란이 벌어졌다.

“고려봉자 놈들을 죽여라!”

“놈들은 우리의 스승이 아니다! 그저 적일 뿐!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이세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려봉자를 죽이라니?

그래도 회화가 제법 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는 자신의 중국어 실력에 의문을 품었다.

그만큼 자신의 중국 제자들이 외친 중국어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는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다급히 검을 빼 들었다.

검기를 가득 실은 검이 그의 검을 타격하였다.

물론 그 역시 검기를 실은 상태였기에 막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처, 천청?”

“스승 행세를 하더니, 실력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실력은 있어도 눈치는 없는 모양이군.”

처음 보는 천청의 차가운 표정을 보며 이세훈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설마 중국 전체가 나를 배신한 건가?’

그 혼자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한국에서 데려온 성연 길드의 정예들 역시 자신의 제자였던 중국 무인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이 개 같은 것들!”

한 명, 한 명 쓰러지는 길드원들의 모습을 보며 이세훈은 욕지기를 내뱉었다.

쓰러진 길드원 중에는 자신의 아들, 이석우도 있었다.

자신을 존경한다던 중국 무인이 자신의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 용서치 않으리라!”

이세훈은 피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다짐하였다.

스승을 배신하다니.

그냥 배신하는 것을 넘어 그의 가족까지 다 죽이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이성을 잃은 그는 목숨을 도외시하고 천청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천청이 당황하며 크게 밀려났다.

아직 무인과의 실전 경험이 적은 그는 이세훈이 이런 식의 맹공을 퍼부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세훈은 노련한 검사였다.

자신의 제자였던 천청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던 그는 정확한 타이밍에 천청의 약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천청은 다급히 뒤로 몸을 빼려 하였지만, 그의 목에 빨간 선이 그어지는 것은 막지 못하였다.

빨간 선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양의 피.

이대로 두면 죽을 것을 알아차렸는지 검을 내던지고 자신의 목을 지혈하는 천청의 모습을 이세훈은 잠시 망설이는 얼굴로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내 마음을 잡고 검을 휘둘렀다.

그것이 S랭크 헌터이자 일류 무인으로 이름을 떨치던 천청의 최후였다.

‘개 같은 놈들….’

하지만 정작 천청을 죽인 이세훈은 여전히 분노를 참지 못하였다.

천청 한 명에게만 배신을 당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천청이 죽었다!”

“노괴 놈! 감히 천청을 죽이다니!”

마침 그의 제자였던 중국 무인들이 살기충천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도망치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사지를 잘라주마!’

이세훈이 남으로, 남으로 계속 도망치던 중이었다.

검은 로브를 쓴 일단의 무리가 길목을 막아 세웠다.

“네놈들은 뭐지?”

그가 살기를 내뿜으며 물었음에도 검은 로브를 쓴 무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한 기색으로 그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성연 길드의 길드 마스터 이세훈, 맞나?”

“네놈들은 뭐냐고 물었다.”

“우린 적비단이다.”

“적비단? 거기는 이미 망한 곳이….”

이세훈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자신들의 정체를 적비단이라 밝힌 이들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검은 로브를 휘날리며 빠르게 접근하는 상대를 보며 이세훈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제는 개나 소나 무공을 사용하는군!”

그는 몰랐다.

저들이 무공을 사용하게 된 것이 그의 덕이라는 사실을.

“설마 이건… 진법?”

사방으로 포위한 채 그를 공격하는 적들의 모습은 마치 하나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한 명, 한 명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그의 반격이 통하지 않았다.

마치 그의 공격을 혼자가 아닌, 적들 전체가 동시에 방어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세훈은 이런 느낌을 몇 번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무공 학교의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무공을 활용하였던 것이다.

‘제기랄! 적비단 같은 폭력 단체가 어째서 무공을 익히고 있는 거야!’

적비단이 어떻게 무공을 익혔고 어떻게 진법을 익혔을까?

또, 그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세훈은 여러 의문을 동시에 품었다.

하지만 그는 의문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으로는 일류 고수 여럿이 진법까지 펼친 공세에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복수를… 중국 놈들에게 복수를 해야 했는데…. 컥!”

중국 강남.

13연맹의 영업장은 옛날을 생각하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평화로웠다.

최근에 들어온 신입들은 아예 전쟁이란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이곳이 그들의 영역 즉, 대만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 나도 무공이나 배우고 싶은데.”

“네가 무공은 무슨.”

“내가 뭐 어때서? 랭크 낮다고 무공에 재능이 없으라는 법은 없잖아?”

“응, 그래봤자 무공 학교에서 뽑는 사람은 고랭크 헌터들뿐이야.”

“젠장. 그래도 언젠가는 배울 수 있겠지?”

“네가 한 사십 대 되면 그때는 네 차례가 오겠지. 물론 중간에 비각성자 전형이 더 늘어나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야.”

13연맹의 조직원들이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때였다.

갑자기 도박장의 문이 열리며 검은색 의복을 입은 자들이 나타났다.

“뭐야, 저놈들?”

“적비단이라는데?”

“적비단이라고? 그놈들 다 뒤진 거 아니었어?”

적비단은 IHA의 은밀한 지원을 받은 13연맹의 공세에 모든 세력을 잃고 몰락하였다.

이제는 대만은 물론, 중국 안에서도 잊혀가고 있을 정도였다.

“여기에는 왜 나타난 거래?”

“뻔하지. 우리 영업장 노리는 거 아니야?”

“퇴물 놈들. 지들이 다시 나타났다고 우리가 겁먹을 줄 알았나?”

“그러게. 웃기는 놈들이야.”

예전이었으면 그들의 등장에 공포를 느꼈을지도 몰랐다.

적비단은 아시아 전체에서 실로 엄청난 위세를 자랑하는 폭력 단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름도 잊혀 가는 퇴물에 불과하였다.

“어이, 적비단! 뒤지고 싶지 않으면 꺼져!”

13연맹에서 홍곤을 맡고 있는 노란 머리의 사내가 적비단에게 다가가 거칠게 외쳤다.

그러자 적비단 조직원들은 거의 동시에 검을 뽑았다.

“이 새끼들이 감히 손님들 앞에서 검을 뽑아? 내 손에 뒤지게 맞아 봐야 정신을…. 컥!”

홍곤은 말을 끝내지 못하였다.

가장 선두에 선 적비단 조직원 한 명이 그에게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화, 황싱이 당했다!”

“미친! 최소 B랭크인 모양인데?”

13연맹의 조직원들이 요란을 떨 때 적비단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하였다.

지휘관이었던 홍곤이 죽었기 때문일까?

13연맹은 패닉에 빠진 채 지리멸렬하였다.

아니, 설령 그들이 정상적인 상태였어도 전멸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B랭크 헌터인 홍곤들조차 적비단의 단원 한 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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