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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46화 (246/275)

#246화

“한궈위! 우리 북련방을 건드리고 무사할 거 같아?”

“북련방 쪽에서 먼저 우리 영역을 침범한 게 잘못이오!”

“상하이가 언제부터 대호방의 영역이었지!”

“이미 연맹 전체가 인정한 사실인데 부정하다니! 북련방은 역시 신의가 없구려!”

적비단이란 공공의 적이 사라지며 13연맹은 조금씩 분열하기 시작하였다.

연맹의 의장인 왕자성은 오늘도 연맹 내의 갈등을 힘겹게 중재하였다.

“자자, 그만하십시오.”

“왕 대협! 하지만 북련방이 우리 쪽 사람을 다치게 하였습니다! 대호방의 명예가 걸려있는 문제인데 이번만큼은 절대 가볍게 넘어갈 수 없습니다!”

“명예가 아니라 돈이 걸려있는 거겠지! 왕 대협! 저야말로 이번에 확실하게 정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상하이는 누구의 영역입니까?”

“누구의 영역이냐니! 우리 대호방의 영역이라니까!”

“흥! 적비단과의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던 것은 우리 북련방인데 어찌 가장 부유한 상하이를 대호방이 가진단 말인가!”

왕자성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무공 수련에만 열중하고 싶은데 13연맹의 의장이란 위치는 그런 그가 수련에 집중하도록 놔두질 않았다.

‘적비단과 전쟁할 때는 이렇게 폭력을 동반한 이권 다툼은 없었는데 말이야.’

폭력을 동반하기는커녕 서로 똘똘 뭉쳐서 싸웠었다.

그야말로 신의와 우의로 하나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그렇다고 그때가 그리운 것은 아니었다.

피로 점철되었던 그때가 그립다면 그건 피에 미친 사람일 것이니.

“대, 대협!”

“저, 적비단의 습격입니다!”

심복이 갑자기 그에게 달려와서는 그와 같은 보고를 하였다.

“적비단의 습격이라니?”

“상하이, 광저우의 영업장들이 적비단이라 밝힌 조직에 의해 습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적비단이 부활한 거 같습니다.”

13연맹 간부들은 그 다급한 보고를 듣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소를 흘렸는데, 그들은 적비단의 최후를 직접 목도하였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놈들이 부활을 선언한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현실은 패잔병이나 다를 게 없는데 말입니다.”

“옛 영광을 잊지 못한 거 같습니다.”

“쯧쯧. 과거에 취한 채, 현실을 외면하다니.”

“이참에 말단들까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올 테면 와라.

연맹 간부들은 적비단의 부활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과거라면 두려웠을 것이다.

적비단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으니.

그 영역은 중국을 넘어, 동남아 전체, 심지어 한국이나 일본으로까지 확산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적비단이 자랑하던 S랭크 헌터들도 거의 다 죽었고 설령 그들 전체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이전만큼 위협적이지 않았다.

지금은 무공의 시대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적비단이 무공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무, 무공이라고요?”

하지만 그때, 왕자성의 심복은 충격적인 보고를 하였다.

부활한 적비단에서 무공을 사용했다는 보고였다.

그리고 그 보고를 듣고 있을 때, 왕자성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저, 적비단이 홍콩과 마카오의 영업장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의 영업장이 공격당했다는 보고를 방금 들었는데 벌써 홍콩과 마카오를 공격하고 있다고?”

중국 본토를 공격한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바로 홍콩과 마카오까지 노린다니?

이러면 오늘 안에 대만까지 공격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정말 무공을 얻긴 얻었나 보군.’

왕자성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적비단이란 조직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었다.

한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폭력 단체였으니까.

단일 단체로는 가장 많은 고랭크 헌터를 보유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단체가 무공을 얻었다고 하니 왕자성으로선 심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13연맹은 아직 무공을 익힌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더더욱 심각하게 여겨졌다.

사막의 신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악신으로 인해 나는 원정을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원정을 중단한 이후로도 한동안 아프리카에 머물렀다.

정리할 게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악신의 침공이 있을지 모르는 땅을 왜 그리들 탐하는지. 쯧.’

만약 튀니지 결사대가 성공했으면 제국주의가 부활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도 북아프리카를 탐하는 유럽 국가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프랑스는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알제리 정부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겠다네요.”

“다른 욕심은 버린 거 같습니까?”

“버렸을 거예요. 협회장이 계시는데 어떻게 알제리 땅을 탐하겠어요?”

“이탈리아는요?”

“이탈리아 역시 모로코 정부에 더 간섭하지 않을 거 같아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그리고 스페인과 네덜란드까지.

나는 북아프리카에 머물면서 유럽 국가들이 허튼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막아냈다.

그들은 여론도 움직여보고 돈으로 나의 환심을 사려고도 하였지만, 그런 수작들이 내게 통할 리는 없었다.

결국, 알제리와 모로코는 다른 유럽 국가의 간섭이 없는 독립 국가로 유지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경제력만큼은 다른 유럽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국가 재건 사업만큼은 IHA가 지원해주는 게 좋겠지.’

차관 얼마 정도야 이제 IHA의 자금력으로도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였다.

IHA는 일개 협회라고 하기에는 그 자금력이 가히 국가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으니까.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 저는 유럽 국가들에게 식민지를 주려고 북아프리카를 해방한 것이 아니니까요.”

“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저는 슬슬 돌아가야 할 거 같습니다.”

내 말에 제니퍼가 아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아프리카의 일이 다 정리되지 않았는데, 벌써요?”

“이제 남은 것은 정치의 영역이지 않습니까.”

어차피 지금 당장 영토를 수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막에 막혀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지금 내가 아프리카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북아프리카에 세워질 국가들을 살피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제니퍼만으로 충분하였다.

그녀는 IHA의 전 협회장이자, 현재는 명예 협회장이었다.

유럽에서 그녀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저는 제니퍼를 믿습니다.”

“미스터 박은 저를 늘 할 말이 없게 만드네요.”

“제 말이 틀린 적이 없기 때문에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실 겁니다.”

“…인정하긴 싫은데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그럼, 다음에는 미국에서 보는 거로 합시다.”

그렇게 미국으로 돌아오니 중국의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3연맹이 적비단의 대대적인 습격을 받았단 말씀입니까?”

“예. 적비단의 기습적인 공격에 대만의 13연맹은 일방적으로 패주하였다고 합니다.”

장성민은 대수롭지 않은 듯, 태연한 얼굴로 보고하였다.

외국에서 벌어진 일인 데다, 심지어 폭력 단체인 삼합회의 일이라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보고를 가볍게 듣고 넘기지 않았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봐 주십시오. 13연맹이 어찌 대응하고 있는지도 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과 대만의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적비단이 부활하여 원래의 영역을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적비단이라.”

이제는 지워진 이름이라고 생각하였었다.

13연맹을 지원하여 간부들까지 일망타진하였기에 그들이 부활할 일은 절대 없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적비단은 이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훨씬 강해진 상태로 재등장하였다.

조직원 개개인이 무려 ‘무공’을 탑재한 채 등장한 것이다.

‘무공을 얻었다고 바로 외부로 힘을 발산하려 하는군.’

뭐 그들은 외부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라 생각하는 자들이었으니.

하지만 뭐가 됐건 그들이 외부로 뻗어 나가는 걸 좋게 볼 수는 없었다.

적비단의 뒤에 누가 있는지 뻔히 아는데 당연히 그들이 잘되는 꼴을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시는 외부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어줘야겠어.”

무공을 얻고 자신감이 넘치는 거 같은데, 그 자신감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곧 깨닫게 해줘야 할 거 같았다.

티베트, 내몽골, 위구르 등등.

중국 소수민족 출신 헌터들이 그들의 출신과 전혀 연관이 없는 장산군도에 모여 오늘도 한창 무공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흐읍! 하아. 흐읍! 하아.”

가부좌 자세로 호흡에 열중하는 수백 명의 헌터들.

“모두 집중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그들이 호흡법에 열중할 때, 가면을 쓴 누군가가 나타났다.

가면을 쓴 괴인은 그들의 스승이자, 미국에서 재해급 빌런으로 악명이 높은 김수민이었다.

“곧 우리 해방 전선의 첫 번째 작전이 시작될 겁니다.”

독립!

이곳에 있는 헌터 절반 이상이 염원하는 게 바로 그들의 조국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었다.

한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차별과 멸시를 받아왔던가.

심지어 C랭크 이상의 고랭크 헌터조차 대놓고 감시하고 핍박하였다.

동료나 가족이 중국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경우도 흔했다.

이러니 헌터인 그들이 독립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를 노릴 겁니까?”

“첫 번째로 노릴 곳은 위구르 수용소입니다.”

그녀, 김수민의 말에 몇몇은 환호하였고 몇몇은 실망하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환호하는 쪽은 위구르 헌터들이었고 실망하는 쪽은 티베트나 내몽골 쪽이었다.

아무리 ‘해방 전선’이라는 같은 조직으로 묶였어도 자신들 민족을 더 우선하여 생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필 위구르부터 구한다니.”

“그러니 말이야. 인원 자체는 우리 내몽골 쪽이 더 많은데….”

“애초에 위구르 수용소는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

“맞아. 우리가 아무리 강해졌어도 위구르 수용소를 어떻게 노린다는 거지.”

김수민이 작전을 설명하는 자리에선 아무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김수민이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내몽골 헌터들이 특히 불만이 많았는데, 그들은 아예 이런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우리가 꼭 위구르를 도울 필요가 있을까?”

“…솔직히 개죽음 같기는 해. 상대는 중국 정부잖아.”

“난 그냥 외국으로 가는 게 나은 거 같은데. 지금 실력이라면 어딜 가든 대우받지 않겠어?”

“그래도 도망치는 건 남자답지 못한데….”

“지금 그런 게 중요해?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은 강한 그들이지만, 내몽골 출신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은 다소 부족하였다.

평생을 중국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막상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작전이 준비되자 그들은 갈팡질팡하였다.

“우리끼리 이럴 게 아니라, 타왕톨고이 님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게 어때?”

“좋은 생각이야.”

타왕톨고이.

내몽골에서 아니,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서 가장 강한 전사였다.

심지어 무공의 재능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무공을 배운 지금은 중국에서 제일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자가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타왕톨고이의 지시를 받기로 결정 내렸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잔말이 많아?”

“타, 타왕톨고이 님!”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기 때문일까?

타왕톨고이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장 격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던 그가 김수민을 비호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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