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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49화 (249/275)

#249화

“시, 신장 군구가 몬스터 무리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합니다.”

주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용소에서 빠져나간 위구르인들을 잡으러 움직이던 신장 군구가 왜 갑자기 몬스터 무리에 공격을 받는단 말인가?

“도대체 지역을 어떻게 관리하기에 몬스터 무리가 군을 습격한단 말인가?”

“그냥 몬스터 무리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냥 몬스터 무리가 아니면?”

“…미국에서 마법 학교를 습격하였던 듀라한 무리입니다.”

“듀라한?”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아마 듀라한은 8성급 몬스터일 것이다.

물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듀라한이 특정한 인간의 지시를 받는 몬스터라는 것이 중요하였다.

“설마 죽음의 천사인지 뭔지 하는 그 고려 여자가 신장 군구를 공격한 것이야?”

주석은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쳤다.

“감히 빌런 따위가 중국을 우습게 보다니!”

물론 그녀, 김수민이 평범한 빌런이 아니라는 사실은 주석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빌런이든 아니든, 그녀가 일개 개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일개 개인이 중국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

주석으로선 그것만으로도 이미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크, 큰일입니다!”

그가 분기를 못 참고 씩씩거릴 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 다급히 뛰어왔다.

그리고 그는 이내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줬다.

“겨우 한 명에게 차량화 보병사단 둘과 기계화 사단, 거기에 특수여단까지 궤멸당했다고?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수용소에서 빠져나간 위구르인들을 도로 붙잡기 위해 총 3개의 사단이 동원되었다.

사실 수감자를 잡기 위해 3개의 사단과 헌터로 이루어진 특수여단을 동원한 것부터가 과잉 대응이었다.

확실하게 하고자 3개의 사단에 헌터들까지 동원한 것.

그런데 그 엄청난 군대가 궤멸당하였다.

타국과 전쟁을 벌여서 궤멸한 것이 아닌, 일개 개인에게 당해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얼마나 무능하면 고작 빌런 한 명에게 당하느냔 말이야!’

분기를 참기 어려웠다.

하지만 주석은 알았다.

더 분노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사실을.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게 물었다.

“수용소에서 탈출한 위구르 놈들은?”

“차를 타고 러시아로 넘어갔습니다.”

“러시아? 설마 놈들이 국경을 열어준 것이냐?”

“예, 사전에 준비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러시아 놈들이 감히…!”

한때 든든한 동맹이었던 러시아가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물론 러시아가 배신하고 싶어서 배신한 것은 아닐 것이다.

위구르인을 받아봐야 러시아에 득 될 것은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위구르인을 받아준 것은 그들 뒤에 있는 다른 누군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뒤에 누가 있을지는 뻔하다면 뻔한 일이었다.

‘박한새! 또 네놈이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소국의 국민 주제에 무공을 창시하다니.

하지만 그때는 그저 조금 거슬렸던 수준이라면 이제는 그 어떤 정적보다도 방해가 되는 존재로 느껴졌다.

“류허 외교 부장이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중국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류허 외교 부장이 방미했을 때,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류허 외교 부장은 백악관에서의 일정이 끝나자 다음에는 나를 찾아왔다.

“협회장. 신장 사태에 대해서 해명하셔야 할 것입니다!”

류허 외교 부장은 나를 보자마자 강압적인 목소리로 그와 같이 말하였다.

뒤에는 S랭크로 보이는 헌터 둘이 있어서 꽤 위압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물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측근들은 그저 황당해할 뿐이었다.

‘주제에 감히?’라는 시선들이었다.

무공도 모르는 이들이 왜 나대냐는 얼굴이었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뭘 해명하라는 겁니까?”

“신장 사태에 협회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왔는데 부정하시는 겁니까!”

계속 이어지는 추궁에 나는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미국에서도 김수민이 내 지시를 받고 일을 저지를 때마다 나를 추궁하였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태연하게 김수민과의 관계를 부정하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하회탈을 쓴 괴인은 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 빌런이 협회장의 제자였던 김수민이라는 자이지 않습니까!”

“증거 있습니까?”

“증거? 그자가 무공을 쓰는 게 증거입니다!”

나는 같잖다는 듯 조소를 흘렸다.

“뭐가 우습습니까?”

“중국에는 무공을 익힌 폭력배들도 있는데 무공을 익혔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의심하니 우습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아까부터 소리를 지르며 무례를 저지르시는데….”

내가 말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가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노려봤다.

하지만 그런 류허 외교 부장의 표정은 이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IHA 본부입니다.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살기를 일으키자, 류허 외교 부장은 물론, 그 뒤의 S랭크 헌터들 역시 입도 뻥긋 못 하였다.

겁에 질린 것이었다.

“도대체 류허 그 양반은 왜 온 걸까요?”

유지은은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박하러 온 거 아닙니까?”

“그 되지도 않는 협박을, 우리 한새 씨에게요?”

“중국에서는 통했으니, 사부에게도 통할 거라 착각했던 모양입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중국 헌터들은 왜 그렇게 순종적인 것인지.”

나는 유지은의 그 같은 말을 듣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연 중국 헌터들이 순종적인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잘 참아왔던 것인지, 이번 기회에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어떻게요?”

“중국에 무공 학교를 설립하겠습니다.”

“무공 학교요?”

“하지만 중국에는 공적 점수를 채운 헌터가 별로 없을 텐데….”

유지은과 장성민 모두 내 말에 의아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적비단을 빌런 집단으로 선포하겠습니다.”

“중국 정부의 반발이 상당할 텐데, 괜찮겠어요?”

“상관없습니다. 그들이 빌런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니.”

헌터가 가진 능력을 불법적인 일에 사용하는 게 빌런이었다.

그런 면에서 적비단은 너무도 명확한 빌런 집단이었는데, 마약과 인신매매, 청부살인 등 음지의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하였다.

그러니 중국을 제외하면 적비단을 빌런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할 곳은 없을 것이다.

‘과연 중국 헌터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회귀 전의 기억으로 중국인들이 무공에 대한 열망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과연 그 열망을 자극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새삼 기대가 되었다.

위구르 수용소가 파괴되고 100만 명의 위구르인이 풀려나면서 중국은 엄청난 혼란을 맞이하였다.

“우리 정부가 나치 독일이 할 법한 짓을 저질렀었다고?”

“수용소를 만든 거야 그렇다 쳐도, 저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니….”

가장 먼저 여론이 흔들렸다.

위구르인들이 수용소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세계적으로 폭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중국인들은 정부의 악행보단, 중국군이 보여준 무능함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들도 이미 수용소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기에, 중국군이 보여준 무능함이 더 신경 쓰였던 것이다.

“인터넷 검열 똑바로 안 해? 신장이란 단어를 아예 검색조차 못 하게 막으란 말이야!”

정부에서는 다급히 여론을 바꿔보려고 하였다.

인민들이 그나마 지금의 정부를 용인한 이유는 지금 정부가 강한 정부처럼 보여서였다.

즉, 중국을 강한 나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현 정부와 주석을 지지한 것.

그런데 일개 반군 단체의 습격에 군대가 궤멸당했다는 소식이 인민들에게 알려졌으니 정부 지지율이 어떻게 됐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해방 전선’이라 밝힌 세력은 중국이 혼란을 수습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수용소에 갇힌 100만 명의 위구르인들을 해방한 그들은 이후 내몽골의 친중파 정치인을 공격하였다.

해방 전선은 헌터, 그것도 무공을 익힌 헌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사실상 고랭크 헌터 이상의 무력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정치인들이 헌터를 경호로 두고 있어도 그들의 습격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내몽골의 친중파 정치인들 수십 명이 순식간에 해방 전선의 손에 의해 암살되었다.

티베트와 위구르의 친중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군에는 무능한 놈들밖에 없는 거 같군.”

“주석, 아무래도 적비단을 동원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적비단이라.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정부는 적비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해방 전선의 공격은 대부분 음지에서 가해지는 공격이었기에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적비단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적비단을 동원하려고 할 때, IHA가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적비단은 빌런 집단으로 인류의 적이라고.

이 조직을 와해하는 데 협력한 헌터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공적 점수를 지급해주겠다고 말이다.

“흥! 우리가 빌런이라고?”

“웃기는 놈들이군. 지들이 뭔데?”

“푸하하하. 우리가 빌런이라고 치자, 과연 네놈들이 우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적비단의 조직원들은 이런 IHA의 견제에 그저 비웃음을 날릴 뿐이었다.

그들의 활동 영역이 다른 나라라면 위협이 됐을 수도 있었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IHA의 영향력이 작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니.

그러나 적비단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중국이었다.

그리고 중국에서 IHA의 영향력은 사실상 없는 수준.

헌터들은 아예 군인처럼 중국 정부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따를 정도였으니, 더 말해봤자 의미 없었다.

“우리도 똑같이 선포해. IHA 놈들 전원에게 현상금을 걸겠다고 말이야.”

“놈들, 무서워서 중국에는 절대 안 오겠군! 크크크!”

타왕톨고이는 자신이 은신한 던전으로 들어온 수백 명의 사내들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무인이 대략 열 명이라.’

몬스터를 사냥하러 온 인원은 절대 아니었다.

애초에 이 던전은 겨우 3성급 던전이었다.

수백 명은커녕 다섯 명으로도 충분히 보스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결론은 한 가지였다.

무인이 열 명이나 포함된 저 무리는 타왕톨고이를 잡기 위해 나선 중국 정부 소속의 헌터들이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었다.

타왕톨고이는 입술에 침을 적시며 생각하였다.

과연 자신에게 승산이 얼마나 있는지.

남들은 그의 외형만 보고 적을 만나면 무식하게 달려들 것이라고 착각하고는 하였다.

하지만 타왕톨고이는 물러나야 할 땐 물러나는 분별력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 저 정도의 전력이라면 승산은 있을 거 같았다.

무인이 열 명이라지만, 수준이 낮았다.

나머지 수백 명의 헌터야 그가 스킬 ‘주시’만 사용해도 빈사 상태에 빠질 수준들이었고.

‘싸우자.’

타왕톨고이는 결심을 내렸다.

싸우자고.

어차피 그는 은신에 자질이 없었다.

이미 저들이 이 던전을 찾아낸 이상 그의 위치가 걸리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

그러니 차라리 그가 먼저 싸움을 시작하는 게 승률이 더 높았다.

“뭐야, 저것들?”

하지만 그가 몸을 일으킨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적들 내부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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