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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55화 (255/275)

#255화

“성좌들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거 같아요.”

S랭크 헌터들이 나를 찾아온 지 사흘이 지났다.

이제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왔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직도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만 가스파르 들롱 헌터는 현상 수배범들을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네요.”

“공적 점수를 채우기 위함입니까?”

“아마, 그렇겠죠?”

내 앞에서 무공을 배우고 싶다는 소리를 했을 때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었다.

무공을 배우기 위한 목적보다는 무공을 익힌 무인과 대결을 해보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가스파르 들롱은 유럽으로 돌아가서도 무공을 배우려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과연 끝까지 무공을 배우려 할지 의문이군.’

하지만 나는 그의 열정을 회의적으로 생각하였다.

회귀 전에는 끝까지 무공을 배우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 것이 있을까 싶었다.

“가스파르 들롱이 무공 학교 입학에 필요한 공적 점수를 모두 채웠다네요.”

내 예상은 며칠 뒤에 보기 좋게 깨졌다.

가스파르 들롱이 기어코 공적 점수를 채운 것이다.

“어느 학교로 온답니까?”

“아마 유럽으로 가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프랑스 헌터가 굳이 미국이나 한국까지 와서 무공을 배우지는 않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가스파르 들롱은 공적 점수를 채운 이후에도 빌런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도무지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무공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은 충족했으면서 왜 공적 점수를 더 모으려는 것일까?

보름 뒤, 가스파르 들롱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넘어왔다.

이번에는 적합한 절차를 밟고 나를 찾은 가스파르 들롱이었다.

내가 약속된 시간에 접견실로 가니 그가 예상치 못한 말을 하였다.

“박한새 협회장. 당신의 제자가 되고 싶다.”

다짜고짜 제자가 되고 싶다 말하는 가스파르 들롱.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말하였다.

“무공을 배우고 싶으면 원하시는 무공 학교에 입학하시면 됩니다.”

“난 이왕 배울 거라면 무공을 창시한 당신에게 배우고 싶단 말이지.”

누구야 그런 마음이 없겠는가?

하지만 내 몸은 하나였다.

“죄송하지만 저는 제자를 더 받지 않고 있습니다.”

“공적 점수는 이미 충분히 채운 거 같은데?”

“…저의 제자가 되고 싶어서 공적 점수를 그리 채우신 겁니까?”

왜 그렇게 악착같이 빌런을 사냥하나 싶었더니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결정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지금 모은 공적 점수의 열 배를 모은다고 해도 제자로 받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내가 그리 단호하게 대꾸했음에도 가스파르 들롱은 여전히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를 제자로 받아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그에게는 있는 듯싶었다.

“이 몸이 무공 학교에 들어가는 게, 당신 입장에서도 그리 좋을 게 없을 텐데?”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다른 자에게 무공을 배우면 그자의 실력을 금방 따라잡을걸? 동양에선 제자가 스승의 실력을 뛰어넘는 걸 그리 좋지 않게 보는 거로 아는데, 내가 그렇게 해도 상관없어?”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엄청난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말은 허언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무공을 배우지 않은 상태로 정소연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사내였다.

만약 무인으로서 자질이 평균 이상이라면 그의 말처럼 순식간에 스승의 실력을 뛰어넘게 될 수도 있으리라.

‘이정이나 이성은 정도쯤 되어야 이자를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두 사람조차 가스파르 들롱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결국, 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으면 일단 언어부터 배우고 오십시오.”

지금도 정소연이 옆에서 통역해주지 않았으면 대화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프랑스인으로 불어밖에 할 줄 몰랐으니까.

나도 불어는 하지 못했고 말이다.

“영어 공부 중이다. 한쿡어도 쪼큼 할 수 있다. 나, 세 나라 언어 가능하다.”

하지만 그때, 가스파르 들롱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조금 어설프지만, 한국어로 명확한 의사 전달을 한 것이다.

‘그 사이에 한국어를 배운 건가?’

엄청난 열정이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 헌터가 외국어까지 배울 정도라니.

‘이 정도 열정이라면 내가 직접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박한새에게 직접 무공을 사사하는 이들을 ‘직전 제자’라고 부르고는 하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들 직전 제자는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었다.

수많은 헌터들에게 거의 종교 지도자급으로 추앙받는 것이 지금의 박한새였다.

세계에서 유일한 초절정 고수로도 알려져 있었기에 그의 직전 제자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 앞에서 대놓고 시기와 질투를 드러내는 헌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박한새에게 직접 무공을 사사한 이들이었다.

설령 가르침을 받았을 때의 랭크가 F랭크에 불과했어도 지금에 와서는 모두 초일류 수준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되어있었다.

단순히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부터 러시아, 멕시코, 남미 그리고 미국과 동남아 등등,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공을 세웠다.

무공을 배운 이들이라면 흔히 직전제자라 불리는 무인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뒤늦게 박한새의 직전 제자가 되었던 이성은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하지만 가스파르 들롱.

무공을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공을 세운 것도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한국인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시기를 받게 되었다.

지금껏 박한새의 직전 제자는 거의 다 한국인이었기에 한국인만이 ‘적통’으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놈이 그 프랑스 놈이라며?”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는데 저딴 놈에게 직전 제자의 자리를 빼앗기다니.”

마침 가스파르 들롱을 마주친 한국 헌터들이 참지 못하고 시기와 질투를 드러냈다.

그러자 그들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가스파르 들롱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남자 특.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뒤에서 뒷담함.”

너무도 자연스러운 한국어에 한국 헌터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분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시발, 지금 뭐라고 했냐?”

“하남자? 저 새끼, 한국어를 어떻게 배운 거야?”

“상남자면 한판 뜨든가!”

가스파르 들롱의 도발 아닌 도발에 한국 헌터들은 그대로 넘어갔다.

“나, 상남자다. 상남자 특. 대결 피하지 않음.”

그가 손으로 뼈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까닥하였다.

불만이면 덤비라는 의미가 담긴 몸짓이었다.

그런 가스파르 들롱을 보고 한국 헌터들은 참지 않았다.

“등급을 믿고 나대는 모양인데? 이제 갓 무공을 배운 입문자 주제에….”

박한새에게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어느 날.

가스파르 들롱은 무려 일곱 명의 무공 학교 소속 헌터들과 1:1 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전승하였다.

평소처럼 업무를 보는데 장성민이 내게 한 가지 소식을 전해주었다.

“가스파르 들롱이 유태현 조교와 대결을 하다, 유태현 조교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조교입니까?”

재능이 뛰어나고 열정까지 넘치기에 가스파르 들롱을 제자로 받은 나였다.

하지만 제자로 받자마자 계속 사고를 치니,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근데 문제는 가스파르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지.’

물론 가스파르 들롱의 문제가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는 그야말로 입이 방정인 사내였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꼭 해서 상대를 격분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그래도 어쨌든 먼저 시비를 거는 경우는 없었기에 가스파르 들롱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는 없었다.

“동료가 당하는 걸 봤으니, 다른 조교들도 가만있지 않겠군요.”

“예, 이미 가스파르 들롱 앞으로 수십 장의 도전장이 날아갔다고 합니다.”

“막을 수는 없겠지요?”

“아무래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서…….”

다시금 한숨이 흘러나왔다.

회귀 전의 기억이 있는 나로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다 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서로 싸움박질이나 하는 상황이었으니.

‘최근에 특별한 일이 없어서 그런지, 하나같이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군.’

여명회도 조용했고 8성급 던전 브레이크도 IHA가 잘 막고 있었다.

‘위기’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천하제일 무술 대회를 열어야겠습니다.”

“예? 천하제일 무술 대회 말씀입니까?”

갑작스러운 내 말에 장성민이 눈을 크게 떴다.

‘혈기를 주체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런 식으로라도 발산하게 만들어줘야겠지.’

무인끼리 서로 실력을 겨루는 천하제일 무술 대회.

정식 명칭이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대회를 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을 듯싶었다.

박한새가 준비하는 천하제일 무술 대회, 아니 비무회에 관한 소식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 이야기 들음? IHA에서 비무회 연다는데?]

[비무회가 뭔데 씹덕아.]

[모르면 찾아봐 ㅅㅂ.]

[걍 무인만 출전 가능한 올림픽이라 생각하면 될 듯?]

[와 씨. 드디어 하네. 안 그래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지 않았다.

대부분이 ‘올 게 왔다.’ 하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나라의 무인들 간의 신경전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가스파르 들롱의 사례처럼 아예 대놓고 무인 간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무인 간의 대회가 치러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졌다.

[상금 개 쩔던데 ㄷㄷ 1등이 100억임.]

[ㅁㅊ 100억?]

[아니 ㅋㅋ 무슨 1등 했다고 100억이나 주냐.]

[근데 그리 대단한 건 아닐 듯. 1등 할 정도의 실력자면 100억 정도쯤은 껌 아님?]

[ㅇㅇ 100억보다는 부상으로 주어지는 각종 영약이 오히려 더 이득일 듯.]

[그건 인정이고욘]

사람들이 놀란 것은 상금이었다.

상금의 규모가 역대 어떤 대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컸다.

총상금이 한화로 무려 500억에 가까울 정도였으니까.

물론 ‘진짜’ 무인들의 경우 부상인 각종 영약을 더 탐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약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출전 자격이 어떻게 됨? 나도 한번 출전해보려고.]

[님 티어가?]

[일류.]

[와! 일류라고?]

[ㅁㅊ 일류 고수가 여기에 왜 있냐.]

[일류가 무슨 고수냐 ㅋ 저번에 초일류 고수도 봄.]

영약이라는 부상을 목표로 평소 무공 수련에만 집중하던 이들이 대회에 관심을 가졌다.

그중엔 일류 무인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다.

[암튼 일류는 당연히 되고 무공만 익혔으면 자격 제한은 크게 없는 듯??? 근데 교수 이상은 출전 못 한대.]

[당연한 거 아님? 노땅들 출전하면 어케 싸움 ㅋㅋㅋ]

[교수라고 해봤자 20~30대가 대부분인데 노땅 ㅇㅈㄹ ㅋㅋㅋ]

[교수들 출전 못 하면 절정 이상의 고수는 거의 없겠네?]

[오, 나도 가능성 있을 수도?]

[이류요.]

[ㅂㅅ;]

그리고 비무회는 단순히 무인들 사이에서만 화제가 된 것이 아니었다.

무인의 무력 수준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를 궁금해하는 비각성자들 역시 비무회 소식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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