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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58화 (258/275)

#258화

두 명의 선수가 경기장 위로 올라가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완전히 애와 어른인데?”

“심지어 저 안능희라는 선수는 비각성자라더군.”

“허어. 비각성자라니.”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무공 학교 출신이잖아.”

“무공 학교 출신은 팔이 세 개래?”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지만, 이길 수는 없겠지?”

“혹시 모르는 일이야. 박한새도 따지고 보면 비각성자잖아?”

그렇게 말한 관중도 딱히 안능희가 이길 거라고 믿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저 흥을 돋우기 위해 아무 말이나 지껄였을 뿐.

“그래도 한국인인데 이겼으면 좋겠다.”

“예뻐서 그런 말 하는 건 아니고?”

“솔직히 저렇게 덩치 큰 남자보다 어여쁜 여자가 이기는 게 더 보기 좋잖아?”

“뭐 그건 인정.”

두 사람의 경기에 흥미를 가진 몇 안 되는 관중들이 그 같은 대화를 나눌 때,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자이언트!”

일본인 남성은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였다.

흔히 ‘거대화’라 불리는 종류의 스킬이었다.

말 그대로 신체가 거대해지는 스킬인데, 괜히 별명이 자이언트가 아닌 듯, 거의 3m에 달하는 체구를 자랑하였다.

그러자 안 그래도 애와 어른 정도의 차이를 보이던 두 사람의 키 차이가 더 압도적으로 벌어졌다.

키는 2배, 체격은 3배를 넘어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저 일본 놈은 비겁하게 스킬까지 사용하냐.”

“걸려있는 돈이 얼만데 철저하게 해야지.”

“어쨌든, 스킬까지 사용한 이상 저 일본 놈이 질 리는 절대 없겠네.”

“말해 뭐 해. 난 솔직히 저 여자가 왜 아직도 기권을 안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니까.”

“어, 달린다!”

“저렇게 그냥 달리기만 해도 밟혀 죽겠는데?”

무카이 켄타로의 돌진으로 두 사람은 마침내 격돌하였다.

몇몇 관중들은 끔찍한 광경이 예상되기라도 했는지, 경기장에서 눈을 돌렸다.

가녀린 체격의 안능희가 몬스터처럼 거대한 무카이 켄타로의 공격에 당하면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충돌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피, 피했어.”

“뭐야? 너무 쉽게 피하잖아?”

“저 일본 놈, 덩치만 크지 실속은 없는 거 같은데?”

안능희를 향한 무카이 켄타로의 두 손은 허공을 갈랐다.

보법으로 너무도 쉽게 공격에서 벗어난 것.

이에 무카이 켄타로는 분개한 얼굴로 재차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발차기를 날리는 무카이 켄타로였다.

하지만 안능희는 그의 발차기 공격을 너무도 쉽게 피하였다.

아니, 피하는 것을 넘어 무카이 켄타로의 허리에다 손가락을 날렸다.

쿡!

“설마 저건?”

“저, 점혈이다!”

“점혈을 저렇게 쉽게 써먹는다고?”

“저 여자, 알고 보니 고수였잖아!”

관중들도 웬만한 무공 기술들은 다 알았다.

점혈 역시도 마찬가지.

그리고 관중들이 아는 점혈이란 기술은 초일류 이상 경지의 전유물이었다.

이론만 안다면 삼류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지만, 실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헌터 출신의 무인도 아니고 비각성자 출신의 무인이 점혈을 사용하는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칙쇼!!”

무카이 켄타로가 제자리에서 팔을 휘두르며 발악하였다.

점혈을 당한 탓인지 하체는 아예 움직이지도 않았다.

물론 그래도 그의 발악은 위협적이었지만, 안능희는 물론이고 관중들도 알았다.

이미 승부는 결정이 났다는 사실을.

“비, 비각성자가 이겼다고?”

“말도 안 돼! 상대는 B랭크 헌터인데!”

“그냥 이긴 것도 아니야. 이건 뭐, 승부 자체가 안 된 수준이잖아.”

시대가 바뀐 걸 인정하지 않던 관중들도 현실을 보고 나자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어떤 헌터도 무공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 세계에서 비무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라는 없었다.

일본의 경우는 이례적일 정도로 관심이 컸다.

[예선을 왜 한국에서 하냐. 헌터 수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한국인이 주최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난 오히려 좋아. 조센징들, 홈그라운드가 아니어서 졌다는 핑계는 못 댈 거 아니야?]

일본에서 대회에 관심이 큰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한국과의 경쟁심 때문이었다.

IHA 협회장인 박한새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한국의 헌터들까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헌터 세계에서 전혀 인지도가 없던 한국이 전 세계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무공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야 이런 한국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대부분은 달랐다.

절대다수의 일본인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한국을 질투하고 시샘하고 있었다.

그런 일본인들에게 IHA가 주최한 비무회는 하나의 기회였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무려 3배 이상의 헌터 수를 보유한 일본.

수가 많은 만큼 고랭크 헌터의 수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바로 이 고랭크 헌터들이 한국의 위세를 꺾고 그와 동시에 일본의 명성을 드높일 것을 기대하였다.

[근데 오구리 정도면 몇 위까지 갈까?]

[S랭크 오구리? 당연히 10위 안에는 들겠지.]

[텐타콜 니시지마는?]

[니시지마면 무조건 순위권 안에는 들지 않을까?]

[와. 순위권 안에 들 인재들이 많네.]

[일본에 S랭크 헌터가 몇 명인데. 그리고 그 S랭크 헌터들이 죄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임.]

[대회 시작하면 조센징들 개망신 당할 듯. wwwwwww.]

[확실한 건 일본 헌터들의 실력에 전 세계가 놀랄 거라는 점?]

그렇게 수많은 일본인이 헌터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예선전을 지켜볼 때였다.

<충격! 자이언트 무카이 켄타로, 비각성자에게 패배하다!>

<예선에서 무더기로 탈락하는 일본 헌터들!>

<본선에 진출한 헌터는 무공 학교 출신뿐?>

예선전의 소식이 일본에 도착하였다.

일본인들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소식이었다.

연전연패.

순위권 안에 들 거라고 장담했던 헌터들조차 예선전에서 대거 탈락한 것이다.

[말도 안 돼! 이건 공정치 않은 심사가 개입한 결과야!]

[1:1 대결인데 편파 심사는 무슨 편파 심사.]

[대진표를 이상하게 짠 거 아니야?]

[비각성자한테 진 거는?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빌어먹을~! 일본이 이렇게 약할 리 없다고~!]

[인정해. 이제 우리도 무공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온 거야.]

무지성으로 일본 헌터를 응원하던 일본인들도 이제는 인정하게 되었다.

무공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한편 유럽에서도 한창 예선전이 치러지고 있었다.

“강철의 군주께서도 운이 없으시군. 모처럼 자신을 홍보하려고 너를 내보냈을 텐데, 하필 예선에서 나를 만나다니 말이야.”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저희 성좌님께서는 오히려 상대가 당신이란 사실에 기뻐하시고 계신데 말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경기가 바로 두 사람의 경기였다.

장클로드 반담과 볼프 바일.

마침 두 사람은 각각 프랑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헌터였다.

두 사람 모두 S랭크 헌터인 것.

심지어 S랭크 헌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꼽히는 인물들이었다.

겨우 예선전인데도 엄청난 관중이 몰려들었다.

“확실하게 말해주겠다. 나는 이번 경기에서 내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꽤 화려한 경기가 되겠군.”

“무인들보다 강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함에서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경쟁심을 불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자리에 없는 무인들을 강하게 의식하였다.

결국, 그들이 최종적으로 상대해야 할 상대는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기 때문이었다.

“여러분! 저는 강철의 군주에게 선택받은 자, 볼프 바일이라고 합니다! 강철의 군주에게 빌려온 힘, 강철 스킬들로 경기에서 승리해내고 말 겁니다!”

그때, 볼프 바일이 갑자기 관중석을 향해 그같이 외쳤다.

그러자 장클로드 반담도 질 수 없다는 듯, 관중들을 향해 자신을 소개하였다.

자신이 어느 나라의 S랭크 헌터인지, 어떤 성좌를 모시고 있는지 크게 이야기한 것이다.

“강철의 군주? 그게 뭐지?”

“별명 같은 거 아니야?”

“성좌라는데?”

“그게 뭐야?”

관중들은 처음엔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성좌의 존재를 공적인 장소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성좌가 무엇인지 모르는 관중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당혹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엄청 재미있는 경기가 될 거 같지 않아?”

“그러게. 벌써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분이야.”

하지만 관중들은 두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화려한 경기만을 기대할 뿐이었다.

헌터 대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헌터끼리 실력을 가리는 헌터 대회는 꾸준히 있었었다.

하지만 지금 치러지는 헌터 대회는 이전에 치러졌던 대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심지어 헌터 한 명, 한 명의 수준도 높아서 그 화려한 맛도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

예선전인데도 불구하고 경기장은 관중들로 가득 찼다.

경기장 바깥까지 수만 명이 운집해있을 정도였는데, 인터넷과 TV로 지켜보는 시청자까지 합하면 예선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의 수는 최소 수천만.

유럽에서만 최소 수천만이 예선전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이야.’

관중석을 지켜보던 매디슨은 마른침을 삼켰다.

인기가 있을 거라고는 진즉부터 예상하였었다.

전 세계급 대회이고 상금 규모도 역대급인데 인기가 없는 게 이상한 일이니.

하지만 이렇게까지 열광적인 인기를 끌 줄은 예상 못 했다.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해.’

그는 사도들이 박한새의 손에 죽었을 때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꼈다.

단순히 무공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전 세계에서 무공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공의 존재감이 신이라 불리는 성좌들보다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야.’

이름, 가족, 나라, 가문, 그리고 지구의 여러 종교까지.

그 어떤 것도 위대한 신, 파롤의 앞에 올 수 없었고 와서도 안 됐다.

하지만 무공의 창시자인 박한새는 감히 파롤은 물론이고 여러 성좌의 존재감을 뛰어넘으려고 하였다.

이는 파롤에게 있어 압도적인 힘을 가진 경쟁자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 세계가 희망이 아닌, 멸망을 부르짖게 하려면 무공이란 것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설령 무공의 존재를 용납해도 이 이상 무공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

그렇기에 IHA가 주최한 이 대회를 철저하게 망쳐야 했다.

이 대회가 흥행할수록 여명회의 입지는 줄어들고 여명회의 대항자처럼 구는 IHA의 입지는 더 커질 테니까.

“1사도시여. 시간이 됐습니다.”

“박한새는 지금 어디에 있지?”

“현재 위치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자는 언제든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워싱턴 D.C.에서도 습격이 일어날 테니, 놈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을 겁니다.”

매디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완벽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여명회의 피해는 분명 클 테지. 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높게 비상하는 박한새의 날개를 꺾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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