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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59화 (259/275)

#259화

모든 것을 막아내는 완벽한 탱커, 볼프 바일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딜러, 장클로드 반담.

두 사람의 경기는 실로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지이잉-!

장클로드 반담의 손에서 다시금 레이저가 쏘아졌다.

만약 맨몸으로 맞는다면 S랭크 헌터라고 해도 레이저에 닿는 순간 사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볼프 바일은 강철의 군주에게 선택받은 헌터였다.

마치 중세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처럼 두텁게 무장한 볼프 바일은 제자리에서 굳건하게 레이저를 막아냈다.

연기로 가려졌지만, 자신의 공격이 막힌 것을 간파한 장클로드 반담이 후속 공격을 준비하였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자고!”

그의 스킬은 레이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좌로부터 받은 스킬도 하나 있었다.

레이저처럼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그런 스킬이었다.

장클로드 반담이 다음 스킬을 준비하고 있을 때, 이 장소에서는 절대 들려선 안 될 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그건 바로 몬스터의 울음소리였다.

-크아아아아아!

몬스터, 무려 6성급 몬스터인 와이번의 울음소리를 듣고 장클로드 반담은 전투태세를 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상대인 볼프 바일도 하늘을 바라보며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와이번이 왜 여기에?”

“IHA가 준비한 이벤트는 아닌 거 같군.”

“…IHA에서 몬스터를 소환할 리는 없지 않습니까.”

장클로드 반담의 말에 볼프 바일이 황당하다는 듯 말하였다.

그러자 장클로드 반담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근처에서 던전 브레이크라도 발생한 건가.”

“…차라리 그런 거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던전 브레이크라.

지금으로선 가장 가능성 높은 추측이었다.

하지만 볼프 바일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독일인이었기에 알았다.

베를린 한복판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벌어지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설령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고 해도 이렇게 경기장 근처까지 몬스터가 날아올 일은 절대 없었다.

헌터들이, 그리고 IHA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테니까.

“꺄아아아악!”

“어디서 나타난 거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와이번 수백 마리가 갑자기 등장하자 관중들은 패닉에 빠졌다.

서로 밀고 밀치며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

그나마 관중 중에는 헌터도 제법 있었기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곧 와이번 떼가 관중들을 습격할 테니까.

“어떻게 할 거냐?”

위급한 상황 속에서, 장클로드 반담이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볼프 바일이 뭘 그런 걸 묻느냐는 식으로 대답하였다.

“구해야지요. 절 보러 온 사람들인데.”

볼프 바일은 독일 헌터였다.

독일에서는 국민 헌터 소리까지 듣는 인물.

당연히 그로선 관중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널 보러 왔다고? 착각 속에 빠져 사는군.”

“말다툼할 시간은 없어 보이니, 슬슬 움직입시다.”

볼프 바일의 눈에 와이번이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여 관객을 공격하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와이번의 덩치로 관중석 한가운데에 떨어진다면 최소 수십 명은 죽을 터.

이렇게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스킬을 사용하여 와이번의 공격을 막으려던 찰나, 보안 요원으로 보이던 자가 검을 뽑아 와이번을 일격에 베어냈다.

‘IHA의 요원인가.’

무공을 익힌 것으로 보아 아마 IHA 요원이 틀림없어 보였다.

하긴, IHA가 아무런 대비 없이 이렇게 큰 대회를 열지는 않았을 터.

‘그래도 저들만으로 수백 마리의 와이번을 막기는 어렵겠지?’

제아무리 무공을 익힌 헌터가 강해도 숫자의 한계는 어쩔 수 없으리라.

하지만 IHA의 요원들은 그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였다.

수백 마리의 와이번 중, 단 한 마리도 제대로 하강하지 못하였다.

요원들이 보법으로 날아오른 뒤, 하늘에서 요격했기 때문이었다.

‘이거… 내가 활약할 상황이 안 나올 수도 있겠는데?’

장클로드 반담은 헛웃음을 흘렸다.

S랭크 헌터인 자신이 깍두기 신세가 될 줄이야.

무공이란 것은 정말 알면 알수록 놀랍기 그지없었다.

여명회가 이번 테러 작전에 동원한 전력은 실로 엄청났다.

일단 와이번만 해도 무려 500마리나 동원하였다.

와이번은 원래도 6성급 몬스터였다.

하지만 이곳에 동원된 와이번은 여명회의 비기로 더 강해진 와이번이었다.

그야말로 여명회의 핵심 자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 와이번에는 여명회의 나이트들이 타고 있었다.

헌터 랭크로 따지면 최소 C랭크 이상일 그런 수준의 나이트들이 말이다.

만약에 이곳이 평범한 경기장이라면 이 정도 전력으로도 손쉽게 대회를 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대회를 망치는 것을 넘어 경기장 안의 모든 관객을 몰살시키는 것도 가능했겠지.

‘하지만 문제는 이곳이 평범한 경기장이 아니라는 점이지.’

여명회 1사도, 매디슨은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며 혀를 찼다.

하지만 IHA의 방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견고하였다.

최소 일류 이상으로 보이는 무인만 수십 명이었다.

심지어 초일류로 여겨지는 무인도 몇 명 보일 정도.

무공 경지로 초일류면 S랭크를 넘어 SS랭크 이상의 강자였으니 실로 엄청난 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상관없다. 어차피 저것들은 버리는 패다.’

500마리의 와이번과 그 와이번 위에 탄 500명의 나이트들.

IHA를 제외하면 이 정도 전력을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은 없을 터.

하지만 매디슨은 그런 엄청난 전력도 버리는 패로 사용하였다.

IHA에 타격을 주려면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무인들의 시선이 다른 곳에 팔려있는 동안 내 마법으로 관중들을 모조리 죽인다.’

우우웅…!

마침 주문이 끝나자 그의 마력이 어디론가 급격히 빨려 들어갔다.

대마법사라 불리는 그의 마력은 절정 고수의 내공보다 더 막대한 양이었다.

그런 그의 마력이 단 하나의 마법으로 절반 이상이 소모되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사용한 마법은 무려 메테오.

방해하는 헌터만 없다면 도시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마법이었다.

‘이걸로 최소 수십만은 죽게 될 거다.’

경기장 안의 관중만 10만 명.

경기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시민도 30만 명이 넘었다.

그는 확신하였다.

메테오가 떨어진다면 경기장 안에 있는 관중들은 모두 죽을 거라고.

그리고 그건 지금으로부터 딱 1분 뒤의 미래일 것이라고 말이다.

“저놈은…, 이성은!”

하지만 그때, 그와 함께 작전에 참여한 9사도가 위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성은이라면 박한새가 총애하는 제자이자, 유럽 본부장이잖아?’

매디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IHA에서 다섯 순위 안에 드는 실력자의 등장이었다.

대마법사의 경지인 그도 이성은 정도의 실력자라면 방심할 수 없었다.

메테오 마법을 이어나가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였고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성은은 제가 막겠습니다. 그러니 놈은 무시하고 마법을 완성하십시오!”

끄덕!

9사도가 죽음을 불사하는 태도로 그같이 말하자, 매디슨은 다시 주문에 집중하였다.

메테오만 완성한다면 이성은이 아무리 대단해도 소용없었다.

절정 고수라도 운석을 맞고 살아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때 9사도의 비명이 들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니 9사도의 몸이 두 개로 갈라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노란빛에 휩싸인 무언가가 그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도 보였는데, 그 무언가는 다름 아닌, 이성은이었다.

‘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9사도가 아무리 무투파 계열의 사도가 아니라지만, 일반 헌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였다.

등급으로 따지면 S랭크를 넘어 SS랭크 수준은 될 터.

하지만 그런 9사도는 이성은의 공격을 단 5초도 막지 못하였다.

매디슨은 다급히 메테오 마법을 취소하였다.

그러곤 지체하지 않은 채 블링크 마법을 사용하였다.

분명 블링크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어째서인지 그의 팔이 절단되었다.

배리어 마법을 치지 않았다면 아마 팔뿐만이 아니라, 9사도처럼 그의 전신이 둘로 나뉘었으리라.

팔이 떨어져 나간 고통에 이를 악문 매디슨은 연이어 블링크 마법을 펼쳐서 경기장을 벗어났다.

간신히 이성은의 추격에서 벗어난 매디슨은 숨을 가쁘게 쉬었다.

‘박한새도 아니고 놈의 제자에게 죽을 뻔했다니.’

물론 처음부터 이성은과의 전투를 준비하고 싸웠다면 달랐을지도 몰랐다.

마법사란 준비하고 싸울 때와 준비하지 않고 싸울 때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뭐가 됐건 박한새의 제자에게 죽을 뻔했단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놈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처음으로 절망감을 느꼈다.

박한새의 힘은 대마법사인 매디슨조차 암담함을 느끼게 하였던 것이다.

김영민.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30대 초중반의 나이와 중견 그룹의 대리.

평범한 회사원답게 그의 일상도 지극히 평범하였다.

회사, 집, 회사, 집.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재미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집에 도착한 그는 TV를 켜둔 채, 가부좌 자세를 하고 앉았다.

TV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지만, 그의 귀에는 뉴스의 내용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호흡’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나도 반드시 안능희 선수처럼 되고 말리라…!’

정식으로 무공을 배운 적은 없었다.

애초에 얼마 전까지는 무공이란 것에 관심이 없던 그였다.

무공이란 헌터의 전유물로, 지극히 평범한 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무회라는 대회가 시작되면서 그의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안능희라는 비각성자가 대회에서 크게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헌터가 아닌 비각성자도 무공을 배우면 강자들과 능히 우열을 다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무공에 강한 열망을 가졌다.

지금 이렇게 호흡에 열중하는 것도 언젠가 안능희 같은 존재가 될 거라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속보입니다.

그가 틀던 뉴스 채널에서 갑자기 속보 하나가 흘러나왔다.

독일 베를린의 비무회 경기장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속보였다.

“누가 신성한 비무회에 똥을 뿌리는 거야?”

김영민은 뉴스를 보고 혀를 찼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거기까지였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지구 정반대편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이었다.

게다가 인명 피해도 없다고 하니 이 이상의 반응을 할 이유는 없었다.

‘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회를 망칠 거라고?’

하지만 다음 날.

그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였다.

그 소식이란 다름 아닌, IHA의 요원들에게 붙잡힌 테러리스트들의 선포였다.

여명회의 신도인 그들은 이 같은 선언을 하였다.

대회가 이어지는 한, 자신들도 테러를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설마 대회가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김영민만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는 벌써 대회가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개 같은 여명회 놈들! 대회가 이대로 중단된다면 내가 언젠가 반드시 복수하리라!’

원래는 여명회란 단체에 1도 관심이 없던 그였다.

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자, 철천지원수처럼 느껴졌다.

미래에 절정 고수가 되어서 반드시 복수하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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