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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65화 (265/275)

#265화

나는 1사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 무섭게,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넘어갔다.

“이게 1사도, 매디슨이란 자의 시신입니까?”

시신의 모습은 참혹하였다.

“마치 미라를 보는 거 같네요.”

유지은이 말한 것처럼 매디슨의 시신은 미라와 빼닮았다.

스킬로 특별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껏 형체를 유지한 것도 기적이었을 것이다.

‘마력을 전부 빼앗겼군.’

죽었다고 겨우 며칠 만에 시체가 미라로 바뀔 리는 만무하였다.

1사도의 시체는 처음부터 미라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1사도가 이런 참혹한 형태로 죽은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생기와 마력을 전부 빼앗겨서 미라가 된 것.

‘범인은 역시 앤디 올드먼인가.’

내가 알기로 앤디 올드먼은 1사도의 제자였다.

애초에 여명회 내부의 계급으로도 1사도가 훨씬 상급자였고.

그렇기에 의아하였다.

겨우 마력 하나 얻겠다고 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닐 터.

‘뭐 이유야 크게 상관은 없지.’

여명회가 괜히 악의 조직인 게 아니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이나 대의는 하나같이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그러니 비교적 멀쩡하게 보이던 앤디 올드먼이 비정상적인 행태를 취한다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원래 그런 자들이었으니 말이다.

“앤디 올드먼의 행적은 파악하셨습니까?”

“영국을 벗어나기는 한 거 같은데, 위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요.”

‘그자가 갈 곳은 뻔하지. 아프리카, 인도. 둘 중 하나야.’

여명회에서 그나마 IHA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가 바로 이 두 명이었다.

이들은 회귀 전에도 무시무시한 힘을 보여주었다.

나야 한국인이라서 동아시아에 세력을 둔 7사도의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졌던 거지만 말이다.

“장성민 비서실장님. 멸마대의 소식은 들어온 게 있습니까?”

“최근에 입단한 대원들이 초일류 경지에 이르렀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호오, 최근에 입단한 대원들이라면 비무회에 참여했던 헌터들이겠군요.”

장성민의 말을 듣고 나는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드디어 멸마대의 모든 인원이 초일류 경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었으니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사실상 아프리카를 수복할 준비는 끝난 셈인가?’

멸마대는 내가 준비한 히든카드였다.

그리고 나는 이 히든카드로 11사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모든 악신을 제거하고 아프리카를 수복할 생각이었다.

미국 모하비 사막.

인적 없는 사막에 폭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어디서도 포탄이 날아오지 않고 있었다.

미사일이나 비행기가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사람 형체로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모래바람 사이로 힐끗 보일 뿐이었다.

“엄청난 화력인데요?”

“S랭크 원딜의 화력은 확실히 대단한 거 같습니다.”

옆에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래바람이 휘날리는데도 사람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들려왔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지금 결계 안에 있었으니까.

“다음은 장클로드 반담의 시범이 있을 예정이에요.”

금발 여인이 마이크를 들고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제니퍼.

한때 IHA의 협회장이었던 여인이었다.

제니퍼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전방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포탄 정도가 아니라, 마치 핵이라도 떨어진 거 같은 폭발음이었다.

그와 함께 모래 폭풍이 일어났는데, 내가 직접 설치한 결계는 당장이라도 깨질 것처럼 흔들거렸다.

전방 부위의 결계에는 금이 간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화력 시범이 있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와….”

“이건 무공으로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위력이군요.”

장성민의 말은 틀렸다.

저 화력은 무공으로도 절대 따라 할 수 없었다.

강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물론 무공이 아니었다면 스킬의 위력을 이렇게까지 증강할 수는 없었겠지만 말이야.’

장클로드 반담이 원래부터 저리 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무공을 배우고서 저리 강해진 것.

그렇기에 사실상 지금 보여준 그의 화력은 무공의 위력이라고 봐도 무방하였다.

“멸마대 대원 100명. 이들이 자리를 잡고 공격을 퍼붓는다면 영토가 작은 나라는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예요.”

제니퍼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핵의 위력과 비슷하다는 표현을 괜히 한 것이 아니었다.

멸마대 소속 대원들은 헌터 시절부터 거물 중의 거물로 불리던 이들이었다.

무공을 배우기 전에도 엄청난 화력을 보이던 그들인데, 무공을 배우고서 그 위력은 배가 되었다.

열 명이 동시에 스킬을 사용하면 서울은 물론, 경기권까지 무사하지 못하리라.

그런데 백 명이라면?

‘준비는 끝났다.’

남아프리카에 자리 잡은 11사도.

그를 죽일 준비가 완벽히 갖추어졌다.

‘성은이에게 절망만 심어줬던 악마의 숲도 이들 멸마대 앞에서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11사도는 특이하게도 인격체가 아니었다.

물론 내가 모든 걸 아는 것은 아니니, 분신 같은 걸 소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회귀 전에 파악한 정보와 유지은을 통해 파악한 정보들을 조합하면 11사도는 인격체가 아니었다.

숲.

악마의 숲이라 불리는 산림이 11사도의 정체였다.

그리고 이 악마의 숲은 오직 압도적인 화력으로만 제거할 수 있었다.

강기 몇 방 쏜다고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멸마대를 만들었다.

멸마대의 최정예 대원들이라면 악마의 숲을 단숨에 멸절할 수 있으리라.

오랜만에 기자회견을 여니 엄청난 수의 기자들이 모였다.

“저는 오늘부로 선언하겠습니다. 아프리카를 수복하기 전까지 다시는 인류의 땅으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나는 기자들 앞에서 선언하였다.

아프리카를 수복하겠다고.

수복이 끝나기 전까지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디로든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이다.

“원정대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혹시 미국 정부와 합의된 사안이 있으십니까?”

의외로 기자들은 내 말을 듣고 그리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지금껏 일관성 있게 움직였고 아프리카 수복을 한결같이 주장하던 사람이었으니까.

다만 의문인 것은 아무도 내게 위험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나를 믿고 있다는 건가?’

이는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아프리카 수복?]

[ㅋㅋ 상남자네. 미션 클리어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니.]

[ㄹㅇ 존멋.]

[근데 뭐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미션 아님?]

[엥? 상대는 악신인데?]

[응, 박한새는 초절정 고수야~ 절정 고수도 한 트럭이고.]

[근데 그 정도면 아프리카가 아니라 전 세계 정복해도 될 전력 아님? ㅋㅋㅋ]

[ㄹㅇㅋㅋ]

인터넷 여론만 살펴도 나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무모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멋있다느니, 당연한 일이라느니, 담담한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

“미국 행정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독일에서도 방금 막 총리의 입장문 발표가 있었는데, 미국의 성명과 비슷합니다.”

“한국 역시도 협회장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심지어 각국 정부까지 나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의 경우 벌써 다음 논의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즉, 내가 아프리카를 수복한 이후, 영토 배분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던 것.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반응이네요.”

유지은이 놀랍다는 듯 그리 말하였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처음 아프리카를 수복하려고 원정대를 꾸렸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이었다.

그때는 각국 정부에서도 우려를 표하면 표했지, 이렇게까지 지지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나를 견제하려고까지 하였었지.’

IHA의 위세가 달라지긴 한 거 같았다.

이전에도 위세가 일개 국가 수준을 넘어섰지만, 이제는 초국가 수준이랄까?

적어도 던전, 몬스터 등과 관련해서는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했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어쨌든 좋은 일이야. 전 세계가 악에 대항하여 힘을 하나로 집결한 셈이니.’

이런 공조가 익숙해지면 훗날 새로운 위기에 처할 때 인류는 또다시 힘을 합치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 같은 기세로 계속 강해지다 보면 과연 ‘위기’라는 게 찾아올지 의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장클로드 반담은 비무회에서 떨어지고 크게 후회하였다.

‘설마 본선도 못 갈 줄이야. 치욕이다.’

그는 프랑스의 명예를 걸고 대회에 출전하였었다.

아니, 프랑스의 명예뿐만이 아니었다.

성좌의 명예.

어쩌면 그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성좌의 명예까지 걸고 대회에 출전하였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선 탈락이었으니 그에겐 실로 치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후회도 잠시뿐이었다.

예선에서 탈락한 그에게 IHA에서 접근하였다.

그러고는 한 가지 제의를 하였는데, ‘멸마대’라는 조직에 들어오라는 제의였다.

멸마대는 IHA가 비밀스럽게 조직한 단체였기에 당연히 장클로드 반담도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그는 제의를 받은 그 자리에서 바로 승낙을 표하였다.

무공을 배울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설마 성좌를 사냥하는 단체였을 줄이야.’

멸마대의 목표는 실로 거창하였다.

‘악’ 성향의 성좌를 사냥하는 것.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악을 없애는 것.

이게 바로 멸마대의 목표였다.

장클로드 반담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았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성좌의 권속인 그가 성좌를 사냥하는 단체에 가입한 셈이었으니 당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멸마대를 나가지 않았다.

멸마대에서는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무공을 가르쳐주었다.

그것도 영약을 거의 무제한에 가까울 정도로 퍼주면서 말이다.

그 결과 장클로드 반담은 빠른 속도로 강해졌다.

무공을 배우기 이전의 그와 비교하면 수배 강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그는 이런 생각까지 하였다.

자신의 성좌에게 받은 것보다 무공을 통해 얻은 게 더 크다는 생각 말이다.

“S랭크 헌터라고 자부심을 가졌었던 과거가 부끄러울 정도야.”

지금 그의 실력이라면 여러 명의 S랭크 헌터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었다.

겨우 수개월 만에 그는 그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만 이렇게 강한 게 아니지.’

멸마대 대원 한 명, 한 명이 압도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 화력.

한 국가를 지도상에서 지울 수 있는 그 화력은 실로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협회장은 이런 괴물들을 몰래 양성해서 무엇을 하려는 거지?’

멸마대 대원들과 함께라면 어떤 적도 두렵지 않았다.

당장 그의 눈앞에 8성급 보스가 나타난다고 해도 웃으며 맞이할 것이다.

안 그래도 막강한 박한새가 멸마대까지 동원할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 그의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내일 바로 아프리카로 갈 거예요.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그곳이 멸마대가 향할 목적지였다.

‘성좌님. 혹시 아프리카에 친구 두셨으면 친구들한테 미리 전해주세요. 괴물들이 갈 거라고.’

장클로드 반담은 자신의 성좌에게 그리 말하였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장클로드 반담이나 그의 성좌나 농담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박한새가 오래 준비하였던 멸마대라면 아프리카를 단숨에 수복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

물론 그 과정에서 ‘악신’이라 불리는 악 성향의 성좌들이 모두 제거될 것이란 사실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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