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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69화 (269/275)

#269화

중국 헌터들 말고도 아프리카로 올 헌터의 수는 절대 적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무려 1만 명이 넘는 헌터가 아프리카에 왔다.

무인의 양성으로 헌터 전력이 과포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일본, 대만에서도 총 3만 명이 넘어왔고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도 엄청난 수의 헌터가 넘어왔다.

“다 합하면 30만이 넘겠군요.”

“아프리카의 인구가 100만 정도인데 헌터만 30만이라니. 허허.”

전 세계에서 집결한 헌터의 수를 다 합하면 무려 30만 명이었다.

아프리카의 모든 던전을 소유한 IHA가 던전 수수료를 극단적으로 낮춘 결과였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IHA 상층부는 30만 명의 헌터면 아프리카의 던전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아프리카에 아직 어떤 악신이 몸을 숨기고 있을지 몰랐다.

더군다나 몇 년 뒤, 9성급 던전이 열릴 것도 생각해야 했다.

“협회장님! 인도 헌터들이 아프리카에 왔습니다!”

그럴 때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다름이 아니라, 인도의 헌터들이 대거 아프리카 원정대에 참가한다는 소식이었다.

“인도에서 몇 명이나 왔습니까?”

“15만 명입니다!”

대단하지 않은 소식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15만 명이라니.

중국에서 아프리카로 넘어온 헌터보다 1.5배나 많은 숫자였다.

아딜 칸.

그가 특유의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앤디 올드먼에게 물었다.

“아프리카에서 헌터 생활을 하면 공적 점수란 것을 준다지?”

앤디 올드먼은 갑작스러운 그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왜 물으십니까?”

“후후, 여명회 소속인 내게 공적 점수란 것을 모아볼 기회가 생겼군.”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앤디 올드먼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뭘 하긴? 무공이란 걸 뺏으려는 거지.”

“무공 말씀입니까?”

대답을 들었는데도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공을 어떻게 뺏는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설마 아프리카로 아딜 칸의 권속을 보내실 생각입니까?”

우습게도 아딜 칸은 성좌도 아니면서 ‘권속’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정확하게 따지면 권속이란 단어보다는 ‘귀속 영혼’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영혼술사라 불리는 아딜 칸답게 영혼을 부리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에게 귀속된 영혼을 권속이라고 불렀다.

“근데 그게 가능합니까?”

“안 되지. 아직 내 능력으로는 인도를 벗어나서까지 권속을 다룰 순 없으니까.”

아딜 칸이 부리는 권속들은 실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빙의로 상대방의 육체를 빼앗는 능력에, 육체를 잃어도 죽지 않는 불사 능력까지 가졌다.

영혼 상태로 공격하면 상대는 그야말로 투명인간에게 공격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영혼들의 힘은 엄청났고 영혼을 다루는 아딜 칸 역시도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이런 아딜 칸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바로 거리의 한계였다.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질 시, 권속들은 술사인 그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완전히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뜻이었다.

아딜 칸이 여명회가 위기에 처한 이 순간까지도 인도에만 처박혀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꼭 내 권속들을 보낼 필요는 없잖아?”

“일반 헌터들을 보내겠다는 말입니까?”

아딜 칸은 대답 대신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배신의 가능성도 당연히 염두에 두셨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인도 헌터들이 나를 배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인도에서 아딜 칸의 입지를 생각하면 마냥 터무니없는 자신감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그는 사실상 인도의 황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물론 만약의 가능성도 있지. 그래서 나는 그들의 가족을 인질로 삼을 생각이야.”

심지어 그는 만약의 경우도 대비하였다.

즉, 인질을 두어 절대 배신하지 못하게 막는 수를 생각해두었던 것이다.

인도 헌터들까지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IHA 이사들은 환호하였다.

합류한다는 인도 헌터의 숫자는 무려 15만.

심지어 평균 랭크도 상당히 높았다.

이들, 인도 헌터가 합류한다면 아프리카를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한새 씨. 인도의 헌터들을 아프리카에 들이는 것은 취소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유지은만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여명회에서 수작을 부리는 거 같아요.”

“수작이라면?”

“아프리카로 오는 인도 헌터들, 어쩌면 스파이일 가능성이 커요. 그것도 가족이 인질로 잡힌 스파이 말이죠.”

사실 나 역시 예상한 일이었다.

여명회에서 유일하게 IHA에 대항할 수 있는 게 인도에서 세력을 형성한 12사도, 아딜 칸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딜 칸이 인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야말로 흑막처럼 정치, 경제, 헌터계 등.

인도의 모든 권력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놈이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겠지.’

단순히 공적 점수를 노린 것은 아닐 거다.

아마 인도의 헌터 일부를 IHA에 침투시키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9성급 던전이 열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IHA의 뒤통수를 때리고 말이다.

“괜찮습니다. 인도 헌터들을 받아들이는 게 저희에게 이익입니다.”

“여명회의 노림수를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노림수는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도.

중국이 내전으로 인구가 줄어든 이후, ‘헌터 숫자’만 따졌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나라가 바로 인도였다.

그리고 헌터의 숫자가 많다는 말은 무공의 자질을 가진 인재도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저는 인도의 헌터들을 전부 인류의 편에 서게 만들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이 인질로 잡혀있어요.”

“그 가족을 저희가 구해주면 되지 않습니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어차피 죽여야 할 아딜 칸이었다.

아딜 칸을 죽일 준비가 끝난다면 그의 수작을 막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놈은 지금 당장 거사를 치를 생각이 없을 거야. 적어도 인도 헌터들이 무공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난 뒤에 거사를 치르려고 하겠지.’

시간은 넉넉하였다.

당장 무언가 수를 쓰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아딜 칸의 의도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아딜 칸이 방심하는 순간, 인도 헌터들로 아딜 칸의 약점을 찌르리라.

아프리카를 수복하고 3년이 지났다.

그동안 IHA에서는 아프리카를 완벽하게 안정시켰다.

영약부터 시작해서 각종 헌터 물품이 생산될 정도였다.

심지어 인구수도 폭증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하였다.

100만에 불과하던 인구수가 타지에서의 인구 유입으로 3,000만에 달할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제4회 비무회가 곧 시작됩니다! 이번 비무회에는 본선만 진출해도 백년 하수오가 무려 10개나 지급이 될 정도로 엄청난 상금이 걸려있습니다!”

IHA는 아프리카를 수복함으로써 단순히 명성만 얻은 것이 아니었다.

일단 엄청난 수의 던전.

그 자체만으로도 IHA에 천문학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던전의 부산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던전 그 자체도 IHA에게 있어 엄청난 이익이었다.

IHA는 던전을 그 어떤 곳보다 잘 이용하는 단체였다.

특히 던전에서 영약을 생산하는 단체는 IHA뿐이었는데, 아프리카를 수복함으로써 IHA는 양질의 영약 생산지를 대거 얻게 되었다.

그리고 IHA에서는 이렇게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영약들을 비무회를 통해 풀었다.

“뭐야, 올해는 또 왜 이렇게 다크호스들이 많아?”

“작년에는 중국 무인이더니, 이번에는 인도 무인이야?”

“인도 무인이면 무공을 배운 지 1~2년밖에 안 되지 않았나?”

“저 쿠마르라는 인도 선수는 빌런을 잡은 적도 있고 사람을 구한 일도 있어서 공적 점수를 꽤 빨리 채웠다던데?”

“아무리 그래도 벌써 저 정도 실력이라니. 역시 인구가 많으니까 재능충들이 많은가 보네.”

제1회 비무회 때도 이변의 연속이었다.

S랭크 헌터들이 대거 탈락하고 비각성자가 본선에 진출하였었으니까.

제2회, 제3회 역시도 늘 이변이 발생하였다.

한국 무인들은 여전히 상위권을 독차지하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선두권이었던 미국과 일본의 무인들이 다크호스들에게 대거 탈락했다.

물론 그 다크호스는 중국 무인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제2회에서는 위구르, 몽골, 티베트 출신이 큰 활약을 펼쳤고 제3회에서는 순수 중국 출신이 큰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번 제4회에서는 처음으로 인도 출신이 본선으로 대거 진출하였다.

실로 이변 중의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인도 헌터 중에서도 곧 절정 고수가 나올 거 같습니다.”

“쿠마르라는 선수는 사실상 절정 고수 아닙니까?”

“확실히 검기의 수준이 남다르긴 했습니다.”

IHA 이사들은 비무회 본선을 지켜보며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 대회는 인도 선수들이 많이 활약하긴 했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본선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새로웠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했다는 생각에 흡족한 기분이랄까.

‘이변이 없다면 9성급 던전이 터져도 크게 문제 생길 일은 없을 거 같은데?’

회귀 전에는 9성급 던전이 열렸던 날이 그야말로 지옥이 강림한 날처럼 느껴졌었다.

9성급 던전의 보스들은 마왕이나 다를 게 없이 여겨졌고 말이다.

심지어 여명회조차 9성급 던전이 열리고 더욱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으니 사실상 지옥이 강림했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회귀 전의 이야기였다.

내가 겪은 회귀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인류는 훨씬 강대했다.

애초에 ‘초절정’ 고수의 등장만으로도 회귀 전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초절정 고수가 나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쿠마르가 또 이겼어!”

“이러다 결승까지 가는 거 아니야?”

갑자기 소란이 터지자 나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아무래도 경기가 끝난 모양이었다.

“쿠마르 선수가 이겼군요.”

“예, 정말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초일류 선수들이 이런 명승부를 펼칠 줄이야.”

“정말 장래가 기대되는 거 같습니다.”

나 역시 쿠마르 선수의 장래가 기대되었다.

‘다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

쿠마르 선수의 족쇄를 없애야만 쿠마르 선수가 오롯이 인류의 편에 서서 싸울 것이다.

“협회장님이 말씀하셨던 마장구의 개발이 끝났습니다.”

“바로 생산할 수 있습니까?”

3년 동안 나는 아프리카를 관리하는 일에만 시간을 투자한 것이 아니었다.

제1회 비무회가 끝나자마자 나는 마법사 세력 일부를 IHA로 영입하기 위해 회유하였었다.

그리고 그때 회유했던 마법사들이 하나씩 성과를 내고 있었다.

“바로 이거입니다.”

마법사보다는 연구원처럼 느껴지는 복장을 한 마법사가 내게 마장구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 마장구는 무려 3년의 연구 끝에 개발된 것이었다.

‘사실 엄청난 아이템이라고 볼 수는 없어.’

IHA의 역량이라면 던전에서 발견된 웬만한 아이템보다 더 대단한 마장구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3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마장구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옵션이라고는 고작 하나.

그런데 그 옵션이 특별하였다.

무려, 정신 보호라는 옵션이 달려있었던 것이다.

‘정신 보호도 정신 보호지만, 더 강력한 이점이 있지.’

그건 바로 ‘양산’.

즉, 이 마장구는 기존의 아이템처럼 소량 생산하는 마장구가 아니었다.

만 단위 아니 10만 단위도 생산이 가능했다.

‘이 마장구라면 아딜 칸의 악령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영혼술사를 사냥하러 가기만 하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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