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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핵몽둥이-130화 (130/300)

130화서토에서 생긴 일(1)

-빰빰♩ 빠빠빠♩ 빰빠빠빠 빰빠바빰빠♪

오래간만에 듣게 되었다.

활기찬 아침을 알리는, 역겨운 군대 기상나팔 소리.

순간 회귀해서 재입대를 한 건지 싶은 느낌이 온몸의 닭살을 돋게 할 때쯤, 내 귀에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회장님. 굿모닝.”

“하아, 역대 최악의 기상이네요.”

“흐흐흐. 어여 일어나라니까. 인자부터 할 거 많어야.”

평소처럼 낄낄거리는 얼굴을 한 채, 내 앞에 선 김원철 아저씨.

암만 내가 모닝콜을 해달라 부탁하긴 했지만, 이런 식이라니. 정말이지 여러 의미로 대단한 양반이다.

“더 잡혀 있다가는 진짜루 그 여덟 살짜리 꼬마 공주님하고 결혼해야 할지도 몰러. 얼렁얼렁 가자고.”

“…꼬마 공주님은 안 됩니다.”

현대판 민며느리제 도입은 사양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빨리 침대에서 일어난 나.

일주일 내리 이어졌던, 사우디에서의 호화판 연회는 어제부로 그 끝을 보였다.

빠르게 샤워를 마친 나는 수건으로 머리칼을 대충 말리고는 김원철 아저씨에게 말했다.

“뭐, 슬슬 가긴 해야지요. 미셸 사장에게 시켰던 것도 연락이 왔고 말입니다.”

“며칠 전에 위구르에서 벌어졌다는 일 말하는 거지? 그… 난리, 난리, 쌩 난리가 났다는.”

위구르, 우루무치시에서 벌어진 핏방울 맺힌 그날의 참사.

얼굴에 로션을 바르며 멍하니 거울을 바라본 나는, 문득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막연하게 기억 속에 자리했으나, 바꿀 수는 없었던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그것을 지렛대 삼아 기회로 바꾸어야 하는 내 상황까지.

과거에 일어났던 시계열을 찬찬히 되짚어가며, 나는 마치 스스로에게 독백하듯 김원철 아저씨에게 대답했다.

“난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진짜 난리겠지요.”

“응? 후처리까지 다 끝난 거 아니여? 아주 길거리를 죄 피범벅으로 만들어 놨다고 하더만.”

내 말을 듣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김원철 아저씨.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는 아직 모를 것이다.

뒤따를 조치가 어떤 것이 있을지. 얼마나 거센 강도의 통제가 이루어질지.

“여기서 끝낼 리가 있겠습니까? 한번 돋아난 싹 밑에는 그보다 훨씬 깊은 뿌리가 자리한 법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분리독립의 씨앗이 보이는 위구르의 이슬람 세력.

크라 운하에 동일한 방법으로 접근하려는 중국 공산당 수뇌부는, 자국의 영토에는 준엄한 법의 잣대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한번 손 위로 올린 그 견고한 쇠자는… 곧바로 위구르를 향해 다시금 내리쳐질 터. 강제 수용소라는, 아주 강력하고 폭압적인 겉모습을 한 채로.

“뿌리를 뽑으려 할 겁니다. 이제까지 없던 방법을 동원해서, 아주 잔혹하게.”

그리고 나는, 그 내리쳐진 쇠자 앞에 크라 운하를 가져다 놓을 것이다.

스스로 행한 그 행동이, 중국 공산당 수뇌부 자신의 손등을 찍게끔 만들기 위해.

“생각해둔 퍼즐 조각이 있습니다. 일단 출발하시죠. 비행기 내에서 말씀드릴 테니.”

* * * *

베이징, 중난하이.

장 대인의 대저택 안에는 작은 호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연못이 있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중국의 정·재계 인사들. 그들은 마루 위에 서서 잔잔한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 물러 터진 소리일랑 당장 집어치우고 지시대로 하도록!”

곧바로 연못 위에 일렁이는 파동.

베이징의 노괴가 내지른 고함에 조용히 잠들고 있던 청둥오리 한 마리는 깜짝 놀라 깃털을 날리며 푸드덕거렸다.

“다음 분, 들어오시랍니다.”

쫓겨나듯 떠나가는 중국의 내무부장.

그의 축 처진 어깨를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제임스 왕 이사는 천천히 노괴의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장 대인.”

“그래, 자네 왔는가.”

장 대인의 눈치를 보는 제임스 왕 이사. 아직 얼굴의 홍조가 채 가시지 않고 들숨과 날숨이 쌕쌕 소리를 내며 거친 호흡이 이어졌다.

곧바로 본론을 꺼내기보다는 감정적 추스름이 우선이라 판단한 그는, 장 대인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혹여 지금 이야기를 논함이 다소 불편하신 상황이신지요?”

“뭐, 되었네. 앞에 놈이 하도 머저리 같은 소리나 지껄여서 조금 짜증이 났던 게야.”

금박이 입혀진 부채를 탁자에 올려두고는 이내 장죽(長竹)에 불을 붙이는 베이징의 노괴.

몽롱한 회색빛 연기를 천장 위로 내뿜은 그는 담뱃재를 툭툭 털고는 하던 말을 연이어나갔다.

“이번에 서쪽에서 이슬람 놈들이 난을 일으킨 것, 자네도 알고 있겠지?”

“아,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크라 운하를 장악하기 위해 접선한 말레이시아 정보부. 꼭두각시로 세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필요가 있었다.

베이징의 노괴에게 그 말을 꺼내려던 제임스 왕 이사.

그러나….

‘잠깐, 설마…?’

불현듯 찾아온 묘한 기시감.

그는 목구멍 바깥으로 새어 나가려는 말을 애써 삼키며 다시 고개를 바닥을 향해 늘어뜨렸다.

“뭔가?”

“아,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대인.”

“이 사람, 참. 싱겁긴.”

늘어뜨린 고개와 대조되는, 조심스레 치켜뜬 두 눈.

장 대인의 눈치를 보는 그의 애타는 속마음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불길하다. 덮어야 할 일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불길한 예감은 늘 들어맞는 법.

곧바로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베이징의 노괴가 내뱉은 말 한마디.

“내 북조선식 수용소를 위구르에도 만들라 했건만, 아무래도 힘들다나? 내무부장이라는 놈이 이리도 간이 작아서야 원!”

“……!”

예상했지만, 그래서 듣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듣고야 말아버린 그 말.

한번 분노의 물꼬가 터진 베이징의 노괴. 그는 제임스 왕 이사의 앞에서 기탄없이 감정을 배출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아둔하기 짝이 없는 놈 같으니! 소수민족, 그것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날뛰는 순간, 중화의 집결은 전부 끝인 것을!”

“대인….”

도저히 반박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감정의 굴곡.

그렇기에… 제임스 왕 이사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장 대인, 그가 서쪽을 향해 내린 작금의 선택이 남쪽의 크라 운하 일대를 옭아맬 것을 온몸으로 느끼면서까지도.

“자네가 맡은 일대일로, 그것도 마찬가지일세. 중화의 위엄을 만방에 떨치는 데에 늘 심려를 기울이도록.”

“…예, 대인.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러면 이제 본론을 듣도록 허지. 그 말레이시아 정보부에서 꼭두각시로 쓸 놈들을 정해 두었다지?”

몇 차례 오간 문답은 금방 마무리되었다.

장 대인의 호통으로 정원의 연못에 다시금 물결이 칠 리도 없는, 그러나 제임스 왕 이사의 마음속에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은 듯한 대화.

눈을 감고 있는 완고한 노괴의 마음을 돌리는 일은 단순히 어렵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법이었으니까.

부복하며 방문 밖을 나서는 제임스 왕 이사. 그 모습을 본 장 대인은 흡족한 모습으로 웃음 지었다.

“일이 잘 풀려가는 것 같구먼.”

그리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울려대는 그의 휴대전화.

내무부장이라 적힌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본 베이징의 노괴는 곧바로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어찌 되었어?”

올라가는 노괴의 입꼬리.

불만족스러웠던 위구르 수용소 건설 건에 대해 족히 마음에 드는 대답을 받은 모양이었다.

“이제사 말귀를 좀 알아먹는구먼. 지난번 폭동 당시 신원 확인된 놈들. 그놈들 가족 위주로 먼저 시작해 보게.”

자세한 지침을 내리고 통화를 종료하려는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부 섞인 요청 하나가 들려왔다.

“수용소의 이름을 나더러 지어 달라? 흐음… 어디 보자.”

희끗희끗한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잠시 고민하는 베이징의 노괴.

피식, 작게 웃음 지은 그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는 듯한 작명이 머리에서 떠오른 모양이었다.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장 대인이 준 대답은 바로.

“수용소 이름은 <신장 재교육 캠프>로 허게나. 뭐, 그들도 따지고 보면 중화의 가르침이 필요한 백성 아니겠는가.”

* * * *

신장, 위구르 자치주. 우루무치 내의 모 외국인 전용 호텔.

창가 너머의 을씨년스러운 거리 풍경을 배경으로, 프랑스인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미셸? 오, 세상에! 설마 직접 온 겁니까?”

“중요한 일이니만큼, 제가 직접 와야지요. 그나저나 여기는….”

아직도 남아있는 도로 위의 핏자국. 그리고 코끝을 찌르는 매캐한 화약 냄새까지.

“난리가 났군요.”

이곳, 위구르까지 올 수 있던 것조차 어려웠던 미셸 사장.

그는 이 참사를 직접 목격한 피에르에게 비디오카메라를 건네받았다.

“일단 찍어둔 영상은 제가 보관하고 있었습니다만… 제가 여기 있는 것은 미셸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음….”

너무나도 타당한 물음에 차마 쉬이 대답하지 못하는 미셸 사장.

며칠 전, 사우디에서 한창 출장 중이던 회장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 한 통.

젊은 회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갑작스레 자신에게 엉뚱한 지시 하나를 내렸다.

‘지금 유혈사태가 발생한 위구르, 그곳에 예전에 같이 근무하셨던 피에르라는 남자가 있을 겁니다.’

그에게서 녹화된 영상을 받아오라는 지시. 영 이해가 가지 않는 그 명령에 수차례 이유를 되물은 그에게, 회장은 그저 웃음과 함께 아리송한 대답 하나를 건넬 뿐이었다.

‘미래에서 보고 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훗날 원 역사에서 그 영상이 불러일으킬 파급을 모르는 미셸이었기에, 넘길 수밖에 없는 찝찝한 회장의 대답.

그는 그저 회장이 가진 정보 루트를 막연하게 추정할 뿐이었다.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정보팀이 퍽 유능한 모양이더군요.”

아마 사우디 왕세자에게 들었겠거니 하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듯한 애매한 대답.

선 채로 몇 분간 영상을 확인한 미셸 사장. 그의 손을 잡은 피에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꼭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비록 여기서는 이방인이지만…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제 형제나 다름없으니.”

나름 이곳에서 몇 년을 부대끼며 지내온 피에르였기에, 인간적인 정이 든 모양이었다.

정의감에 넘쳐 여러 차례 강조하는 그의 모습.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전 세계에 알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없기에 급히 떠날 채비를 하는 미셸 사장.

문손잡이를 잡고 나가려는 순간, 그는 잊을 뻔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입니다만.”

“네?”

자신이 운을 떼었지만, 반신반의하는 미셸 사장.

설마 이런 것이 생기기야 하겠냐는 합리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불길함이 뒤섞인 채로,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신의 상사, 회장이 마지막으로 지시한 사항에 대해서.

“정치범수용소…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가 생기게 되면 꼭 말해주십시오. 가능하다면, 연관된 피해자를 확보해 주신다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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