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회귀 실패?![1]
김가람 / 나이 : 만 18세 / 키 : 176 / 몸무게 : 68 / 주발 : 오른발
|개인기 55|, |슈팅 53|, |킥정확도 69|, |드리블 68|, |헤딩 52|, |패스 52|, |태클 72|, |민첩 65|, |체력 70|, |속도 72|, |몸싸움 68|, |위치선정 62|
미분배 포인트 : 3
승연의 눈 앞에 이상한 것이 어른거렸다.
홀로그램으로 보이는 메시지 창은 손을 휘둘러 없애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뭐야..’
게임속에서나 나올 상태창이 나타나자, 승연은 당황해서 굳어버렸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은 1군과 훈련을 하며 그가 얼어버린 걸로 착각했다.
“가람! 어서 와라! 좀 더 열심히 해서 감독님한테 눈도장 찍어야지”
분명 들리는 말은 영어였다.
물론 수많은 회귀를 통해 축구에 관련된 거의 모든 언어를 습득했기에 알아듣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원래대로 회귀를 했다면 자신은 한국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알 수도 없는 훈련장에 거기다가 자신을 왜 원칙주의자 개꼰대 가람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승연의 그런 혼란스러움과 다르게 수많은 삶을 살아오면서 축구를 했던 몸은 다시 경기 준비를 위해서 움직였다.
그렇게 아까 골을 넣은 공격수 옆에 가서 경기 시작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때 벤치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가람!!! 네 위치 찾아 들어가!! 거기는 조지의 자리야!!”
그 말에 무슨 소리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173cm정도의 키에 다부진 몸을 한 20대 초반의 백인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슈퍼 루키~ 너무 긴장한 거 아니야~ 어서 움직이라고.”
그의 말에 승연은 순간 어리둥절하더니 주변 동료들의 친절한 안내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뭐야 여기는.. 내가 왜 라이트 백인 거야?”
불세출의 공격수인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 건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기다가 언제나 축구 경기에서 동료들이 자신을 대할 때 두려움이나 경계를 가졌던 것과 다르게 지금의 동료들은 친절했다.
‘도대체 뭐지? 시간이 다르다고 했는데 설마? 시간만 다른 게 아닌 건가?’
삐이익!
승연이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경기는 시작되었고, 아무리 훈련 중이라고 하지만, 골을 먹힌 상대팀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빠르게 진행되는 연습경기 흐름에 승연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승연이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경기를 해봤다고 해도, 다른 포지션에서 전혀 뛰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우승 시키기 위해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기는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그 어떤 포지션이라도 백업을 해봤던 경험은 라이트 백에 섰을 때도 크게 빛을 보였다.
‘음 4-2-3-1 포메이션인가?’
자신의 팀의 포메이션을 확인한 승연은 상대의 윙어가 공간을 침투해 들어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허억.. 허억~"
숨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차올랐다.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숨이 차고 상대 윙어도 빠르지 않는데 마크하는 게 이렇게 힘겹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부터 거슬리는 메시지 창의 내용
김가람 / 나이 : 만 18세
눈 앞에 사라지지 않는 저 상태창의 이름이 정말 맞다면 지금 자신은 다른 사람 몸에 들어온 것이었다.
나이는 만 18세라고 되어 있지만, 얼마 전까지 전성기 시절 자신의 몸에 비하면 꼭 은퇴를 앞둔 고령의 선수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퍼어엉!!
반대편 윙백이 벤치의 사인을 받은 후 자신과 상대편 윙어가 있는 쪽으로 롱패스를 뿌렸다.
아까부터 들려온 루키라는 말과 함께 자신에게 오고 있는 공. 지금 이 상황은 전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체크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리고 공을 다투기 위해서 상대편 왼쪽 윙어와 자연스럽게 어깨 싸움이 이어졌다.
쿠우웅!!
상대편 윙어의 몸은 그리 튼튼해 보이지도 않았는데 녀석의 몸에 부딪치자, 승연은 순간 교통사고라도 당한 듯 충격을 받았다.
‘제길.. 이 몸.. 왜 이 따위야!!’
이윽고 상대는 자신이 어깨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하자, 좀 더 힘을 실었다.
“어이! 이렇게 하면 1군 데뷔는 물 건너 간다고!”
상대편 윙어의 도발! 감히 자신이 누군줄 모르고 도발을 하는가?
승연은 불타올랐지만 실제로 어깨 너머로 느껴지는 묵직함은 지금 이 몸으로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그때
[미분배 포인트 : 3]
승연은 아까부터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태창과 미분배 포인트가 신경 쓰였다.
‘설마?’
승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싸움에 2개의 포인트를 찍었다.
|몸싸움 68 -> 70|
그러자 순간 몸에서 없었던 활기가 돌았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기합이 함께 터졌다.
“으아아아앗!
승연의 기합에 상대 윙어는 위축되었고, 우위에 있던 어깨싸움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대 윙어보다 몸싸움에 우위를 점하며 먼저 공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슈퍼 루키!! 패스!!”
전방에서 아까 골을 넣은 공격수가 크게 소리치는 게 보였다.
단번에 역습으로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아까 보여주었던 움직임이나 속도라면 충분히 역습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미분배 포인트 : 1
승연은 아까 몸싸움에서 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포인트를 올려 몸싸움에서 이겼기에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킥 정확도에 1포인트를 올렸다.
|킥정확도 69 ->70|
퍼어엉!!
‘엇 이건!’
발등에 공을 차는 순간 승연은 이건 제대로 들어갔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치 1포인트만 올렸는데 아까 어설픈 크로스와는 다른 임팩트가 발에서 느껴진 것이었다. 그런 승연의 예감은 적중했다.
승연이 찬 공은 약간 길었지만,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 사이 공간에 공이 떨어졌다.
자신에게 패스를 요구했던 공격수는 괜찮은 퍼스트 터치로 공을 잡아내, 그대로 슈팅 동작을 이어갔다.
뻐어엉!!
파아아앙!
공격수가 찬 공은 정직하게 골키퍼쪽 날아갔고, 골키퍼도 허수아비는 아닌지라 손을 들어 막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촤르르르~~
골키퍼의 부정확한 터치에 공은 골키퍼의 손에 맞고 굴절되어 골대로 들어갔다.
‘으잉? 저게 골이라고?’
공격수는 골을 넣고 곧장 어시스트를 한 승연을 향해서 뛰어왔다.
“좋았어!! 슈퍼 루키!! 벌써 두 개 어시스트를 하다니 이거 아주 좋은데!!”
공격수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동료들도 승연을 둘러싸고는 한 마디씩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방금 전 자신과 몸싸움을 한 윙어와 골을 먹힌 골키퍼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좋았어! 가람! 그렇게 하는 거야! 몸싸움도 좋았다고!”
“크로스 좋았어! 앞으로 기대할 수 있겠는데!! 아주 좋아.”
슈퍼 플레이도 아니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어설픈 플레이었다. 무엇보다 방금 그 골은 상대 골키퍼 기량이 좋지 않아서 넣은 골이 아닌가?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사람들의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그때 띠리링!
[1군과의 경기에서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3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또 다시 눈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승연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어리둥절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벤치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단정한 외모의 40대 남성이 입을 열었다.
“수비 시 움직임이나, 투지가 보기 좋군.”
“그럼요! 감독님. 거기다가 경기를 보는 시야랑 크로스도 일품이라고요! 그래도 저희 U19팀에서 아니 U23팀에서도 통하는 에이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죠.”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는 뚱뚱한 몸매의 50대 남성이 흥분한 듯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람이 수비에 성공해 또다시 전방으로 연결하는 모습이 나왔다.
물론 아까처럼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수비에서 보여준 열정적인 모습은 다시 한번 감독의 눈에 만족감이 서리게 했다.
1군 선수들의 빈자리를 뛰어난 유소년 선수가 채워준다는 건 단순히 이적 시장에서 대체 선수를 영입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18세의 어린 선수를 리그 승격이 걸린 앞으로의 일정에 참여 시킨다는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게 감독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할 때 다시금 50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그럼 1군으로 콜업 하실 건가요?”
“지금은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이미 겨울 이적시장은 닫혔고, 구단주님이 무리해서 영입한 윌 그릭 선수 때문에 부족한 오른쪽 수비수를 데리고 올 수도, 긴급 임대도 불가능한 상황이니 말이죠.”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가람에게 이야기해서 준비 시키겠습니다.”
“잠깐.. 그런데 이름이 가람이라.. 어디 출신이죠?”
“제가 알기로는 한국과 잉글랜드 혼혈로 알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신상명세에 대해서 보내드리도록 하죠. 어차피 이중국적으로 유소년 시절부터 저희 팀에서 육성한 친구라 비자나, 국적은 문제 없을 겁니다. 듣기로는 머지 않아 한국 국적을 취득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괜찮을 겁니다.”
“에이전트도 아니고 미리 준비라도 하신 건가요? 대답이 매끄럽게 나오십니다. 한스 유소년 총괄님.”
미리 대답이라도 준비한 듯 대답을 쏟아내는 한스의 말에 감독이라고 불린 사내가 경계심을 보였다. 그러자 한스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럴리가요. 잭 로스 감독님. 유소년 총괄로 유소년 선수가 1군에 콜업이 된다면 유소년 선수들은 그만큼 더 힘을 얻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조쉬 마자처럼 키워서 쓸만할 때 떠나는 건 머리가 아플 뿐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저 친구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경비 총괄을 맡으신 알렉스씨의 외손자에, 주방 보조인 캐서린씨의 아들이라고요. 가족 전체가 선더랜드를 사랑하는 가족이죠! 그 녀석의 꿈도 선더랜드의 승격이고요. 그래서 절대!! 저 녀석은 조쉬 마자처럼 돈을 쫓아 구단을 버릴 녀석은 아닙니다.”
“그렇군요. 가족이 선더랜드의 직원에 광팬이라... 그래서 아까 한국 국적을 선택해도 문제 없다는 말을 하신 거군요.”
“맞습니다.”
18세 미만의 다른 국적을 가진 유소년 선수를 영입할 경우 선수 생활 안정성을 위해 부모도 영입한 나라에서 일자리를 찾으며 같이 생활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가람의 부모가 선더랜드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렇게 잭 로스는 생각 정리가 끝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죠. 바로 1군으로 올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감독님! 절대 후회 하지 않으실 겁니다.”
한스의 알 수 없는 호언 장담에 잭 로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한스는 경기를 지켜보다가 경기 종료 시간에 맞춰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이익!!
그와 함께 선수들은 동작을 멈췄고, 모든 선수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손목을 보며 무언가 작동했다.
‘뭐지?’
승연의 의문을 떠오르기도 전에 손목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고, 승연도 다른 이들처럼 자신의 손목에 달린 작은 스마트 워치를 조작했다.
스마트 워치에는 자신이 뛴 거리가 표시되어 있고, 심박수가 체크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마트 워치에 적힌 날짜 2019년 1월 15일이라는 것에 가람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는 스마트 워치가 고장난 건 아닌지 몇 번이나 조작을 해봤다. 하지만 그 날짜는 변하지 않았다.
‘뭐야.. 2019년이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잖아!’
승연은 아무리 시간이 다르다고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