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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화 (4/319)

3화 교통 사고[1]

버스는 운전석에 졸고 있는 운전사까지 보일 정도로 다가왔다.

‘젠장! 여기서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고!!’

삶에 대한 집념 아니 어쩌면 위기의 순간 나타난다는 초인적인 힘이 가람을 도왔는지 모르겠지만 가람은 자신을 덮칠 듯 달려오는 버스를 옆으로 피해 반대편 차선으로 몸을 날렸다.

원래 가람이 걷고 있는 길 옆에는 시멘트 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버스의 크기를 생각해본다면 적절한 판단이었다.

그때

빠아앙!!!

버스가 아닌 버스 뒤에서 들려오는 경적소리.

버스 기사가 졸고 있다는 걸 눈치챈 뒤에 있는 운전자가 낸 소리였다. 그 소리와 함께 버스 기사는 정신을 차렸고, 눈 앞에서 옆으로 뛰는 가람을 보고는 급격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그렇게 버스가 멈추는 소리에 가람은 이제 교통사고는 당하지 않았구나라고 안심하려고할 때 이번에는 등 뒤에서 경적소리가 들려왔다.

빠아앙!

등 뒤에서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 경차에 가람은 피하기 위해서 움직이려고 했지만 이미 한번의 초인적인 힘을 쓴 몸은 고장이라도 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놔 망할..’

우당타타타앙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충격에 가람은 순간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여보세요. 괜찮으세요? 저기요.”

독일어 억양이 묻어 있는 여자의 당혹스러운 말이 가람의 귓가로 들려왔다.

“으윽..”

“정신을 차렸군. 다행이야.”

그와 함께 여자 넘어로 보이는 뚱뚱한 버스기사는 안심한듯 입을 열었지만, 자신이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표정이 어두웠다.

“환자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그 버스 기사 앞에 경찰이 보였고, 멈춘 버스 뒤에 경찰차가 보였다.

버스 뒤에서 경적을 울린 차가 경찰차였던 모양이었다. 가람은 졸음 운전 버스를 피해 반대편 차선으로 뛰어 들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가람은 정신을 차린 후 몸을 일으키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찌리릿

척추 인근부터 느껴지는 짜릿한 느낌과 함께 고통이 느껴졌다.

회귀를 통해 오랜 삶을 살면서 모든 일이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흘러간 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때는 부상으로 삶을 통째로 날렸고, 어느 때는 사고로 인해 하반신 불구가 된 적도 있었다.

그래도 2048년 월드컵이 끝나는 시점 다시 원래 시간으로 돌아갔기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래 자신의 몸도 아닌데 그런 것이 가능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가람이 정신은 차렸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걸 본 여인은 바로 경찰에게 다가가 무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가람은 그렇게 잠시 혼자 있게 되었다.

‘망했다.’

라는 생각이 가람의 몸을 지배하려는 순간

[몸에 심각한 부상을 감지되었습니다. 회복이 진행됩니다.]

‘으응?!’

성가신 메시지창이 갑자기 뜨더니 몸 안에서 시원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가람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아까 느껴졌던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회복속도에 놀라 천천히 몸 이곳 저곳을 만져보고, 손목 발목까지 전부 돌려봤지만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이게 무슨..’

가람도 놀라 어안이 벙벙할 때 여인과 버스 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경찰이 가람을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예. 괜찮은 것 같아요.”

“괜찮다고요? 아까는 일어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가람은 경찰의 말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뛰는 시늉까지 보여주었다. 그러자 경찰은 알겠다는 듯 제스쳐를 취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 옷을 보니 선더랜드 소속 선수로 보이시는데 맞나요?”

훈련장에서 나왔을 때 1군 콜업 축하로 리캐터몰에게 받았던 선더랜드 로고가 새겨진 롱패딩을 입었다. 경찰의 말에 가람은 순순히 답했고, 경찰은 몇 가지 개인정보를 묻더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졸음 운전을 한 버스기사에게 다가가 무언가 취조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독일 억양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요.”

“아니.. 내가 속도를 60km나 내고 있었는데 정말 괜찮다고요?”

“몸이 튼튼한 편이라 괜찮은 것 같네요.”

“그래도 교통사고라는 게 혹시 모르는 거에요. 나중에 집에 가서 아프면 큰 일이라고요.”

“아.. 그런가요? 그럼 명함이라도 주세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죠.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여인은 다급히 자신의 차로 뛰어가 명함을 꺼내왔다.

여인은 붉은 뿔테에 검은색 트레이닝 복, 그리고 롱패디을 입고 있었는데 바이에른 뮌헨의 팬인지 가슴에 바이에른 뮌헨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받은 명함에는 바이에른 뮌헨 스카우트라고 적혀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 스카우트팀?”

“아아! 이런! 전 직장 명함을 드렸네요.”

여인은 화들짝 놀라며 가람의 손에 있던 명함을 회수해 가더니 새로운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적힌 명함은 BCD 스포츠국 기자라는 것과 함께 리사 뮐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BCD 스포츠 국 기자이시군요.”

“네. 맞아요. 그런데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네 괜찮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를 따라 몇 가지 동작을 해보시겠어요?”

“네에? 갑자기요?”

“아.. 제가 기자라고 해도 전공은 스포츠 재활학이라고요. 정말 괜찮은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아.. 알겠어요.”

그렇게 가람은 리사 뮐러가 알려주는 몇 가지 동작을 해보았고, 리사 뮐러는 아무런 고통 없이 자신의 동작을 따라하는 가람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튼튼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런가요?”

그때 등 뒤에서 버스 기사를 취조했던 경찰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저는 저분을 연행해야 해서 혹시 폐가 안 된다면 피해자를 집까지 부탁할 수 있을까요? 리사양?”

“그럼요. 제가 지은 죄도 있으니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가람은 자신의 의사도 묻지 않고 다음 행선지가 결정되었고, 그렇게 리사의 차에 올랐다.

“주소 좀 알려주실래요?”

“로커 공원 옆 세인트 앤드류 로커 교회로 가주시면 근방이 집이에요.”

“아. 그래요. 나도 그 근방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렇군요.”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차는 출발했고, 가람은 생각에 잠겼다.

2019년 생소한 시간대와 말도 안 되는 회복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생각하면 나타나는 저 상태창을 도대체 뭐냐는 거였다.

김가람 / 나이 : 만 18세 / 키 : 176 / 몸무게 : 68 / 주발 : 오른발

|개인기 55|, |슈팅 53|, |킥정확도 70|, |드리블 68|, |헤딩 52|, |패스 52|, |태클 72|, |민첩 65|, |체력 70|, |속도 72|, |몸싸움 70|, |위치선정 62|

미분배 포인트 : 4

‘게임도 아니고 상태창이라니.’

미분배 포인트에는 1군과의 훈련 경기에서 마지막 어시스트를 통해 얻은 3포인트와 튜토리얼을 끝내고 새로 얻은 1포인트가 합산되어 표시되어 있었다.

도대체 이 포인트라는 건 무엇일까?

그때 가람의 머릿속에 훈련도중 포인트를 올리고 달라진 몸 움직임과 킥의 정확도가 떠올랐다.

‘포인트를 얻고 그걸 적용하면 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려고 할 때 가람의 상념을 깨는 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선더랜드 1군 선수인가요?”

“저요? 유소년 선수입니다. 정식 1군 선수는 아니고, 오늘 1군으로 콜업되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것 같은데 편하게 말 놓으세요.”

“그럴까? 그런데 요즘 선더랜드는 어때? 이번에 승격하겠다고 힘쓰고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2위 그룹이랑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 1위이기도 하고.”

리사는 이때라는 듯 말을 편히 하면서 가람에게 정보를 얻으려는 듯 질문을 건넸다.

‘이 녀석봐라! 어딜 가든 기자들은 다 똑같은 건가?’

하지만 가람은 이미 여러 번 회귀를 통해 수많은 기자를 접해봤었기에 리사의 떠보기가 눈에 훤히 보였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그렇구나. 듣기로는 맥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들었는데.. 혹시나 재미 있는 일은 없었나 싶은데 말이지.”

리사가 보통 이 정도 말을 하고 나면 1군에 갓 올라온 선수라면 자신이 1군 선수라도 되는 듯 으스대며 알고 있는 정보를 다 말해줄 것이었지만 가람은 달랐다.

“하하하. 그렇군요. 하지만 이제 갓 1군에 올라온 애송이인 저에게 기자님이 원하시는 기사거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리사는 가람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완숙한 답변에 살짝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하긴 그렇네. 너 말 잘한다. 꼭 베테랑 선수랑 인터뷰하는 것 같네.”

“아.. 그런가요? 그냥 주장한테 기자님들 조심하라는 말을 들어서 말이죠.”

“하하하. 그렇구나. 하긴 리 캐터몰 주장이라면 충분히 1군 콜업된 선수를 교육했겠네. 그렇지만..”

무언가 이야기가 이어지려고 할 때 가람은 소리쳤다.

“여기에요. 여기서 내려주시면 돼요.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래..”

리사 뮐러는 그렇게 차를 세웠고, 가람은 기자와 엮여서 좋을 것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서둘러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어라?”

평소라면 불이 켜져 있을 집은 웬일인지 어두웠고, 가람은 능숙하게 전등 스위치를 찾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팡! 팡! 팡!!

작은 폭죽과 함께 종이 꽃가루가 나왔다. 그리고 직접 흰 천에 쓴 것으로 보이는 플랜카드가 보였다.

-가람 1군 콜업 축하!

플랜카드 앞에 40대 중반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몸매와 청순한 외모를 가진 가람의 어머니인 캐서린 스미스와 바이킹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험악한 인상과 190cm의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는 알렉스 스미스가 고깔 모자를 쓰고 웃으며 가람을 맞이했다.

“오 이런 내 새끼~ 드디어 해냈구나.”

알렉스는 가람에게 달려들어 단숨이 안아 들었다.

분명 동기화를 통해 얻은 정보에서는 알렉스가 63세라고 되어 있었는데 70kg에 가까운 자신을 5살 아이 들어올리는 듯 가볍게 들어올리며 괴력을 보여주었다.

가람은 머리로 그가 자신의 외할아버지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심적으로 어색했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런 것을 개의치 않고 가람을 번쩍 들어 식탁으로 데려갔다. 그러자 그걸 캐서린은 가람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우리 가람이가 좋아하는 한식으로 준비했단다. 이런 날 그이도 있었으면 좋을 텐데..”

갑자기 뻉소니 사고로 목숨을 읽은 아버지를 추억하며 눈 시울을 붉히는 캐서린을 보며 가람은 당황했다.

“엄마..”

“얘야 오늘은 좋은 날인데 울고 그러니..”

“죄송해요. 아버지. 그럼 이제 식사할까? 오늘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리 캐터몰 선수랑 같이 시간을 보낸 걸로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어떠니?”

“네. 상당히 친절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들은 알렉스도 한마디 거들었다.

“리 캐터몰은 같은 팀에게는 온화한 주장일지 몰라도 경기장에서 다른 선수에게는 미친 개라고 불릴 정도로 터프한 선수란다. 그런 베테랑 선수에게 배울 점은 많을 테니 옆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나 물어보도록 해라. 이 할비가 한 마디 해두었단다.”

“아버지. 가람이가 스스로 잘할 수 있어요. 괜한 간섭으로 선수들에게 압박하시면 안되죠.”

“흥. 그러는 너는 한스 그 친구에게 특제 사과파이를 만들어서 보낸 걸 모를 줄 아니.”

“아니 그건.. 그렇다고 한스 유소년 총괄님이 제 사과파이 때문에 가람이를 1군 콜업 시킨 건 아니잖아요.”

“혹시 모르지 그 뚱땡이가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닌지..”

“아빠! 몰아가시는 거예요?!”

“시작은 네가 했다.”

왠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부녀의 대화가 이어질 것 같은 가운데

똑똑!!

방금 가람이 들어온 문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리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 여기가 스미스 패밀리 가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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