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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6화 (7/319)

6화 옥스포드 교체 출전[2]

삐이익!

주심은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롬 홀과 태클을 한 가람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리 캐터몰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오늘 주심인 닐 하워드는 거친 몸싸움을 허용하지 않는 심판이었다.

특히 수비수의 태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가람의 방금 플레이로는 충분히 카드가 나올 수도 있었다.

리 캐터몰은 주심과 함께 롬 홀과 가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어나라.”

주심의 말에 쓰러진 롬 홀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이렇게 되면 애송이 녀석은 카드를 받고 위축되어 좀 주물러 주면 동점도 아니 역전도 가능할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여기서 노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라면..’

롬 홀은 조금 더 과장해서 아픈 연기를 했고, 주심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라.”

“주심. 잠깐. 이건 정당한 태클이었다고, 공만 건드린 거 못 봤어?”

다급히 들려오는 리 캐터몰의 목소리에 롬 홀은 더욱 기쁠 수밖에 없었다.

리 캐터몰의 성향상 만약 주심이 불리한 판정을 내리면 흥분할 것이고 그럼 카드가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롬 홀은 조금 더 고통스러운 척 몸을 굴렀다.

“일어나라.”

세 번째 들리는 주심의 단호한 목소리에 롬 홀은 좀 이상한 생각이 들렸다. 아무리 1군 첫 경기의 애송이라고 해도 주심이 세 번이나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이상했다.

‘이 녀석.. 뭐냐? 태클하다가 다친 건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실눈을 뜬 롬 홀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주심과 눈을 마주쳤다.

“일어나라.”

여태까지 일어나라고 이야기한 게 태클을 한 동양인 애송이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것에 롬 홀은 방금 전까지 연기했던 것을 잊은 채 재빠르게 일어났다.

“헐리우드 액션은 아이들이랑 놀아줄 때나 해라.”

그 말과 함께 롬 홀은 옐로우 카드를 받았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가람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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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려 올라가 롬 홀이 하프라인에서 공을 이어받았을 때 가람도 롬 홀 못지 않게 초조할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이제 3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옥스포드 선수 왼쪽 윙어 롬 홀에게 정확한 태클로 수비에 성공해라.]

[보상 : 3포인트]

아직 미션을 완수하지 못한 것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또 다른 포인트를 줄지는 몰라도, 지금 눈 앞에 보이는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롬 홀에게 태클을 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공방전을 통해서 이미 자신의 수비 능력을 간파한 옥스포드는 슬슬 다른 곳으로 공격의 루트를 찾기 시작했다.

‘이러면 완전 나가리인데..’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려는 찰나에 어느새 롬 홀이 중앙 미드필더와 연계를 통해 자신에게 다가왔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가람은 이미 여러 번 경합을 통해 롬 홀의 습관을 간파했다. 지금이라도 달려든다면 충분히 공을 빼앗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일부러 터치 라인에서 떨어져 공간을 치고 나갈 수 있게 공간을 내어주었다.

‘네 녀석이 공격수라면 이곳으로 공을 치고 나와 보라고..’

이미 이전 삶에서 스트라이커뿐 아니라 다른 공격 역할을 맡아본 가람은 그 누구보다 공격 자원들의 마음을 꿰뚫어보았다.

그리고

투우욱!!

롬 홀은 가람이 쳐 놓은 함정에 완벽히 걸렸다. 가람은 공간을 따라 롬 홀을 마크하다가 자신이 생각해도 완벽한 타이밍에 다리를 뻗어 공만 걷어냈다.

띠리링

[옥스포드 선수 왼쪽 윙어 롬 홀에게 정확한 태클로 수비에 성공했습니다.]

[3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그리고 시스템도 가람의 플레이를 인정한다는 듯 3포인트를 부여했다. 하지만 롬 홀은 꼭 자신에게 다리가 걸린 듯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졌다.

‘이런 설마..’

삐이익!

들려오는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주심과 리 캐터몰은 다가왔고, 리 캐터몰은 자신을 항변하듯 말했다.

그리고 가람은 이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연기하는 것보다는 서둘러 일어나 잘못을 인정하거나 주심의 판정에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기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람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심은 터치 라인 바로 옆에 있는 부심을 봤고, 부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주심은 가람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는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그렇게 롬 홀은 자기 꾀에 넘어가 옐로우 카드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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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종료됩니다. 오늘 경기의 승자는 선더랜드! 전반 35분 윌 그릭이 터뜨린 골이 그대로 결승골이 되었습니다.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번 경기 선더랜드가 이기기는 했지만 이제 남은 하반기에 우승을 굳히려면 공격진의 골도 필요하겠지만, 수비 보강이 절실해 보입니다.”

“수비 보강이라고 하시면 역시 오른쪽 수비를 말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코너 맥러플린 선수가 후반 60분에 부상을 입은 것 같은데요. 도널드 러브 선수까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1군에서 콜업된 가..가람 선수는 어떻게 보셨나요?”

“위치 선정과 속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고, 특히 후반 막판 정확한 태클은 눈여겨 볼 만했지만 아직 어립니다. 경험이 부족하죠. 5월까지 이어지는 긴 레이스에서 어린 선수만을 가지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래도 1군에 콜업된 유소년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선더랜드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만 너무 장미빛 미래만 쫓는 건 위험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경기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중계진들의 인사가 끝나고, 그 화면을 비추고 있던 맥플릭스 메인 PD는 바로 라커룸에 있는 보조 PD에게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윌 그릭 선수의 인터뷰를 하라고 연락을 넣었다.

연락에 맞춰 보조PD는 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가 윌 그릭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물었다.

“오늘 경기는 2위 옥스포드와 거리를 벌릴 수 있는 경기에서 골을 넣으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기 위해서 겨울 이적시장에서 왔습니다. 다행히 제가 제 몫을 해낸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후반전 가람이 들어온 후 좋은 찬스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 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가람 선수는 얼마전 1군에 올라온 유소년 선수인데 좋은 선수입니다. 앞으로 미래가..”

윌 그릭이 가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보조 PD는 필요 없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이전 소속팀인 레딩에 비해서 선더랜드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아. 그건..”

그렇게 라커룸 한편에서 맥플릭스 사람들의 요란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을 때 리 캐터몰은 가람을 데리고 조용히 라커룸을 빠져나와 연결되어 있는 샤워장으로 갔다.

“꼬맹이. 오늘 경기 좋았어. 생각보다 태클이 정확하던데.”

“아니에요. 다음에는 조심해서 해야겠어요.”

“녀석. 내가 할 말이 뭔지 알고 미리 선수를 치는 거냐?”

“하하하.”

“아까 들어보니 코너 녀석 부상이 생각보다 심한 것 같더라고. 머지 않아 도널드 러브 녀석이 복귀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한 동안은 네가 1군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요?”

“그래. 도널드 러브 녀석 또 와서 라커룸 분위기 망치기만 해봐라. 그냥 내가 아주!!”

안 그래도 인상이 험악한 편에 속하는 리 캐터몰의 인상이 찌그러지자, 가람은 순간 움찔했고, 그 모습을 본 리 캐터몰은 유쾌하게 웃었다.

“쫄지마~ 우리 꼬맹이는 앞으로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어이 부주장! 언제 왔어?”

언제 들어왔는지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씻고 있던 그런트 리드비터는 귀신이라도 봤다는 듯 화들짝 놀랐다.

“오늘 경기에서는 내가 수비적으로 나설 때 네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섰어야 했어. 안 그래? 오늘 경기 끝나고 경기 분석할 테니깐 너는 필참이다. 알았지?”

“그게 오늘 가족들이랑 약속이..”

“아! 마샤랑 저녁 약속 있었지.”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 놀라는 그런트를 보며 리 캐터몰이 웃으며 말했다.

“그거 우리 가족이랑 함께 하는 식사 약속이야. 어떻게? 분석실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따로 이야기하는 게 좋아?”

“그건..”

“그렇지. 그건 아니지. 그러니 마샤는 먼저 우리 가족이랑 식사를 하고 너는 나랑 같이 오붓하게 경기 분석 끝나고 합류하자고.”

그런트 리드비터는 이미 리 캐터몰의 마수에 걸린 걸 직감하고는 혼자 당할 수 없다는 듯 가람을 보며 말했다.

“주장. 그런 자리에는 역시 1군에 방금 콜업된 따끈따끈한 신인도 함께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많이 배울 수 있으니 말이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자기 앞가림만 해도 다행인 녀석한테 팀 전체 전술에 대해서 이야기 해서 뭐하니! 오늘은 1군 첫 출장했으니 가족들하고 좋은 시간 보내야지. 지금 팀 전술에 대해서 알려주는 건 독이라고 독! 너는 내가 그렇게 가르쳤는데 아직도 그걸 깨닫지 못한 거냐!!”

오히려 역습을 당한 그런트는 이어진 리 캐터몰의 폭풍 잔소리에 표정은 사색이 되어 갔고, 가람은 서둘러 씻고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라커룸에는 맥플릭스의 취재진 인터뷰 요청에 많은 이들이 떠난 상태였고, 그들의 타겟이 아닌 가람은 옷을 갈아 입은 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밖에 나오자,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작은 녹음기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가람 선수! BCD 스포츠국에 리사 뮐러라고 합니다. 오늘 데뷔전을 치루었는데 소감 어떠신가요?”

“소감이요?”

“네. 소감 부탁드립니다.”

붉은 뿔테 너머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리사를 보며 가람은 손으로 녹음기를 치우며 입을 열었다.

“저보다는 윌 그릭 선수나 오늘 골을 도와준 조지 허니먼 선수의 인터뷰가 더 팔릴 것 같은데요.”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남의 감으로는 왠지 이번 선더랜드의 승격에는 가람 선수의 힘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남은 후반기 선더랜드의 약점이라고 공표된 오른쪽 수비 부분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승격의 판가름이 날 것 같아서 말이죠.”

리사의 말에 가람은 그녀가 단순히 뜨내기 기자가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최소한 지금 리그1에 대해 분석하고 선더랜드에 대해 조사한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기자는 기자였다.

오랜 회귀의 삶을 통해서 기자와 친해져서 좋을 건 없었다.

게다가 1군에 콜업된 유소년 선수가 허파에 바람이 들어 인터뷰를 하는 건 자신이 생각해도 좋을 건 하나 없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아직은 1군에 올라와서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네요.”

“그럼 인터뷰 소감은 역시 자신의 몫을 다해서 선더랜드의 승격에 일조하겠다 이런식으로 쓰면 되겠군요.”

역시 하지도 않은 말을 추측해서 쓰는 기자들의 습성을 다시 한번 느끼며 가람은 리사를 피해 나가려고 할 때 복도 끝에서 유쾌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쓰시면 됩니다. 거기에 이 한 마디를 써주시죠. 앞으로 선더랜드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가람! 승격을 위해 이 한 몸 바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말에 가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그 주인공은 싱글거리는 미소가 보기 좋은 30대 초반에 쾌할한 남자였다.

그리고 가람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뭐야! 여기서 협회장님이 왜 나와..’

그렇다! 그는 승연의 삶에서 대한민국 축구 협회장인 김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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