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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8화 (9/319)

8화 굴러 들어온 돌[1]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 1군 훈련장

옥스포드와의 경기를 마치고 전날 경기에 뛰었던 인원들이 참여하는 회복훈련에 가람도 참여하게 되었다.

‘으윽.. 술냄새..’

가람은 능력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오전부터 개인 훈련을 시작해 어느 정도 땀을 뺀 상태였지만, 몇몇 이들은 어제 1위를 굳히는 승리로 인해 축하주 한 잔씩 했는지 얼굴들이 까칠해 보였다.

‘아직 우승한 것도 아닌데 벌써 이 모양이면 곤란한데.’

승점 4점 차인 1위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거기다가 다음 경기는 옥스포드가 패하면서 새롭게 2위 자리에 오른 포츠머스였다.

리그 후반이지만 1위 자리는 한 경기 까닥 잘못하면 넘어질 수도 있는 레이스였다.

삐이익!

수석코치인 제임스 플라워의 휘슬 소리와 함께 선수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술냄새가 나는 몇몇 선수들은 역시나 움직임이 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던 리 캐터몰이 크게 소리쳤다.

“아직 우승도 하기 전인데 누가 술을 마신 거야! 그리고 마신 것 둘째 치고 꼭 마신 걸 티내야 해? 이래 가지고 승격할 수 있겠어?! 정신 안 차릴 거야?!”

리 캐터몰의 외침에 훈련장의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선수들은 순간 움추러 들었고, 훈련을 진행하던 제임스 플라워도 리 캐터몰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해도 이런 나태한 모습은 쉽게 용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훈련을 하는 무리가 아닌 훈련장 입구에서 약간 경박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주장! 전반기에 우리에게 패배의 굴욕감을 주었던 옥스포드를 이겼잖아요. 이런 날에는 한 잔해도 용서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흥분한 리 캐터몰을 더욱 자극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모든 이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그런 시선을 마음에 드는 것처럼 손을 들어올리고는 웃으며 그런 시선에 화답했다.

“모두 오랜만~ 나 보고 싶었지?”

“도널드 러브. 네가 왜 여기에..”

리 캐터몰이 으르렁거리듯 묻자, 도널드 러브는 리 캐터몰의 험악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니 1군 선수가 1군 훈련장에 오는 게 문제예요?”

“부상은?”

“부상이 회복 되었으니깐 온 거죠. 그리고 쟤들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제가 다 독려하고 그런 거니까요.”

정신을 못 차리는 녀석들의 파티 주동자가 누군지 밝혀지자, 리 캐터몰은 한 대라도 때리듯 도널드 러브에게 달려들었다.

꽈아악

리 캐터몰은 도널드 러브의 멱살을 잡고는 한 대 칠 것 같이 흥분했다.

“역시 네놈이 주동자군!! 파티광 녀석아.”

“에이~ 파티광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고 그래요. 그냥 좀 여유 있게 보내자는 거지.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럼 프리시즌 때처럼 때려봐요. 제가 알기로는 감독님이 한번 더 같은 팀원 때리면 주장직 박탈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 그게 아니구나! 경기에 뛰지 못하게 했었죠? 맞나요?”

도널드 러브의 명백한 도발에 리 캐터몰은 주먹이 더욱 올라갔지만, 이내 그의 멱살을 풀어주며 말했다.

“꺼져라. 네 녀석은 여기가 아니라 회복 훈련을 해야 하니 말이야.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고요. 코너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백업으로 유소년에서 재미있는 녀석 하나가 굴러 들어왔다고 하던데요. 제가 한번 봐줘야 하지 않겠어요?”

리 캐터몰은 평소 도널드 러브의 행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말하는 봐준다는 의미가 결코 좋지 않다는 걸 알고는 더욱 흥분했다.

“뭐야!!”

이번에는 진짜 때릴 듯이 달려드는 리 캐터몰을 보며 옆에 있던 그런트 리드비터가 다급히 그를 말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도널드 러브는 비릿하게 웃으며 천천히 가람에게 걸어왔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네가 그 녀석이구나. 굴러 들어온 돌~ 선배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가람은 딱 봐도 도널드 러브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파악했다.

어떤 구단을 가든 자기 밥그릇에 예민하고 능력은 별 볼일 없는 말썽꾸러기가 한 명씩 있었는데 도널드 러브가 그런 인물이고 그에게는 걸맞는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프로에서 선후배 따지게 되어 있나요? 다 경쟁이죠.”

생각지 않은 가람의 반응에 도널드 러브는 기가 차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이런 당돌한 새끼가 다 있어. 네 녀석 인성을 보니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어 보는데.”

“그렇게 선후배 따지시는 분이 팀의 주장인 리 캐터몰씨에게 함부로 대하는 걸 보면 당신도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 같군요.”

“뭐야!!”

도널드 러브는 가람의 몇 마디에 흥분해서 손을 올리려고 했다.

‘오냐. 그래 차라리 쳐라. 이렇게 되면 네놈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거지.’

가람은 도널드 러브의 주먹질을 맞고 감독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러브는 가람의 생각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애송이 녀석! 지금은 다 네 뜻대로 될 것 같지. 그 자리는 곧 내가 차지할 거다. 다시 2군으로 내려갈 생각이나 해!”

삐이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휘슬을 들고 있었던 제임스 플라워를 봤지만 휘슬 소리는 그곳이 아닌 어느새 훈련장에 들어선 잭 로스 감독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회복 훈련을 하라고 했더니 이게 뭐야!”

잭 로스 감독의 호통에 모든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미 제임스 플라워에게 들어 몇몇 선수들이 파티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제 2위 옥스포드와의 경기의 승리는 중요했고, 그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 선수들이 느꼈을 부담감과 긴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딱히 간섭하지 않았지만, 오늘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건 아니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을 읽었는지 리 캐터몰은 팀의 기강을 잡았고, 잭 로스 감독이 원하는 분위기가 잡히려고 했다.

하지만 도널드 러브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잭 로스는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망할 녀석. 저렇게 꼬여서는..’

도널드 러브를 보는 잭 로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원래 시즌을 구상할 때 이 팀의 리더는 크게 두 명이었다. 오랜 시간 선더랜드에서 뛰었던 아이콘이면서 열정적인 주장인 리 캐터몰 그리고 리 캐터몰의 과한 열정과 압박을 웃으면서 풀어 줄 수 있는 인물인 도널드 러브였다.

그래서 기존의 주장인 리 캐터몰과 함께 새로 도널드 러브를 부주장으로 내세워 성향이 다른 선수들을 감싸려고 했지만, 프리 시즌 준비부터 둘의 너무 다른 성향은 마찰이 생겼고 결국 주먹다툼까지 가게 되었다.

감독인 잭 로스의 입장에서는 징계할 수밖에 없었고, 최대한 공평하게 징계를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신임 감독이 그렇다고 오랜 기간 주장직을 맡아온 리 캐터몰에게서 주장직을 박탈할 수는 없었고, 결국 자신이 부주장으로 추천한 도널드 러브에게서 부주장직을 박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감독 자신의 평가도 깎이게 된 사건이었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지 도널드 러브는 그 일을 계기로 비뚤어지기 시작했고, 그 후 리 캐터몰의 강압적인 모습에 반감을 가진 선수들을 모아 같이 어울리며 세력을 만들어갔다.

물론 그렇다고 팀의 훈련에 방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고, 그가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그를 따르던 이들도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널드 러브가 복귀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렇게 도널드 러브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적 시키는 게 맞겠다.

하지만 겨울 이적시장에서 전반기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유소년 유망주 공격수 조쉬 마자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보르도로 이적하면서 스트라이커 영입이 우선이었다.

그나마 윌 그릭이라는 굵직한 스트라이커를 영입했지만, 그의 영입 자금에 너무 많은 돈을 쏟은 게 화근이었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이미 도널드 러브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는 상황에 도널드 러브를 이적시키는 건 힘들었고, 능력적으로 봤을 때는 충분히 리그1에서 통할 만한 경쟁력을 가진 오른쪽 수비수였기에 이적 시키지는 않았다.

그렇게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도널드 러브를 데리고 있던 잭 로스였지만 이제 우승과 승격이 남은 상태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안 될 일이었고, 결단이 필요했다.

잭 로스는 결심이라도 했다는 듯 가람을 한번 보고는 다시금 도널드 러브를 보고 입을 열었다.

“도널드. 너는 오늘 회복훈련을 해야 하는 날일텐데.”

“감독님 회복훈련은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 이틀 뒤에 있을 포츠머스와의 경기에 대비해서 녹슬었던 실전 감각이랑 팀 호흡 때문에 1군 훈련장에 왔습니다.”

“실전 감각이라고?”

“그렇습니다.”

“듣기 좋은 말이군. 그럼 한번 모의 실전경기를 치루어 보도록 하자.”

생각지 않은 잭 로스의 말에 수석코치인 제임스 플라워도 놀란 듯 입을 열었다.

“감독님 어제 경기 때문에 선수 피로도가..”

“전후반 15분씩 청백전 경기는 큰 무리가 되지는 않겠지.”

“그렇습니다. 그래도 경기를 뛴다면 그전에 가벼운 스트레칭과 몸 풀기는 필요합니다.”

“알겠네.”

수석코치의 반론을 제압한 잭 로스 감독은 선수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들어라. 잠시 뒤 리 캐터몰 팀과 도널드 러브 팀으로 나눠서 청백전을 진행하겠다. 이번 경기는 도널드 러브의 실전 감각을 살리기 위함과 그의 경쟁력을 테스트를 겸하는 것이다.”

생각지 않은 잭 로스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당황했지만, 은연중에 잭 로스 감독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선수들은 알아챘다.

그리고 잠시 뒤 선수들은 잭 로스 감독의 배분에 의해서 팀이 나뉘어졌다.

물론 지난 경기 풀타임으로 뛰었던 선수들은 경기에서 최대한 배제되었지만, 잭 로스 감독의 청백전 구상에 있는 선수들은 경기를 뛰어야 했다.

부족한 포지션들은 U23 선수들을 충원해서 보충했고, 그렇게 파란 조끼팀에는 리 캐터몰, 그런트 리드비터, 김가람, 조지 허니먼, 윌 그릭이 포함되었고, 빨간 조끼팀에는 맥스 파워, 던컨 왓모어, 도널드 러브, 브라이언 오비에도, 백업 공격수인 찰리 와이크가 포함되었다.

골키퍼는 주전 골키퍼 존 맥클레인이 아니라 공정성을 위해 U23 골키퍼가 배분되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자, 잭 로스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주고 입을 열었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도널드 러브의 실전 감각을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니 수석 코치가 알려준 대로 움직여주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삐이익!!

수석코치의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는 빨간 조끼팀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선수들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람의 머릿속에는 다른 울림이 들려왔다.

삐리링

[도널드 러브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1군의 자리를 증명하라]

[보상 : 5포인트]

그리고 눈 앞에 메시지창을 보며 가람은 어쩌면 메시지창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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