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굴러 들어온 돌[2]
“마이 볼!”
그런트 리드비터가 길게 전방으로 뿌린 공을 도널드 러브가 자리를 미리 선점해 공을 낚아 챘다.
파란 조끼 팀의 왼쪽 윙어는 U23 선수였기에 그의 실력과 패기만으로 노련한 도널드 러브를 상대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이건 완벽한 찬스다.’
도널드 러브는 잭 로스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감독이라면 스스로 뱉은 말을 취소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은 후방 빌드업을 돕고 공격적으로 나가서 기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왼쪽 윙백인 브라이언 오비에도 다음으로 수비수에서 많은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자신에게는 딱 알맞은 임무였다.
현대 축구에서 좌우 윙백들은 수비뿐만 아니라 역습 시에는 웡어처럼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했는데 도널드 러브는 그런 윙백 역할을 잘 소화하고 스스로도 자신 있었다.
도널드 러브는 공을 그대로 끌고 올라가며 동료들에게 공격을 독촉했고, 그의 외침에 맞게 선수들은 공격적으로 나섰다.
타타탁!
도널드 러브의 움직임에 중앙 미드필더인 맥스 파워와 오른쪽 윙어인 던컨 왓모어도 호흡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둘은 부동의 주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팀에서 기대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었고, U23 선수들을 상대로 완벽하게 좋은 공간을 선점해 찾아 나갔다.
그렇게 하프라인까지 올라온 도널드 러브에게는 순간 선택지가 생겼다.
전방에서 오른쪽 터치 라인을 타고 있는 던컨 왓모어에게 긴 패스를 하거나, 자신의 공격을 막으러 오고 있는 리 캐터몰을 피하기 위해, 맥스 파워와 2대 1 패스를 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속도를 가속해서 직접 공을 몰고 나가는 것이었다.
‘여기서 생각할 필요가 있나?’
오늘 경기는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소화하는 게 우선이었다. 수비적인 역할 수행과 함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것이 우선이었다.
타타타탁 탓!
도널드 러브는 생각을 마침는 동시에 바로 가속해서 들어갔고, 순간 그의 빠른 움직임에 리 캐터몰은 도널드 러브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널드 러브가 오른쪽 터치 라인에서 경기장을 종으로 드리블하며 치고 올라가 어느새 공간을 스위칭하여 상대편 오른쪽 사이드로 자리를 옮겨 갔다.
순간적인 도널드 러브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푸른 조끼 팀 선수들은 당황했고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도널드 러브는 드리블을 하다가 가람이 수비하고 있는 공간에서 잠시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애송이! 나를 막을 수 있겠어?”
“윙어도 아니고 여기까지 힘들게 오셨네요.”
“흥! 요즘 윙백들도 공격을..”
도널드 러브가 말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가람은 바로 발을 뻗었다.
‘역시 애송이군.’
수비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인내심이었다.
공을 가지고 공격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수비수보다 뛰어난 개인기나 탈압박 능력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이런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동료를 기다려 압박을 하거나, 공격하는 상대의 움직임을 기다려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애송이는 그런 것도 모르는지 먼저 움직인 것이었다. 이제 애송이가 뻗은 발을 피해 유유히 빠져나가 이미 손을 올려 크로스를 기다리고 있는 찰리 와이크에게 공을 배달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도널드 러브는 자신에게 발을 뻗는 가람의 모습을 유심히 봤다.
‘왼발이군.’
그리고 공을 가지고 있는 왼발을 향해 단순히 발을 뻗는 가람을 보며, 도널드 러브는 공을 오른쪽으로 옮긴 후 드리블 하려고 했다.
하지만
토오옹!
공은 자신의 오른발로 가기 전에 가람의 발에 걸려버렸다.
‘이게 무슨..’
가람의 움직임을 보고 자신이 대처하는 데는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발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공을 친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 답은 이미 가람의 모습에서 나와 있었다. 단순히 발을 뻗는 게 아니라 거의 눕다시피 하는 태클 동작이었다.
그 짧은 사이에 가람은 발을 길게 뻗어 도널드 러브의 공을 정확한 태클로 가로챈 것이었다.
“이런.”
도널드 러브의 경악은 입으로 튀어나왔고, 생각지도 않은 유연한 동작에 공은 힘없이 터치 라인으로 흘러 들어갔다.
가람이 눕다시피 태클을 했다면 바로 이어지는 동작에서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한 도널드 러브는 몸을 돌려 다시 공을 얻기 위해 뛰어가려고 했다.
그때
터억!
도널드 러브의 시야에 어느새 가람의 등이 나타났다.
뒤돌아보는 자신의 동작보다 더 빠른 동작으로 좋은 위치를 선정한 것이었다. 태클을 한 후 보여주는 움직이라고 볼 수 없는 유연한 동작.
그건 즉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동작은 아니었다. 분명 자신이 이곳에 도착하고 수비에 나설 때 이미 자신의 수비 성공을 예측하고 한발 앞선 동작임이 확실했다.
“치잇!”
위치선정에서 밀린 도널드 러브는 가람에게 공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고, 가람은 바로 공을 잡아 공격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역습!”
가람이 역습이라고 외치며 뛰어가자, 도널드 러브는 가람의 옆에 바로 붙었다. 그리고는 어깨를 밀어넣어 어깨 싸움에 들어가려고 했다.
운 좋게 수비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아직 18세에 왜소한 체격을 가진 가람이 자신과는 몸싸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좀 더 힘으로 몰아붙인다면 공을 다시 얻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끄으으으응!!
도널드 러브가 있는 힘을 다해 밀었지만, 가람은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속도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가속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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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랑 도널드 저 녀석을 비교하겠다는 건가?’
15분 전후반 경기라고 하지만,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U23세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감독의 팀 배분으로 봤을 때 자신과 도널드를 비교해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보였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에서 가람의 예상대로 미스 매치인 걸 알면서도 그런트 리드비터는 계속 U23 왼쪽 윙어에게 공을 밀어주었고, 도널드 러브와 계속 경합을 진행시켰다.
그것을 보고 확실히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가람은 도널드 러브가 공격적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공격!”
도널드 러브의 외침과 함께 선수들은 공격적으로 나섰고, 가람은 때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공격이라는 말과 함께 좋은 움직임을 보이는 던컨 왓모어나 맥스 파워가 보였지만, 도널드 러브는 리 캐터몰의 수비를 따돌리고 자신이 수비하는 위치까지 왔다.
가람은 이어진 도널드 러브의 도발성 멘트는 가볍게 무시하고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것이었다.
‘멍청한 녀석. 여기까지 오느라고 힘을 빼다니.’
도널드 러브 입장에서는 경쟁자인 자신을 누르고 목적을 이룬다면 리 캐터몰에게 한방 먹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가람은 결코 그렇게 둘 생각은 없었다.
‘아까 드리블할 때부터 오른발로 하던 녀석이 이제 와서 왼발에 공을 둔다고?’
그게 속임수라는 것을 완벽하게 파악한 가람은 발을 살짝 내미는 척 페이크를 걸고 길게 발을 뻗어 도널드 러브가 공을 미쳐 오른쪽으로 옮기기 전에 공을 건드렸다.
그리고 바로 길게 뻗은 왼쪽 다리에 무게를 실어 앞으로 쏟아지는 듯 자세를 고쳐잡고 터치 라인으로 넘어가는 공을 잡아낼 수 있었다.
“역습!”
이 말과 함께 도널드 러브는 자신을 향해 달려들 것이었다.
하지만 가람은 지난 경기를 통해서 이미 리그1 수준의 선수들의 몸싸움을 느껴보았고, 도널드 러브는 외관상으로 봤을 때 몸싸움을 즐기거나 강한 타입은 아니었다.
끄으으응!
역시나 자신에게 어깨싸움을 했지만 큰 효과는 주지 못했다. 그리고
[미분배 포인트 :3]
|속도 72 -> 75|
지난 경기에서 롬 홀에게 정확한 태클을 걸어 얻은 3포인트를 속도에 분배했다. 그러자 다리에서는 이전과 다른 활력이 느껴졌고, 가람은 도널드 러브를 뿌리치고 그대로 상대 왼쪽 터치 라인을 따라 전진했다.
“가람!!”
가람이 왼쪽 터치 라인으로 전진하자, 상대 중앙 미드필더인 맥스 파워는 자신을 마크하기 위해 나왔고, 그가 비운 자리로 그런트 리드비터가 들어갔다.
가람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그런트 리드비터에게 공을 연결했다.
“제길!”
자신이 가람을 마크하기 위해 비운 자리로 그런트 리드비터가 공을 이어받자, 맥스 파워는 그런트 리드비터를 마크하기 위해 전력 질주를 했다.
이름처럼 쉽지 않게 지치지 않는 맥스 파워의 엄청난 활동량이지만 이번에는 그게 바로 독이 되었다.
그런트 리드비터는 맥스 파워가 자신에게 접근하기를 기다려 터치 라인 공간으로 치고 올라가는 가람에게 리턴 패스를 뿌렸다.
순간 똥개 훈련이라도 하는 듯 허망한 순간이었지만, 맥스 파워는 실망한 기색 하나 없이 다시 가람을 쫓아 뛰어왔다.
‘이거 엄청난 놈이군.’
전력질주를 멈추지 않는 맥스 파워를 보며 가람은 순간 그의 기세에 압도될 것 같았다.
그때 왼쪽 윙백인 브라이언 오비에도도 가람의 앞공간을 자르며 다가오면서 가람은 순간적으로 앞과 뒤에서 압박을 당하는 꼴이 되었다.
‘여기서는...’
가람은 자신의 공격에 맞춰 중앙 센터백 두명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는 윌 그릭이 보였고, 그 뒤로 리 캐터몰이 커버하듯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뻐어엉!!!
가람은 윌 그릭을 보고 공을 길게 올렸다. 가람의 위치는 상대 골대 보다 하프라인에서 가까운 상태였기에 조금 무리한 크로스로 보였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도널드 러브는 애송이가 다급하게 올렸다고 생각해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으랴랴랴!!!
윌 그릭은 힘찬 외침과 함께 뛰어 올라 u23 센터백 둘을 압도하며 공중볼을 따냈고, 그 공은 뒤따라 온 리 캐터몰 앞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이미 중앙 수비수 두 명은 윌 그릭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패배해 무너져 내렸고, 공을 이어받은 리캐터 몰에게는 골키퍼만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토오옹~
리 캐터몰은 능숙한 퍼스트 터치로 공을 받은 후 가볍게 오른발로 공을 살짝 밀어 놓은 후 짧은 스탭 이후 다시 오른발로 공의 아랫부분은 강하게 찼다.
뻐어어엉!!
공이 터지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강한 충격음이 들려왔고, 그 충격음 만큼 강하게 뻗어난간 공은 U23 골키퍼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촤르르르르!!!
삐이익!!
골을 인정하는 제임스 플라워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리 캐터몰은 가람에게 달려들었고, 가람은 그런 리 캐터몰을 보며 도망다니는 세레머니를 보여주었다.
가람은 도널드 러브과의 경합에서 이긴 후 동료들과 좋은 호흡으로 골의 시발점이 된 코로스를 넣은 것이었고, 그런 연계를 지켜본 붉은 조끼팀은 순간 기가 죽었다. 그리고 그런 팀원들을 보며 도널드 러브는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운이 좋아서 들어간 거야. 모두 힘내자.”
그렇게 경기는 푸른 조끼 팀의 공으로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