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정식 1군
삐이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고 도널드 러브는 입고 있던 연습 조끼를 바닥에 내팽켜치며 말했다.
“너희들 제대로 안 할거야?!”
경기는 결국 가람이 속한 푸른 조끼 팀이 2대 0으로 이겼다.
도널드 러브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화풀이를 했지만, 이번 경기를 본 모든 이들은 승패를 좌우한 건 오른쪽 윙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미 잭 로스 감독의 주문으로 공격은 오른쪽 사이드에 집중되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공격의 시작도 오른쪽 사이드에서 시켰기에 둘의 역량 차이가 경기의 결과를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 사실을 제일 잘 아는 건 그 누구보다도 도널드 러브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걸 승복해 버리면 자신이 무너질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다른 사람에게 패배의 원인을 돌린 것이었다.
“그만!”
잭 로스 감독의 말에 도널드 러브의 불평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 경기를 통해서 누가 선더랜드 1군의 오른쪽 수비로 더 어울리는 지는 모든 선수들이 봤을 것이고, 인정할 거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러브 더 할 말 있나?”
“제가.. 아직 경기 감각이 완벽하게 돌아온 게 아니라서..”
“경기 감각? 그래 맞다. 막 부상 회복을 마친 너에게는 그런 핑계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봐라. 네가 완벽한 컨디션이었다고 해도 지금처럼 동료들을 이용하지 않고 혼자서 플레이 하려고 한다면 어떤 감독이 너를 쓸 것 같나!”
잭 로스 감독의 말에 도널드 러브는 충격을 먹은 듯 그 자리에서 굳어지더니 당황한 듯 떨면서 입을 열었다.
“그.. 그건 저에게 주어진 임무가 수비와 공격적으로.. 나가라고 하셔서···”
“멍청한 놈! 그렇다고 공격을 혼자서 해?! 이제 1군에서 콜업된 가람이도 동료에게 좋은 기회가 나오면 패스를 하면서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하는데 네가 공격수야?! 다 해결할 수 있어?!”
잭 로스 감독의 호통에 도널드 러브는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우리팀 오른쪽 수비수 주전은 정해졌으니 더 이상 소란은 없었으면 한다. 도널드 러브 너는 오늘부터 U23선수랑 훈련한다. 따로 콜업이 있을 때까지는 거기서 뛰도록.”
“가.. 감독님!!”
“내 결정에 따를 수 없다면 에이전트를 통해 계약 해지를 하던가 해!”
강하게 나오는 잭 로스 감독을 보며, 도널드 러브는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리링
[도널드 러브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1군의 자리 증명에 성공했습니다.]
[5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그와 다르게 가람은 기분 좋은 울림과 함께 포인트를 받게 되었다.
경기가 끝난 후 리 캐터몰은 가람이 이제 콜업 선수가 아니라 정식 1군 선수가 되었다는 것에 기뻐하면서 1군 선수들에게 일일이 인사 시켜주었다.
1군 콜업으로 온 경우에는 몇 경기를 뛰다가 다시 U23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멘토로 지정된 선수가 주변 동료 몇 명만 소개를 시켜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제는 1군 주전 자리를 확보했으니 1군 선수들과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인사를 하던 도중 곱슬 갈색 머리가 인상적인 20대 후반의 남자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오늘 보니깐 너 잘 뛰더라. 나는 맥스 파워야. 앞으로 잘 부탁해.”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뛰는 거 보니 이름이 왜 맥스 파워인지 알 것 같더라구요. 제가 수비 실수를 하면 커버 부탁드릴게요.”
“하하하. 녀석! 그건 나한테 맡겨 두라고.”
그리고 맥스 파워는 자신의 등 뒤에 숨어 있는 금발의 스포츠 머리를 한 사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야.. 그렇게 있으면 인사 못 해.”
“아.. “
사내는 남자답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약간 수줍어 하며 가람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 나는 던컨.. 왓모어야.. 잘.. 부탁..해.”
경기장에서는 저돌적인 움직임과 스피드로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었던 던컨 왓모어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상당히 부끄러움을 타는 것 같아 보였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주전 오른쪽 윙어시죠. 제가 뒤에서 든든히 지킬 테니 공격에만 집중하세요.”
“어.. 고.. 고마워.”
그렇게 1군의 대부분 선수들과 인사를 끝내고 이제 그런트 리드비터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트 리드비터는 아까부터 무언가 중얼거렸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소개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가람은 그렇게 그런트 리드비터에게 다가가려고 했는데 리 캐터몰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맞다. 제일 중요한 녀석한테 소개를 시켜주지 않았네. 따라와.”
“네에? 아직 부주장한테는 인사를 하지 않았는데요.”
“그녀석 얼굴이랑 이름 알잖아. 그럼 뭐 또 인사를 하고 그러냐. 어서 따라와.”
그렇게 리 캐터몰은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몰라도 준비를 하고 있던 그런트 리드비터를 두고 재활센터로 가람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런트 리드비터는 멀어지는 가람을 보며 좌절했고, 그런 그를 보며 맥스 파워가 위로해주었다.
“부주장. 다음에 인사하면 되죠. 그럼 마무리 스트레칭하고 오늘은 해산할까요?”
“그래.. 그러자.”
그런트 리드비터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리 캐터몰은 신나서 재활센터로 행했고, 거기서 재활 훈련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 코너 맥러플린을 만날 수 있었다.
“어이 코너! 오늘부터 정식으로 1군으로 합류하게 된 김가람이야. 네 서브니깐 잘 챙겨.”
“잘 부탁드립니다.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그래. 잘 부탁해. 혹시 시간 있으면 나랑 좀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럼요.”
코너 맥러플린은 자신의 옆에 있는 벤치에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고, 리 캐터몰은 그런 모습을 보고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오늘 경기 인상적이었어. 도널드 녀석을 완벽하게 박살내던데..”
“아니에요. 도널드씨가 아직 경기 감각이 오르지 않아서 그런 거죠.”
“아니. 그렇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도널드 녀석 부상 당했다고 하지만 장기 부상도 아니었고, 나름 계속 실전 감각 유지하려고 따로 아마추어팀에서 운동했다고 들었어. 아마도 감독님도 그걸 알고 계셔서 U23팀으로 내치신 거겠지.”
“그런가요?”
“그래. 팀에 불화를 일으키는 놈. 그래도 데리고 있었던 이유가 실력 때문이었는데 이제 실력을 갖춘 슈퍼 루키가 나왔으니 말이야.”
“슈퍼 루키라니.. 아직 멀었습니다.”
“아니지. 네 나이에 그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슈퍼 루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져.”
“감사합니다.”
코너 맥러플린은 가람의 겸손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부상은 심한 편은 아니지만 23일에 있을 포츠머스 경기에 나온다고 해도 오래 뛸 수는 없어. 어쩌면 네가 처음으로 선발 출전할 수도 있고 말이야. 첫 선발이 강팀이라 좀 부담스럽겠다.”
“아니에요. 그런 것도 견뎌야죠.”
“포츠머스도 우리처럼 좌우 윙어랑 윙백들을 이용해서 공격을 사이드에서 풀어나가거든. 특히 네가 마크 해야 할 코너 로너는 순간 스피드랑 오프더 볼 움직임이 좋아. 물론 네 속도라면 그를 막는데 문제는 없겠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위치 선정이야.”
코너 맥러플린은 자신이 포츠머스를 상대할 때 어떤 마음 가짐과 상대 공격 자원의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고, 가람은 그 이야기를 꼼꼼히 기억하며 들었다.
또한 가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수비 지식을 동원해서 그동안 플레이하며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고, 코너 맥러플린은 흔쾌히 가람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렇게 포츠머스 경기를 준비하기 전까지 가람은 상태창이 시키는 개인 훈련이나 팀 전술 훈련을 마친 후 틈틈히 코너 맥러플린을 찾았고, 코너 맥러플린은 아낌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조언해 주었다.
“그럼 결국은 저한테 아쉬운 건 드리블이랑 위치선정이군요.”
“그래. 아무래도 우리 팀에서는 윙백들에게 공격적인 움직임을 원하니 말이야. 드리블은 단기간에 올릴 수 없지만 위치 선정은 상대 습관을 알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되니깐 내가 준 포츠머스 경기 자료 참고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단기간에 실력을 올릴 수 없었겠지만, 가람은 달랐다.
‘우선은 경기를 나가는 것에 집중하자, 팀에 필요한 인재가 되는 거야.’
그렇게 가람은 도널드를 물먹이고 얻은 5포인트를 드리블과 위치 선정에 부여했다.
|드리블 68 -> 70|, |위치선정 70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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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경기를 위해 선더랜드는 잉글랜드 북동부에서 남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선수들의 피로도를 생각해 기차로 이동했다.
그래도 3일 간격으로 치뤄지는 경기였기에 아무래도 옥스포드와의 경기를 풀타임으로 치룬 선수들의 피로도는 어쩔 수 없었다.
잭 로스 감독은 그렇다고 2위로 올라온 포츠머스를 상대로 후보 선수들을 투입할 수는 없었기에 1군 주전 선수들을 최대로 활용한 후 후반에는 교체할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기차 안에서는 대부분 선수들이 피로에 지쳐 잠에 들었지만, 가람은 코너 맥러플린이 건네준 영상을 보면서 선수들의 습관을 공부하고 있었다. 잭 로스는 그런 모습을 보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가와 가람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동 시간에 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도 프로의 덕목 중 하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잭 로스 감독이 자리로 돌아가자, 가람은 자지 않고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어차피 상태창의 프로그램 덕분에 컨디션은 최고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개인 훈련을 하지 않으면 능력치가 떨어진다고 협박을 했지만, 그 훈련은 단순히 협박뿐 아니라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큰 효과를 주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포츠머스의 홈구장인 프라톤 경기장에 도착한 선더랜드 선수들은 기차에서 굳어 있던 몸을 풀면서 경기를 준비했다.
잭 로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각가 컨디션을 물어보며 원래 짜던 선발 명단에서 몇 명을 빼고 몇 명을 넣으며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는 가람에게 다가왔다.
“코너 맥러플린에게 좀 더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잘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래. 대신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이 들면 바로 교체할 거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가람의 첫 선발 출장이 결정되고, 코너 맥러플린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그리고는 오늘 선발 출전한 코너 로너에 대해 같이 분석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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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3일 프라톤 파크(포츠머스 홈경기)
존 맥플래건
김가람 – 글렌 로번스 – 아드리안 마리아파 – 브라이안 오비에도
맥스 파워 – 리캐터몰
던컨왓모어 - 조지 허니먼 – 린든 구치
윌 그릭
"선더랜드!! 이겨라!!"
"여기까지 오느냐고 힘들었다고!! 꼭 이겨!!"
버스까지 대절해 응원하러 온 원정팬들의 환호 속에 가람은 포츠머스 원정경기에서 가람이 인생의 첫 선발출전을 치루게 되었다.
첫 선발 출전이라면 그 어떤 선수라고 해도 긴장할 수밖에 없겠지만, 승연의 삶에서 회귀를 통해 수 많은 첫 선발 출전을 경험했기에 긴장보다는 오히려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가람에게는 원정팬들의 환호성과 상대 홈팬들의 야유소리가 익숙하게 들려왔고, 오히려 고양감이 오르게 해주었다.
‘좋아.. 이제 해보자고..’
삐이익!
경기 휘슬소리와 함께 상대팀 공격수가 공을 자기 진영으로 돌렸고, 그때
띠리링
[생애 첫 선발 경기에 출전하였습니다.]
[5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가람은 생각지 않은 포인트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