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포츠머스전[1]
쿠우웅!
코너 로너는 상대 오른쪽 공간을 보고 날아오는 공을 향해 뛰었지만, 그 옆에는 이번에 첫 선발 경기에 임하는 오른쪽 수비가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제길..”
상대 수비의 속도는 자신을 상회했고, 몸싸움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젠장.. 이게 정말 바로 콜업된 유소년 선수라는 거야?’
포츠머스의 쌍검이라고 불리며 공격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자신이 이렇게 무력화 된다는 게 믿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자신이 경합에서 이겨야 오늘 경기에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포츠머스의 감독인 캐니 재킷도 코너 로너에게 이번 경기에서 오른쪽 공간에서 돌파구를 만들 역할을 기대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하지만 실제로 부딪힌 상대 수비는 그 어떤 베테랑 수비수보다 뛰어났다.
특히
투우웅
몸싸움과 속도보다 뛰어난 가람의 위치 선정은 코너 로너를 좌절시킬 수밖에 없었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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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코너 로너 선수! 오늘 첫 선발 출전하는 가람에게 또다시 막힙니다. 가람 선수 오늘 정말 선발 출전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를 정도로 노련한 수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지난 옥스퍼드의 후반전에 교체되어 들어왔을 때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포츠머스에서는 선더랜드의 주전인 코너 맥러플린의 부상으로 오른쪽 수비가 약점이라고 생각해서 준비해왔을 텐데요. 이거 생각지도 않은 가람이라는 어린 선수에게 막히게 되었습니다."
“말씀 드리는 순간 가람 선수 공을 치고 올라옵니다.”
“수비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는데요. 과연 이 선수가 선더랜드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 지 기대되는 순간이네요.”
가람은 코너 로너에게서 뺏은 공을 몰고 속도를 살려 하프라인을 넘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앞에서 뛰고 있는 던컨 왓모어가 상대 왼쪽 윙백과 중앙 수비수 사이의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해 들어갔다.
가람의 움직임에 맞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던컨 왓모어의 움직임에 순간 상대 중앙 수비수와 왼쪽 윙백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람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다.
던컨 왓모어에게 긴 패스를 넣거나 던컨 왓모어가 비워둔 자리를 찾아 그 자리로 뛰어 들어가 크로스를 올리는 방법이 생긴 것이었다.
솔직히 여기서 던컨 왓모어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넣는다면 좀 더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가람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냉철하게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듯한 능력치가 나타났다.
|패스 52|,|킥 정확도 70|
‘어설프게 패스를 넣는 것보다는 차라리 크로스다.’
가람은 던컨 왓모어가 비워둔 공간으로 드리블을 해서 치고 나갔다.
경기 전 드리블 수치를 70으로 올리자 가람의 속도를 낮추지 않은 수준에서 드리블이 가능했었고, 경기를 통해 드리블과 위치 선정에 포인트를 투자한 건 좋은 선택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투투툭!
“김가람 선수 던컨 왓모어 선수가 비워둔 왼쪽 공간을 향해 질주합니다. 생각지 않은 가람 선수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포츠머스 선수들이 당황합니다.”
“좋습니다. 찬스에요.”
중계진들이 흥분하고 있는 찰나에 가람은 어느새 상대 골문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미 던컨 왓모어를 마크하기 위해서 포츠머스의 왼쪽 수비수는 던컨 왓모어를 따라 골문으로 움직였기에 가람의 눈 앞에는 그 어떤 방해 요소도 없었다.
‘더 치고 나갈까? 아니면 여기서 크로스를?’
그렇게 가람이 잠시 머뭇 거리는 순간!
촤르르르~
등 뒤에서 잔디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퍼어억!
“코너 로너 선수 여기서 거친 태클로 가람의 공격을 저지합니다.”
“코너 로너 선수 투지를 보이며 가람을 막아냅니다. 가람 선수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선택을 했다면 좋왔을 텐데요.”
“오늘 주심 성향상 저런 몸싸움은 그냥 넘어가게 될 텐데요. 앞으로 공격적으로 나오려면 저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람의 공격 찬스는 생각지 않은 코너 로너의 수비커버에 사라졌고, 코너 로너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허억.. 허어억..어이 애송이! 나를 너무 쉽게 보지 말라고.”
그렇게 경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포츠머스가 준비했던 오른쪽 공략은 가람에 의해서 막혔고, 반대로 가람의 공격도 코너 로너와 포츠머스의 왼쪽 수비의 협력 수비로 쉽게 뚫어내지 못했다.
물론 단순히 오른쪽 공격에서 서로가 활로를 뚫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양팀 모두 3일 간격으로 치뤄진 강행군에 주축 선수들의 피로도도 경기를 빠르게 진행시키지 못한 것에 한 몫 했다.
“던컨 왓모어 선수 가람 선수에게 공을 이어받아 상대 진형으로 들어갑니다. 찬스입니다. 중앙에 윌 그릭 선수도 그에 맞춰 중앙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입니다. 여기서 찬스를 살린다면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퍼어엉!!
던컨 왓모어는 상대 수비수의 끈질긴 수비 때문에 골라인 근처까지 가서야 겨우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 사이로 빠르게 지나갔고, 거기에 윌 그릭이 머리만 댄다면 골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휘이잉~
“이런.. 좋은 찬스지만 윌 그릭 선수가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렇죠. 던컨 왓모어 선수의 좋은 움직임이었지만, 윌 그릭 선수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3일 간격으로 치뤄진 경기는 힘들죠. 그래도 지금 이때 한걸음이라도 더 움직이고 경기를 이기고자 하는 팀이 승리를 가지고 가게 될 겁니다.”
“그렇군요. 공은 터치라인 빠져나가 포츠머스의 공으로 다시 시작되겠습니다.”
그렇게 포츠머스의 오른쪽 수비가 스로인을 준비하려고 할 때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 삑!!
“주심의 휘슬로 경기 전반 종료되었습니다. 전반전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위원님.”
“아. 아무래도 후반기 3일 간격으로 치뤄진 경기 때문에 선수들의 피로도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무래도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1군 선발 출전한 김가람 선수는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죠. 오른쪽 윙백으로 나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직 상대의 윙어와 수비수의 협력 수비를 따돌릴 만한 탈압박 능력이나 속도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쉬운 부분이죠.”
“그렇다면 양팀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좋아 보이시나요?”
“포츠머스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건 아무래도 김가람 선수가 후반까지 저렇게 좋은 수비를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계속 선더랜드의 오른쪽 공간을 공략해보는 게 좋아 보입니다.”
“그럼 선더랜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선더랜드는 윌 그릭 선수를 좀 더 활용해서 속공보다는 지공에서 높게 크로스를 올리고 거기서 나오는 세컨볼을 이용한 찬스를 도전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후반전에 찾아오겠습니다.”
해설진들이 전반전을 마무리할 때 선더랜드의 라커룸은 잭 로스 감독의 격앙된 목소리가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길 생각이 없는 거냐?! 왜 이렇게 몸이 무거워?! 한걸음! 딱 한걸음만 더 움직여라. 이번 경기를 이기면 확실히 1위를 굳힐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계속 3부 리그에 있고 싶나?”
잭 로스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크게 답했다.
“아닙니다.”
“그래. 우리는 리그1에 안주하지 않고 챔피언쉽 그리고 프리미어리그로 올라갈 팀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이것보다 더 힘든 일정들도 있다. 이기고 싶다면 아니 승격하고 싶다면 움직여라 알겠나?”
“넵!”
“목소리가 작다!!”
“네에엡!!”
그렇게 한바탕 선수들을 다그친 잭 로스 감독은 윌 그릭에게 갔다.
“몸 상태는 어떤가?”
“괜찮습니다.”
“이번 경기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팀의 주포인 네가 부상을 당하거나 다치는 건 원하지 않아. 아직 리그 경기는 남아 있으니 언제든 힘에 부치면 말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요청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여기에 팀을 승격시키려고 왔으니 말이죠.”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윌 그릭의 기특한 말을 들은 잭 로스는 맥스 파워와 리 캐터몰, 던컨 왓모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람을 불러왔다.
“주장. 상대 중앙 압박은 어떤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혼자 마크할 수 있겠어?”
생각지 않은 감독의 말에 리 캐터몰은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 말씀이라면 따르겠습니다.”
“그래. 계속 그러라는 건 아니다. 찬스가 나오면 맥스 파워와 던컨 왓모어는 중앙으로 치고 나온다. 그리고 그 자리를 가람! 네가 치고 들어가서 윌 그릭에게 크로스를 올려라.”
생각지 않은 감독의 주문에 가람은 순간 놀랐지만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잭 로스 감독이 말을 이어갔다.
“이번 경기의 상대는 1군에서 콜업된 선수인 너를 약점으로 생각하고 후반전에도 가람이 너를 노릴 거다. 그렇다면 너는 코너 로너를 눌러버리고 그대로 공을 끌고 공격에 나서라. 그게 찬스다. 그때 모두 내가 지시한대로 움직여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특히 맥스 파워! 너는 중앙을 리 캐터몰에게 맡기고 수비 지원하기 위해 오는 코너 로너를 커버해. 최대한 가람이 크로스를 올릴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부탁한다.”
그렇게 잭 로스 감독이 자리를 떠난 후 리 캐터몰은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이거 꼬맹이가 선발 첫 경기 때부터 막중한 임무를 받았네. 어때? 해낼 수 있겠어?”
“해내야죠.”
“크하하하. 역시 내가 사람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다니깐. 좋았어. 그럼 후반전에는 감독님이 지시하신 걸 중심으로 움직이자고, 대신 이 모든 건 가람이가 찬스를 만들었을 때 해당되는 거야. 그전에는 지금처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 알겠어?”
“알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파워 충전!!”
리 캐터몰의 말에 세 명의 선수들은 크게 대답했고, 그와 동시에 라커룸이 열리고 다시 경기장을 향해 나갈 시간이 되었다.
삐이익!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포츠머스는 지친 선수들을 바로 교체해 주었고, 포츠머스는 교체된 선수들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잭 로스 감독의 예측과 다르게 포츠머스는 선더랜드의 왼쪽과 중앙을 깊숙히 파고드는 공격에 집중했고, 경기는 포츠머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중
후반 43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이 왼쪽으로 집중되자 리 캐터몰과 맥스 파워는 수비를 지원하기 위해 위치를 옮겨왔고, 오른쪽 공간에 코너 로너 혼자만 있게 되었다.
잭 로스 감독도 자신이 라커룸에서 지시한 내용을 무시하고 왼쪽 수비에 집중하라고 다시 지시를 내렸다.
그때
뻐어엉!!
포츠머스의 오른쪽 윙어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선더랜드의 왼쪽 윙백인 브라이언 오비에도를 앞에 두고 종으로 크게 패스를 했다.
공은 경기장을 크게 가로 지르며 코너 로너가 있는 공간에 정확히 떨어졌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코너 로너는 공을 잡아 드리블해 앞으로 전진해갔다.
“젠장!”
여태까지 왼쪽을 공격한 건 오른쪽을 공격하기 위한 포섭이라도 된다는 듯 오른쪽 공간에는 코너 로너와 가람 단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커버!!!”
리 캐터몰은 가람을 지원하기 위해 크게 소리쳤지만, 코너 로너는 이미 공을 잡아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꼭 뚫어내겠다는 듯 눈에 빛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