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포츠머스전[2]
하프타임 포츠머스의 라커룸
포츠머스의 감독 캐니 재킷은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전반전 홈팬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에게 크게 호통치며 기강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하이라이트는 코너 로너였다.
“코너!! 이 녀석!! 지금 너를 막고 있는 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리버풀의 알렉산더 아놀드라도 되는 거냐?! 왜 뚫어내지 못해? 저 애송이는 얼마 전까지 U23 아니 U19에서 뛰던 녀석이야. 지난 경기 후반에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네놈이 못 뚫어낼 이유는 없어.”
“죄송합니다.”
“제길 멍청한 녀석. 후반전에는 왼쪽과 중앙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간다.”
캐니 재킷의 말에 코너 로너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 캐니 재킷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그래도 저런 애송이를 뚫어내지 못 한다는 건 내 자존심이 용서 못 한다!! 코너!! 후반 막판에 기회를 만들어줄 테니 성공해!! 이번 경기 역시 핵심은 선더랜드의 오른쪽이란 말이야! 절대로 해내도록!! 무조건 해내!!”
“알겠습니다. 증명하겠습니다.”
그리고 후반의 시작과 동시에 포츠머스는 왼쪽과 중앙에 집요하게 공격을 해냈고, 역시나 괜히 선더랜드가 1위 수성에 성공하는 게 아닌지라 쉽게 뚫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잭 로스 감독도 상대가 오른쪽으로 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믿었고 리 캐터몰에게 지시를 내려 왼쪽 수비를 지원하라고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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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금 이 순간 포츠머스는 후반이 끝나갈 때까지 끈덕지게 기회를 노려 결국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왼쪽으로 몰려 있는 선더랜드 위기입니다. 포츠머스 오른쪽에서 좋은 찬스를 맞이합니다. 전반에 이어 다시 대치하는 코너 로너 선수와 김가람 선수! 코너 로너 선수 점점 접근하며 앞으로 치고 들어오려고 합니다.”
코너 로너는 자신의 장기인 드리블과 속도를 살려 치고 나갔고, 어느새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가람 선수! 지금은 나가서 막는 것보다는 동료 선수들의 지원을 기다리는 게 현명하죠.”
하지만 코너 로너는 선더랜드의 다른 선수들이 가람을 지원하는 시간을 기다려줄 생각은 없었고, 눈 앞에 있는 가람을 제압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공을 왼발과 오른발로 바꾸어 빠르게 치면서 일명 팬텀 드리블이라는 개인기를 손보이며 가람을 뚫고 나가려고 했다.
“코너 로너 선수! 여기서 현란한 개인기! 지원이 오기 전에 결판을 내겠다는 것 같습니다.”
축구에서 공격 자원에게 개인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경기에서 수많은 공격을 하면서 실패를 겪어도 다시금 일어나 또다시 도전하는 도전 정신이다.
코너 로너는 그 점에서 공격 자원으로서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대가 만약 가람이 아니라 다른 수비수였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었다.
‘아직 애송이군. 뻔히 보이는 전술이야.’
가람은 승연의 삶에서 회귀를 통한 수많은 경험으로 누구보다 공격자원의 마음 가짐을 알고 있었고, 코너 로너가 맡은 임무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이미 예측하고 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람은 눈 앞에서 재롱을 보이고 있는 코너 로너를 향해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 보였다.
촤르르르!!
“여기서 가람 선수의 깔끔한 태클!! 코너 밀러 선수의 개인기에 속지 않고 수비에 성공합니다.”
가람의 깔끔한 태클이 성공하는 순간 양팀 벤츠의 감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머저리!! 코너!! 다시 수비해!!”
“찬스다! 백업 들어가!!”
잭 로스 감독의 목소리에 던컨 왓모어와 맥스 파워는 바로 공격적으로 움직였고, 가람은 자신의 앞에 비어 있는 공간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망할!!”
하지만 자신의 실책을 커버하기 위해 코너 로너는 이를 악물고 미친듯이 뛰어 가람을 뒤쫓으려고 했다.
‘망할 애송이!! 내가 못하면 너도 못한다.’
사력을 다한 코너 밀러의 추격! 하지만 전반과 다르게 가람과의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전반전에 많이 뛰었다고 해도, 후반전 찬스를 위해서 체력을 비축한 자신이었기에 절대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잠깐 사이에 가람의 속도가 올랐다는 건가?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 추측은 여태까지 가람이 전력을 다해 달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두고 그런 힘을 비축했다는 것에 화가난 코너 로너는 속으로 화를 내며 점점 멀어지는 가람을 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80으로 스탯을 올렸더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군.’
|속도 75 -> 80|
가람은 경기에 출전했을 때 첫 선발 경기로 기록으로 얻은 미분배 포인트를 속도에 투자했다.
처음부터 투자했다면 좋았겠지만, 솔직히 그런 정신은 없었고, 코너 로너가 자신을 쫓아올 때 미분배 포인트가 있다는 걸 눈치채 그제야 올린 것이었다.
80의 속도는 가람에게 꼭 부스터를 달아준 듯 순식간에 선더랜드의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포츠머스의 패널티 에어리어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포츠머스는 방금전까지 선더랜드를 공격하고 있었고, 가람의 발빠른 역습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나마 중앙 수비수가 윌 그릭을 마크하고, 가람의 움직임에 맞춰 중앙으로 올라왔던 던컨 왓모어를 마크하기 위해 왼쪽 수비수마저 중앙에 몰려든 상황이었다.
전반 찬스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을 마크하려고 달려드는 코너 로너는 떨어져 나갔고, 수비 커버를 위해 자신에게 달려들려고 했던 포츠머스의 중앙 미드필더는 맥스 파워에게 역으로 마크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가람은 중앙 수비수 사이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는 윌 그릭이 순간 떨어져 나가는 걸 보았고, 이대로 크로스를 올린다고 해도 지친 윌 그릭이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이길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가까이서 찬다면 들어가지 않을까?’
이미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올라왔고, 모두가 자신의 크로스를 생각하고 있을 때 허를 찔러 안으로 파고든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람은 바로 이를 실행에 옮겼다.
가람의 몸으로는 처음이지만 승연의 삶을 살았을 때 수 없이 해보고, 해낸 장면이었다. 터치 라인에서 치고 올라와 수비수 둘을 제치고 골망을 가르는 모습은 어려워 보였지만,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게 자신이었다.
자신감도 있었고, 아무리 수비수의 몸이지만 이 정도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가람은 터치 라인에서 치고 올라왔고, 예상대로 생각지 않은 움직임에 상대 수비수들은 물론 던컨 왓모어까지 놀랐다.
하지만 가람이 무엇을 할지 눈치챈 던컨 왓모어는 자리를 피해주었고, 가람은 던컨 왓모어가 서 있었던 공간인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사이인 하프 스페이스를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하프 스페이스 너머에 보이는 골문을 향해 가람은 슈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티이익!
공을 찰 때 들리는 경쾌한 슈팅 소리가 아닌 공의 껍질을 차는 듯한 소리가 발끝에서 들려왔고, 공은 통통 뛰기며 떨어져 나갔다.
‘망했다!!’
아무리 슈팅 능력치가 53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개발인줄은 몰랐던 가람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때
“나이스 패스!!”
아까 중앙 수비수 사이의 경합에서 힘겹게 사투를 벌이던 윌 그릭이 어느새 나타나 가람이 찬 똥볼을 잡아내서 바로 슈팅 자세를 잡았다.
뻐어엉!!
방금 가람의 발에서 나와야 할 소리가 윌 그릭의 발에서 터져나왔고, 그 공은 당연이 골망을 가를 거라고 생각했다.
터어엉!!
하지만 윌 그릭의 슈팅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옆에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행운인지 불운인지 그 공은 가람의 앞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높이는 복부보다는 약간 낮았고, 무릎보다는 높은 위치였다.
‘어.. 이거.. 잠깐..”
가람은 이미 자신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힘든 상태였고, 윌 그릭이 찬 공이 골대를 맞고 날아오는 공에는 상당한 위력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꼭 노린 것처럼 가람의 급소를 향해 날아오는 공! 가람은 순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방향을 돌려서 엉덩이? 아니면 허벅지로?'
하지만 가람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공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그리고 가람의 고민과 상관 없이 공은 좋지 못한 곳을 정확히 타격했다.
퍼어억!!
“으엇!!”
가람은 순간 눈 앞이 흐려지는 고통이 느껴졌다. 이대로 주저 앉는다고 해도 남성이라면 그 누구도 그를 자책하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가람의 눈 앞에는 쓰러진 골키퍼가 보였고, 여기서 몇 걸음만 더 걸어간다면 골이었다.
불세출의 스트라이커!
축구 황제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던 승연의 삶에서 이런 기회에 골을 못 넣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가람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공을 밀어내며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렇게 가람은 공과 함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멀리서 보고 있던 중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흥분해게 말을 이어갔다.
고오오오오올!!!
“후반 91분 가람 선수에게서 시작된 역습을 가람 선수가 마무리 지어버립니다. 1군 선발 출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합니다. 대단한 기록을 만들어내는 김가람 선수! 김가람 선수의 골로 경기는 1대0! 이제 남은 시간은 1분입니다.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 경기에서 마지막에 웃게 되는 건 선더랜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마지막에 다소 불안한 패스를 보였지만 골에 대한 집중력을 보이면서 결국 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공과 함께 들어간 가람 선수 정말 뛰어난 집중력이었습니다.”
캐스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금전 골에 대한 리플레이가 나왔다.
“가람 선수가 찬 공이 너무 형편 없었는데요. 여기서 윌 그릭 선수가 공을 이어받았어요. 그런데 여기서 너무 힘이 들어갔죠. 아쉬워요. 그래도 가람 선수가 집중력을...”
해설자가 말을 이러가려고 할 때 느린 장면에서 공이 가람의 급소를 타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여졌고, 해설진은 순간 말을 잊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경기의 화면에서도 골대 안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가람을 보며 캐스터가 웃음을 참으며 입을 가까스로 열었다.
“가람 선수.. 소중한 것과 팀의 승리를 바꾸는 놀라운 희생정신을 선보입니다.”
“가람 선수 대단합니다. 왠만하면 프로 선수의 슈팅 그것도 골대에 맞아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는 리바운드 공이라면.. 그걸.. 거기로 받아내고, 고통을 견뎌내고 골로 연결하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단한 정신력입니다. 아니면 거기에 강철이라도 두른 걸까요?”
“강철이라니요.. 푸우우웃!!”
해설자의 진지한 멘트에 결국 캐스터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동안 중계진들은 웃음소리 때문에 진행이 되지 않았고, 가람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가 결국 코너 맥러플린과 교체되었고, 교체하고 얼마 뒤 경기는 종료 되었다.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했다.
띠리링
[1군 첫 선발 경기에서 데뷔골을 기록했습니다.]
[8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후대에도 이어질 모두가 경악할 만한 극장골을 기록 했습니다.]
[8포인트를 지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