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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3화 (14/319)

13화 포츠머스전[3]

[몸에 심각한 부상을 감지했습니다. 회복이 진행됩니다.]

‘역시 심각한 부상이었군.’

프로 선수가 찬 공이 골대를 맞아 튕겨 나오면서 위력이 더 강해졌는데 그걸 그대로 맞은 상태에서 움직이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부상이었다.

가람은 팀닥터가 준 얼음으로 찜질을 하다가 이내 몸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기운과 함께 통증이 사라지자, 얼음을 벤치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팀닥터 이안은 놀랍다는 듯 말했다.

“가람군. 괜찮은 거야? 거기가 얼얼하더라도 계속 찜질하는 게 좋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뭐? 괜찮다고?”

팀닥터 이안은 오랫동안 축구 팀닥터로 일해오면서 이런 종류의 부상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프로 선수가 찬 공에 맞고 큰 부상을 입은 경우를 종종 봤기에 괜찮다고 말하는 가람을 보며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워서 그런 거라면 괜찮아. 지금 너는 프로라고! 몸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해.”

“정말 괜찮아요.”

가람은 괜찮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뛰고, 점프까지 하며 괜찮다는 걸 알려주자, 이안은 가람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래.. 괜찮은 것 같아 보이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구단으로 돌아가면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자.”

이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와아아앙!!!!!

경기는 종료되었고, 벤치에 있던 스탭들은 경기를 뛴 선수들을 향해 뛰어가며 2위 포츠머스와의 경기에서 이긴 것을 축하했다.

힘든 원정에서 이번 승리로 확실히 승점 7점 차이로 2위 그룹과 승점을 벌려 우승에 더욱 가까워졌기에 그들의 축하는 한동안 계속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람도 그들과 함께 축하하며 라커룸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가람 선수! 오늘 경기 MOM으로 선정되셨습니다. 인터뷰 잠깐 할 수 있을까요?”

생각지 않은 구단 직원의 말에 가람은 순간 당황했고, 옆에 있는 리 캐터몰은 다녀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그렇게 구단 직원의 안내로 인터뷰 존에 서게 되었다. 스탭이 준 이어폰를 귀에 꽂은 후 인터뷰 준비를 마치자, 여자 아나운서가 가람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오늘 포츠머스와의 경기 선발 첫 출장에서 데뷔골을 기록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를 뽑아주신 감독님의 부름에 보답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결실을 맺을 수 있어서 기분 좋습니다.”

가람은 여러 번 인터뷰를 한 것처럼 흥분하지도 않고 간결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그리고 대답 끝에 자연스럽게 나온 미소로 마무리하였다.

가람의 얼굴은 승연이 느꼈듯이 얼굴 천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거기에 적당히 땀까지 젖게 되니 인터뷰를 하는 가람이 아니라 오히려 여자 아나운서가 떨리는 상황이 되었다.

“아.. 그렇군요.. 그.. 그럼.. 그게..”

그렇게 여자 아나운서가 말을 더듬거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중계진은 다급하게 대신 말을 이어갔다.

“가람 선수 마지막 골을 넣고 벤치로 교체되셨는데요. 카메라로 보기에 좋지 않은 곳을 맞았는데 괜찮으십니까?”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중계진의 질문이 들려오자, 가람은 가볍게 웃었다.

“물론 괜찮습니다. 보기와 다르게 튼튼하거든요.”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쪽에서 보기에는 상당히 큰 부상으로 보였는데 말이죠. 가람 선수 지난 옥스포드와 포츠머스 두 경기 모두 리그1에서는 2위 그룹을 이루면서 강팀이었는데 그런 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소년에서 콜업된 선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는데요.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을까요?”

“특별한 비결이라면 감독님이 훈련 때마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이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훈련에서 하던 모습을 발휘하려고 노력했고 그게 좋은 경기로 이어졌습니다.”

가람이 막힘없이 나오는 대답에 중계진들은 이 어린 소년이 인터뷰도 훈련은 받은 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가람은 승연의 회귀를 통해 수많은 삶을 살면서 인터뷰를 지겹도록 했기에 이런 인터뷰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들 놀랄 정도로 침착하게 인터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가람 선수. 경기만큼이나 인터뷰를 잘 하시네요.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를 본 선더랜드의 팬분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늘 포츠머스 원정경기까지 원정팬분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힘이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 응원의 힘에 힘들 때 한 걸음 더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리그 일정은 남았지만, 지금의 순위를 유지해서 다음 시즌은 챔피언쉽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람 선수 감사합니다.”

가람은 팀을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내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고, 뒤이어 잭 로스 감독이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 나타났다.

“수고했다.”

잭 로스 감독의 짧은 격려의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마음이 포함되었고, 가람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가람이 라커룸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머릿속에 기분 좋은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띠리링

[생애 처음으로 MOM으로 뽑혔습니다.]

[5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그렇게 잠시 멈춰 상태창을 보던 가람을 선더랜드의 다큐를 찍고 있는 맥플릭스팀은 가만 둘 일은 없었고, 바로 인터뷰에 들어갔다.

또다시 이어진 인터뷰는 아까 했던 인터뷰가 크게 다를 건 없었지만, 맥플릭스에서는 좀 더 이야기를 뽑기 위해서 인터뷰를 길게 하려고 했다.

그때

“어이~ 우리 꼬맹이 좀 놔주라고. 씻지도 못했어. 이러다가 감기라도 걸려서 경기 못나오면 너희들이 책임 질 꺼야?”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인 리 캐터몰이 인상까지 쓰며 나오자, 맥플릭스 관계자들은 순간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람은 리 캐터몰의 도움으로 인터뷰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주장. 감사해요.”

“꼬맹아. 오늘처럼 잘 하면 이런 일은 계속 될 거다. 그리고 너 얼굴이 괜찮잖아. 앞으로 기자들이 귀찮게 굴 수도 있으니 조심해.”

“알겠습니다.”

잉글랜드.

축구의 종주국에 축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축구를 잘하고 얼굴도 잘 생긴 선수가 나타난다면?

그건 바로 핫이슈 그 자체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수많은 파파라치들이 괴롭힐 것이고, 과도한 언론의 관심에 선수는 망가지게 될 것이었다.

그렇다. 그게 일반적인 잘 생긴 젊은 선수들의 패턴이었다.

거기다가 가람은 동양인 혼혈 그것도 요즘 핫한 K팝의 대한민국의 혼혈이었으니 더욱 뜨거워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선수들에 한해서 그런 것이었고, 가람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가람은 이미 승연의 수많은 회귀의 삶 속에서 슈퍼스타로 살아봤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경기를 마친 가람은 선더랜드로 복귀해 정밀 검진을 받았지만, 이쉬 레만의 꼼꼼한 검진에도 부상은커녕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렇게 가람은 다시 한번 튼튼한 몸이라는 걸 확인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가람의 골장면을 목격한 이쉬 레만이었기에 가람의 이상이 없는 상태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정상이라 트집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귀가길에 오른 가람 앞을 기다리는 건 김하늘이었다.

김하늘은 가람을 픽업하러 온 것이다. 그는 가람에게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 정리한 동영상 파일이 담긴 USB를 건네주었다. 가람은 그걸 지난번에 받은 태블릿 PC에 넣어 영상을 보면서 개선점을 다시금 머릿속에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느새 집에 도착하자, 가람은 차에서 내리려고 벨트를 풀었다. 그때

“가람아.”

“네에?”

“너.. 집에 들어가면 씻고 바로 자라.”

당연한 말을 당연하지 않게 하는 김하늘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하늘이 애써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니다. 네가 그런 거 신경 쓸 녀석도 아닌데.. 그럼 내일 보자.”

“넵. 알겠어요.”

그렇게 김하늘과 헤어진 가람이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팡~ 팡~

또다시 폭죽이 터졌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가람이 1군 선발출전 및 데뷔골을 축하하는 플랜카드가 보였다.

캐서린과 알렉스의 축하에 가람은 순간 당황했지만, 김하늘이 지난번에 해준 조언도 기억나서 그들의 환대를 받아드렸다.

잠시 후 돌아온 리사 뮐러도 합류해 식사를 같이 했다.

캐서린은 처음에 리사와 가람의 교통사고때문에 약간의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가람의 몸에 별다른 문제도 없었고, 리사의 싹싹한 태도와 그 날 저녁 이후 따로 찾아와 진심어린 사과에 오히려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식사를 마친 가람은 기존과 다르게 식사 후 바로 자리를 뜨기 보다는 잠시 자리에 앉아 캐서린과 알렉스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경기 부상을 당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괜찮은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 엄마. 이미 주치의 선생님께 괜찮다는 진단 받았어요.”

“으하하 캐서린 걱정하지 마라. 이쉬 그녀석이 말하길 나를 닮아서 몸 하나는 튼튼하다고 하니깐 말이야.”

“그래도..”

캐서린의 걱정어린 시선에 가람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만약 몸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이쉬 레만 선생님께 가도록 할게요.”

“그래 알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넌 아직 어린이 말이야. 무리하지 마렴.”

캐서린의 진심이 담긴 걱정에 가람은 순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분 혹시 이거 보셨나요?”

리사는 어느새 가지고 온 노트북을 캐서린과 알렉스 그리고 가람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돌렸고 거기에는 선더랜드 팬 홈페이지가 보였다.

-오늘 경기 대박! 32번 김가람 선수 봤나?

-슈퍼 루키의 탄생인가?

-오늘 인터뷰 내용 들어봤는데 완전 명품이었음.

-근본 인터뷰 말하는 건가? ㅋㅋ 유소년에서 저런 선수가 나오다니 조쉬 마자 이후로 또다시 선더랜드의 희망이 되는구나.

-님아. 떠나간 조쉬 마자 이야기 하지 마삼. 부정탐.

-여튼 그나마 약점이었던 오른쪽 수비수에서 저런 인재가 나오다니 최고다!!

-오늘 가입했습니다. 핵존잘 가람님 굿즈는 어디서 사야 하는 거죠?

-뭐야 뉴비인가? 뉴비에게 우리는 친절하지.

-우엇! 도망가세요. 저님 뉴비 킬러임.

커뮤니티에서 가람의 활약을 가지고 떠드는 내용과 함께 새로운 팬들이 영입이 되어 수많은 이야기 꽃이 피기 시작했다.

“어머.. 우리 가람이가 이렇게..”

“크흠..”

캐서린과 알렉스는 좋았지만, 그걸 티내지 않으려고 했다. 가람은 순간 김하늘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인기가 좋은데..’

유소년 출신의 선수의 활약에 팀은 1위를 유지했고, 그 유소년 선수의 뛰어난 외모에 새로운 팬들까지 영입된 상황이었다.

다른 선수들이라면 충분히 허파에 바람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하늘은 이걸 경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람은 그런 팬들의 기대나 반응에 휩쓸리기는커녕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팬들은 잘 하면 저렇게 반응하고, 못하면 욕할 거예요. 이제 겨우 2경기 밖에 안 했는데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오히려 어른들이 가람에게 해야 할 조언을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에게 하며 가람이 자리를 비우자, 캐서린과 알렉스가 순간 움찔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리사양 고마워요. 가람이 말대로 아직 2경기밖에 안 했는데 팬들의 반응이 좋네요.”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리사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핸드폰의 주소록에 바이에른 뮌헨 스카우트팀 주소록에서 수석 빠꼼이라는 번호를 눌렀다.

잠시후 통화음이 이어지더니 상대방의 반가운 음색과 다르게 리사 뮐러는 살짝 사무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좋은 선수 있는데 정보 사실래요? 싫으면 도르트문트에 넘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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