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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6화 (17/319)

16화 지켜보는 시선[2]

체커트레이드 트로피 레스터 시티 U23경기를 끝난 후 가람은 에이전트인 김하늘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뭐 그럼. 이미 팬카페 반응을 봤다는 거야?”

“네. 리사씨 덕분에 보게 되었어요.”

“흐음.. 리사양이 너무 너한테 접근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불안할 게 뭐가 있어요?”

가람이 아무렇지 않게 답하는 말에 김하늘은 안 그래도 작은 눈을 좀 더 가늘게 뜨며 말했다.

“불안하지. 우리 사춘기의 혈기 왕성한 가람이가 덮칠지도 몰라서 말이야.”

“뭐에요!! 형!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너무한 게 아니라 이 바닥에서 여자 때문에 인생 망치는 케이스가 많아서 그런 거야. 심지어 너희는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잖아.”

“형. 그렇게 이야기하면 오해하기 쉬워요. 저희집은 숙박업체라서 손님으로 투숙하고 계신 거잖아요.”

“그게 그거지..”

“에휴 에이전트가 정말 자기 선수 믿지도 못하고 놀리기나 하고..”

“그럼 너 정말 리사양한테 마음 없는 거지?”

“없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다. 뭐 네 성격에 그런 걸 봐도 크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난 경기 이후에 광고 문의도 많이 들어왔다.”

“광고요?!”

“그래. 너 정도 외모면 어디든 먹히지. 물론 유명 메이커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런가요.”

가람은 승연의 삶에서는 프로리그 그것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올라서야 광고가 들어왔던 것에 비해 가람은 아직 잉글랜드 3부 리그인 리그1에서 뛰고 있는데 광고가 들어왔다는 것에 살짝 자괴감이 왔다.

‘역시 생긴 게 잘 생겨야 하는 건가..’

가람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김하늘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동양인의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 요즘 k팝이 대세잖아. 그거에 편승해서 너를 모델로 쓰고 싶은 거 같더라고.. 그 뭐냐 약간 신비 컨셉으로 해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너 광고 한번 찍어볼 생각은 없어?”

“형. 아까는 팬들의 반응에 허파에 바람 들어간다고 경계하고, 기자랑 연애 할까봐 걱정하던 사람이 광고를 찍게 해요? 그러다가 광고 모델이랑 눈 맞고 축구 안 하려고 하면 어쩔려고요.”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비즈니스 아니냐. 하하하.”

“에휴.. 정말..”

싸늘한 가람의 반응에 김하늘은 애써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냥. 농담이야. 광고는 무슨. 우리 가람이 1군 정착하는 게 우선이지.”

“넵. 최소한 선더랜드 프리미어리그 올라갈 때까지는 그 어떤 광고도 찍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래야지! 알았다. 나도 그럼 광고 다 물리치도록 할게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이야. 그럼 준 영상 보도록 해.”

김하늘은 왠지 즐거운 표정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휘파람까지 불었다.

‘왠지 당한 느낌인데..’

가람은 하늘이 꼭 일부러 연애부터 광고 이야기까지 꺼내 자신의 거절 의사를 듣기 위해 말을 유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긴..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에는 아시아 최대 축구 에이전트 골든 스카이의 수장이 될 사람이니 이런 흉계는 쉽게 꾸밀 수 있겠지.’

가람 아무리 자신이 하늘의 흉계에 빠진다고 해도,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축구에 집중할 때이다. 감독의 인정을 받아서 1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현재 감독의 오른쪽 제 1옵션은 코너 맥러플린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제 백업이 아닌 확실한 주전 경쟁을 통해서 제 1옵션의 자리에 올라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경기에 나가 계속 포인트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을 다잡은 가람은 하늘이 건넨 오늘 레스터 시티 U23과의 경기에서 자신이 뛴 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직접 뛸 때와 다르게 이렇게 영상으로 보면 생각지 못한 실수나 자신의 행동에 맞춰 움직이는 다른 선수들의 모습 및 습관까지 알 수 있게 되어 좀 더 팀워크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가람이 영상에 집중하려고 할 때 차의 시동소리가 꺼졌다.

“으음? 도착했나요?”

“그래. 어떻게 영상 다 보고 들어갈래?”

“아니요. 형도 집에 가셔야죠.”

“아니. 오늘은 캐서린씨에게 드릴 말씀도 있어서 같이 들어가자. 네가 거절은 했지만, 보호자님들에게 광고 제의 들어온 것에 대해서 말씀은 드려야 하거든. 너는 아직 법정 보호자가 필요하니깐!”

“하아~ 그렇군요.”

그렇게 가람과 하늘은 같이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집에서 무언가 화기애애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뭐지?’

가람은 의아한 생각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의 눈에는 식탁에서 캐서린, 리사, 그리고 동양인 남자와 함께 차를 마시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가람아! 이제 오는 거야?”

“네. 엄마. 그런데..”

가람이 의문을 품기도 전에 짙은 쌍커풀에 진한 이목구미를 가진 약간 느끼한 30대 동양인 남성이 자신의 품에서 명함을 꺼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야마구치 켄. 바이에른 뮌헨의 수석 스카우트 팀장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가람이 살짝 어리둥절하자, 옆에 있던 김하늘은 가람이 받은 명함을 잽싸게 가로채며 입을 열었다.

“가람아. 선수의 집에 스카우트가 왔다면 그게 무슨 말이겠어? 안녕하세요. 저는 가람군의 에이전트인 김하늘이라고 합니다.”

김하늘도 꼭 응수를 하듯이 바로 자신의 품에서 명함을 꺼내 야마구치 켄에게 건넸고, 야마구치는 김하늘의 명함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골든 스카이라.. 처음 들어보는 회사군요.”

“넵.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맡고 있는 선수도 가람이 하나 뿐이고요. 하지만 나중에 엄청 커질 잠재력이 있는 회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그렇게 가람과 하늘은 식탁에 앉게 되었고, 캐서린은 둘을 위해 차를 주었다. 그렇게 다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할 때 야마구치는 가람이 마시는 차를 보며 신기한듯 물었다.

“가람군 그건 혹시 마테차 아닌가요?”

“네. 맞아요.”

“호오. 마테차를 즐겨 드시나요?”

“체중 관리에 효과가 있다고 들어서 얼마 전부터 틈틈이 마시고 있어요.”

가람은 승연의 회귀의 삶 속에서 살면서 만난 우루과이 선수를 통해 우연히 접한 마테 차는 의외로 체중관리와 정신적인 컨디션 회복에 좋아 꾸준히 즐기게 되었고, 그건 가람의 삶 속에서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며 야마구치 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마테차는 체중 관리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피로 회복에도 탁월하니 즐겨 드시면 좋습니다. 마테차는 사실 남미 선수들이 즐겨 먹어서 살짝 놀랐습니다. 좋은 습관이네요.”

생각지도 않은 칭찬에 가람은 웃었지만, 가람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여기서 이 사람을 만나게 되다니. 가람 감독님이랑 원래 인연이 있던 건가?’

야마구치 켄

강승연의 삶에서 한국에 김가람 감독과 박지석 감독이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을 때 일본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감독이었다.

아시아에서 매년 열리는 시상식에서는 선수로는 강승연이 독점을 하면서 상을 독식하고 있을 때 감독 부분에서는 김가람, 박지석, 야마구치 켄 이렇게 세 명이서 돌아가며 상을 수상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축구라는 타이틀을 걸고 상대방의 약점을 면밀히 분석해 카운터 전술의 대가로 불리는 미래의 명장이고, 승연이 축구 선수로 뛰고 있을 때는 이탈리아 무대에서 유벤투스를 이끌고 있는데 지금은 바이에른 뮌헨에 있는 듯했다.

“저기 가람군?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 아닙니다. 죄송해요.”

“하하하. 제가 잘 생겼다고 그렇게까지 보신다면 부담스럽습니다.”

“우웩..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본론이나 말해요.”

아까부터 옆에 있던 리사 뮐러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자, 가람이는 너는 왜 여기에 있어 하는 듯 쳐다봤고, 야마구치는 느끼한 미소와 함께 대답해주었다.

“그녀는 이전 직장 상사였습니다. 기자이면서도 정보원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가람군의 영상과 리포트를 저희측에 전달하기도 했고요. 물론 제 청혼을 거절한 사이지만, 그래도 비즈니스는 비지니스니깐요.”

“뭐예요!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 거예요?!”

생각지도 않은 TMI를 들은 가람의 표정은 굳어졌고, 하늘은 다급히 화제를 변경했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헨의 조건은 뭐죠?”

“반대로 물어보시는 게 좋겠군요. 가람군의 조건에 뭐든지 맞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조건에 하늘이 놀라자, 야마구치 켄은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가람군에게서 필립 람 선수의 재능을 발견했습니다. 정확한 판단에 의한 태클. 거기에 공격적인 크로스와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까지 제 생각에는 좀 더 높은 리그에서 경험을 더 쌓는다면 충분히 필립 람 선수처럼 성장할 거라고 봅니다.”

독일 그것도 필립 람 선수가 실제로 뛰었던 바이에른 뮌헨의 관계자가 하는 말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욱 야마구치 켄의 말은 무겁게 들려왔다.

그리고 가람에게는 야마구치 켄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야마구치 켄의 생각지 않은 칭찬에 하늘은 자연스럽게 가람을 볼 수밖에 없었다.

조건이 나쁘다면야 자신이 나서서 조율을 하겠지만, 모든 조건을 맞춰준다고 하니 선수인 가람의 선택이 남은 것이었다.

가람은 캐서린을 보자, 캐서린은 이미 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 바로 입을 열었다.

“네 인생이란다. 괜한 주변의 기대 때문에 네가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구나.”

그 말은 결국 가람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이었다. 가람은 잠시 눈을 감았다.

솔직히 말해서 좋은 기회였다. 만약 강승연의 삶에서 이런 기회를 얻었다면 바로 계약을 하겠다고 말하겠지만..

'제길.. 선더랜드를 유럽 정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아니지.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에 가서 성장한 다음에 다시 선더랜드로 오면 되지 않을까? 아니야. 지금 내 능력을 생각해보면.. 역시 여기에서는..'

선더랜드를 승격 시켜야 하는 목적이 있는 가람으로서는 고민을 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모르는 야마구치 켄은 가람이 고민하는 순간 불길한 감이 느껴졌다.

다른 곳도 아닌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분데리리가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의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리그 우승을 밥먹듯 해온 독일 리그의 최강의 팀 오퍼였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어린 선수는 바로 대답은커녕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거기다가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모든 조건을 맞춰준다고 했는데 고민이라니 자신의 감이 틀리기를 기대하며 답변을 기다렸고, 잠시 후 가람은 눈을 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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