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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7화 (18/319)

17화 지켜보는 시선[3]

가람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원하는 건 1군 경험입니다. 야마구치씨가 보시기에는 제가 바로 1군에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가람의 당돌한 말에 야마구치는 침착한 표정으로 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바로는 힘듭니다. 하지만 제가 다음 시즌에 수석코치로 자리하게 되면서 가람군이 뛸 수 있는 전술적 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저의 지도를 따라온다면 다음 시즌에는 조금씩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 1군에서 뛰는 게 중요합니다. 선더랜드에서는 저의 자리가 있고요. 무엇보다 저는 선더랜드를 사랑합니다.”

“흐음.. 그런가요?”

불길한 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단번에 거절을 당할줄은 몰랐던 야마구치였기에 살짝 놀랐다.

이 와중에 제일 놀란 건 리사 뮐러였다.

축구 선수로서 필립 람의 재능이라고 추켜세우며 다른 곳도 아니고 필립 람이 축구 생활을 했던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내준 백지수표와 같은 조건을 거절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살짝 경직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가람. 좀 더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야.”

“리사씨 나름 신경 써 주셨지만, 그래도 제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어쩌면 이런 일을 예상한 야마구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람에게 악수를 건넸다.

“가람군의 지금 선택에 후회가 없기를 기원하죠. 그리고 만약 선더랜드가 아닌 다른 구단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지금 드린 명함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생각이 든다면 연락 드리도록 하죠.”

가람은 그렇게 야마구치와 악수를 나누었고, 야마구치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야마구치를 따라 리사가 쫓아나갔다.

그리고 밖에서 차에 있었던 파머는 야마구치가 가람의 집에서 나오자, 차에서 나와 야마구치를 보며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의 필립 람 선수는 어떻게 되었나요?”

“선더랜드에 남겠다고 하네요.”

“네에? 선더랜드예요?”

“아무래도 지금은 1군에서 더 뛰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에요.”

“아니 그래도 이적은 올 여름에 진행될 텐데 그 동안 선더랜드에서 뛰면 되잖아요. 설마 바이에른 뮌헨에서 선발 경쟁에서 밀릴 걸 걱정하는 건가요?”

파머의 말에 야마구치는 가람이 확신에 찬 듯한 눈빛을 상기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제 생각에는 가람군이 바이에른 뮌헨에 들어온다면 그의 재능으로는 분명 1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나마 이야기를 한다면 선더랜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모르겠어요. 하하하.”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리사가 살짝 어이 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은 끈질기게 오퍼를 넣었던 분이 이번에는 이렇게 쉽게 물러나는 거야?”

“제가 오랫동안 이 생활을 하면서 생긴 감이 있는데 지금 가람군은 백지수표를 주어도 오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오히려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게 더 좋아 보여요. 그리고 우리 리사양이 여기 계속 있으면 언젠가는 바이에른 뮌헨과 연결되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튼 그럼 앞으로 부탁드립니다.”

“흥.. 부탁은..”

그렇게 야마구치는 파머의 차에 올라 떠났고, 리사는 가람이 바이에른 뮌헨을 거절했다는 사실에 약간 착잡한 마음으로 쉽게 집에 들어가지 못했고, 주변을 멤돌았다.

그때 가람이 어느새 밖에 나와 공을 트래핑하며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리사는 순간 괘씸한 마음이 들어 못 본 척 하려고 했지만, 가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어두워져요. 밖에 나가시는 건 위험해요.”

“남이 위험하든 안 하든 무슨 상관이야?”

톡 쏘는 듯한 리사의 반응에 가람은 살짝 웃으며 계속 공 트래핑을 이어갔다.

“제가 바이에른 뮌헨의 오퍼 거절해서 삐지셨나요?”

“삐지기는..”

“바이에른 뮌헨을 좋아하시나 봐요.”

“그래. 왕팬이다!! 거기서 일도 했었고!”

“그렇군요. 리사씨가 바이에른 뮌헨을 생각하는 것처럼 저도 선더랜드를 생각하고 있어요. 야마구치씨의 오퍼를 거절한 건 죄송하지만, 저는 선더랜드를 유럽 최정상 자리에 올리지 않는다면 다른 구단으로 떠날 생각은 없어요.”

“뭐야. 그럼 원 클럽 맨이라도 되겠다는 말이야.”

“글쎄요. 혹시 모르죠. 제가 선더랜드를 유럽 최정상에 빨리 올릴 수도 있잖아요.”

리사의 눈에 그 순간 노을이 가람의 등 뒤를 비추었고, 그 모습은 흡사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특히 가람의 잘 생긴 얼굴은 노을 지는 날씨에 더욱 분위기 있게 보였는데 그 모습이 리사는 심쿵이라는 단어를 현실에서 느껴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걸 티 낼수는 없었기에 일부로 목소리를 높였다.

“흥!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유럽 정상은 무슨”

볼이 빨개진 리사는 집으로 황급히 들어갔고, 가람은 그런 리사의 마음을 모른 채 계속 트래핑을 했다.

‘지금은 선더랜드에 집중하자.’

공 트래핑 연습. 그건 개인 훈련 시스템이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승연의 삶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오랜된 습관이었다. 고민이나 마음을 정리할 일이 있으면 공 트래핑 연습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람은 한 동안 공 트래핑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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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되면서 잭 로스 감독은 가람을 코너 맥러플린과 함께 로테이션으로 경기에 출전 시켰다.

덕분에 가람은 연속 출장에 이은 연속 어시스트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1군 경기에 출장하면 경기 감각과 경험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경기에 나설 때마다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가람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던 윌 그릭은 부상으로 2월 통째로 출전을 못하게 되면서 대신 출전한 찰리 와이크가 마무리 하지 못했다.

공격수가 골을 넣지 못하면서 선더랜드는 리그에서 5경기에서 2승 3무를 거두면 약간 주춤했지만, 2위 그룹도 마찬가지로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으면서 승점 차이는 9점 까지 벌어졌고 선더랜드의 1위 승격은 거의 확정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리그에서 안정적인 순위를 유지하며 선더랜드에게는 체커트레이드 트로피만 남은 상황이었고, 준결승 상대는 맨유 U23팀이었다.

다른 U23팀과 달리 맨유 U23은 감독 대행인 솔샤르 감독 체제가 되면서 조직력을 키워왔고, 다른 U23팀과 다르게 조직력과 함께 몇 몇 선수들은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그리고 3월 2일로 다가온 준결승 경기 준비 과정에서 잭 로스 감독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역시 우리 자원으로는 맨유의 왼쪽 윙어로 뛰는 레쉬포드를 막을 수 없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코너랑 솔직히 가람이라고 해도 레쉬포드의 기세에 빠른 발을 막을 수는 없겠죠.”

“아니 레쉬포드는 1군 경기에서 뛰는 선수인데 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거야.”

“그게 확실한 소식은 아니지만 솔샤르 감독과 트러블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하아.. 선수랑 감독의 트러블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게 생겼군.”

“뭐 어쩔 수 없죠.”

수석 코치인 제임스 플라워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맨유 U23의 플레이가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맨유 U23의 수비 능력은 다른 팀에 비해서 그리 좋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습과정에서..”

그 말과 함께 나온 영상에서 레스포드가 골키퍼에게 받은 공을 이어받아 순식간에 상대 수비수들을 농락하고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을 넣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제임스 플라워는 한 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레쉬포드 선수가 꼭 기량을 과시하듯 보여주는 능력에 여태까지 다른 팀들은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잭 로스 감독이 봐도, 엄청난 순간 속도와 드리블 그리고 마무리 능력이었다.

사실 저런 능력을 가지고 체커트레이드 트로피 대회에 나온다는 게 사기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문이 사실이라면 분명 다음 경기에도 나올 것이었다.

“우리 팀에서 레쉬포드랑 비교해서 빠른 속도를 가진 선수가 누구지?”

“던컨 왓모어 선수라고 할 수 있겠죠. 순수하게 속도로만 보면 던컨 왓모어 선수가 더 빠르죠. 대신에 레쉬포드 선수가 드리블이나 골결정력이 뛰어납니다.”

“흐음.. 그렇다면 던컨 왓모어에게 수비적인 임무를 줘서 가람과 함께 막는 건 어떤가?”

“그 부분도 고려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던컨 왓모어 선수의 수비 능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서 오히려 방해만 될 뿐입니다.”

“그런가? 하아.. 그렇군.”

잭 로스 감독이 살짝 고민이라는 듯 창 밖을 쳐다봤고, 창밖에는 가람과 던컨 왓모어 그리고 조지 허니먼이 함께 어울려 훈련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요 근래 들어서 셋은 어울려 훈련을 하곤 했는데 팀의 젊은 선수가 어린 선수를 가르치는 건 좋은 현상이라 굳이 말리지 않았다.

그때 수석 코치인 제임스 플라워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감독님. 저희도 상대처럼 라인을 내리고 수비를 한다면 상대도 역습이 아닌 지공으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요?”

“상대도 공격을 못하겠지만, 그럼 우리도 우리의 장점을 살릴 수 없어. 우리가 역습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자네도 알다시피 부상에서 회복한 윌 그릭이나 찰리 와이크는 발이 빠른 공격수가 아니야. 그렇다고 던컨 왓모어가 레쉬포드처럼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도 아니고..”

그렇게 아쉽다는 듯 잭 로스 감독이 이를 마무리 지으려고 할 때 창문 너머 가람과 던컨 왓모어가 공을 다투는 장면이 보였다.

‘이제 저 훈련으로 넘어가는 건가?’

저 셋의 훈련의 마지막 과정은 조지 허니먼과 가람의 프리킥 대결 그리고 던컨 왓모어의 공을 가람이 태클로 끊어내는 거였다.

솔직히 가람의 킥정확도가 뛰어나기는 하지만 조지 허니먼에게는 부족했고, 그 대결의 결과로 방금 전에 가람이 음료수를 사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후 던컨 왓모어와의 훈련에서는 여태까지 가람이 완벽한 태클을 보인적은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 태클의 타이밍을 놓쳤다.

그나마 가람이 정확한 태클을 넣어서 던컨 왓모어가 부상을 당하지 않아서, 훈련을 지켜본 것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훈련을 중지 시켰을 것이었다.

잠시 후 훈련이 시작되었고 던컨 왓모어가 공을 몰고 터치 라인을 따라 달렸고, 가람은 그를 막기 위해서 움직였다. 매번 약간의 차이로 태클 타이밍을 놓쳤고, 지금 볼 때도 속도에서 차이가 나는 게 보였다.

그렇게 이번에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황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가람이 갑자기 가속했다. 그러더니 이어진 완벽한 타이밍에 태클

촤르르르~~~

가람의 정석적인 공만 터치하는 태클에 던컨 왓모어는 공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잭 로스 감독은 가람의 뛰어난 태클에 자신도 모르게 몰입해 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그래. 이전에도 한 두 번은 정확한 태클을 넣었지. 이번에도 그런 걸 꺼야.’

하지만 이어진 훈련에서 가람이 연속으로 10번이나 정확한 태클로 던컨 왓모어의 공을 저지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며 잭 로스 감독 바로 가람과 던컨 왓모어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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