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히든 스킬[1]
선더랜드 최고 경영자 집무실
“그렇게 되었으니 감독님께서는 우선 체커 트레이드 트로피 결승전에만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생각해 봐주실 수 없겠습니까? 구단주님. 지금 팀의 분위기가 좋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이런 결정을 내려서 가슴 아픕니다. 하지만 기업에 문제가 생겨서 구단 매각을 서둘러야 할 것 같군요. 다행히 팀의 좋은 성적 덕분에 사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매각은 빨리 진행될 겁니다.”
“그래도..”
잭 로스 감독이 말을 이어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스튜어트 도널드 구단주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감독님. 감독님은 팀을 잘 이끄는 게 감독님의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미리 알려드리는 것도 만약 선수들이 알았을 때 동요하는 걸 막기 위해 알려드리는 거고요. 그리고 한 말씀 더 드리면 제가 구단을 매각하는 데 감독님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잭 로스 감독은 경영실에서 빠져나왔다. 열정적인 구단주가 이렇게 빨리 구단을 매각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런.. 오히려 승격이 독이 된 건가?’
승격을 하게 되면 단순히 좋아지는 게 아니었다. 구단이 승격하면서 수입도 그만큼 늘겠지만 그 이상으로 팀을 챔피언쉽에서 유지하기 위해 돈을 투자해야 했다.
그리고 선더랜드의 구단주인 스튜어트 도널드는 그 정도의 역량이 되지 않았다. 아마 지금 선더랜드의 가치는 인수했을 때에 비해 상당히 오른 상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이 원금회수를 넘는 수익을 남길 수 있을 터였으니 지금 빠르게 손을 털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휴우우..”
하지만 그건 구단주의 선택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지금 선수단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
그게 물론 구단주에게만 좋은 일이 되게 하는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만약 최악의 경우 구단 매각의 영향으로 선수들이 흩어지게 될 경우 그들에게 좋은 커리어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우승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잭 로스 감독은 1군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고, 오늘도 변함 없이 훈련을 같이 하고 있는 가람과 조지 허니먼이 보였다.
둘은 코너킥 에어리어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걸로 봐서는 이미 던컨 왓모어와 태클 훈련을 마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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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어엉!
조지 허니먼이 찬 공은 정확하게 사람 모형을 세워둔 곳 사이로 날아갔고, 만약 저기에 윌 그릭이 있었다면 당연히 골이 터졌을 아주 좋은 위치였다.
“나이스! 자 다음은 가람 너야.”
조지 허니먼이 자리를 비켜주자, 가람도 코너킥 스폿에 공을 두고는 잠시 심호흡을 한 후에 공을 찼다.
뻐어엉!!
휘이익~~
킥 정확도 70이라는 수치가 애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정확한 위치에 떨어졌고, 조지 허니먼은 휘파람을 부며 입을 열었다.
“이야.. 이제는 제법인데..”
“뭐. 조지 허니먼씨의 가르침 덕분이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요즘 모든지 빨리 흡수해서 배우는 너를 보면 왠지 모르게 위축된다는 말이지.”
“그런 말하지 마세요. 제가 프리킥 내기 때문에 산 음료수 값을 합치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가능할 거예요.”
“하긴.. 그런가.. 그럼 오늘은 이거 어때? 이긴 쪽이 레스토랑에서 식사 사기.”
“제 주급을 알고 그런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너무하시네요.”
“그런가.. 하하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이기면 똑같이 음료수고 네가 이기면 레스토랑에서 내가 밥 살게.”
“정말이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죠?”
“물론 남자가 한 입 가지고 두말하지 않지.”
조지 허니먼은 가람이 이번에도 프리킥 대결에서 자신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좋아. 오늘은 스테이크다.’
가람은 그동안 능력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아무리 상태창이라고 해도 능력에 갇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스탯을 투자하면 놀라울 정도로 몸이 움직이기는 했지만, 사람이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불만을 품는 법이었다.
그래서 가람은 상태창 스탯으로 가질 수 있는 신체적 능력에서 그 완성도를 갈고 닦는 방법을 터특했다.
‘같은 능력치 70이라고 해도 지금 내 능력 70은 이전과는 다를 거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가람은 조지 허니먼과 함께 프리킥 연습 준비를 했다.
언제나처럼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10번의 직접 프리킥으로 누가 더 많은 골을 넣는 내기였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순간
“골키퍼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지도 않은 목소리에 가람과 조지 허니먼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고, 그건 다름아닌 잭 로스 감독이었다.
이미 골키퍼 볼 생각이라도 했는지 그의 손에는 골키퍼 장갑이 끼어져 있었다.
솔직히 골키퍼까지 두고 연습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감독이 직접 나서서 프리킥을 막아준다고 하는데 이걸 거부할 수는 없었기에 조지 허니먼은 가람은 한번 봤고, 가람은 승낙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 제 프리킥은 날카로운데 괜찮으시겠어요?”
“나도 한 때 프로에서 뛰었던 몸이다. 너야 말로 한 골도 못 넣었다고 울상을 짖지 말라고.”
그렇게 잭 로스 감독까지 합류한 프리킥 내기가 진행되었다.
조지 허니먼은 공을 잡은 후 준비를 마쳤고 첫 번째 공을 찼다.
뻐어엉!!
공은 거의 회전을 하지 않고 그대로 나아갔다.
강한 발목힘이 있어야 구사할 수 있다는 무회전 프리킥을 조지 허니먼은 찼다. 하지만
터어엉!!!
잭 로스 감독에게 가기도 전에 공은 플라스틱 수비벽 머리를 강하게 맞췄다.
“이런! 아직은 무리인가?”
“조지씨 카운트 하나 날아갔어요.”
“에이 이건.. 그냥 연습한 건데."
"그런 건 없다고요~”
“녀석 빡빡하기는..”
조지 허니먼은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원래 자신 있는 회전이 많이 먹힌 프리킥으로 골대 구석을 노리고 찼다.
뻐어어엉~~
휘리리리릭~~
공은 회전이 많이 걸렸고, 플라스틱 수비벽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넘어 골대 구석을 향해 날아갔다.
솔직히 현역 골키퍼라도 직접 골대를 노리고 프리킥을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다가 저렇게 갑자기 공이 나타난다면 골을 허용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파아앙~~
잭 로스 감독은 조지 허니먼이 공을 차는 순간 이미 공의 방향을 읽었고, 골대를 노린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쉽게 반응할 수 있었다.
“아우!!”
골이 들어가지 않자, 조지 허니먼은 하늘을 보며 소리를 쳤고, 잭 로스 감독은 공을 막은 후 외쳤다.
“조지 허니먼! 공에 회전이나 코스는 좋지만 힘과 속도가 부족해.”
“알겠어요.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조지 허니먼은 좀 더 집중해서 프리킥을 했다.
“후우우.”
뻐어엉!!!
잭 로스 감독의 지적을 받아서 그런지 좀 더 강하게 뻗어나가면서 회전이 붙은 공은 플라스틱 수비벽을 넘어 날아갔다.
하지만
파아앙!!
또다시 들려오는 잭 로스 감독의 선방소리에 조지 허니먼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힘과 속도에 집중하다 보니깐 회전이 부족해서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왔다. 이건 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막는 공이라고!!”
“이런!!”
“네가 좀 더 발전하려면 원래 잘 사용하는 회전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힘과 속도를 붙여야 한다.”
“말은 쉽지 그게 잘 들어가는 건 어렵다고요.”
“그렇지. 하지만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기에 너를 팀 전담 프리키커로 정한 거다.”
잭 로스 감독의 적절한 채찍과 당근에 가람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프리킥에서 중요한 건 상대 허를 찌르는 코스도 중요하지만, 상위 리그로 가면 갈수록 방향보다 알고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힘과 속도가 필요하지. 잭 로스 감독은 생각보다 뛰어난 것 같군.’
그렇게 조지 허니먼은 감독에게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프리킥을 찼지만, 잭 로스 감독의 생각지 않은 선방에 열 번 중 열 번 모두 실패하게 되었다.
“다음은 가람인가?”
“넵!”
“아까 조지 허니먼에게 말한 걸 잘 들었다면 어떻게 차야 나를 넘을 수 있을지는 알겠지.”
“알겠습니다.”
잭 로스 감독은 양손으로 박수를 크게 치더니 외쳤다.
“그럼 준비되면 바로 차라.”
“알겠습니다.”
뻐어엉!!!
가람은 발목의 힘을 최대한 실어서 발등과 인사이드 사이의 공간에 정확히 공을 임팩트 시켰다.
하지만
휘이이잉~~
공은 그대로 골대를 넘어갔고, 그걸 본 잭 로스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원래대로 하던대로 차라!”
잭 로스 감독도 조지 허니먼과 가람의 프리킥 대결을 지켜봤기에 가람이 공을 허공에 날릴 정도로 실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람을 격려했다.
하지만 가람은 그런 격려에도 다른 생각을 했다.
‘한 골. 한 골만 넣으면 이길 수 있다.’
[조지 허니먼과 프리킥 대결에서 승리하기]
[보상 : 킥 정확도 스탯 12 포인트]
아까부터 지금이 기회라도 된다는 듯 눈 앞에 메시지창은 깜박이고 있었다.
물론 평상시처럼 찬다면 빈 골대에 넣을 수 있겠지만, 아까 지켜본 바로는 잭 로스 감독의 골키퍼 실력은 상당해 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허를 찔러서 한 골을 넣는 것에 집중하여 이 기회를 잡아야 했다.
‘다음에는..’
가람은 공을 준비한 후, 잠시 호흡을 하고 공의 중앙과 하단 사이에 발등도 아니고 인사이드도 아닌 곳에 정확히 맞추었다.
그리고
뻐어엉!!
터어어엉!!!
아까 조지 허니먼이 찬 무회전 킥처럼 가람의 킥도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조지 허니먼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우~ 우리 슈퍼 루키! 너튜브라도 본 거야. 언제 무회전 킥을 익힌 거지?”
“오늘 위해서 많이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시도에서 가람은 좀 더 집중했다.
‘발 동작은 이게 맞아. 그런 남은 건 팔 동작이다.’
수많은 회귀의 삶에서 브라질의 프리킥 달인과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에게 직접 찾아가 배운 프리킥의 비법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머리가 방법을 안다고 해도 하드웨어가 그것을 따라주지 못한다면 무회전 프리킥의 길은 멀다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가람은 공을 차는 주발인 오른발과 반대되는 왼팔의 스윙을 최소한으로 하고 오른쪽 어깨를 내려 힘을 집중시켰다.
뻐어엉!!
세 번째 시도만에 가람의 공은 플라스틱 수비벽을 넘어 잭 로스 감독 앞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파아아앙!!
“공의 속도와 힘은 좋지만, 너무 정직하다. 만약 무회전 킥을 사용하려고 한다면 좀 더 제대로 힘을 실어야 할 거다.”
“치잇.”
잭 로스 감독의 정확한 지적이 나오기 전에 가람은 자신의 몸이 저지른 실수를 알 수 있었다.
‘이번에 팔 동작은 좋았지만, 뒤꿈치를 들지 않아서 힘이 실리지 않았어.’
하나를 성공하면 다른 하나가 무너지는 처참한 몸 상태에 가람은 좌절할 수밖에 없지만 포기는 없었다.
그렇게 공을 계속 찼지만 잭 로스 감독은 거의 제자리에서 가람의 공을 막을 수 있었다.
파아앙!
‘녀석.. 힘은 제대로 실리는군.’
그렇게 가람은 조금씩 자세를 교정하며 공을 찼고, 가람이 힘을 다해 찬 공에 잭 로스의 손을 저릿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래 와라!”
가람은 몸에 최대한 힘을 빼고, 공의 중앙과 하단 사이를 발등과 인사이드 사이에 정확히 맞췄다. 그러면서 팔 스윙은 최대한 적게 하고 오른쪽 어깨에 힘을 집중시켰다.
또한 디딤발은 공 사이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유지했고 이번에는 발뒤꿈치를 들어 힘을 완벽하게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다리 스윙은 길게 쭉 뻗어내며 자세가 흩어지지 않게 배에 힘을 꽉 주었다.
뻐어어어엉!!!
순간 공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람의 머릿속에는 그보다 더 충격적인 소리가 울렸다.
삐리리리~~!!
[히든 스킬 – 집념의 프리키커]
[설명 : 프리킥을 성공시키겠다는 집중력과 노력에 잠시 동안 강승연의 프리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메시지 창과 함께 강승연의 삶 속에서 수없이 차왔던 프리킥의 공 궤적과 똑같은 궤적을 그리며 공은 뻗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