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체커트레이드 트로피 결승전[3]
리플레이 화면에서 딜 와이트가 뒤에서 발을 들어 스터드가 보이게 한 태클이 가람의 디딤발인 왼발 발목을 가격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거 딜 와이트 선수의 이 태클은 정말 비신사적인 태클입니다.”
“그렇죠. 다를 때도 아니라 슈팅 자세에서 디딤발에 모든 체중이 실게 되는데 이때 그 발에 태클을 한다는 건 동업자 의식이 없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태클입니다. 단순히 이번 경기 뿐 아니라 추가 징계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죠.”
“오늘 경기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었던 김가람 선수였는데요. 너무 아쉽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오늘만 있는 게 아니죠. 더 큰 부상으로 발전하기 전에...”
마틴 테일러가 교체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에 가람은 일어나 딜 와이트의 퇴장을 지켜봤다.
“가람 선수 일어났는데요. 생각보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느린 그림으로 봤을 때는 부상 부위가 좋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리 리네커의 말이 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선더랜드의 의료진이 가람에게 교체를 권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잠시 후 가람은 발목을 돌리더니 가볍게 뛰었고, 거기다가 제자리에서 높이 뛰는 모습까지 보이며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가람 선수 아무래도 경기를 계속 진행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까지 움직이는 걸 보면 정말 큰 부상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요. 의료진이 그대로 나갑니다.”
“그럼 경기는 선더랜드의 프리킥으로 진행되겠습니다.”
---------
“정말 괜찮은 건가?”
주심의 물음에 가람은 웃으며 답했다.
“괜찮습니다.”
처음 태클을 당했을 때는 생각보다 큰 고통에 놀랐지만, 역시나
[몸에 매우 심각한 부상을 감지했습니다. 회복이 진행됩니다.]
부상 회복 상태창이 나타나며, 발목 쪽에서 이번에는 뜨거운 느낌이 들더니 잠시 후 시원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알겠다. 그럼 프리킥 준비를 하도록.”
주심이 멀어진 후 가람은 주심이 지정해준 자리에 공을 두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본 조지 허니먼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원래는 내가 차는 게 맞지만 네가 프리킥을 얻었으니 네가 마무리하는 건 어때?”
생각지 않은 조지 허니먼의 양보에 가람은 벤치 쪽을 봤고, 잭 로스 감독은 가람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연습했던 대로만 하면 될 거야. 긴장하지 말고.”
“넵. 알겠습니다.”
잭 로스 감독과 세트피스 훈련을 할 때 어떻게든 히든 스킬이 발동할 수 있게 애를 써봤지만, 발동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람은 최대한 능력치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고, 훈련과 연습경기에서 10개를 차면 7개를 골대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른 법이었고,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우우우우우!!”
“홈런!!!”
“멀리 차라!!!”
“원숭이 새끼는 꺼져!!”
그 중에서 제일 신경 쓰이는 건 바로 포츠머스의 팬들의 야유였다. 간혹 들려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있었다.
보통의 어린 선수라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람이 누구인가? 강승연의 삶에서 수많은 회귀를 통해 별의 별꼴을 다 겪어본 베테랑이었다.
오히려 이런 상대팀 팬들의 야유는 가람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될 뿐이었다. 그렇게 가람은 프리킥 준비를 마치고 눈을 감고 호흡을 진정시켰다.
‘평소 했던 대로..’
삐이익!!
주심의 신호와 함께 가람은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몸에 최대한 힘을 빼고, 공의 중앙과 하단 사이를 발등과 인사이드 사이에 정확히 맞췄다. 그러면서 팔 스윙은 최대한 적게 하고 오른쪽 어깨에 힘을 집중시켰다.
또한 디딤발과 공 사이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유지했고 이번에는 발뒤꿈치를 들어 힘을 완벽하게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다리 스윙은 길게 쭉 뻗어내며 자세가 흩어지지 않게 배에 힘을 꽉 주었다.
뻐어엉~~
가람이 찬 공은 거의 회전을 하지 않았고, 포츠머스의 수비벽을 가볍게 넘어 날아갔다. 그리고 공은 루크 맥기 골키퍼의 정면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면 루크 맥기 골키퍼가 쉽게 잡을 수 있는 코스였다.
‘생각보다 공이 빨라.’
루크 맥기 골키퍼는 어설프게 잡으려고 하다가 역으로 공의 힘에 밀려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주먹에 힘을 꽉 주고 펀칭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이내 사정거리에 공이 들어오자 자신의 긴 팔을 뻗어 가차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휘리릭~
갑자기 눈 앞에서 공이 크게 흔들리더니 갑자기 공이 자신의 정면이 아니라 왼쪽 옆구리 쪽으로 방향이 크게 꺾었다.
“젠장.”
루크 맥기는 이미 휘두른 오른손은 허공을 갈랐고 자세는 크게 흩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한다면 골을 먹히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지금 골이 먹힌다면 그 골이 이 경기의 결승골이 될 것이었다. 루크 맥기는 골을 먹힐 수 없다는 생각으로 초인적인 반사신경을 발휘해 왼발을 들었다.
터어엉!!
또르르를~~
“고오오오오오롤!!! 김가람 선수의 프리킥 골!! 루크 맥기 선수 왼발에 맞은 공이 골대 상단을 막고 그대로 들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터진 골이라면 이대로 선더랜드 구단 처음으로 체커트레이트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골이 터지는 순간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일제히 가람을 향해 달려들었고, 가람은 순간 생명의 위험을 느끼며 그들을 피해 골대 뒤에 선더랜드 팬들이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 팬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뒤늦게 선더랜드의 선수들이 가람에게 합류하자 팬들은 그들을 보며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We are Sunderland. We are Sunderland~~”
그리고 남은 5분 동안 포츠머스가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설 때마다 뒷공간을 노린 선더랜드의 역습에 추가 실점이 터질 것 같은 장면이 더 연출되기만 했다.
삐이익!!!
“경기 종료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의 승자는 선더랜드입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나요? 포츠머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포츠머스는 나름 경기를 준비했지만, 마지막에 딜 와이트 선수의 어리석은 태클에 무너졌어요. 이건 딜 와이트 선수만을 질책 할 수는 없습니다. 딜 와이트 선수가 백업 선수로 이번 시즌 많이 뛰지 못했거든요. 생각지 않은 교체와 경기를 뛰며 느낀 흥분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거죠. 엄연히 이야기 하면 주전 선수 두 명을 교체할 수밖에 없는 전술을 짠 감독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리 리네커 위원님 냉철하게 말하시는군요. 그럼 반대로 오늘 경기 선더랜드는 어땠나요?”
“솔직히 말하면 오늘 경기는 김가람 선수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골도 그렇지만, 포츠머스는 오늘 김가람 선수에게 강한 압박을 했는데요. 그걸 이겨내면서 경기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중계진은 가람의 칭찬으로 대화를 이어나갔고, 경기에서 이긴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시상식이 준비되는 동안 관중들과 기쁨을 나누었다.
그리고 시상식이 준비가 마치자, 준우승한 포츠머스부터 시상을 한 후 대회 각 부분 수상자에게 시상했다.
윌 그릭이 득점왕으로, 조지 허니먼이 도움왕으로 뽑히게 되었다. 그렇게 부분 수상을 마친 후 우승팀 시상이 시작되었다. 경기장 관람석 스카이 박스 근처에 위치한 시상식대로 선수들이 이동했고, 거기서 스튜어트 도널드 구단주가 직접 선수들과 악수를 한 후 메달을 걸어주었다.
그렇게 선수 뿐 아니라 코칭과 스탭까지 우승 메달을 다 받은 후 마지막에 잭 로스 감독이 메달을 받았다.
“고생했네. 감독.”
“아닙니다. 구단주님.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약간의 냉랭함이 오가는 대화가 끝나고 구단주는 가볍게 잭 로스 감독의 등을 쳤다. 그리고 잭 로스 감독까지 우승 메달을 걸고 시상식대에 오르자 경기장 아나운서가 크게 외쳤다.
“18/19 체커트레이드 트로피의 주인공은 바로 선더랜드입니다.”
팡! 팡! 팡!
그 말과 함께 폭죽이 터졌고, 그 소리에 맞춰 잭 로스 감독은 트로피를 양손으로 올렸다. 그렇게 우승 세레머니는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트로피를 양손으로 올리고 주변의 선수들이 함께 기뻐했다.
그리고 가람의 차례가 되어 가람도 트로피를 양손으로 잡고 올리려는 순간 리캐터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트로피 꽉 잡아라 꼬맹아!!”
“네에?”
“오늘 경기의 주인공을 날려버리자 얘들아!!”
가람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리 캐터몰과 선수들은 가람을 들어올려 행가래를 치기 시작했다. 가람을 시작으로 잭 로스 감독 제임스 플라워 수석코치까지 행가래를 치며 신나는 시상식은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관중석에서 보던 50대 초반의 뚜렷한 이목구미에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쓸만하네.”
그리고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김하늘이 이때다 싶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그런데 일정이 남아 있을 텐데 괜찮겠어?”
“사실 잔여 경기랑 상관없이 승격은 따논 상태고, 워낙 가람이가 국가대표팀에서 뛰고 싶다고 해서 말이죠. 구단에서도 가람이 국제무대 경험을 쌓는 걸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뭐 그럼. 구단이랑 이야기 잘 되면 같이 하면 되겠네.”
“정말요?! 감독님.”
“아니. 이 사람이 언제는 바쁜 사람 잡아서 잉글랜드까지 오게 했으면서.. 여튼 구단이랑 잘 이야기 해봐. 알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정전용 감독님.”
“감사는 나중이고~ 여튼 나중에 한국에서 봅시다. 바빠서 이만.”
“제가 식사 대접이라도 해야 하는데..”
“에이. 그런 말 하지도 마! 나중에 꼬투리 잡힐 수도 있으니깐. 여튼 가람이한테는 몸상태 잘 만들고 오늘 태클 심하게 당한 것 같은데 회복 잘 하라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 U20 감독인 정전용 감독과 스탭이 밖으로 나갔고, 김하늘은 좋아하며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와 통화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 밖으로 걸음을 옮기던 정전용 감독은 옆에 있는 스탭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스페인이야? 독일이야?”
“독일부터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운영이쪽 에이전트는 뭐라고 하는데..”
“구단측에서 반대가 심한 것 같다고 하기는 하는데요.”
“그럼 헛걸음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가보도록 하시죠.”
“아니야. 어차피 시간도 그리 많지도 않고, 허투루 쓸 시간 없어. 스페인으로 가고 운영이쪽은 구단 측 이야기 잘 해보라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그런데 김가람 선수 나이가 한국 나이로 19살인데요. 괜찮을까요?”
“아까 경기 봤으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잉글랜드의 거친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잖아. 그리고 월반은 그 녀석만 하는 게 아닌데 안 그래? 쉰 소리 하지 말고 어서 가기나 하자고.”
그렇게 정전용 감독은 U20 월드컵 최종 엔트리 점검을 위해 스페인 발렌시아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