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U20 월드컵 합류[1]
체커트레이드 트로피 우승 다음 날 가람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1군 훈련장에 나와 개인 훈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능력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난이도가 올라간 훈련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딱 힘들다 싶을 정도의 적당한 수준의 훈련이었고, 훈련을 마친 가람은 상태창을 열었다.
김가람 / 나이: 만 18세 / 키 : 178 / 몸무게 : 70 / 주발 : 오른발
|개인기 55|, |슈팅 60|, |킥정확도 82|, |드리블 70|, |헤딩 60|, |패스 60|, |태클 90|, |민첩 70|, |체력 75|, |속도 85|, |몸싸움 75|, |위치선정 73|
미분배 포인트 : 10
‘어떻게 할까..’
가람은 지난 결승전에서 MOM으로 뽑혀 10포인트를 받았다. 하지만 어제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우승 축하 파티 때문에 정신이 없어 포인트를 분배하지는 못 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가람은 이내 결심했고 개인기와 슈팅에 포인트를 분배했다.
|개인기 55 -> 60|, |슈팅 60 -> 65|
그때
지이잉!!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 워치가 가볍게 울렸고, 가람은 손목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손목 시계에는 훈련이 끝나면, 감독실로 오라는 잭 로스 감독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어제 한바탕 우승 축하 파티로 오늘은 쉬는 날이었는데 출근한 잭 로스의 성실함에 놀란 가람은 훈련 장비를 치운 후 감독실로 걸음을 옮겼다.
똑똑!
“들어오세요.”
잭 로스 감독의 대답에 가람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감독의 책상 앞에는 김하늘이 앉아 있었고, 평소와 달리 무언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가람은 잭 로스 감독의 손짓에 따라 김하늘의 옆자리에 앉았다.
“부르셨어요?”
“그래.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누고, 네 의사를 묻고 싶어서 말이지.”
순간 에이전트가 감독과 말을 나누었다는 말에 가람은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이 김하늘이 자신과 상의도 없이 이적을 추진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지금까지의 관계를 보면 그런 일을 꾸밀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 인터뷰에서도 선더랜드에 남는 것을 희망한다는 걸 밝혔기 때문에 더욱 그런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이전트라는 건 선수를 다른 팀에 이적을 하거나 재계약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었기에 약간의 긴장감을 가진 채 되물었다.
“어떤 의사를..”
“아직 가람에게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하늘씨.”
“우선 감독님께 확답을 듣고 전해주려고 했습니다. 괜히 안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잖아요.”
“하하하. 이런. 그런 것도 모르고 제가 가람이를 불렀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계속 이야기 하시죠.”
무언가 궁금증만 증폭되는 이야기 속에 가람은 무슨 이야기인지 대놓고 물어보려는 찰나에 잭 로스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축구 협회에서 정식으로 요청이 온 건 아니지만 이번 U20 월드컵에 너를 차출하고 싶다고 하는구나.”
“네에? 월드컵이요?”
“그래. 월드컵이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경력을 쌓는 건 성인 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지. 솔직히 체커트레이드 트로피도 우승을 한 시점이고,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1위도 확정된 상태라 차출에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 말에 순간 가람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자신은 리그1에서 주전으로 포인트를 쌓고 있었다. 남은 시즌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잭 로스 감독이 이렇게 말한 거라면 앞으로도 자신을 주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자신이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어 경기에 뛸 수 있느냐 그것이었다.
‘만약 벤치만 달구게 되면 차라리 남은 시즌을 치루면서 포인트를 쌓는 게 좋아 보이는데..’
가람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자, 옆에 있던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대표팀에 뽑혀서 벤치나 달구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거냐?”
꼭 자신의 마음을 아는 듯 콕 집어서 말하자, 가람은 순간 욱했지만, 오히려 그 말에 더욱 욱한 건 잭 로스 감독이었다.
“이런.. 벤치라니요. 대한민국 U20 감독이 어느 사람인지 몰라도, 우리팀 주전 오른쪽 수비로 데리고 가서 벤치나 데우게 한다면 차출은 제가 반대할 겁니다.”
생각지도 않은 반응에 김하늘이 다급히 양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럴 리가요. 가람이가 그냥 살짝 쫀 거 같아서 그런 말을 한 거에요. 감독님이 이렇게 반응하실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 그런가요? 설마 가람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너는 선더랜드의 1군 주전 오른쪽 윙백이다. 어딜 가서도 꿇리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렇게까지 이야기 하신다면 이번 월드컵에 기쁜 마음으로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그럼 차출을 허락하마. 대신 이왕 월드컵 나간 거 일찍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말 거라. 최대한 늦게 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빈자리는..”
“그런 건 걱정하지 말아라. 코너 맥러플린도 다음 경기에서는 나올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그리고 도널드 러브 녀석도 U23팀에서 나름 칼을 갈아온 것 같으니 시험해 봐야지.”
그렇게 잭 로스 감독과 대화를 마친 김하늘과 가람은 방에서 나왔다.
“형은 나한테 먼저 이야기를 하지. 괜히 이적 가는 줄 알고 쫄았어요.”
“이적? 너 설마 선더랜드에서 떠날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요. 절대 없어요. 그래도 에이전트랑 감독이 이야기하는 거라면 재계약이랑 이적이야기 아니겠어요.”
“아.. 그렇지.”
순간 가람의 말을 들은 김하늘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이상함을 느낀 가람이 되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그래. 어차피 너도 알게 될 것 같으니 말하는 게 좋겠다. 여기서는 좀 힘들고 오늘 훈련 끝났어?”
“네. 끝났어요.”
“그럼. 차에 타서 이야기 하자. 너 여권 준비도 필요하니 말이야.”
“알겠어요. 저 금방 씻고 나올게요.”
그렇게 가람은 궁금증을 가진 채 샤워를 마치고 김하늘의 차에 올랐다. 김하늘은 가람이 차에 오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잭 로스 감독을 만난 건 U20 월드컵 차출에 대해 조율을 하려고 만난 건데 생각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어.”
“그게 무슨 이야기인데 이렇게 궁금하게 만드는 거예요?”
“충격 받지 마라.”
“충격은 무슨.. 괜히 질질 끌지 말아요.”
“감독 말이 선더랜드의 구단주가 선더랜드를 매각한다고 하네. 그래서 너는 주전급으로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못하게 되었다고, 다른 곳에서 영입 제의가 올 수도 있는데 남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 말에 가람은 어제 우승을 하고도 어두운 얼굴로 구단주와 이야기를 했던 잭 로스 감독의 표정이 떠올라 되물었다.
“매각이요? 승격을 했는데 왜 매각을..”
“너는 잘 모르겠지만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 하위 리그의 팀은 부자들의 취미 생활로 하나 정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상위 리그의 팀을 운영하는 건 그 이상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거든. 아마도 지금 구단주는 자신이 생각했을 때 가치가 오른 지금이 매각할 시점인 거겠지.”
하늘의 대답에 가람은 순간 말을 멈췄다.
지금까지는 구단주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으로 선수들도 힘을 내어 승격을 이뤄냈지만, 이런 지지와 지원이 없다면 과연 다음 시즌에도 승격을 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했다.
리그1과 챔피언쉽은 단순히 보기에 3부 리그, 2부 리그 차이로 보였지만, 챔피언쉽은 프리미어리그 만큼은 아니지만 해외 중계권이 판매되고 구단들이 상당한 수익을 분배 받았다.
그리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한 투자와 선수영입은 승격한 팀이 바로 승격에 도전할 정도로 호락호락한 시장은 아니었다.
‘망할..’
아무리 자신이 하드캐리를 한다고 해도 지금은 오른쪽 수비였다.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건 거의 미미할 정도였으니 답답했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 혼자서 하드 캐리를 하려고 해도 지금 리그1과 다르게 챔피언쉽팀들은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전술을 마련할 것이었다.
그렇게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을 때 가람의 눈 앞에 운전을 하고 있는 김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강승연이 살던 세상에서 김하늘은 아시아 최대 규모 에이전트 회사 골든 스카이의 사장이면서, 모어컴이라는 잉글랜드 리그2 팀을 인수해 구단주로 자신의 뛰어난 안목으로 선수를 스카웃해서 프리미어 리그까지 승격시킨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강승연의 삶에서 많은 회귀를 했어도, 김하늘은 구단을 인수하는 건 변치 않았고, 강승연도 김하늘이 인수한 구단에서 뛰었었다.
그렇다면 그 미래를 좀 더 당긴다고 무슨 문제가 생길까? 이미 자신이 가람의 몸으로 들어오면서 교통사고로 가람의 운명이 바뀐 상황에서 고민은 더 이상 할 필요 없었다.
“하늘이 형. 저는 그대로 선더랜드에 남을 거예요.”
가람의 대답에 하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라면 그렇게 이야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새로운 구단주가 단순히 비즈니스나 지금처럼 치고 빠지는 사람이라면 지원이 줄어들 텐데 괜찮겠어? 그건 단순히 구단뿐 아니라 네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거야.”
“그렇죠. 이상한 사람이 구단주가 된다면 정말 힘들 거예요. 저는 선더랜드가 빨리 원래 위치인 프리미어리그로 갔으면 좋겠거든요.”
“하지만 그게 네 뜻대로 잘 되는 게 아니라서 문제지.”
“그렇겠죠. 쉬운 일은 아니죠. 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 무슨 생각?”
김하늘은 가람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가람은 다시금 자신의 의도로 정확하게 전달했다.
“형이 선더랜드 구단을 인수하시는 건 어떠세요?”
생각지도 않은 가람의 말에 김하늘은 놀라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고, 가람과 김하늘은 안전벨트를 했지만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어우.. 미안하다. 너무 놀래서..”
“아니에요. 차라리 차를 세우고 이야기 하실래요?”
“뭐? 차까지 세우고? 가람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구단 인수가 어디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서 먹는 것처럼 쉬운 게 아니야. 돈도 한 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 녀석 차암.. 너는 형이 부자처럼 보이니?”
김하늘은 그렇게 가람의 질문에 대충 대답하고 넘어가려고 할 때 가람이 대답했다.
“선더랜드라는 구단에 제가 목을 메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그건 너희 가족이 선더랜드를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야?”
“맞아요. 대부분 이곳 연고를 둔 사람들은 선더랜드를 사랑해요. 매번 홈경기를 할 때마다 티켓은 매진되고요. 그렇게 팀을 사랑하는 서포트들이 넘치는 도시의 구단이죠. 게다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어던 시절도 있어서 전국적으로도 팬들도 있을 거예요. 이런 인기 있는 구단이라면 형이 말했던 것처럼 누군가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생각도 할 거예요. 그리고 저는 이 팀을 프리미어 리그로 꼭 승격 스킬 거예요. 그렇게 따지면 지금이 제일 싼 시점이 아닐까요?”
“그건 무슨 자신감이냐? 네가 이번 시즌 승격을 맛 봤지만, 챔피언쉽에서 승격은 쉽지 않을 거야.”
“아니요.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선더랜드를 다음 시즌에 승격 시킬 거예요. 그러니 형도 저를 믿고 선더랜드에 미래를 걸어보시는 건 어때요? 형이랑 저는 운명 공동체잖아요. 저한테 인생 베팅 하셨다는 말은 그냥 해보신 말은 아니죠?”
가람의 적극적인 말에 무언가 홀리는 듯 김하늘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신호가 바뀌었지만 그대로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