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뜻밖의 횡재
“어이구 이게 누구야! 강운군의 절친 김가람 아닌가? 하하하하.”
입소를 마친 후 2주 정도 지났을 때 오랜만에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김하늘의 웃음소리는 가람의 기분을 망치는 데 적격이었다.
입소하는 날 이강운은 자신을 알아봤고, 의외로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기자들의 요청으로 초면에 악수와 어색한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진의 제목은
- 인성 갑 이강운
- 친화력도 월드 클래스 이강운
- 이강운. 친구는 소중히
옆에 찍힌 사진만 보면 꼭 가람은 어디 견학 온 친구로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가람의 얼굴을 자르고 악수를 하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사진까지 올린 기자들도 있었다.
“형. 오랜만에 전화해서 하는 말이 그거야? 그럼 끊는다.”
“아.. 아니.. 네 안부도 물어보려고 겸사겸사 전화한 거지. 혹시 거기 텃세 같은 거 없어? 솔직히 말하면 너는 월반해서 들어간 거잖아.”
“텃세는 없어. 잘난 친구가 주변에 인사를 잘 시켜줬고, 연습경기도 했으니..”
실제로 이강운은 단지 입소할 때 인연을 거기서 끝내지 않았고 가람을 살뜰히 챙겼다. 자신도 월반을 해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특유의 싹싹한 태도에 형들의 귀여움을 차지했다.
물론 그 뒤에는 이강운이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기반으로 실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
이강운의 소개 이후에도 처음에 가람을 살짝 무시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입소 후 가졌던 체력 훈련을 1등으로 통과한 후, 연습경기에서 왼쪽 윙어들을 몰살 시켜버린 수비력에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승연의 삶에서 대표팀에 처음 들어갈 때는 선배들의 텃세 덕분에 약간의 육체적 대화를 나누면서 자리를 잡았지만 의외로 지금 시대는 선배들은 순했다.
그렇게 김하늘의 걱정과 다르게 가람은 대표팀에서 순조롭게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게다가
“그럼 다행이다. 괜히 혼혈이네 눈알 색이 다르네 하면서 약간 차별을 받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뭐.. 그건 다른 방향으로 피곤하지만..”
김하늘의 걱정은 어느 정도 생김이 어중간할 경우에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가람처럼 사기적인 얼굴을 가지고, 훌륭한 몸매와 뛰어난 남성성까지 갖춰버리자, 왠지 동경의 대상이 되어 이강운처럼 싹싹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도, 선배들이 친절하게 대했고, 살짝 어려워하기도 했다.
가끔은 밥을 먹을 때 룸메이트와 짝을 이뤄서 먹어야 한다는 룰을 깨고 자신의 옆에서 밥을 먹겠다고 다투는 선배들을 보며 살짝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피곤해?”
“아.. 아니야. 그쪽 일은 잘 되고 있어?”
“으음.. 나름 괜찮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하하하. 그건 확실히 결정되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의외로 어려운 일들이 많아서 말이야. 내일 연습경기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확실히 주전 자리를 차지해보자고! 그리고 선더랜드는 오늘 마지막 경기에서 비겼다. 1위 유지해서 승격했고 말이야. 저녁쯤에 리그 결산한다고 했는데 내일 연습 경기가 중요하니 결과는 나중에 말해줄게.”
“알겠어요. 형. 그리고 주전 자리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
전화가 끊기기를 기다렸다는 듯 룸 메이트인 이강운이 입을 열었다.
선배들과 방을 사용하면 왠지 기가 죽을 것 같다는 정전용 감독의 배려로 동갑내기 친구인 이강운과 방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싹싹한 성격과 더불어 깔끔한 습관에 방을 사용하는 데는 별 문제는 없었다.
“누구야? 형?”
“아니 에이전트.”
“뭐야? 너 에이전트도 있어?”
“그러는 너도 에이전트 있잖아.”
“아.. 그렇지. 하긴 너정도 얼굴에 실력이면 에이전트가 없는게 이상하겠다.”
“아까 발음이 조금 틀렸어.”
“아.. 그래..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강운의 요청으로 방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했다.
가람은 이미 승연의 삶에서 축구에 관련된 부분을 여러 언어로 현지인처럼 구사했다. 기자 사건 이후 이강운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 스페인어로 대화를 했다가 오히려 이강운의 언어 능력에 놀라워 영어를 알려 달라는 말에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때
똑똑!!
“여기 들어오면 외국어로 대화해야 하는 건가?”
능숙한 독일어를 쓰며 들어오는 정운영을 보며 가람은 놀란 이강운 대신에 독일어를 알아듣고 한국어로 대답했다.
“선배는 괜찮아요. 저랑 강운이만 하는 거라서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럼 내일 잘 부탁한다 가람아.”
“어! 뭐예요? 그 말은 설마 내일 안세대팀이랑 연습경기 선발 명단이 나온 거예요?”
“그래.”
정운영의 말에 가람과 이강운은 바로 방에서 복도로 나갔고, 복도 게시판에 걸린 선발 명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이강운은 벌쩍 뛰면서 입을 열었다.
“야. 나랑 너랑 둘 다 선발 출전이야.”
“어.. 그렇네. 그런데..”
전반전, 후반전이라고 적혀 있는 선발 명단에 가람의 포지션은 전반에는 오른쪽 윙백이 아닌 오른쪽 윙어로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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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4일 파주 NFC센터 전술 훈련실
U20 월드컵 대표팀은 팀워크를 확인하는 겸 부족한 포지션을 상대팀에서 보충하는 의미로 지난 전국대학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세대를 초청해 내일 연습경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 경기에 앞서서 정전용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두고 전술 훈련 및 선발 명단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내일 있을 안세대와 경기는 이미 상호협의를 통해서 전반, 후반 다른 선발진으로 나갈 거다. 그에 따라서 포지션이 달라지는 선수들이 있을 거야. 특히 내일 경기를 통해서 최종 엔트리 마무리 할 거니깐 모두 집중하고. 그렇다고 부상은 당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정전용 감독의 말에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방금 말했듯이 내일 경기로 최종 엔트리가 결정될 것이었다.
이강운에 정운영까지 합류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스쿼드를 가진 이 팀에 남게 된다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꿈꿔 볼 수 있었기에 팀원들은 어떻게든 내일 경기에 감독의 지시를 이행해서 남아야겠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전반에는 4-2-3-1 전술을 시험해 볼 거다. 여기서 달라지는 점은 김가람을 오른쪽 윙백이 아니라 오른쪽 윙어로 기용해본다는 점이다. 여기에 따라서 김가람!”
정전용의 호명에 가람이 손을 들어 대답했다.
“넵!”
“지금까지 오른쪽 윙백으로 훈련을 해왔지만, 크로스나 위치선정 그리고 몸싸움에 수비 능력을 본다면 충분히 오른쪽 윙어에서도 네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다. 특히 높은 위치에서 수비로 상대 윙어를 못 살게 해라. 물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도 좋다. 그때는 세훈이한테 공을 올려봐라.”
“알겠습니다.”
가람은 대답했고 자신을 쳐다보는 우세훈을 보며 잘 부탁드린다는 식으로 고개를 가볍게 숙였고, 우세훈도 미소로 화답했다.
‘우세훈이라 193cm에 좋은 키 나름 포스트 플레이도 되고 피지컬도 나쁘지 않아. 잘 이용하면 좋겠지.’
이미 훈련을 통해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에 대한 가람 나름의 분석은 끝난 상태였다. 아마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여기서 애매한 이들을 좀 골라 낼 것이었다.
그리고 특히 자신을 오른쪽 윙어로 올렸다는 건 지금 오른쪽 윙어를 맡고 있는 선수의 교체를 생각한다는 거였다.
이미 그런 생각을 가람만 하는 건 아니지 윙어 자원에서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는 않아 보였다.
정전용 감독은 선수 하나 하나에게 내일 경기에 있을 개인 전술에 대해서 설명하며 어떤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지 알려주었다.
특히 몇몇 선수들에게는 부족한 점에 대해서 콕 짚어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내일 있을 경기에서 그 부분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엔트리 탈락이라는 느낌까지 받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 명단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었다.
아까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전반에 뛰었던 모든 선수들이 교체되지만, 가람, 이강운, 정운영만은 교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흐음.. 이건 아무래도 엔트리 입성은 성공한 것 같군.’
지난 2주 가까이 있었던 훈련과 연습 경기에서 확실히 자신, 이강운과 정운영은 다른 이들과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전후반 대부분 선수들이 바뀌는 와중에도 교체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세 명은 엔트리에 자리를 한 자리씩 차지한다고 봐도 되었다.
그렇게 안심을 하며 후반전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술은 큰 틀에서 수비형 3- 5-2에서 가람은 오른쪽 미드필더 위치가 아닌 더 내려와 오른쪽 윙백 자리를 차지 했다.
평소 선더랜드에서 오른쪽 윙백을 소화했던 가람이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전반에 이어 후반전 경기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후반전에는 평소 가람이 가지고 있던 룰에서 크게 변경된 점은 없었지만 한 가지가 달랐다.
“후반전 모든 세트피스에서는 가람이가 공을 찬다. 이미 강운이랑 함께 세트피스 연습은 같이 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정전용 감독의 물음에 모든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답했다.
“넵. 맞습니다.”
“그래. 세트피스 전술에서 코너킥은 연습대로 진행하면 될 것이고, 만약 골대 앞이라면 가람이 직접 골대를 노려본다. 할 수 있겠지? 김가람?”
팀워크를 중시하는 정전용 감독이 직접 프리킥을 차라는 말에 가람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다.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런 모습 보기 좋다. 그리고..”
그렇게 또다시 후반전 전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전반과 다르게 후반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그 전술에 집중했다.
결국 전반전의 4-3-2-1 전술은 비등하거나 동등한 경기력을 가진 팀과 경기를 준비하는 전술이었고, 후반전 3-5-2 전술은 강팀과의 경기를 대비한 전술로 보였다.
‘나쁘지 않은 전술이야. 팀워크를 중시하면서도 개인 전술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역시 이 팀이 괜히 월드컵 준우승까지 가는 게 아니군.’
잠시 후 안세대를 상대로 한 전술 훈련을 마치고 대표팀 선수들은 이전과 다르게 무언가 각자의 생각에 빠져 방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내일 경기에 있을 최종 엔트리에 뽑히는 것에 생각이 많은 듯 보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체력을 중심으로 판단하시겠는데...”
가람의 등 뒤에서 이강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가람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90분 경기 아니면 그 이상의 경기를 잘 소화할 수 있는지 그걸 보실 거야.”
“살짝 걱정인데.. 사실 발렌시아에서 풀타임으로 뛴 적이 없어서 말이야.”
“계속 뛰지 말고, 필요할 때 뛰는 게 중요하지. 체력 분배 잘 하고.”
“오~ 역시 잉글랜드의 거친 축구에서 풀타임으로 뛰어본 경험이 있다 이거야?”
이강운의 말에 가람은 말대신 미소로 답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강운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리 준비해둔 노트북으로 자신의 경기를 보며 내일 경기 어떻게 페이스를 분배할지 공부하기 시작했고, 가람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오른쪽 윙어로 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내 능력으로는 솔직히 부족해. 이럴 때 스탯 포인트가 좀 더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아쉬워 하려는 순간 가람의 귓가에 기분 좋은 알림 소리와 함께 눈 앞에는 메세지창이 나타났다.
띠리링
[리그1 올해의 신인으로 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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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뽑은 올해의 팀에 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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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뽑은 올해의 신인으로 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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