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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1화 (32/319)

31화 U20 월드컵 조별예선 포르투갈전[1]

“반갑습니다. 저는 스포츠 코리아의 이청일 기자입니다. 지난번에는 제가 실례를 저질렀죠. 죄송했습니다.”

가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을 정운영으로 오해를 했던 기자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가람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감가람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옆에 있는 미녀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보는데 아는 척도 안 하는 거야?”

“설마 리사씨?”

매번 붉은 뿔테를 쓰고 추위를 많이 탄다며서 두꺼운 패딩만 입고 있었던 그녀였기에 이렇게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에 가람은 놀랐다.

“그래. 나야. 왜 이렇게 입고 있냐고 묻는다면 정식 인터뷰 장소인 이곳에 오려면 최소한의 격이라는 게 필요했고, 망할 편집장이 제대로 입고 가지 않으면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온 거야. 여튼 내 상황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어떻게.. 인터뷰는 저쪽부터 할 거야? 아니면 같이 할 거야?”

“저도 영어를 할 수 있으니 같이 진행하시죠.”

이청일은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대화에 끼어들었고, 그의 말을 들은 리사는 반갑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BCD 스포츠국 기자 리사 뮐러예요. 다행히 영어를 하실 수 있는 분과 같이 인터뷰를 하게 되었네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그렇게 리사 뭘러와 이청일은 간단하게 이번 월드컵에 뛰게 된 소감과 대표팀 분위기에 물어봤고, 가람은 언제나처럼 간결하고 적정선을 유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사는 가람과 인터뷰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청일은 꼭 베테랑 선수의 인터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럼 이 정도로 되었고, 제일 중요한 게 남았네요. 내일 강팀 포르투갈과 경기를 치루게 되는데 경기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리사의 질문에 가람은 순간 트린캉의 거만한 말이 기억나 살며시 웃으며 답했다.

“사실 다른 팀들이 볼 때 저희팀이 조별 예선에서 약체로 평가 받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언더독팀이 강팀을 잡는 게 월드컵의 묘미 아닐까요? 내일은 그런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켜보도록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평소 약간 냉정함을 유지하던 가람과 달리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리사는 살짝 놀랐고, 이청일은 좋은 기사거리가 될 거라는 직감에 웃으며 추가 질문을 했다.

“내일 경기 자신감이 넘치시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들어보실 수 있을까요?”

“우선 강운이를 제외하고도 운영이형 세훈이형 등 좋은 공격자원들이 있는데 아마도 저들은 강운이에게 집중할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이용한다면 좋은 경기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청일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다가 가람 선수도 있지 않습니까?”

생각지도 않은 이청일의 말에 가람은 웃었다. 그때

“인터뷰 시간 끝났습니다. 기자님들은 마무리해주시고, 선수들은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협회 언론 및 홍보 담당자인 김철수의 말에 선수들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할게요.”

그렇게 가람이 일어났고, 선수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가람이 떠나가자, 리사는 아까 이청일이 마음에 걸려 바로 물어봤다.

“저기요. 아까 마지막 말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가람 선수가 있다고 했지만 가람은 수비일 텐데요.”

“리사씨는 가람 선수를 선더랜드 시절에 인터뷰를 하신 거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가 물어본 거랑 상관이 있는 건가요?”

“이번에 가람선수가 대표팀에서 포지션 변경을 했거든요. 오른쪽 윙어로 그리고 연습 경기에서 상당한 모습을 보여줘서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오른쪽 윙백이 아니라 오른쪽 윙어라고요?”

가람의 정확한 킥력과 스피드 그리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오른쪽 윙백으로 경기를 뛰었던 선수가 갑자기 포지션 변경을 한다는 건 그리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한국팀에는 오른쪽 윙어를 맡을 사람이 없었나요?”

“아니요. 오히려 많았죠. 그런데 가람이 그 중에 제일 뛰어났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만 자리를 옮겨야 해서 여기 제 명함입니다. 서로 정보 교환할 거 있으면 연락하시죠.”

“네. 그렇게 하시죠.”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가람은 리사의 뛰어난 외모 때문에 다른 선수들의 귀여운 질투를 받았지만, 가람은 그냥 아는 기자라고 선을 정리하고, 내일 경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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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5일 비엘스코비와 시립 경기장

조별 예선 포르투갈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은 포르투갈 대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의 조별 예선 첫 경기 보내드리겠습디다. 저는 캐스터 배선재입니다. 그리고 오늘 도움 말씀에 장재현 해설위원님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재현입니다.”

“오늘 경기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솔직히 우리 대한민국이 속한 F조는 죽음의 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신성 프란시스쿠 트린캉이 이끄는 황금 세대 포르투갈, 전통의 강호 아르헨티나 게다가 이번 경기 다크 호스로 뽑히고 있는 남아공과 같은 조 입니다. 오늘 경기 아무래도 포르투갈이 객관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으로는 방법이 없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미 훈련을 통해 본 모습에서 3-5-2 전술로 수비적인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최대한 실점을 피하면서 역습을 할 때 이강운 선수의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정운영선수의 빠른 발을 이용한다면 좋은 카운터 전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양 팀 선수들 입장하고 있습니다.오늘 경기는 오.. 아까 위원님이 말씀하신 것과 다르게 한국은 4-2-3-1 전술로 나왔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아.. 그러게요. 정전용 감독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걸까요? 게다가 저희 데이터로 오른쪽 수비로 되어 있는 선더랜드의 김가람 선수가 오른쪽 윙어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충격적인 선발 라인업입니다.”

순간 장재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설 데이터와 다른 라인업을 보며 자료를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고, 배선재 캐스터는 양 팀 라인업을 호명하며 경기 준비를 했다.

이강연

황태형 – 김현웅 – 이재욱 – 최성

정호민 – 김정진

김가람 – 이강운 - 정운영

우세훈

그렇게 양 팀 선수들의 이름 호명이 끝나자, 각 팀의 선수들은 기념촬영을 마치고 각 팀의 주장이 국가의 심볼을 나눴다.

그리고 선수들이 주심과 부심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나란히 서자, 포르투갈의 국가부터 연주가 시작되었고 잠시 후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카메라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얼굴을 잡아주다가, 순간 카메라 감독이 자신의 본분을 잊었는지 가람의 얼굴을 오랫동안 클로즈 업으로 잡아주다가 황급히 관람석에 있는 대형 태극기를 비추어주었다.

“김가람 선수의 잘 생긴 얼굴에 현지 카메라 감독님이 제때 국기를 바로 비추지는 못했네요.”

“재미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말 잘 생겼어요.”

그렇게 애국가가 끝나고 선수들의 경기 준비를 마치자, 배선재가 입을 열었다.

“오늘 예상과는 다르게 공격적인 라인업을 가지고 온 대한민국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경기 정전용 감독은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격적인 전술을 가지고 나왔다면 결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강운 선수를 중심으로 공 점유율을 높이고 지공에서 창의적인 패스로 활로를 만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소리와 함께 대한민국의 공으로 경기 시작됩니다."

"경기 초반은 양 팀 서로 상대를 살피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겁니다."

장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을 이어받은 이강운은 가람에게 공을 연결했고, 공을 받은 가람은 그대로 공격적으로 터치 라인을 타고 상대방 진형으로 파고 들었다.

"김가람 선수 계속 전진합니다. 포르투갈의 왼쪽 수비 미구엘 선수가 김가람 선수의 앞공간을 마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반대편의 정운영 선수나 중앙의 우세훈 선수의 움직임을 보고 패스를 선택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무리한 돌파를 하다가 빼앗기면 역습 찬스를 내어주게 되거든요. 그 부분을 조심.."

장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람은 가속하기 시작했고, 미구엘은 가람을 맞기 위해 옆에서 같이 달리며 몸싸움을 걸어왔지만, 오히려 튕겨져 나가며 가람이 왼쪽 터치 라인에서 패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해 들어갔다.

"김가람 선수 엄청납니다. 미구엘 선수가 튕겨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눈 앞에는 우세훈 선수와 이강운 선수, 반대편에는 손을 들고 공을 달라고 말하고 있는 정운영 선수까지 보입니다."

"김가람 선수 좋은 찬스를 만들었어요. 여기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보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가람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패널티 에이리어로 파고들었고, 전반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맞이한 포르투갈의 젊은 선수들은 허둥되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게 허둥대는 순간에도 가람은 패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했고, 결국 우세훈을 마크하던 중앙 수비가 가람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왔다.

그 순간

투웅!!

가람의 발에서 투박한 패스가 이어졌고, 공은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중앙 수비수가 가람을 마크하기 위해 비운 자리로 정확히 이어졌다.

그 짧은 순간 우세훈은 공을 이어 받았고, 자신의 실책을 눈치 챈 포르투갈의 중앙 수비수가 뒤돌아 우세훈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우세훈은 슈팅이 아닌 리턴 패스로 중앙 수비수에게 물을 먹였다.

"우세훈 선수 여기서 2대 1 패스! 김가람 선수에게 이어집니다. 이제 남은 건 골키퍼 뿐입니다."

"김가람!!"

흥분한 중계진들은 자신의 본분을 잊은 듯 흥분된 목소리로 연신 가람의 이름을 외쳤고 그 외침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가람은 슈팅을 강하게 가져갔다.

뻐어엉!!!

촤르르르~~~

"김가람!! 고오오오올!!! 전반 2분도 되지 않는 이 순간 골을 기록합니다!!!"

"놀랍습니다!! 이런 능력이 있는 선수가 있으니 정전용 감독 굳이 수비적으로 나오지 않은 거군요. 오늘 전술 왜 공격적으로 나왔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김가람 선수의 골입니다."

"그렇습니다. 경기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대한민국이 속한 F조는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공과 함께 죽음의 조에 포함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런 전문가들의 예상을 대놓고 비웃는 듯 전반 시작과 동시에 단번에 포르투갈을 무너뜨렸습니다."

"전반에 이른 골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경기를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선수들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렇게 경기는 포르투갈의 공으로 다시 시작되었다.

"그럼 경기는 포르투갈 공으로 다시 시작 됩니다. 우세훈 선수 전방 압박이 좋습니다."

공을 이어받은 포르투갈의 중앙 미드필더는 생각지 않은 우세훈의 강한 압박에 공을 미쳐 돌릴 곳을 찾지 못했고, 전방에 있는 트린캉에게 공을 넘겨주기 위해서 패스를 했다.

하지만

토오옹~

"김가람 선수의 가로채기! 트린캉 선수 자신에게 오는 공을 중간에 가로채기 당하자, 뒤늦게 공을 빼앗기 위해 김가람 선수를 뒤쫓습니다."

"가람 선수 언제 중앙까지 올라온 거죠? 원래 위치인 오른쪽 사이드에서 어느 새 중앙까지 올라왔습니다."

축구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경기 초반과 후반을 조심하라.

그 때는 아직 경기에 선수들이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이고, 경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직 확실히 감을 잡지도 못한 상태였다.

거기다가 전반 2분 만에 골을 먹힌 포르투갈 선수들은 지금 이게 꿈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상황을 의심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끔찍한 악몽을 선사한 선수가 또다시 공을 몰고 자신들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어설픈 지역 수비로 가운데 2선 라인은 무너졌고, 이제 가람의 앞에 남은 건 3선 중앙 수비수 라인 뿐이었다.

포르투갈의 중앙 수비수들은 생각지 않은 상황에 당황했고, 순간 나가서 막아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기다렸다가 지원을 기다려서 막아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그때

"막아!!"

포르투갈 골키퍼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중앙 수비수는 가람이 앞공간을 자르기 위해서 뛰쳐나왔다.

하지만

뻐어엉!!!!

패널티 에이어 근처까지 도달한 가람은 중앙 수비수가 나오는 걸 보고는 그대로 강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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