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3화 (34/319)

33화 회귀자의 고민

가람은 포인트를 찍기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되새겨봤다.

잉글랜드 리그1에서는 능력 60정도면 먹힐만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 수준이 대략 70은 돼야 경쟁력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60에 있는 능력치를 70으로 끌어올리는 게 정답이었고, 아직 60에 머물고 있는 개인기, 헤딩, 패스 능력치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렇게 세 개의 능력치를 부여하려고 할까 할 때 순간 눈에 위치선정 능력치가 거슬렸다.

|위치선정 73|

지금까지의 능력으로도 대회를 진행할 때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던 가람은 능력치를 분배했다.

|헤딩 65 -> 70||패스 60 -> 65||위치 선정 73 -> 75|

가람은 개인기를 쓸 정도로 압박을 가하는 선수는 가람의 몸싸움을 견디지 못했으니 굳이 탈압박이나 골 찬스를 만들 때 필요한 개인기에는 포인트를 투자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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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8일 화요일 티히 시립 경기장

조별 예선 2경기 남아프리카 공화국

후반전 30분

“오늘 경기 선발로 나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은 김가람 선수. 정운영, 이강운 선수에 이어 교체됩니다. 이로서 대한민국은 3개의 교체 카드를 전부 사용했습니다.”

“그렇죠. 김가람 선수 오늘 경기 세트피스에서 이강운 선수의 코너킥을 받아 헤딩으로 한 골을 넣었습니다. 직접적인 어시스트는 없었지만, 골의 시발점이 되어 우세훈 선수와 정운영 선수의 골을 도왔습니다.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경기 3대 0으로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경기 초반만 해도 김가람 선수에게 2명의 전담 마크 선수가 붙으면서 막히는 게 아닌가 했지만, 김가람 선수 자신에게 선수가 한 명 더 붙었다는 걸 영리하게 이용했어요.”

“그렇죠 게다가 수비 시절부터 뛰어났던 몸싸움 덕분에 가람 선수를 마크하던 선수들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결국 남아공은 김가람 선수를 견제하다 보니 다른 선수를 놓치게 된 거죠.”

아직 시간은 15분 남았지만 남아공은 쉽게 경기를 풀어나지 못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정운영, 이강운, 김가람까지 빠져나가자, 우세훈이 고립되면서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 했다.

그렇게 경기가 살짝 지루하게 진행되었고, 곧 마칠 시간이 되어갔다.

“아르헨티나에 패한 남아공은 오늘 경기는 대한민국을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남아공을 이겨서 16강을 확정 짓는 중요한 경기였는데요.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결국 16강에 진출하는 건 대한민국이 되겠습니다.”

“그렇죠. 오늘 경기 난타전이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포르투갈전에서 깜짝 스타로 등장한 김가람 선수가 오늘도 활약했습니다. 이번 대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기세를 유지한다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죽음의 F조에서 죽음을 선사하고 있는 건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포르투갈이 아니라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끝났습니다. 오늘 경기의 승리로 대한민국은 3일 뒤 이곳 티히 시립 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함께 조 1, 2위를 두고 경기를 진행하겠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또다시 MOM으로 뽑힌 가람은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포인트는 받지 못했다. 심지어 이번 경기에서는 골을 기록했을 때도 포인트는 얻지 못했다.

‘수준이 높은 팀과의 경기가 아니어서 그런가?’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경기에서 유의미한 기록을 낼 때 그리고 강팀과의 경기에서 기록을 세웠을 때 많은 포인트를 주었다.

‘하긴 지난 경기에서 너무 많이 준다고 했어.’

그래도 가람은 오늘 경기에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75로 올린 위치선정으로 이제 코너킥 세트피스에서도 가람은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헤딩 능력치 70으로 강하게 날아오는 코너킥의 충격을 흡수하며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패스가 65에 오르자 더 이상 공이 통통 뛰는 어설픈 똥볼 패스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라커룸은 이미 선수들과 스탭들이 뒤엉켜 환호성을 질렀고, 가람도 이강운의 강압에 선수들과 뒤엉켜 하나 되며 승리를 자축했다.

정전용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뭐라고 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벼운 훈계와 함께 마무리를 했다.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각자 휴식시간을 가지고 이전과 다르게 조별 예선을 통과했다는 기분에 들떠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남아공 선수들은 이미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패배해 2패를 맛본 상태였기 때문에 우울해하며 간혹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지만 다음 경기를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이것 참! 이렇게 숙소가 잡히니 기분이 좀 그렇네.’

지난번 포르투갈 녀석들에게 이겼을 때는 저들의 똥 씹은 표정으로 짐을 싸고 있는 모습을 보며 통쾌했지만, 이번 남아공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축구 경기란 그런 것이었다. 경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는 나뉘어져야 할 것이고, 지금처럼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월드컵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그들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요. 윤성 선배.”

연습경기 때 너무 처참하게 발라서 그런지 권윤성은 가람이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대하는 걸 힘들어했고 이렇게 말을 붙이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정전용 감독이 친해지라고 룸메이트로 붙여두기까지 했지만, 오히려 빈틈이 없이 자신을 대하는 가람의 모습을 보며 더욱 다가가기 힘들었다.

"혹시 저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다..다른 게 아니라 너 선더랜드에서 뛴다고 했지.”

“네. 그런데요?”

“거기는 여기보다 몸싸움이 심해?”

유럽 리그를 동경하는 것 같은 권윤성의 말에 가람은 순간 승연의 삶에서 권윤성의 미래가 생각났다.

그 당시 권윤성은 에이전트들의 바람에 국내 프로팀이 아닌 유럽행을 고집했다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저니맨처럼 이곳 저곳을 방황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람은 슬며시 그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왜요? 잉글랜드 축구에 관심 있으세요?”

“물론이지. 축구 선수라면 축구의 본고장, 손홍민 선배님이 뛰고 계신 프리미어리그를 동경하는 건 당연한 거지.”

“제가 뛰었던 리그는 하위리그라 좀 다를 거예요. 하지만 잉글랜드의 거친 몸싸움은 하위 리그라고 해도 똑같아요. 제가 형한테 밀리지 않은 것도 그런 사람들이랑 겨뤄서 이겨야 하니깐 그런 거요.”

“아.. 하긴 그렇겠지. 나는 안 되겠지?”

순간 가람은 월드컵이 아닌 그 후를 생각했다.

‘잠깐.. 지금은 내가 윙어로 뛸 수 있는 것도 권윤성이 때문이잖아.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소속팀에 있는 코너 맥러플린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챔피언쉽에서도 먹힐지는 잘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권윤성은 저니맨처럼 유럽 이곳 저곳에서 뛰기는 했지만 그의 수비 능력은 아시아에서 톱 랭크였다.

만약 그가 한 구단에서 제대로 적응해서 커리어를 쌓는다면 가람이 승연의 삶에서 만났던 권윤성보다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었다.

물론 권윤성보다 나이를 먹고 더 빛낸 한국인 선수가 한 명 더 있기는 했지만, 그 선수를 찾는 거보다는 눈 앞에 선택의 기로에 빠진 권윤성을 돕는 게 우선이었다.

“저기 가람아..”

“아. 죄송해요. 잠깐 생각에 빠져서요.”

“아니 미안하기는.. 그냥 내가 능력도 안 되는데 물어본 게 잘못이지.”

“그건 아니고요. 윤성선배 정도면 제대로 적응만 하면 괜찮을 거예요.”

“정말?!”

“제가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스타일은 아닌 거 아시잖아요.”

“그렇지.”

가람의 칭찬에 윤성의 방금전까지 내려간 입꼬리가 올라가자, 가람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혹시 지금 연락 오는 곳이 있어요?”

“아니. 지금은 없는데 아버지를 통해 이번 경기 잘 지켜봤다면서 CQ에이전트에서 계약을 하자는 얘기를 들었어. 나름 조건도 좋아서 진행하려고..”

“안 돼요!!”

CQ에이전트.

선수의 미래를 팔아서 자신들의 뱃속을 챙기는 다국적 에이전트였다. 김하늘이 골든 스카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독점하기 전까지 아시아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동북아 뿐 아니라 동남아 나라에 있는 축구 협회의 사람들까지 큰 인맥을 자랑했다.

그 인맥으로 결국 그들의 선수들은 유럽에서 몸값을 띄운 후 동남아나 중국에서 선수의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했는데 그들은 선수가 어느 정도 적응할 때쯤 되면 구단에 말도 안 되는 요구로 재계약 대신 다른 구단을 팔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런 정보가 이 업계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살짝 미래의 일로 지금은 그런 일을 당장 벌이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가람이 승연의 회귀의 삶을 통해서 세계적인 선수가 어떤 일을 겪어도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악덕 기업이나 나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 권윤성을 시작으로 마수를 떨치겠지.’

생각지 않은 가람의 외침에 권윤성은 놀란 토끼눈이 되었고 가람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이름이 좀 별로..”

“뭐어? 이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아직 퍼지기 전이라 괜한 정보를 퍼뜨렸다가는 역으로 의심을 당할 수도 있었다.

승연은 회귀 초반에 알고 있는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길을 막는 악역을 응징하려고 했었다. 소아성애자인 고아원 원장이 그랬고, 자신을 이용만 하려고 했던 애인도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정보를 통해 악당들이 원하는 것을 이용해 함정을 빠뜨리려는 순간 생각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고, 함정에 빠지기는커녕 승연의 계획이 들통나기까지 해서 오히려 역으로 몰리는 상황이 나타났다.

세상은 회귀자인 승연에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다.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서 이익을 얻는 것에는 관대할지 몰라도, 그 정보를 이용해서 누군가를 응징하는 것은 가만두지 않았다.

그래서 승연은 오히려 그들에게 적당히 당해주거나 그들과의 접점을 최대한 만들지 않고 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미래의 정보를 안다고 나서기 보다는 약간의 방향을 바꿔주면 될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흉계는 권윤성에서 다른 사람으로 옮겨갈 뿐이었다.

거기까지 마음을 먹은 가람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아직 계약하시지 않은 거죠?”

“응.. 그렇기는 하지만 따로 연락이 온 곳은 없어서..”

“그럼 제 에이전트를 소개 시켜드릴까요? ”

“네 에이전트?”

“아직은 저밖에 없지만, 그래도 에이전트 형이 친절하고 구단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실 거예요. 그리고 선더랜드를..”

선더랜드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말은 아직 해서는 안 되기에 가람은 서둘러 말을 바꾸었다.

“선더랜드랑 친하죠. 게다가 잉글랜드에서 오랫동안 지내셔서 선더랜드가 아니라고 해도 다른 구단도 연결해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권윤성이 살짝 의아하게 생각할 때 가람은 서둘러 자신의 폰으로 화상 채팅을 연결했고, 다행히 바로 김하늘과 연결되었다.

“가람아~ 네가 웬일로 화상을 걸었어?”

“다른 게 아니라 소개 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소개? 나 유부남이다~”

“형~~ 소개가 다 여자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지금 저 대표팀에 있는데 제가 누굴 소개하겠어요?!”

가람의 말에 김하늘은 자세를 고쳐 잡았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은 권윤성을 김하늘에게 소개시켜주었다. 그렇게 가람의 소개로 권윤성의 저니맨 인생은 크게 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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