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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5화 (36/319)

35화 선더랜드의 새로운 구단주

경기 막판 김가람의 골로 아르헨티나를 이긴 대한민국은 F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되었고, 6월 5일에 E조 2위로 올라온 말리와 8강 경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조별 예선 3경기 모두 골을 기록한 가람은 한국에서 새로운 팬덤을 일으키고 있었다.

- 대박! 오늘 경기 봤음? 감가람 완전 메시급임

- oㅈ

- 응 메시라고 했던 이성우는 안습이었음. 아직 어리니 설레발 금지.

- 설레발이라고 해도 잘하는 건 개 인정이다.

- 이러다가 월드컵 우승각 나오는 거 아닌가?

- 우승하면 병역 혜택 나오나?“

- 병역 혜택?

생각지 않은 U20 대표팀의 선전에 병역 혜택이라는 말도 돌기 시작했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조심스럽게 앞으로의 경기를 전망하고 있었다.

- 말리 이긴다고 해도 다음이 이탈리아네.

- 아니지 내가 보기에는 우크라이나가 올라온다.

- 반대편에는 역시 프랑스가 올라오려나? 아르헨티나도 우리한테 지기 했지만 무서운 경기력인데..

- 아니 어쩌면 일본이 올라올 수 있어. 쿠보 타케후사가 경기력 봤음? 완전 따로 놀던데..

- 그래. 이번에 감독이 갑자기 건강 문제로 하차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에 수석 스카우트인가 그 사람이 팀을 잡으면서 쿠보를 대표팀으로 데려왔잖아.

- 야마구치 켄 감독 동생도 뛰고 있다고 한더데 잘 하는 거 같은데 이름이 무슨 축구만화에 나올 것 같은 이름인데. 기억 안 남.

- 그래서 그런가? 요즘 일본 커뮤니티 축구 만화 짤이랑 응원으로 도배됨.

일본은 높은 점유율에서 나오는 지공과 상대의 허점을 순간에 노리는 쿠보의 볼배급으로 일명 대지를 가르는 패스나 게임에서나 나오는 공중 스루 패스를 이어받아 골을 넣었다.

그리고 단지 그것뿐 아니라 하프라인부터 수비수 3명을 제끼고 골을 넣은 쿠보의 드리블 능력과 천재성에 일본은 한껏 우승을 갈망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 일본이 올라와서 결승에서 가람이한테 태클 좀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트린캉 봐라. 바닥에서 구르기 급했다고.

-우리는 김가람뿐 아니라 이강운이나 정전용도 있으니 걱정 없어.

-모두 김가람 쏴리 질러!

-여기 김가람 선수 팬카페 링크입니다. 모두 와서 응원해 주세요.

그렇게 가람은 한국에서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열기는 현지에서도 만만치 않았다.

"꺄야야!! 김가람 선수 싸인 해주세요."

"김가람! 사랑해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 긴장을 풀기 위해 대표팀은 폴란드 인근에 있는 관광지에 놀러 갔다. 대표팀을 따라간 건 기자 뿐 아니라 소녀팬들도 있었다.

국가대표 경기도 아니고 U20 월드컵에 월드 클래스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남성 축구팬도 아닌 여성 팬들이 몰려드는 건 생각지 않은 일이었고, 어쩔 수 없이 협회에서는 경호원들을 추가로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람이 인기가 너무 좋네. 부럽다."

"하긴 우리가 봐도 잘 생겼는데 축구도 잘하니 어쩔 수 없지."

주변의 동료들은 가람에게 귀여운 시샘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경기력에 영향을 주거나 팀워크를 해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관광을 마친 선수들은 호텔로 들어와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가람은 언제나처럼 공을 가지고 나와서 호텔에 마련된 휘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그렇게 오늘도 변함없이 개인 훈련을 마치고 기분 좋게 땀을 흘리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람 잘 지냈어?"

"어?! 하늘이형. 여기는 어떻게?"

"어떻게는! 여기 호텔에 묵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물론 누구씨 덕분에 파파라치들이 방을 다 예약해서 힘들기는 했지만 다행히 김철수씨가 도와줘서 방을 잡을 수 있었지."

파파라치라는 말에 가람이 주변을 둘러보자, 핸드폰으로 누군가 사진을 찍다가 황급히 숨기는 모습이 보였다.

벌써 파파라치가 붙는다는 게 가람은 살짝 놀랐다.

솔직히 승연의 삶을 살 때는 축구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나서 가능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가람의 외모 때문인지 벌써부터 소녀팬에 파파라치 까지 붙은 것이었다.

그걸 본 김하늘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에게 가리키며 호텔 직원을 호츨했고, 그들은 결국 직원에게 끌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들이 다 파파라치?"

"그래. 네가 규칙적으로 여기서 운동한다는 걸 알고 따라 붙은 파파라치야~ 너 아직 모르겠지만 네 사진이 잘 팔리고 있거든요. 그래도 이 형이 다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미 승연의 삶에서 김하늘이 자신의 선수를 얼마나 잘 보호하는 지 알고 있었기에 가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파파라치들에게 시달릴까봐 오신 거예요?"

"그것도 있지만 권윤성 선수랑 정식으로 계약하기로 했거든. 아무래도 전화로 하는 것보다는 얼굴을 보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 그래요? 윤성이형은 부모님이랑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것 같았는데."

"이미 그 부모님이랑 이야기도 끝난 상태야. 무엇보다 바로 뛸 수 있는 팀을 구해준다는 조건이 마음에 든 거지."

"바로 뛸 수 있는 팀이요?"

"그래. 선더랜드."

김하늘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가람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고는 환하게 웃었다.

단순히 에이전트로서 유럽에 있는 팀에 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정도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단주급은 되어야 했었다.

그리고 그가 한 동안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은 건 선더랜드 인수 문제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나타났다는 건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람의 웃음을 본 김하늘은 품에서 무언가 꺼내서 건네주었다. 그건 기존과 다른 명함이었고, 그곳에는 선더랜드 공동 구단주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해내셨군요. 그런데 공동 구단주라는 거?"

"아.. 그건 좀 설명이 필요한데. 내가 아직 자금이 부족해서 말이야. 외부의 도움을 좀 받았어."

그 순간 가람의 머릿속에 한 명의 인물이 떠올랐고, 그 인물에 대해서 물어보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낯선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부의 도움이라고 선을 긋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자기야."

"엇!! 자기야.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수영 간다고 하지 않았어?"

김하늘의 다급한 말에 가람은 뒤돌아봤고, 그곳에는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들어난 딱 붙는 원피스를 입은 동양인 여인이 보였다.

성인 잡지에서나 나올 법한 훌륭한 몸매를 가진 그녀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총기가 서려 있었고, 가람을 꼭 분석해야 하는 물건처럼 뚫어져라 쳐다봤다.

생각지 않은 시선에 가람은 순간 소름이 돋았지만, 그녀가 바로 가람이 머릿속에 떠오린 인물이었다.

김하늘의 아내이자, 젊은 나이에 뷰티 사업으로 중국 30대 부자에 오른 사업천재 샤오루였다.

스스로의 능력도 대단했지만 이미 그녀의 아버지는 중국에서 5대 부자에 뽑히는 인물로 그녀의 재산도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과 지원 속에서 커져나갔다.

그리고 원래 미래에서는 김하늘이 골든 스카이로 번 돈으로 구단을 인수했지만, 지금은 그 시점보다 최소 20년 빠른 시점이었으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했을 것이었다.

"그것보다 이 아이가 당신이 말한 보석인가? 아직은 그냥 꼬마네."

"아.. 그렇지."

가람이 승연의 삶에서 들은 정보로는 김하늘이 아내의 말에는 꼼짝도 못하다고 했는데, 진짜 샤오루가 나타나자 꼭 뱀 앞에 개구리처럼 굳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샤오루는 그렇게 한참 동안 가람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반가워. 난 샤오루야.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기 쉬울 것 같네. 우리 자기와 함께 선더랜드를 이끌 공동 구단주라고."

"반갑습니다. 구단주님.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뭐.. 이름은 알고 있었고, 우리 자기가 은인의 아들 때문에 에이전트 회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는 미친 짓인가 했는데 이런 정도의 외모를 가졌다면 홀릴 수도 있겠어. 안 그래 자기?"

"어어. 무.. 무슨 소리야~~ 자기야. 그 녀석 그런 쪽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어머~ 그래? 서양에서는 빠르다고 들었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닌가 보네."

샤오루의 눈에서 느껴지는 질투.

그건 꼭 자신을 젊은 이성으로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샤오루가 질투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도 듣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치정극에 어울릴 마음은 없었다.

"저는 하늘이 형한테 손톱 만큼의 관심도 없으니 걱정 마세요. 구단주님."

"어머~ 진짜 그런 거야? 우리 자기가 의외로 수비 폭이 넓어서 걱정이거든."

그 말의 뜻을 이해한 가람은 경멸한다는 듯 김하늘을 쳐다봤다. 김하늘은 손을 크게 저으며 말했다.

"자기야~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마."

다행히 없는 이야기라고 부정하는 김하늘을 보며 가람은 안심했고, 김하늘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샤오루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 장난이야. 하지만 요즘 자기가 꼬마랑 붙어 다녀서 질투가 나기는 했거든. 그건 틀린 말이 아니야. 그건 둘째 치고 나에게는 작은 돈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상당히 큰 돈으로 선더랜드를 인수했는데 말이지. 나는 우리 자기를 믿고, 우리 자기는 너를 믿는다고 했거든. 후회하지 않게 해줄 거지?"

생각지 않은 샤오루의 말에 가람은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라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예요.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만 있다면 승격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호호호호. 뭐야 너 재미있다. 꼬마야 물론 지원은 전폭적으로 해줄 거야. 놀랄 정도로 해줄 생각도 있어. 물론 나는 돈만 지원할 거고, 업무는 우리 자기가 보겠지. 그런데 그냥 지원해주면 재미 없으니깐 너 우리 회사 모델 해라."

"자기야. 그건.."

김하늘이 나서서 중재를 하려고 하자, 샤오루가 도끼눈을 띄며 말했다.

"자기야. 이건 비즈니스야! 내가 공짜로 해달라고 했나? 자기도 에이전트라면 월드컵 스타로 스타덤에 오른 꼬마를 위해서 돈 벌게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그렇기는 하지만. 가람이가 운동에 집중하고 싶다고 해서.."

그 말을 들은 샤오루는 다소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운동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운동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는 거야.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거고,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아니 꼬마야. 너도 지금 느끼고 있지 않나? 언론에서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럴 때 더 신비주의로 간다고? 그럼 더 언론에서 안달이 날 걸. 그럼 더 운동에 집중하기 힘들어질 걸. 내가 알기로는 잉글랜드 파파라치는 많이 거세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꼬마야?"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마음을 먹었는지 샤오루는 자신의 주장을 펼쳤고, 가람이 생각해도 이 생각지 않은 유명세는 나중에 지금보다 더 널리 퍼질 것이었다.

그리고 샤오루의 회사는 아직 매니아 층에서만 인기를 떨치고 있는 뷰티 메이커지만 머지않아 한국의 능력 있는 사람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커질 것이고 세계적인 메이커로 자리 잡을 것이었다.

승연의 삶을 살 때는 모델을 하고 싶다고 해도 퇴짜를 맞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기회를 준다니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가람은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모델 할게요. 대신에 미리 말 했듯이 저에게 중요한 건 축구고 구단 일정과 훈련 스케줄을 피해서 촬영했으면 해요."

"그건 당연한 거지. 네가 축구를 잘 해야 선더랜드가 잘 나가고 그래야 광고 효과도 좋은 법이지. 그리고 미리 물어보는 건데 혹시 사귀는 사람이 있거나 연애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

"물론 없어요."

"좋아. 그럼 자기를 통해서 계약서 보내줄 테니 확인해봐. 자기야 나는 수영하고 올테니 씻고 기다려."

"자기야. 잠깐만. 씻고 기다리라는 말이 무슨 말이야? 그거 아니지? 나 곧 계약하러 가야 하는데."

"응. 자기가 아는 의미니깐 준비해."

그렇게 샤오루는 사라졌고, 김하늘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나 어떻게 하냐?"

"형.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저는 피곤하네요. 그럼 나중에 봬요. 구단주님."

"야.. 너 이렇게 가면 어떻게! 윤성이랑 룸메이트라고 했잖아. 나랑 같이 가야지."

"제가 미리 가서 윤성 선배한테 형이 조금 늦는다고 말해둘게요."

그렇게 가람은 휘트니스 센터를 빠져나왔다. 다시 김하늘을 만났을 때는 늦은 저녁이었고 핼쑥한 표정에 코를 휴지로 막은 상태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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