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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6화 (37/319)

36화 U20 월드컵 16강전 말리전

2019년 6월 4일 스타디온 미에스키 경기장

16강전 말리

그런 날이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몸이 개운하고, 들려오는 새의 지적임이 귀찮음이 아니라 상쾌함으로 들려오는 날.

가람이에게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왠지 일을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 훈련 프로그램에서 몸을 풀 때 아르헨티나전에서 얻은 5포인트도 고민을 없이 민첩에 투자했다.

|민첩 70 -> 75|

머리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왠지 몸이 시켜서 하는 그런 선택이었다. 그냥 끌림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호흡은 경기장에 들어가 애국가가 퍼지고 있는 순간에도 계속되었다.

오늘 경기 정전용 감독은 탄탄한 팀워크 수비로 16강까지 올라온 말리를 상대로 4-2-3-1이라는 공격적인 전술을 준비했고, 가람은 오른쪽 윙어로 뛰게 되었다.

‘기분 좋군.’

수많은 회귀의 삶에서 지겹게 했던 축구였고, 지금도 인간으로 다시 환생하기 위해 축구를 하는 거였지만 그런 건 다 상관 없었다.

오늘은 그냥 승연이 아닌 가람의 삶에 자신이 완전히 녹아진 느낌이었다.

월드컵이라는 큰 경기에서 뛰는 지금 이 순간 약간의 긴장감과 흥분감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걸 눈치챈 건 대표팀에 들어와서 가장 친해진 이강운이었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그건 아닌데 기분이 그냥 좋다.”

“이 경기에서 지면 16강 탈락인데 기분이 좋다니 정말 너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다.”

“그래? 나는 오늘 경기 절대 질 것 같지 않은데...”

짧은 대화를 마친 둘은 각기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한국의 공으로 시작된 공격에서 공은 우세훈과 정운용에게 돌아간 후 이강운에게 도착했다.

말리는 공격수를 강하게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지역 수비와 협력 수비를 통해 선수비 후역습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럴 때면 패스를 통해 수비를 쪼개 나가며 순간 선수들의 개인 전술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 골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촘촘한 말리의 수비에 이강운은 패스할 곳이 마땅히 보이지 않았고, 그때 가람이 자신을 보며 상대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게 보였다.

“이강운 선수의 좋은 스루 패스! 말리 중앙 미드필더 사이로 침투해 들어가는 가람 선수에게 연결됩니다.”

가람은 오늘 경기 시작부터 좋은 기분을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 오는 패스를 멈추지 않고 패스의 결을 따라 뛰어갔고, 생각지 않은 움직임에 말리의 중앙 미드필더는 가볍게 제쳐졌다.

투우웅 투우웅!

그 후 속도를 그대로 살려 공이 속도가 죽지 않도록 빠른 드리블로 치고 올라갔고, 그런 가람의 움직임에 우세훈, 이강운, 정운영까지 공격에 합세 했다.

가람은 평소 같으면 주변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공격을 전개하겠지만, 오늘은 왠지 공도 자신의 발에 착착 감기고 골대도 넓어 보였다.

‘이거 왠지 가능할 것 같은데.’

몇 번의 드리블한 가람은 순간 말리 골키퍼가 자리를 어정쩡하게 잡는 게 보였다. 그리고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골대 왼쪽 구석은 더 크게 보였다.

뻐어엉!!

지금까지는 공을 차기 전에 골이 들어갈까? 아니면 크로스를 올릴까? 자신의 생각에 비해 수준이 낮은 신체 능력에 많은 고민을 하는 가람이었지만 오늘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촤르르르르~~

“가람!! 고오오오오올!!! 조별 예선에서 2골만 허용했던 아프리카의 검은 철벽은 전반 3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단번에 허물어뜨립니다. 말도 안 되는 원더골!!”

“와... 이건 정말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골대까지 거리가 족히 30미터는 넘었는데요. 가람 선수가 찬 공이 말리 골키퍼를 놀리듯 휘어져서 골대 왼쪽 상단으로 그대로 들어갑니다. 너무 멋집니다.”

가람은 공을 차는 순간 골이 터질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골이 들어가는 순간 별다른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그냥 골대를 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약간의 거만함이 묻어나는 표정이었지만, 놀라운 골을 넣고도 기뻐하지 않으며 당연한 듯한 모습에 잘 생긴 얼굴까지 더해지자, 수많은 팬들을 단 번에 매료 시켜버렸다.

하지만 그 모습도 잠시 동료들이 다가와 가람을 뭉개버렸고, 그렇게 한국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말리는 전반 이른 시간에 실점을 하게 되자, 더 이상 수비적으로 나설 수 없었고, 자신의 장기인 세트피스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리자 차츰 기회를 얻은 말리는 결국 자신들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코너킥을 얻을 수 있었다.

“말리의 코너킥 조심해야 합니다. 조별 예선에서 6골 중 4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온 골이거든요.”

“그렇습니다. 말리는 좋은 키커를 중심으로 피지컬이 뛰어난 수비수들이 다양한 세트피스 전술을 구사하는데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말리의 코너키커는 공을 찼고, 공은 먼 골대를 노리고 높게 날아왔다.

한국의 수비수들은 가까운 골대에 모여 있는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마크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순간 말리의 수비수를 놓치게 되었고 공은 하필이면 놓친 말리의 수비수에게 날아갔다.

터어엉!

파아아앙!!

“말리의 슈팅!! 이강연 선수의 슈퍼 세이브가 나옵니다.”

“위험했어요. 뒤에서 뛰어 들어오는 수비수를 완전히 놓쳤...”

장재현 해설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강연은 잡은 공을 뛰어나가는 가람에게 길게 연결했다.

가람은 이강연이 던진 공의 낙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공을 잡아낸 후 속도를 살려 드리블을 쳐서 올라가기 시작했고, 가람의 앞에는 세트피스 때 역습을 막기 위해 배치된 말리의 발빠른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만이 있는 상황이었다.

“가람 선수!! 역습 찬스입니다. 눈 앞에는 선수 두 명, 2대1 상황입니다.”

“아! 이건 오히려 찬스입니다. 세트피스에서 장신의 수비수들을 기용한 덕분에 지금 말리의 후방을 지키는 건 공격자원뿐이거든요. 가람 선수 여기서는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중계진의 말이라도 들리는 듯 가람은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중앙으로 공을 몰고 나오며 점점 가속하기 시작했다. 말리의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는 가람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아까 보여준 원더골에 말리 선수들은 가람을 경계하고 있었고, 만약 자신들이 막지 못한다면 골이 다시 터질 거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그렇게 생각한 둘은 눈빛을 교환했더니 말리의 발빠른 공격수가 속도를 올려 옆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촤르르르~~

하지만 그 순간 가람은 이미 태클을 올 거라고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 공을 태클의 반대 방향으로 차고 자신에게 오는 태클을 풀쩍 뛰어 넘었다.

‘이런! 좀 길다.’

만약 개인기 능력이 높았다면 공을 아빠다리로 끌어안은 채 뛰어올라 태클을 피했겠지만, 지금의 능력에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가람이 공을 밀어넣고 태클을 피해 점프를 하는 사이 말리의 중앙 미드필더가 좀 더 공에 가까웠지만, 그런 물리적인 차이는 가람의 속도 앞에서 무의미했다.

가람은 순식간에 차이를 좁혀나가 말리의 중앙 미드필더와 공을 두고 경합을 버렸다.

그리고 말리의 중앙 미드필더는 속도에서 자신이 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엘로우 카드라도 받을 생각으로 다소 강하게 가람에게 어깨싸움을 걸었다.

투우우웅~~

하지만 말리 중앙 미드필더는 자신이 어깨 싸움을 걸었지만 오히려 튕겨져 나가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 빠졌고, 그대로 크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김가람!! 순식간에 수비 둘을 제껴버립니다. 이제 남은 건 골키퍼 하나!!”

“가람 선수! 침착하게 슈팅을 가져가야 합니다.”

가람은 순식간에 패널티 에어리어로 침투해 들어갔고, 말리의 골키퍼는 가람의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 뛰어나왔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가람은 슈팅 포인트를 괜히 85로 올린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정확하게 공의 밑둥을 차서 나오는 골키퍼의 키를 넘겼다.

토오옹~~

촤르르르~~

“김가람 김가람!! 고오오오오오올!!! 완벽한 역습 찬스!! 김가람 선수! 오늘 완전히 말리의 검은 철벽을 박살 냅니다. 전반 35분에 멀티골을 기록하는 김가람!!!”

“완벽합니다. 이번 월드컵 대한민국의 해결사로 자리하는 김가람 선수 이번 골로 6골입니다. 대표팀에서 스트라이커 포지션보다 더 많은 골을 기록하고 있는 김가람입니다.”

골을 넣은 가람은 이번에도 별다른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경기 준비를 위해 공을 들고 중앙으로 향했고, 망연자실한 말리의 골키퍼도 가람을 제지하지 못했다.

“김가람 선수! 꼭 지고 있는 팀의 선수처럼 공을 들고 빨리 경기를 재개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두 골로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걸까요?”

“말리 선수들! 단체로 오늘 김가람 선수가 나오는 악몽을 꿀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람이 센터 스폿으로 공을 가지고 오자, 한국의 선수들은 가람을 덮치며 골을 축하했고, 이제는 그게 골 세레머니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전반 35분만에 말리는 두 골을 먹히며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람은 두 골을 넣는 순간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해트트릭이다.’

아직까지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은 없었기에 분명 이번에 기록하게 된다면 포인트가 지급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골을 먹힌 말리는 이대로 경기를 끝낼 수 없다는 듯 수비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 후 가람이 골을 넣는 건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전 20분

삐이익!!

“이건.. 패널티 킥입니다. 이미 2대 0으로 이기고 있는데 굳이 거기서 거친 태클이 들어갈 필요는 없었는데요. 권윤성 선수.”

“이강연 선수를 믿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지금까지 골을 먹히지 않았던 대한민국인데요. 그 기록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퍼어엉!

촤르르르르~~

“말리 골~ 경기 2대 1로 추격해오기 시작하는 말리입니다.”

“이거 좋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팀들의 특유 흐름을 타면 위험한대요. 대한민국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계진의 말처럼 말리는 골을 넣자,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가람도 공격에 나서기 보다는 수비 능력을 살려 말리 선수들을 괴롭히고 공격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경기는 전반전과 다르게 말리의 공격으로 진행되었지만, 가람까지 가세한 수비라인에 말리도 쉽게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새 후반 44분에 도착했다.

“오늘 경기 전반전에는 김가람 선수의 멀티골로 기분 좋게 진행되었지만, 생각지 않은 후반 20분에 내어준 패널티 킥 때문에 2대 1이 되었습니다. 그 후 말리가 공격적으로 나왔지만 지금까지 태극 전사들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리의 공격수가 중앙 미드필더와 2대 1 패스를 통해서 수비라인을 무너뜨렸고, 슈팅을 가져갔다.

뻐어엉~~

파아아앙!!

“이강연 선수의 슈퍼세이브!!”

“와!! 방금 전 슈팅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하마터면 골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말리 코너킥! 이번에는 골키퍼까지 나왔습니다.”

“그렇죠.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하니깐요. 대한민국도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이번에도 먼 골대를 향해 높게 날아오는 공이었다. 이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가람까지 투입되어 수비를 보강했기에 말리 필드 플레이어는 공을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공은 이번 코너킥에 투입된 말리 골키퍼가 생각지 않은 점프력과 헤딩으로 머리에 맞추었고 공은 골대 왼쪽 상단으로 날아갔다.

터어엉~~

“말리 골키퍼의 헤딩!! 골대 상단을 맞추고 크게 튀어오릅니다. 그리고 이 공을... 이 공을 패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있던 김가람 선수가 잡아냅니다.”

“말리 골키퍼 달립니다. 이거 완전한 기회입니다.”

“가람 선수! 여기서 어떻게 할 것인가?”

가람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말리 선수들을 보며 뒤돌아 상대 골대를 향해 공을 강하게 찼다.

뻐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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