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7화 (38/319)

37화 김가람의 평가

“허어억! 허억!”

말리 골키퍼는 가람이 공을 잡은 순간부터 폐가 입으로 튀어나오도록 골문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

뻐어엉!!

그 순간 뒤돌아 보면 안 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말리 골키퍼는 뒤돌아 공을 보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공은 높게 치솟아 올라 햇빛에 가려져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말리 골키퍼는 순간 잘못 찬 건 아닐까 하는 희망에 걸음이 느려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투우옹!!

보이지 않았던 공은 자신의 골대 바로 앞에서 땅을 치고 크게 튀어오른 후, 그대로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가람 선수 고오오오올 이 골로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이건 놀랍습니다.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차서 반대편 골대에 향하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 골로 김가람 선수 이번 대회에서 7골을 장식합니다. 이 기세로 가면 이번 월드컵 골든 부츠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중계진의 환호성과 함께 관중석에서는 놀라운 골에 연신 김가람 콜이 이어졌다.

“김가람”

“김가람~ 김가람~”

오랜만에 듣는 이름 콜에 가람은 순간 소름이 돋았고, 더욱 소름이 돋는 건 바로 메시지 창이었다.

띠리링

[U20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15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포르투갈 경기 이후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게 된 가람은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경기는 가람의 골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MOM에 뽑히게 되었지만 추가 포인트는 없었다.

약간은 인색한 건지 아니면 당연한 결과라 그런 건지 상태창의 포인트 지급 기준은 높아진 것 같았다.

그렇게 경기는 가람의 해트트릭으로 8강에 진출한 한국은 이제 이탈리아를 꺾은 주최국인 폴란드를 상대하게 되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경기였지만, 이번 대회에서 스타로 뽑히고 있는 가람이 이끄는 대한민국과 주최국 폴란드와의 대결은 이미 대회의 빅 매치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슈를 일으키고 있는 팀이 또 있는데 그건 바로 야마구치 켄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이었다.

일본은 전력을 다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쿠보 타카후사의 멀티골을 이용해 2대 0 승리를 거두었고, 기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마구치 켄 감독님. 스포츠 코리아의 이청일 기자라고 합니다.”

능숙한 일본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청일을 보며 야마구치 켄은 미소를 머금은 채 질문을 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한국은 김가람 선수의 해트트릭으로 말리를 이기고 8강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김가람 선수인데요. 제가 들은 정보로는 수석코치가 되시기 전에 스카우트 팀장으로 바이에른 뮌헨에서 오퍼를 넣었지만 김가람 선수가 거절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김가람 선수를 보시면 놓쳐서 아쉽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십니까?”

생각지도 않은 이청일의 질문에 사람들은 생뚱 맞은 표정을 지었다.

월드컵에 대한 질문도 아니고 일본 감독에게 한국 선수에 대한 질문, 그것도 영입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주제가 너무 흥미진진했다.

이번 월드컵에 일본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쿠보 타케후사라는 천재가 빛을 보고 있지만 이미 골든 부츠 후보라고 뽑히고 있는 김가람과 견주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그런 김가람은 야마구치 켄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카우트 제의를 넣었다는 건 주제를 떠나 팔릴만한 기사인 것이었다.

주변의 기자들은 이게 사실인지 야마구치 켄이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면서 그의 입에 집중했고, 야마구치 켄은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자리는 월드컵. 그리고 저는 지금 U20 일본 국가대표 감독으로 자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해드리기 곤란하군요.”

역시나 능숙하게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대처하는 야마구치 켄이었고, 이청일은 이대로 물러서는 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물었다.

“그럼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이대로 한국과 일본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 김가람 선수를 막을 방법은 있으십니까?”

한국인 기자가 한국했다라는 정도의 거만한 질문이었지만, 야마구치 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가람 선수가 이번 대회에 나온 선수 중에 부각을 보이는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원래 소속팀에서 오른쪽 수비로 뛰었던 경험이 많아서 오른쪽 윙어 자리에서는 아직 패스나 탈압박을 할 수 있는 개인기 능력은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점점 위로 올라갈 수록 패스 능력은 그의 발목을 잡을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그 부분을 공략하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겠군요.”

야마구치 켄의 분석은 날카로웠다.

사실 지금까지 데이터 축구를 표방하며 그의 선수 분석은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쿠보 타케후사라는 선수가 일본을 이끌고 있기는 했지만, 그 이면에는 야마구치 켄의 분석이 있었다는 걸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인정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이청일은 만약 지금 이 인터뷰 내용이 다른 나라의 대표팀에 알려진다면 김가람은 힘든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알아챈 건 자신만이 아니었는지 폴란드 쪽 기자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밖으로 나갔다.

“이런..”

이청일은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고, 야마구치 켄은 그런 이청일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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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비엔나 하우스 이지 카토비체

내일 있을 폴란드전이 지난번 남아공과 경기를 가졌던 티히 시립 경기장에서 치러지게 되면서 대표팀은 지난번 남아공전에 묵었던 숙소에서 묵게 되었다.

그리고 폴란드 전을 대비해 수석코치인 김요셉과 이번 대회 전력 분석 서포트 및 언론 담당자인 김철수가 분주히 전술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가람과 선수들이 도착했고, 김철수는 가람을 보며 기쁜 듯 입을 열었다.

“우리 월드컵 스타~ 왔나? 오늘도 전술훈련 끝나고 인터뷰가 있으니 오도록 해.”

월드컵 시작 전에는 이강운이 더 인기가 많았지만, 월드컵 사작 이후 언론의 관심은 온통 가람에게 쏠린 상황이었다.

김하늘이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인터뷰는 자제시켜서 그나마 김철수가 정해진 시간에만 인터뷰에 응하게 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바쁜 일정에 싫은 소리라도 한 번 할 법 했지만, 가람은 웃으며 대답을 했고, 언제나 듣기 좋은 대답을 해주는 가람이 고마운 김철수는 넌지시 품에서 단팥빵을 꺼내 주려고 했다.

그때

“김철수 담당자님. 선수에게 간식 주는 건 그만하세요. 그러다가 탈 나거나 살찌면 책임 질 겁니까?”

“에이~~ 요셉씨 꺼는 따로 제가 준비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말이 아니라..”

둘이 티격 태격 하려는 순간 정전용 감독이 나타났고, 김철수는 단팥빵을 황급히 품에 숨긴 채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이어질 폴란드전을 대비한 전술훈련이 시작되었다. 폴란드는 4-1-4-1 전술로 튼튼한 수비를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이어가는 팀으로 지난 경기 말리도 더 뛰어난 조직력과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센터백인 세바스티안 왈루키에비치.

건장한 체형과 빠른 주력으로 게다가 터프한 수비 능력은 상대 공격수가 감히 폴란드의 골대를 누릴 수 없게 했다.

‘생각보다 좋은 걸.’

김철수가 파견을 나가서 찍어온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세바스티안 왈루키에비치는 눈에 띄는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다.

거의 단점이라고 볼 수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고, 이탈리아가 공격하다가 지쳤을 때 세트피스에서 골까지 넣으며 팀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활약을 보여줬다.

그의 놀라운 활약에 적이지만 한국의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고, 그 모습을 보자 정전용 감독이 버럭 소리 쳤다.

“이 녀석들아! 상대팀 플레이에 감탄하면 어쩔 거냐!”

정신을 차린 선수들이 정전용 감독을 보자, 정전용 감독은 손을 들어 이강운을 지목했다.

“이강운. 너라면 어떻게 공략할 거냐?”

“지금 보니깐 수비 사이에 공간이 그리 많지 않고, 라인도 내린 상태라 아무래도 지공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최대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서 찬스를 만들어야 할 듯 하는데요.”

“좋은 방법이다. 그럼 김가람 너는?”

“저도 강운이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 말에 이강운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가람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세바스티안 왈루키에비치를 보면 라인 컨트롤이나 수비 조율 능력도 뛰어나 보여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골은 지공이 아닌 역습 찬스에 나올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이강운은 살짤 놀란 듯 입을 열었다.

“잠깐 가람아. 아까도 이탈리아가 방금 역습에서 저 무식한 녀석에게 박살 나는 거 봤잖아. 저 녀석 발도 빠르다고.”

“그렇지. 빠르지. 하지만 나보다는 안 빨라.”

자신감 넘치는 가람의 말에 정전용 감독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다른 선수들은 감탄의 소리를 내었다.

“오오~ 김가람~”

“이번 대회 골든 부츠의 자신감 쩌는데~”

“오~ 쩐다~”

약간의 소음이 이어지고, 정전용 감독은 손을 들어 선수들을 조용히 시킨 후 말을 이어갔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람과 강운이가 해주었다. 우리는 처음에 지공으로 공격을 펼칠 꺼다. 어차피 상대도 처음에는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을 거야. 오히려 우리의 지공을 막고 역습 전술을 펼치겠지. 그리고 그 기회를 어떻게든 세트피스로 연결하려고 할 거다. 그때 권윤성, 김가람.”

“넵!”

“가람이는 폴란드의 전방에서 역습 찬스를 저지하고, 윤성이는 라인 컨트롤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준비한다. 만약 단독 찬스가 나오면 절대 패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오지 못하게 저지해라. 파울을 해도 상관 없다.”

“알겠습니다.”

둘의 씩씩한 대답을 들은 정전용은 만족스럽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역습 찬스에서는 가람, 운영, 그리고 세진이 이렇게 셋이서 발빠른 역습으로 나간다. 다음 경기 선발은 진세진이다.”

이미 역습을 이야기 할 때부터 진세진에 비해 발이 느린 우세훈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진세진을 봤고, 지난 남아공 경기 이후 다시 선발 출전을 하게 된 진세진은 이번에는 해내겠다는 듯 크게 대답했다.

그렇게 한 동안 전술 훈련은 진행된 후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은 각자 이번 대회에 필요한 전술 룰의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 태블릿 PC를 들고 방으로 이동했고, 가람만이 김철수의 안내로 인터뷰 방으로 가게 되었다.

인터뷰는 대부분 폴란드와의 경기에 대해 묻는 질문과 소감이었지만, 기존 인터뷰와 다르게 이번에는 폴란드 자국 매체 인터뷰가 많았다.

가람은 능숙한 영어로 인터뷰를 이어갔고, 그렇게 인터뷰는 끝날 분위기였다. 인터뷰를 마치려고 할 때 이청일이 죄를 지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일본과의 인터뷰 현장에 있었던 이야기를 이실직고했다.

“괜찮아요. 야마구치씨가 말했던 건 사실이니깐요.”

가람은 이상하게 오늘 인터뷰에서 폴란드 매체에서 어떻게 폴란드의 단단한 수비를 뚫을 거냐는 질문에 패스를 통해 좋은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약간 비웃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유를 이제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내일 경기 폴란드도 그렇고 다른 팀들도 너의 약점을 노릴 텐데..”

이청일의 걱정에 가람은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이 시기는 축구가 빨리 느는 시절이잖아요. 제가 그 사이에 성장할 수도 있고요.”

다른 선수가 말하면 이상한 소리로 들렸겠지만, 이번 대회 경기를 하면 할수록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는 가람을 보며 이청일은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가람은 지난 경기 해트트릭을 통해 얻은 포인트를 패스에 전부 투자했다.

|패스 65 ->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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