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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9화 (40/319)

39화 선더랜드의 변화[2]

“죄송합니다. 구단주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뉴캐슬 구단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구단이라..”

“그렇군요.”

이미 생각을 굳힌 듯 한 잭 로스 감독의 말에 김하늘은 더 이상 그를 잡아둘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둘은 계약 해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고, 머지 않아 화상채팅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김하늘의 말에 샤오루가 들어오더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되었어?”

“실패야. 결국 잘 안 되었어.”

“뭐.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러브콜이라면 거절하기 힘들겠지. 그리고 이미 당신도 다른 인물들하고 접촉은 해본 상태잖아.”

“그래. 하지만 경험도 없는 구단주, 이름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에이전트 출신인 동양인 구단주 밑에서 일할 백인, 흑인 아니 유럽 감독들은 없겠지.”

그 말과 함께 김하늘이 고개를 숙이자, 샤오루가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자기야. 고개 숙이지 마. 이미 끝난 일이잖아. 이런 일에 대비해서 준비는 해왔잖아. 동양인 구단주 밑에 잉글랜드 리그의 최초의 동양인 감독도 멋진 구상이라고.”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니깐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

“그런 게 어디 있어. 이제 그 사람 아니면 적임자도 없잖아. 내가 당신 눈 높은 거 모를 줄 알아? 이미 런던행 비행기 표 끊어놨어. 나도 마무리 하면 될 것 같아.”

“그럼 당신은 성공이야?”

“물론이지. 내가 협상의 대가라는 건 알고 있지. 이제 가서 마무리만 지으면 끝이라고.”

“정말?”

샤오루의 말에 김하늘은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고 샤오루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자기가 정해준 급료 예산이랑 구단 지출 한도는 알고 있으니 거기에서 내가 알아서 협상을 할게.”

“내가 가지 않아도 되겠어?”

“자기야. 나 못 믿어?”

“아.. 아니 그럴 리가.”

“그럼 믿고 기다려. 대신 이 영입 성공하면 내가 원하는 영입도 하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은 잊지 마.”

“알겠어.”

"그럼 준비해서 내려와. 우리한테 시간은 금이니깐."

샤오루는 김하늘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 후 호텔 방을 떠났고, 순간 김하늘은 정신이 멍했다.

“진짜 성공한 건가? 아. 아니야. 아직은 모르지. 하긴 성공해도, 자기가 원하는 영입은 쉽지 않을 테니...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도 없으니..”

김하늘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자신도 서둘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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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고급 주택가

“제니퍼. 이건 아니잖아. 주급이 반절이라고.”

“그건 다른 옵션에서 다 커버가 될 텐데. 우리 왕자님은 혹시 챔피언쉽에서 20골 넣을 자신 없는 거 아니야?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1군 출장을 모두 시켜준다고 하잖아. 그리고 3년 + 2년 최대 5년 계약이잖아. 당신 나이에 그런 계약은 쉽지 않다고.”

“아니. 그렇다고 해도 선더랜드는 아니지. 당신도 런던 생활이 좋다고 해서 내가 런던 연고지에 있는 팀을 고집한 건데..”

“그렇지. 근데 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기로 했잖아. 왕자님~”

아내 제니퍼의 말에 조각 같은 얼굴을 지닌 올리비에 지루의 표정을 종잇장처럼 꾸겨졌다.

아내가 임신 중일 때 바람을 핀 후 이혼의 위기까지 몰린 올리비에 지루는 그 후 무릎까지 꿇으며 아내가 원하는 가정적인 남편이 되기로 맹세를 했고, 이적에 대한 의견도 제니퍼의 말을 따라주기로 했다.

얼마 전 첼시와의 약간의 줄다리기 끝에 1년 연장 재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그걸 급히 막은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새로운 구단과 계약을 하라는 거였는데 그게 하필이면 이번에 3부 리그에서 승격해 챔피언쉽으로 올라온 선더랜드였다.

주급은 당연히 반절로 깎였지만, 구단 측에서 제시한 계약 조건을 보면 경기를 많이 출장하고 골을 넣을수록 보너스 조항은 많았다.

그래도 약간 손해를 보겠지만, 큰 손해는 없었다. 그렇지만 잉글랜드 명문 구단인 첼시에서 선더랜드로 이적하는 건 말도 안 되었다.

이번 시즌 유로파 리그까지 우승하며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까지 땄는데 그걸 포기한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자기야.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아니야. 가능해~ 당신도 1군 출장을 자주하고 싶다고 했잖아. 거기다가 만약 승격하지 못하면 방출 조항도 있다고.”

“승격을 못할 상황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문제는 내가 왜 수준이 낮은 팀에..”

올리비에 지루가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에 제니퍼는 손가락을 들어 조용하라는 듯 그를 제지하고는 연신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들었다.

“어머~ 회장님. 갑자기 연락을 주셨어요. 네에? 여기로 오신다고? 아니. 그러실 필요없어요. 우리 왕자님은 이미 선더랜드로 간다고 이야기가 잘 되고 있답니다.”

그 말에 지루는 미치겠다는 듯 발로 땅을 치고 손을 크게 휘두르자, 제니퍼는 무서운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작은 서류 하나를 꺼내 보였다.

그건 바로 이혼 서류였다. 그러자 죄가 있는 올리비에 지루는 조용해졌다. 그렇게 올리비에 지루가 조용해지자, 제니퍼는 자리를 옮겨 통화를 이어갔다.

제니퍼가 최근에 중국의 한 기업의 뷰티 상품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거기 회장님이 이번 선더랜드 공동 구단주가 된 것이 화근이었다.

"아니 요즘 한류가 대세인데 왜 중국 뷰티에 빠진 거야? 정말 안목하고는.."

올리비에 지루는 짜증 난다는 듯 불만을 표했고, 그 말을 듣고 있었는지 저 멀리서 제니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안목이 안좋으니깐 임신할 때 바람핀 녀석을 데리고 사는 거지. 안 그래?"

제니퍼의 말에 올리비에 지루는 서둘러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이미 제니퍼는 그 중국인 회장의 달콤한 말과 제안에 이미 완벽힌 넘어간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1년의 커리어를 버린다고 생각하고 선더랜드가 승격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방출되는 방법만 있는 것이었다.

그때

띠링

제니퍼의 번호로 메시지와 함께 축구 영상이 첨부 되었다.

[자기야. 회장님이 당신이랑 같은 팀에 뛸 선수라고 하는데 한 번 보라고 하셨어. 내일 저녁에 회장님 올 거니깐~ 그때 계약을 마무리하는 걸로 하자고. 사랑해~ 오늘 밤 기대하라고~]

올리비에 지루는 아내가 기분이 좋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아무런 기대감을 가지지 않고 영상을 봤다.

영상에는 지금 열리고 있는 U20 월드컵 한국의 경기에 등번호 32번 선수의 놀라운 플레이가 보였고, 순간 올리비에 지루는 그의 플레이에 매료 되었다.

“이거 물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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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그디니아 호텔

이틀 뒤에 있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를 위해 대표팀은 그디니아로 자리를 옮겼고, 오전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각자 방에서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에취~~”

“뭐야? 감기야?”

룸메이트인 권윤성의 말에 가람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감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누가 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요?”

“차암.. 재미 없는..”

“거기서 발음은 좀 더 가볍게 굴려주세요. 진짜 한국말을 하듯 말이죠.”

가람은 한국말로 지적했고 권윤성은 알겠다는 듯 다시 입을 열어 영어로 말했다.

“차암.. 재미 없는 말이네.”

“좋은 발음이에요.”

권윤성은 선더랜드로 이적이 거의 확실히 된 입장이었기에, 가람에게 부탁해 방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영어로 대화하며 배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권윤성도 예전부터 유럽 진출의 꿈을 가지고 영어 공부를 해왔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대화를 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정도로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할 때 방문이 덜컥 열리더니 이강운이 태블릿 PC를 들고 들어왔다.

“가람아! 큰 일 났어.”

매번 높은 텐션으로 말을 하는 이강운이었기에 가람은 그가 큰 일이라고 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그가 건넨 태블릿 PC를 봤다.

그리고 거기에는 생각지 않은 기사를 볼 수 있었다.

- 선더랜드 잭 로스 감독과 결별

지난 시즌 리그1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선더랜드를 챔피언쉽으로 승격시킨 잭 로스 감독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 리그팀인 뉴캐슬에서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선더랜드 측에서는 잭 로스 감독을 최대한 잡으려고 했지만, 프리미어 리그라는 매력과 뉴캐슬의 적극적인 구애에 결국 잭 로스 감독은 선더랜드의 지역 라이벌 뉴캐슬로 향하게 되었으며, 잭 로스 감독의 이탈은 동양인의 구단 인수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선수단과 팬들의 동요가 확산 시킬 것으로 보인다.

선더랜드 구단측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에 감독의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고, 현재 공동 구단주인 김하늘 구단주는 잉글랜드 전역을 돌아다니며 감독 후보와 미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구단에 방출을 요청해 이적한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린든 구치(프레스턴)

찰리 와이크(프레스턴)

에이든 맥기디(맨스필드)

도널드 러브(찰튼)

윌 그릭(미정)

가람은 기사를 본 순간 지난번 김하늘과의 통화에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역시..’

동양인의 구단인수라는 문제와 함께 구단 인수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다른 팀에서 승격팀의 우수한 자원을 가만 둘 일은 없었다.

그렇게 선수들을 흔들어 놓았을 것이고, 동양인 구단주에 대한 반발심에 선수들의 이탈이나 동요는 지금 이 기사에 적힌 것보다 더 많을 것이었다.

그나마 도널드 러브가 이적한 것은 다행이었지만, 팀의 주포였던 윌 그릭이 방출 요청을 했다는 건 충격이었다.

‘뭐지? 지난 겨울에 상당한 금액으로 이적을 해왔다고 들었는데 왜 방출 요청을 한 거지?’

가람이 함께 뛰면서 느낀 거지만 윌 그릭은 인종차별 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방출 요청을 한 것일까?

가람은 고민에 잠겼고, 그 모습을 본 이강운과 권윤성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러자 순간 시야에 이강운과 권윤성의 표정이 들어왔고 이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야. 강운아. 어차피 우리는 경기에 집중해야지. 윤성 선배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지금 월드컵에 집중할 시간이잖아요.”

씩씩한 가람의 대답에 이강운과 권윤성은 머쓱하게 웃었고, 오랜만에 방에 온 이강운도 합류해서 함께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이강운이 떠나고 얼마 뒤 권윤성도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며 자리를 비웠다.

권윤성 아버지의 전화는 아마도 선더랜드가 위험한데 괜찮겠냐는 말일 것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권윤성이라면 이미 계약한 에이전트를 저버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만약 그가 그렇게 실리를 위해서 에이전트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이라면 악덕 에이전트에게 걸려 그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모두가 나간 방에 가람은 침대에 누웠고, 다시금 월 그릭에 대해서 생각에 잠겼다.

‘역시 에이전트의 장난질인가?’

지난 시즌에 팀에서 득점을 독식하다시피 한 윌 그릭이었다.

자신을 백업한 선수가 이적하면서 유일한 스트라이커 자원이었다. 거기다가 이미 챔피언쉽에서도 지난 시즌 위건에 능력을 증명했기에 선더랜드에서는 꼭 잡고 싶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어수선할 때 일부로 방출 요청을 해서 좀 더 나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려고 하는 에이전트의 욕심으로 보였다.

‘선수는 괜찮은데 에이전트가 말썽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게 있는 걸까?’

그렇게 잠깐 생각에 잠길 때 스르륵 잠이 들려고 했다.

그때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잠에서 깬 가람은 익숙한 김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람아? 지금 통화 가능해?”

“아.. 네. 괜찮아요.”

“목이 좀 잠긴 것 같은데?”

“아니요. 누워 있어서 그래요. 상관 없어요.”

“그래. 알겠어. 다른 게 아니고 너랑 통화하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 그렇거든. 최대한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줘라. 알겠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뜬금없는 김하늘의 요청에 가람은 어리둥절했고, 김하늘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듯 다급히 말했다.

“무슨 말이긴.. 성실히 답변하라는 거지. 부탁한다. 어쩌면 이번 시즌이 너한테 걸려 있을 수도 있어.”

“형?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말과 함께 핸드폰 너머에서 김하늘의 목소리가 잠시 들리지 않고, 김하늘이 어디론가 들어가 누군가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여기 있습니다.”

“아. 진짜 김가람 선수인가요?”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가람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승연의 삶에서 월드컵 우승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나날들에 언제나 만나야 했던 인물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이내 핸드폰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김가람 선수.”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고, 김하늘의 인맥과 능력에 다시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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