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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45화 (46/319)

45화 U20 월드컵 결승전 일본전[3]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골을 넣어버립니다. 엄청난 모습!! 괜히 이번 대회를 두고 김가람의 월드컵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놀랍습니다. 전반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가 넣었던 골보다 더 먼 곳에서 흡사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후반 이른 시간에 이렇게 골을 넣었다는 건 정말 희망적입니다. 반대로 일본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골을 넣은 가람은 순간 얼어버린 야마구치 츠바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하는 걸 내가 못할 것 같아?!”

“뭐야.. 너는?”

“나? 나는 김가람이다.”

그 말과 함께 가람은 한국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함께 기뻐했다.

한국 선수들은 전반 내내 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가람이 경기에 나서자마자, 놀라운 골로 결과를 만들자, 한국 선수들의 마음 속 한 구석에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마음의 차이

그건 작은 차이로 보이지만, 심리적으로 동요가 심한 어린 선수들에게는 큰 변화였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다른 이들보다 일본의 감독인 야마구치가 제일 먼저 눈치챘다. 이대로 간다면 가람에 의해서 경기의 흐름이 한국으로 넘어 갈 수 밖에 없었기에 다시 경기가 재개 되기 전에 쿠보 타케후사를 서둘러 불렀다.

“쿠보! 가람을 마크해라! 연습했던 것처럼 해! 지난번 말했듯이 속도는 빠르지만 속도에 비해 드리블이나 패스 능력은 뛰어나지 않으니깐 그 부분을 노려! 그리고 절대 지금처럼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방금도 봤듯이 어디서든 골을 노릴 수 있는 선수야. 반칙을 하더라도 막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쿠보 타케후사는 경기장으로 돌아갔고, 야마구치는 자신의 지시가 먹히기를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로 일본의 공으로 경기가 다시 시작되자, 한국은 라인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펼쳤다.

하지만 야마구치 감독이 쿠보 타케후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안 정전용 감독도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기세를 유지해 한 골 더 뽑아내기 위해 선수들에게 전술 변경을 지시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후반 20분 일본은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고 한국 선수들은 공을 빼앗기 위해 강한 압박을 펼치고 있을 때 두 감독이 주시하고 있는 선수가 또다시 차이를 만들어냈다.

토오옹!!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의 패스를 김가람 선수가 가로챕니다. 한국 기회입니다.”

라인을 내리고 있던 일본의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에서 공을 가로챈 가람은 그대로 공을 몰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가람을 마크하기 위해 일본의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그리고 공을 빼앗긴 야마구치 츠바사까지 3명의 선수가 가람을 압박했다.

하지만 가람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드리블 하며 자신의 앞 공간을 자르며 달려드는 중앙 수비수 가랑이 밑으로 공을 툭 차서 보냈다.

그리고 그 공의 끝에는 이미 기다리고 있는 이강운이 서 있었고, 가람 재치 있는 패스에 일본 선수들은 패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이강운의 침투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가람 선수의 날카로운 패스! 이강운 선수 기회 입니다.”

가람을 마크하던 일본의 중앙 수비수는 자신의 실책을 눈치채고 돌아서서 이강운을 마크하기 위해 움직였고, 또 다른 일본의 중앙 수비수는 이강운의 슈팅 각도를 줄이기 위해 발을 들었다.

그때

토오옹!!

슈팅이라고 하기에는 방향도 엉뚱하고 힘도 약해서 일본 선수들은 굳어버렸고, 이강운이 완벽한 찬스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왔는지 공 끝에 기다리고 있는 가람을 목격한 순간 그 생각은 바꿔야 했다.

“여기서 이강운 선수와 김가람 선수의 2대 1 패스! 김가람 선수 완벽한 찬스입니다.”

이강운의 패스를 받은 가람은 어느새 골 에어리어까지 들어왔다. 하지만 이강운이 흥분했는지 생각보다 공의 힘은 강했다.

역시 원래 주발인 오른발로 찬다면 공의 반발력에 크게 튀어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왼발 바깥쪽으로 툭 차서 눈 앞에 긴장하고 있는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슈팅 능력치에 비해 왼발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 하는 가람은 살짝 긴장했다.

‘모 아니면 도다!!’

가람은 공이 왼발에 오는 순간 발목의 힘으로 공의 방향만 툭 바꿔서 찼다.

‘이런..’

생각보다 힘이 약하게 들어간 슈팅.

이강운이 준 패스를 다이렉트하게 반박자 빠르게 찬다는 것에 너무 초점을 맞춰서 공에 힘이 완벽하게 전달되지 못 했다.

휘리리릭!!

공은 가람이 생각한 것보다 느리게 일본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내려갔고, 만약 그대로 일본 골키퍼가 반응한다면 막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람이 생각했던 거보다 일본 골키퍼의 반응은 더뎠고, 공은 가람이 예측한 대로 일본 골키퍼 가랑이를 가르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이강운 선수와 좋은 호흡을 통해 한 골 더 만들어냅니다. 이제 경기는 2 대 2 동점이에요.”

“와! 정말 놀랍습니다. 방금 2대 1 패스도 놀랍지만, 김가람 선수가 공을 잡지 않고 다이렉트하게 왼발로 방향을 바꿔 골을 넣은 건 정말 놀라운 골 센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런 센스를 가지고 지난 시즌 선더랜드에서 오른쪽 윙백을 섰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내년 시즌 챔피언쉽에 선더랜드에서는 분명 다른 포지션을 고민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동점 골이 터지는 순간 이강운은 가람에게 달려들었고, 가람은 그걸 피해 골망으로 들어간 공을 들고 센터 서클로 뛰어갔다.

“아직 한 골 더 남았어!!”

손가락 한 개를 들고 가람이 크게 외치자, 다른 선수들도 골 세레머니를 생략하고 가람을 따라 바로 경기 준비를 하기 위해서 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일본 선수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가람이 들어온 순간 한국은 더 이상 전반전 자신들이 상대했던 팀이 아니었다. 모든 행동에 자신감이 넘쳤고, 열정이 있었다.

게다가 집중 마크를 놀라운 능력으로 뚫어내 골까지 만들어내는 가람을 보며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야마구치 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는 확실히 팀 스포츠였고, 팀위크를 바탕으로 경기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간혹 그런 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걸 잊어버리게 만드는 존재들이 있었다.

혼자만의 힘으로 팀을 이끄는 존재들.

축구 황제 펠레가 그랬고, 86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마라도나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가람은 그런 선수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팀의 에이스였고, 상대팀에게는 좌절을 맛보게 하는 존재였다.

그때

“아직 2 대 2 야!! 경기에 진 게 아니라고!!!”

야마구치 츠바사의 외침.

일본 대표팀이 패색이 짙어질 것 같을 때 그에 저항하듯 야마구치 츠바사의 외침은 경기장에 크게 울렸다.

그 소리는 분명 골을 넣고 흥분한 대한민국 서포터즈의 응원에 묻혔어야 정상인데 어째서인지 일본 선수들에게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저 멍청이가..”

순간 쿠보 타케후사는 코를 한번 흠치더니 패배 의식에 사로잡힐 뻔 한 자신을 다시금 채찍질하며 집중력을 높여갔고, 그런 모습은 쿠보 타케후사뿐 아니라 다른 일본 선수들에게 전염되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가람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씨익 웃었다.

“저 녀석..."

방금 골로 일본은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방금 일본 팀 에이스인 쿠보 타케후사가 아니라 야마구치 츠바사가 막은 것이었다.

가람은 생각지 않은 야마구치 츠바사의 행동으로 경기는 생각보다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직감했다.

후반 35분

가람의 두 번째 골이 터진 후 일본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경기는 치열해졌다. 양 팀 모두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가람에게는 이제 3명의 선수가 에워싸며 패스 자체가 가람에게 오지 못 하도록 철저히 봉쇄해버렸다.

가람에게 3명의 마크맨이 붙게 되면서 다른 선수에게는 기회가 되었지만, 치열했던 오늘 경기를 치루면서 한국 선수들은 지쳐 쉽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퍼어엉!!

“이강운 선수의 슈팅!! 일본의 골키퍼에게 막힙니다.”

“김가람 선수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양 팀 모두 불이 붙은 듯 합니다. 특히 동점골을 내어준 후 각성한 것 같은 일본의 골키퍼 우에다 츠네야스는 연이은 선방을 보여줍니다. 이거 이대로 간다면 연장전까지 갈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김가람 선수도 3명의 전담 마크맨들이 붙으면서 파울도 당하고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려고 하지만 전담 마크맨들의 호흡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렇죠. 제가 보기에는 야마구치 켄 감독이 가람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 준비한 것 같은데요. 점점 호흡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 수록 가람 선수에게 집중 마크와 견제가 들어간 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나온 공간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코너킥이 준비하는 순간 여태까지 날카로운 코너킥을 보여준 가람이 정전용 감독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했더니 골대쪽으로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세컨볼을 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강운에게 가서 무언가 이야기를 건넸다.

“여기서 한국 코너키커를 바꾸는 것 같습니다. 코너키커는 김가람 선수에서 이강운 선수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연습 경기에서도 종종 이강운 선수가 코너킥을 찼으니 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보다는 가람 선수가 골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 경합을 벌이고 진세진 선수가 패널티 에어리어로 가는군요. 이런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막판에 많은 코너킥이 나오는데요. 이럴 때 지난 우크라이나전 퇴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우세훈 선수가 아쉽습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이강운은 손바닥을 편 채 한 손을 들어보였고, 그것을 본 한국 선수들은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강운은 방금 가람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기억했다.

“세훈 선배랑 연습했던 코스로 차! 거기에 내가 있을 테니.”

한국의 세트피스 전술에서 핵심은 큰 키로 중앙 수비수들을 제압하는 우세훈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우세훈이 없는 상황에서 그 코스로 차라는 가람의 말에 강운은 아리송했지만 그래도 믿을 건 가람밖에 없었다.

뻐어엉!!

공은 가까운 골대와 먼 골대 그 어느 곳에 치우치지 않고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원래 대로면 저 공간에 압도적인 키와 피지컬로 우세훈이 상대 수비수들을 제압하고 나타나서 공을 따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우세훈은 없었고, 호언장담한 가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강운이 속으로 가람을 욕하려는 순간

타타탁!!

누군가 뒤에서부터 뛰어들어 속도를 발판으로 높게 뛰어올라 공에 머리를 맞추기 위해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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