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46화 (47/319)

46화 U20 월드컵 결승전 일본전[4]

타아아앙~~

꼭 총을 쏘는 것과 같은 소리가 경기장을 울려퍼졌다.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소리라고 의심이 될 정도로 크게 울려퍼진 소리. 그리고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소리도 들려왔다.

촤르르르르~~~

골망을 찢어버릴 듯한 소리.

“고오오오올!!! 김가람선수!!! 이번에는 멋진 런닝 점프 헤딩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합니다. 경기 후반 이건 결정적인 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와.. 이건 그냥 해트트릭이 아니라 퍼팩트 해트트릭입니다. 첫 번째 골은 오른발 두 번째 골은 왼발 그리고 지금은 헤딩으로! 월드컵! 그것도 결승전에서 퍼팩트 해트트릭을 해냅니다. 이 충격적인 승리에 한동안 일본은 공한증을 달고 살 것 같습니다.”

골이 터지는 순간 일본의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아까 힘을 내라고 소리를 쳤던 야마구치 츠바사도 이번에는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골이 터지는 순간 가람의 귓가에는 기분 좋은 알림이 들려오며, 눈 앞에서는 메시지 창이 보였다.

[U20 월드컵에서 퍼팩트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10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생각보다는 많은 포인트가 아니라 살짝 실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10 포인트를 얻은 것에 만족하며 선수들과 함께 골 세레머니를 함께 즐겼다.

그리고 이어진 시간 동안 일본의 플레이는 맥이 빠졌고, 한국은 기세를 몰아 골을 더 넣으려고 했지만 일본의 골키퍼 우에다 츠네야스의 선방으로 추가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삐이익!!

“경기 종료됩니다. U20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한국이 아니 아시아 국가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솔직히 오늘 경기 누구나 이야기를 하겠지만, 김가람 선수의 유무가 엄청난 경기력의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은 이 차세대 스타를 꼭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꼭 잡는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김가람 선수는 아직 한국과 잉글랜드 이중 국적입니다. 물론 본인이 한국의 국적을 따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 떨어진 잉글랜드는 김가람 선수의 활약을 그냥 보고 있지 않을 겁니다. 잉글랜드에서 손을 쓰기 전에 서둘러 정식 A매치 경기에 데뷔 시켜서 한국의 선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많은 이중국적의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팀에서는 잉글랜드의 국적으로 뛰다가 성인 대표팀에 정식 A매치에 맞춰서 다른 국적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장재현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말한 것이었다.

이 정도의 활약을 보인다면 실제로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고, 이 정도 재능이라면 월드컵에 목마른 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충분히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이 아닌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좋은 말씀이지만, 김가람 선수가 한국 국적을 선택하게 되면 병역문제나 잉글랜드 취업비자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병역은 어쩔 수 없지만, 잉글랜드 취업 비자는 2010년 법이 개정되어서 선천적 이중 국적자에 한해서는 만22세까지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 즉 한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할 수 없고 한국 국적만 행사하겠다는 서약이죠. 이 서약을 하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의무에서 제외가 되거든요. 한마디로 잉글랜드에서 잉글랜드 국적은 유지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장재현 위원님이 이렇게 비자에 박식할 줄은 몰랐습니다."

"김가람 선수때문에 공부 좀 했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이 소식은 꼭 김가람 선수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우승을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로 3골을 넣으면서 김가람 선수는 15골로 골든 부츠 수상은 확정될 것 같은데요. 골든 볼의 향방은 어떻게 보시나요?”

“골든 볼은 월드컵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상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그 수상 역시 오늘 경기 후반전에 나와 팀을 우승시킨 김가람 선수의 것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중계진이 예상을 하는 가운데 선수들의 세레머니가 끝나고 시상식이 진행되었고, 우선 개인 시상이 먼저 시작되었다.

그리고

“골든 부츠와 골든 볼 모두 김가람 선수가 수상하게 됩니다.”

“그렇죠. 이건 이번 대회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죠. 대단합니다. 정말 김가람 선수 대단합니다. 단순히 U20 월드컵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것 뿐 아니라 이번 대회를 통해서 엄청난 성장을 보였거든요. 아마도 선더랜드에서는 한 동안 많은 오퍼 때문에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그렇게 중계진들이 가람의 미래에서 예측을 하는 동안 개인 시상을 마친 가람에게 익숙한 얼굴이 다가왔다.

“가람군 축하하네요.”

“감사합니다. 야마구치씨.”

“솔직히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몰랐어. 지난번에 넣은 오퍼는 아직도 유효하니 한 번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어. 지금 능력이라면 다음 시즌 1군에서 후보로 뛸 수 있을 거야.”

"그 말씀은 월드컵이 끝나고 다시 바이에른 뮌헨으로 돌아가시는 것 같네요."

"그래. 이번 U20 월드컵을 급하게 맡게 되면서 잠시 겸직을 한 거지만, 이제 월드컵이 끝났으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지."

“그렇군요. 하지만 제 대답은 같아요. 제의는 감사하지만, 이미 저 때문에 인생을 선더랜드에 투자하기로 하신 분이 있거든요.”

“김하늘 에이전트 아니 이제는 구단주라고 해야 하나?”

“공동 구단주죠.”

“그렇군. 그렇게 된 건가. 그런 앞으로도 자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선더랜드에 남아 있겠군.”

“그렇죠. 선더랜드가 유럽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있을 겁니다.”

“재미있군. 그럼 나중에 유로파나 챔피언스 리그에서 만나는 걸 기대하겠네.”

꼭 가람이 있으면 선더랜드가 유로파나 챔피언스 리그에 나올 거라고 장담을 하듯 야마구치 켄이 말을 건네자, 가람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

“다음에는 지지 않을 거야!”

눈물을 글썽거리는 야마구치 츠바사가 갑자기 끼어들어 입을 열었다. 그러자 가람은 웃으며 형과 달리 기분파인 야마구치 츠바사에게 냉혹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다음번에도 이길 생각이다. 나를 이길 생각이라면 열심히 연습해. 운으로 들어가는 슛에 의존하지 말고.”

가람의 다소 냉혹한 말에 야마구치 츠바사는 오히려 불타오르는 듯 입을 열었다.

“운으로 들어가는 슛이라고?! 내 드라이브 슛을 완성하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걸!! 김가람 이 순간부터 너는 내 라이벌이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가람은 흥분하는 야마구치 츠바사를 뒤로 하고 벤치로 다가가서 골든 부츠와 골든 볼 트로피를 둔 후 일본의 준우승 시상을 기다렸다.

그렇게 일본의 준우승 시상이 끝난 후 가람이 우승 시상을 위해 다시금 시상대로 오르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가람 선수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는 이길 겁니다.”

쿠보 타케후사였다. 그도 패배에 적지 않은 눈물을 흘렸는지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가람은 야마구치를 상대할 때와 다르게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다음에 기대하지. 대신 많이 연습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쿠보 타케후사는 다른 일본 선수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쿠보 타케후사라..’

승연의 삶에서는 일본팀을 이끄는 재능으로 평가 받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한국팀을 이끈 이강운이 나름 명성을 이어가는 것과는 반대로 쿠보 타케후사는 성장하지 못했고, 결국 특급 유망주의 딱지를 떼내지 못하고 삶을 마무리했었다.

이번에는 가람과의 만남으로 인해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힘든 삶을 살아갈 녀석에게 모진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시상식은 진행 되었고, 가람도 우승 메달을 목에 걸며 시상대에 올라 선수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정전용 감독을 행가래 치며 우승을 만끽했다.

-------

“재미 있는 녀석이구나.”

“할아버지가 봐도 그렇죠.”

리사 뮐러가 월드컵 결승전 VIP실에서 그녀의 할아버지와 함께 경기를 관람했고, 그 옆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경영진 및 수많은 전설들도 같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얼마 전까지 오른쪽 수비로 뛰었던 거 맞니?”

자신이 지켜보기에는 골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나, 타이밍으로 볼 때 그건 스트라이커로서 수많은 경험을 가지지 않고서는 보일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질문에 꼭 자랑하는 것처럼 리사 뮐러는 웃으며 답했다.

“네 맞아요. 저 녀석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른쪽 수비로 뛰고 있었다고요. 그런데 이번 대회에 포지션 변경해서 저렇게 골을 넣어요. 대단하죠?”

“호오 그래.. 정말 괜찮은 녀석이구나. 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선수가 되겠어. 역시 우리 손녀가 선수 보는 안목은 최고야. 최고!! 그런데 저 녀석 바이에른 뮌헨의 오퍼를 거절했다고?”

“네에. 자기한테 선더랜드는 저한테 바이에른 뮌헨과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거절했어요. 웃기죠.”

능력도 있는데 다른 구단의 오퍼를 거절하고 자신의 구단에 남겠다는 모습까지, 들으면 들을 수록 마음에 들었다.

그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노인이 버럭 언성을 높이며 끼어들었다.

“이거 이거! 또 제자병이 돌았나? 이 노인네가?”

“그게 무슨 소리야?! 프란츠!!”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게르트 이 망할 노인네야!”

프란츠라는 노인의 말에 게르크 뮐러는 짐작 가는 게 있지만,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모르는 일인데..”

“모르는 일은!! 매번 자신의 재능을 물려줄 만한 녀석이 없다고 떠들어대는 네놈이 괜찮은 재능만 보면 눈에 빛을 내니깐 하는 소리지. 네 녀석 덕분에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힘들다고 매번 아우성이야.”

“그건 요즘 젊은 녀석들이 근성이 없어서 그런 거지. 근성이..”

“그 놈의 근성 소리는!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어. 우리 때랑 달라! 혹시나 너 다른 팀 선수에게까지 손을 미치는 그런 일은 저지르지는 말어.”

“헹~ 내가 미쳤나? 굳이 다른 팀 선수 그것도 우리 바이에른 뮌헨의 오퍼를 거절한 놈을 뭐가 이쁘다고 가르쳐!!”

“분명 대답했어. 나중에 딴 소리 하기만 해봐라.”

그렇게 게르트 뮐러에게 굳은 표정으로 엄포를 넣은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온화한 표정으로 리사 뮐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리사야. 지난번 가람군에게 야마구치가 어떤 오퍼를 넣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아무래도 저런 재능을 선더랜드에서 썩히는 건 아쉽다고 느껴지는구나.”

“그래도 프란츠 할아버지. 저 녀석 생각보다 한 고집하던데 괜찮을까요?”

“물론이지. 이 할아비는 누구랑 다르게 정치적인 능력이 뛰어나거든. 게다가 언변도 되잖니.”

그 말에 옆에 있는 게르크 뮐러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흥! 무슨!! 또 가서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 녀석 부모님을 설득하겠지. 아니 독일 축구의 영웅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몰라.”

“네 놈이랑 다르게 나는 바이에른 뮌헨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거든.”

“으이구. 저럴 거면 그냥 회장 자리에 앉아 있지. 괜히 명예 회장으로 내려와서 밑에 있는 녀석들 피곤하게 하고 말이야. 나이 먹었으면 그냥 얌전히 젊은 애들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는 것도 배워야지. 채신 머리 없이.”

“뭐어!! 채신머리 없다고! 그런 말 한 녀석은 아직도 후계자 타령이나 하고 앉았으면서!!”

“그게 뭐!! 잘못인가? 가진 게 있으면 후대에게 알려줘야지!!”

그렇게 한 동안 나이를 생각하지 않은 둘의 다툼은 이어졌고, 가운데 낀 리사 뮐러가 말리지 않았다면 계속될 싸움이었다.

그렇게 리사 뮐러가 프란츠 베켄바우어를 모시고 나가자, 게르트 뮐러는 이번 대회 선수들의 데이터를 편집하기 위해 동행한 파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자네가 지난 번 야마구치랑 같이 가람이 저 친구의 집을 방문했었나?”

파머는 순간 머릿 속에 수많은 핑계들이 돌고 돌았지만, 프란츠 베켄바우어 만큼이나 구단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르트 뮐러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