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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47화 (48/319)

47화 바쁜 휴가[1]

광화문 광장

- 와아아아!!!

- 이강운 멋지다.

- 김가람 잘 생겼다!!

- 가람 오빠 사랑해요!!

U20 월드컵 우승 한 한국 대표팀의 일정은 우선 청와대에 방문해 식사를 마친 후, 이어진 것은 광화문 광장 및 주변에서 한 우승 퍼레이드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한국의 우승을 축하해주었고, 퍼레이드 이후에는 시청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방송 매체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럼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죠. 김가람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해보겠습니다.”

-꺄아아아아 가람 오빠 사랑해요!!

-가람 오빠 나랑 결혼해요.

이번에 무대 MC를 맡게 된 배선재가 가람을 호명하자마자, 지금까지 남성팬들의 환호성만 들렸던 시청 광장에는 남자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여성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가람은 승연의 삶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여성들의 열렬한 환호에 당황해서 어색한 미소를 보였는데 오히려 그게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부은 것처럼 더 격렬한 환호를 이끌었다.

“우와.. 이거 김가람 선수 엄청난 인기입니다. 우선 월드컵 우승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된 것도 모두 국민 여러분께서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폴란드에서 경기를 할 때도 직접 관중석을 찾아주신 교민 여러분 및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모든 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꺄야야야야!!

가람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다시금 환호성은 터져 나갔고, 그 환호에 한동안 인터뷰가 진행되기 힘들었다.

가람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검지 손가락을 세워 입가에 가져다 대면서 조용히 해 달라는 제스쳐를 하자, 거짓말처럼 현장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배선재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중심이 되면서 경기를 이끌어 나가시더니, 인터뷰 현장의 팬들도 이끌어 나가시는군요. 멋지시네요.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경기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많은 선수들이 이미 말했던 것처럼 저도 결승전인 일본전이 제일 기억납니다. 제가 잉글랜드에서 자랐지만, 과거에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일을 모르지 않고, 한일전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맞습니다. 그때 전반에 나오지 못하셨어요. 전반에 나왔다면 마음 졸이는 경기는 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아.. 그게 제가 상한 음식을 먹어서..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컨디션 관리를 잘 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 그렇군요. 맞아요. 두 번째 골을 넣은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가 가람 선수에게 다가가서 무언가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뭐라고 했는지 혹시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가람이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보고 언제 나오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가람 선수는 뭐라고 하셨나요?”

“하하하. 좀 오글거리지만, 제가 나가면 후회할 거라고 말해주었죠.”

“그 말씀은 후반전 가람 선수가 투입되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이야기시군요.”

“아.. 또 그렇게 되네요. 하지만 그때는 좀 상대를 제압할 필요가 있어서 그렇게 건방진 말을 했던 것 같네요.”

- 꺄야야야야 멋져!!

그렇게 가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성이 터지면서 인터뷰는 진행되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이 말은 꼭 물어봐야겠다는 듯 배선재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가람 선수는 잉글랜드와 한국의 이중국적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실제로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던 국적과 실제 국가 대표의 국적이 서로 다른 선수들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잉글랜드가 월드컵 우승에 목마른 나라이기 때문에 가람 선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 솔직히 한국 국적을 선택하게 되면 현실적인 병역 문제가 있을 겁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선재의 질문은 이미 가람이 U20 월드컵을 한국 대표팀으로 나서면서 어느 정도 답을 정한 상태였다.

솔직히 승연은 월드컵에 한국팀을 우승시키기 위해 지겹도록 수많은 회귀의 삶을 살았었다.

승연의 능력으로 다른 국적을 선택했다면 이미 월드컵 우승은 수십번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망할 신과의 약속에 한국으로 결국 월드컵 우승을 시켰다.

그래서 미운 정이라도 든 것일까? 그럴 수도 있었다. 게다가 가람의 몸으로 들어와 언제나 자신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말리는 그 기분도 역시 이번에는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는 것 같았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는 한국에서 고아로 자라셨고, 저는 한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습니다. 저는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계속 살았습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에 뽑힐 실력이 되지 않아 한국에 온 거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저는 능력으로 증명했습니다. 저의 능력이라면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혼혈이기는 하지만 반은 한국인입니다. 어려서부터 한국인으로 자랐고, 해병대이셨던 아버지께서는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한국 국가 대표팀에서 저를 부르신다면 저는 한국 대표팀을 선택할 의향이 있습니다.”

-와아아아아!!

-김가람! 김가람!! 김가람!!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환호성이 터졌고, 이번에는 여성팬 뿐 아니라 남성팬들까지 큰 환호로 호응해 주었다.

후에 이 인터뷰 때문에 한국 국가대표 감독인 벤투 감독은 가람 차출에 대한 인터뷰를 수십번 해야 했지만 그건 가람이 상관할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2002년 월드컵 전설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행사를 마친 가람은 김하늘의 주선으로 박지석과 셋이서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지?”

“네. 반갑습니다. 박지석 감독님.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이 녀석이 먼저 선수를 치는구나.”

“아닙니다.”

가람의 말에 옆에 있던 김하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침에 한국에서 정식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입니다. 감독님.”

“그런가요? 이거 정말 부담되네요. 구단주님도 잉글랜드에서 생활을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동양인에게 그리 호락호락한 곳은 아닌 거 아시잖아요.”

“물론이죠. 아마 초반에는 팬들도 반발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죄송한 말씀이지만, 다음 시즌 선더랜드는 좋은 성적으로 팬들을 다시 불러와야겠죠.”

“와.. 이거 힘드네요.”

“대신 구단에서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모든 걸 지원해드릴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야겠네요.”

“기자회견이 끝나는 대로 같이 선더랜드로 가시죠. 집도 저희가 미리 구해 놔서 가족분도 함께 가시면 돼요. 물론 마음에 드시지 않는다면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박지석이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먼저 이야기한 건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었고, 김하늘은 그 요청을 기억해 말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스쿼드 보충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 부분은 제가 준비한 리포트에서 선수들을 보시는 건 어떨까요?”

박지석도 김하늘의 안목과 수완을 믿고 있었기에 이에 동의하며 함께 리포트를 보기 시작했고, 처음 인사 이후에 이야기에 소외된 가람이었지만, 이런 자리에 자신을 동석 시킨다는 것이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뜻하기에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한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룡이는 비자 문제도 없을 거고, 사실 뉴캐슬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다고 종종 이야기를 들었어요. 중원에 패스를 넣어줄 선수로 이만한 선수가 없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받던 주급을 그대로 보전하기는 힘들다는 게 구단 측의 입장입니다.”

“그렇군요. 그런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구단주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이번 시즌 중원에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우선 최우선으로 기성룡 선수를 협상해보고, 리버풀 2군에 있는 오비 에자리아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도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가람은 실례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혹시 두 분이 말씀하시는 선수가 기성룡 선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말에 박지석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맞아. 현실적인 문제만 조금 조율이 된다면 내년 시즌에 함께 할 수 있겠지. 게다가 성룡이는 이전에 선더랜드에서 뛰어보기도 했고 말이야.”

박지석이 감독으로 오면서 많은 한국인 팬들의 확보와 함께 한국 선수 영입이 쉬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이렇게 선수를 영입할 줄은 몰랐던 가람은 살짝 놀랐다.

승연의 삶에서는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의 한 축을 담당했던 기성룡 선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기에 그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 궁금증도 들었다.

그렇게 가람이 살짝 놀라자, 옆에 있던 김하늘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올리비에 지루라는 선수 알아?”

올리비에 지루.

연계의 끝판왕, 원터치 패스의 장인이며 뛰어난 피지컬과 헤딩능력으로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선수였다.

포스트 플레이에도 능하고, 주변 선수들을 돕는 이타적인 플레이로는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라도 될 정도이지만, 스스로의 골 결정력은 떨어진 편이었다.

가람이 승연의 삶을 살 때 스트라이커로 능력을 키울 때 당시 감독이었던 박지석 감독이 영상자료로 보여주었던 선수 중 하나가 올리비에 지루였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당연히 알죠. 그건 왜 물어보는 거예요? 형?”

“왜기는 내년에 너랑 같이 뛸 선수니깐 하는 말이다.”

“네에? 정말이요?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정말 선더랜드로 온다고 했어요?”

“물론 내년에 승격 못하면 방출해 달라는 조건은 있었지만 말이야.”

순간 가람은 김하늘의 수완이 이 정도로 좋은 지는 몰라 어안이 벙벙했고, 그때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나타난 샤오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우리 자기는 내가 성사시킨 거래를 자기가 한 것처럼 말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박지석은 샤오루의 등장에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샤오루 구단주님.”

“저도 반가워요. 어차피 구단 경영은 여기 있는 우리 자기가 할 거라 오늘 보고 나서 저는 자주 볼 일은 없을 거예요. 아! 물론 앞으로 한 명 더 제가 영입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확실하지 않으니 그건 넘어가시고요. 오늘 제가 이렇게 온 건 꼬마에게 기브앤 테이크~ 받을 게 있어서 온 거예요. 그럼 자기야. 꼬마 좀 빌려갈게.”

“아. 그 이야기는 아직 못했는데..”

“어머 그래? 그래도 상관없어. 내가 데리고 가면서 하면 되니까 말이야.”

“네에? 그게 무슨?”

“어머? 우리 꼬마 어린데 기억력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기억하기 싫은 거야? 우리 회사 모델 하기로 했잖아. 촬영은 선더랜드에서 하겠지만 그전에 사전 미팅이 있으니 따라와.”

가람은 그 순간 지난번 샤오루와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났고, 그렇게 힘없이 샤오루를 따라 신체 사이즈를 재고, 남성 뷰티 화장품관련 사전 미팅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렇게 모델 촬영 때문에 박지석과 김하늘보다 먼저 샤오루와 함께 선더랜드로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온 직후 공항부터 시작된 촬영의 강행군으로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무렵 가람의 집 앞에는 놀라운 손님들이 서 있었다.

“너는 왜 온 거냐?”

“손녀가 묵는 집이라고 하니 인사드리려고 온 거지. 그러는 너는?”

“나는 명예 회장으로 재능이 있는 선수의 부모님에게 우리 바이에른 뮌헨이 얼마나 매력적인 구단인지 설명해주러 온 거지.”

“에이 지랄. 그냥 부모 구워 삶으려고 온 걸 내가 모르냐?”

“네놈은 방해나 하지 마라!”

“흥! 남이사!!”

그렇게 둘은 투닥거리며 가람의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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