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특별 훈련[1]
게르트 뮐러는 어제 저녁부터 장기투숙을 신청해 리사 뮐러 옆 객실에 묵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람을 어떻게 해서 자신의 가르침을 받게 할 지 고민했지만 뾰족한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같이 밥을 먹으면서 정체를 밝히고, 너에게 무언가 부족하다 내 가르침을 따라라!! 식으로 말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게르트 뮐러는 나름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배우가 대본 연습을 하듯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때
끼이익~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가람이 자신의 키만큼 큰 가방과 그물에 담긴 공을 한 다발을 들고 나가는 게 보였다.
“호오.. 설마 이렇게 이른 시간에 개인 훈련을 하러 가는 건가?”
생각보다 성실한 모습과 휴가에도 게으름을 피지 않고 자기 관리를 한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든 게르트 뮐러는 방에서 나와 가람을 뒤따라 나가려고 했다.
그때 언제 일어났는지 등 뒤에서 리사 뮐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아.. 아침 조깅이 몸에 좋으니깐.. 밥은 먼저 먹도록 해라.”
“저 오늘 선더랜드 구단에 갈 건데 같이 안 가실 거예요? 가람이 같은 유소년을 키워낸 선더랜드에 관심 있다고 하셨잖아요.”
게르트 뮐러는 자신의 후계자 양성 프로젝트의 수많은 피해자를 알고 있는 손녀 리사 뮐러를 속이기 위해 선더랜드에 관심이 있다고 둘러댄 것을 기억나 다급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주변에 있는 축구 공원을 가볼 생각이란다. 그런 곳에서도 괜찮은 유소년을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알.. 알겠어요.”
그렇게 게르트 뮐러는 밖으로 나갔고, 다행히 짐을 들고 있는 가람은 그리 빨리 이동하지 못했다. 그렇게 가람이 도착한 곳은 바로 집 앞에 있는 로커 공원이었다.
이미 예약이라도 했는지 능숙하게 관리인을 불러 인조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 들어간 가람은 천천히 몸을 풀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가람의 운동을 게르트 뮐러는 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개인 코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 훈련 프로그램은 어디서 배운 거지?’
자신이 봐도, 바이에른 뮌헨 1군 훈련 프로그램과 비견할 만한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가람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가람의 움직임은 게르트 뭘러가 지금까지 봤던 18세의 선수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리고 가람이 달리기 훈련에 돌입하자, 게르트 뭘러는 자신의 시계를 꺼내 시간을 재봤다.
‘뭐야.. 이 속도는..’
엄청난 속도.
단순히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순간 가속도도 빨랐고, 멈춰 있는 상태에서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시간도 굉장했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봤던 것보다 더 성장한 것 같은 모습에 게르트 뮐러는 놀랄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드리블을 할 때도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공을 다루는 능력이나 스피드 그리고 이미 앞서 파머가 준 데이터로 봤을 때 체력과 몸싸움은 이미 연령대에서는 탑클래스였고, 아마도 성인 무대에서도 먹힐 정도였다.
그렇게 게르트 뭘러가 감탄을 하고 있을 때 가람은 이제 프리킥 연습에 들어가 공을 차기 시작했다.
무회전 프리킥 연습
프로 선수들도 제대로 차기 어렵다는 무회전 프리킥을 연습에서 10번을 차면 8번은 골대로 들어갔고, 누군가 그 위치에 있다고 해도 먹힐 수밖에 없는 코스로 나갔다.
거기까지 본 게르트 뭘러는 솔직히 가람이라는 선수가 나이만 어리지 이미 실력은 프로 선수들과 비견해도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자신이 과연 이 선수에게 채워줄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뻐어엉!!
가슴 속이 뚫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가람의 슈팅 연습이 시작되었다.
가람은 반대편 골대에서 차서 반대편 골대까지에 넣는 연습을 시작으로 하프라인에 넘어서면서 누군가 자신을 마크하는 가상의 상대를 두고 개인기나 여러 가지 상황을 대입시켜 슈팅을 가져갔다.
대부분 골대 안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10개 중 3개는 골대를 벗어났고, 가람은 자신의 슈팅에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게르트 뮐러가 유심히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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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훈련을 마친 가람은 신체적인 능력을 90으로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어서 만족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바로 슈팅이었다.
슈팅까지 90으로 만들었으면 완벽한 신체능력에 따른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쉬었다.
그리고
‘아직 왼발 훈련이 부족해.’
오른발로 찬 슈팅은 대부분 골대를 향했지만, 왼발로 찬 슈팅은 가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전부터 계속 왼쪽 발을 잘 쓰기 위해서 훈련을 해왔지만 생각보다 쉽게 왼발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모든 건 다 경기에 나서게 되면 해결될 것이었다. 이제는 선더랜드의 구단주가 김하늘이고 감독도 박지석이었다.
심지어 박지석은 자신을 스트라이커로 육성할 생각이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 스트라이커로 자리하고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루의 연계를 생각하면 오히려 윙어로 골을 더 넣을 수 있으려나..’
그렇게 훈련을 마친 가람이 훈련 장비와 공을 치우려고 할 때
끼이익
축구장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은 자신의 시간이지만 이미 훈련을 마쳤기 때문에 가람은 들어오는 이를 보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이제 끝났으니 치워드릴게요.”
“오늘 훈련은 끝난 건가?”
순간 들었던 기억이 있는 목소리에 가람은 고개를 들어 축구장 입구에서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노인을 봤다.
“아. 네. 끝났는데요. 혹시 어제 문을 열어주셨던..”
“그래. 나는 리사 뮐러의 할아버지 게르트 뮐러라고 한다.”
“네에?”
게르크 뮐러라는 말에 순간 가람은 벼락을 맞은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
승연의 삶에서 박지석이 자신을 스트라이커로 가르칠 때 참고하라는 영상에서 수없이 돌려봤던 인물이 게르트 뭘러였기 때문에 가람은 그가 누구인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처음에 승연은 메시나 호날두의 영상이 아닌 게르트 뭘러라는 잘 알지도 못하는 선수의 영상을 보라고 한 박지석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게르트 뭘러의 영상을 보면 볼수록 승연은 빠져 들어갔다.
게르트 뭘러는 어떤 방식으로든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였고, 스스로의 마무리 능력과 탁월한 위치선정 능력 그리고 연계 능력까지 한마디로 그는 스트라이커라는 포지션을 누구보다 잘 소화해낸 선수였다.
물론 그의 뛰어난 위치선정 능력에 주워 먹는다는 표현이 많았지만, 그런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게르트 뭘러가 했던 말은 지금도 그를 표현하기에 딱 좋은 말이었다.
- 모든 골은 같다. 골 라인을 넘어가면 골인 것이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개인기나 기술이 아니라 순간적인 재치와 판단력이다. 공을 나에게 줘,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
게르트 뮐러는 승연의 반복되는 회귀의 삶에서도 전설로 남아 있는 스트라이커였지만 말년에 치매에 걸려 고생을 했는데 지금 봐서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상 속 젊었을 때의 모습은 현재 나이가 든 모습과 많이 달라 당연히 한눈에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서 찬찬히 살펴보니 확실히 게르트 뮐러가 맞았다.
그런 전설적인 인물이 리사 뮐러의 할아버지였고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에 놀라 가람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게르트 뭘러는 살짝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귀신이라도 본 건가?”
“아.. 아닙니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왕팬입니다.”
“이런. 늙은이를 알고 있는 건가?”
“그럼요. 게르트 뭘러씨는 스트라이커의 정석이시죠. 팬입니다. 혹시 싸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람은 프란츠 베켄바워를 봤을 때는 싸인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게르트 뭘러는 달랐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이라니 가람은 더욱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 않은 환대에 게르트 뭘러는 순간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펜이 없어서, 나중에 집에 가면 해주도록 하지. 그런데 자네 왼쪽 발을 제대로 쓰지 못 하는 것 같은데 좋은 공격수가 되려면 양 발을 쓰는 게 좋을 거야.”
“저도 알고 있는 데 쉽게 되지 않네요.”
“흐음.. 그래. 그럼 내가 마침 휴가이기도 하고 시간이 남는데 훈련을 봐줄까?”
애초에 어떻게 가람을 자신의 가르침을 받게 할까 고민했던 게르트 뭘러는 생각보다 자신을 환대하는 가람의 자세에 일이 쉽게 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가람의 머릿 속에 알림 소리와 함께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삐리링
[게르트 뭘러에게 인정을 받아라.]
[보상 : 슈팅 스텟 10 상승 / 양발 능숙]
안 그래도 자신의 우상인 게르트 뭘러가 직접 가르쳐준다고 하는데 거기에 메시지창까지 나오자 로또를 맞은 기분이었다.
“물론이에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게르트 뭘러가 무언가 알려주려고 할 때 축구장 밖에서 리사 뭘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설마!! 또 가르치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 녀석은 다른 구단의 선수잖아요.
“이크.. 가람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새벽에 보자. 알았지?”
게르트 뭘러는 꼭 오락실에서 부모님께 걸린 아이처럼 리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반대편 축구장 입구로 도망갔다.
생각지 않은 상황에 가람이 어리둥절하자 리사 뮐러는 게르트 뮐러를 잡으러 가기 보다는 자리에 서 있는 가람에게 다가갔다.
“가람. 혹시 우리 할아버지가 너한테 축구를 가르쳐준다고 했어?”
“제가 좀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봐주신다고 했는데요. 무슨 일이세요?”
“아.. 역시 할아버지가 선더랜드 유소년 본다는 건 거짓말이었구나. 아휴!! 진짜!! 왠지 프란츠 할아버지랑 같이 안 가고 여기 있는다고 할 때부터 아니 그 전에 결승전에서 너를 보고 재미 있다고 했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어야 했는데 말이야..”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한 리사 뮐러의 말에 가람은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리고 축구의 전설이자, 스트라이커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게르트 뭘러씨에게 축구를 배운다는 게 뭐가 문제인 거죠?”
할아버지의 마수에 갇히기 전까지 수많은 유망주들과 똑같이 말하는 가람을 보며 리사 뮐러는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이건 내가 사과할게. 방금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잊어도 돼. 자칫 잘못하다가는 너 선수 생명도 잃게 된다고.”
“선수 생명이요?”
“그래.. 우리 할아버지는 바이에른 뮌헨 2군 수석 코치로 일하고 있지만 별명이 뭔지 알아?”
“별명이요? 저는 모르죠.”
“별명이 유망주 킬러야. 유망주 킬러.”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유망주 킬러라니..”
가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이미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넘어간 순진한 양인 것 같은 가람을 보며 안 되겠다는 듯 리사 뮐러는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선수 시절에 쌓은 커리어는 정말 대단해. 나도 영상 자료로 보면 볼수록 놀랍다고 생각하거든. 문제는 재능이 있는 어린 선수만 보면 자신처럼 키우고 싶어서 무리한 훈련을 시키는 거지. 그런 훈련을 유망주들이 따라하다가 부상을 입기도 하고 스스로 따라가지 못 했다고 자책하면서 멘탈이 터지는 녀석들도 많았어. 그래서 구단과 프란츠 할아버지가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인적인 지도는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내가 미안하다. 오늘 일은 잊어줘. 내가 할아버지한테 단단히 말해둘게.”
래퍼처럼 속사포로 이야기하는 리사 뮐러를 보며 가람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