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51화 (52/319)

51화 특별 훈련[3]

“가람아.”

“아. 윤성 선배.”

눈 앞에 보이는 건 바로 U20 월드컵 기간에 룸 메이트였던 권윤성이었다. 그리고 권윤성 뒤에 190cm의 키에 수더분한 얼굴을 가진 인상 좋은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가람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입을 열었다.

“안녕. 반갑다. 이번에 전북에서 오게 된 김만재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한다.”

김만재

승연의 삶에서도 국가대표 선수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었던 선수였다.

물론 부상으로 빠른 은퇴를 해서 같이 뛰어보지는 않았지만, 승연이 17살 나이로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 룸메이트였던 권윤성에게 김만재의 이야기는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서 알고 있었다.

김만재는 파이터형 수비수로 커팅 능력과 슬라이딩 태클 그리고 빠른 판단력으로 적극적인 수비 능력을 겸하고 있었다.

게다가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기 때문에 보여주는 로빙 패스는 상대팀을 위협할만한 선수였다.

뛰어난 피지컬로 상대를 지워버리는 능력도 뛰어나 K리그를 넘어서 수많은 오퍼를 받았지만, 이 시기에는 중국의 한 구단과 계약을 한 후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었다.

그가 스스로 소개를 할 때 말한 것처럼 이번에는 중국으로 진출하지 않고 전북에 있다가 선더랜드로 이적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지금 K 리그가 시즌 중인데 이렇게 이적이 되었다는 건 김만재 스스로도 해외 팀에 이적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박지석이 감독을 하고 있는 팀이라는 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가람이 악수를 하며 김하늘을 보자, 김하늘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시즌에 같이 뛰게 될 선수들이다. 그런데 지금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서 말이야. 캐서린씨에게는 미리 말해두었거든. 네가 안내 좀 해주었으면 좋겠어. 네가 적응을 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고.”

결국 팀 및 선더랜드 적응을 도와달라는 말이었다.

아마도 지금 말의 뉘앙스로 봤을 때 집을 구하기 전까지는 가람의 집에서 지내게 할 생각인 것 같았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한국 다문화가정인 스미스 패밀리 가든에 선수들을 묵게 하면서 캐서린과 알렉스의 도움을 받으며 적응을 하게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물론 가람의 집 입장에서도 시즌에 오는 축구팬이 아니면 특별히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장기 손님을 준다는 건 반길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할게요.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니깐 말이죠.”

“그래. 고맙다. 아까 네가 타고 온 차를 타고 가면 될 거야. 자네들도 거기서 적응하다가 각자 집을 구하면 나가면 될 거야. 아까도 말했듯이 계속 살고 싶으면 그때는 캐서린씨와 이야기를 해야 하니 미리 알려주고.”

“알겠습니다.”

“가람아. 집에 가기 전에 구단 시설을 간단하게 설명해줘.”

“알겠어요. 그런데 이런 건 원래 주장이 하는 거 아니에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리 캐터몰은 휴가를 떠나서 말이야. 부탁한다~ 내 마음 속 주장~”

“하아.. 알겠어요.”

그렇게 가람은 김만재와 권윤성을 데리고 구단 시설을 안내해주었다. 시설을 보고는 김만재와 권윤성이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선수들 휴가 기간이라 직원들이 없지만, 오시면 다시 한번 소개 시켜드릴게요. 아! 그건 제가 아니라 주장인 리 캐터몰씨가 해주실 거예요.”

“저기 가람아. 혹시 여기는 인종 차별 같은 거 없어?”

권윤성이 살짝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자, 가람이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구단 선수들 사이에서는 느껴본 적은 없어요. 원정팬들은 간혹 그런 제스쳐를 보이기는 하지만 그리 신경 쓰실 건 아니에요. 축구만 잘 한다면 큰 문제 없지 않을까요?”

“그렇구나. 그래도 구단에 그런 선수가 없다는 건 다행이네.”

“그리고 아마 이번에 하늘이형 아니 구단주님이 자리하면서 그런 성향이 있는 선수들은 전부 나간 걸로 알고 있어요.”

가람의 말에 김만재와 권윤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이적할 구단 사정에 대해서는 소문을 접했고, 특히 동양인 구단주가 자리하면서 이에 반발한 선수들은 타협 없이 전부 이적시켰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레전드인 박지석 감독이 감독 자리에 앉게 된 것도 동양인 구단주 밑에서 일할 백인, 흑인 감독들이 없었다는 점도 큰 부분은 차지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게 구단 소개가 끝난 후 가람은 김만재와 권윤성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고, 캐서린은 그들을 환대해주었다.

김만재와 권윤성의 방은 원래 보통 손님들에게 제공되지 않는 2층에 위치한 가람이의 방 양옆으로 잡았고 짐을 푼 후 다 같이 식사를 했다.

회사 일로 바쁜 리사 뮐러를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모여 앉아, 먹는 식사는 한식으로 차려졌다.

이미 선더랜드 주방보조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캐서린의 한식 솜씨는 김만재와 권윤성에게는 충격을 주었고, 그들은 향수병에 걸릴 일은 없게 되었다.

식사를 마친 김만재와 권윤성은 지금까지 긴장돼서 그런지 바로 자신의 방에 들어가 휴식을 청했고, 남은 이들은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가람의 눈에 띈 건 알렉스가 영어 교재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엄청난 근육질 몸매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가람은 의아해서 물었다.

“할아버지. 책은 왜 보고 계세요?”

“하늘씨 아니 구단주님께서 나한테 저 둘의 영어 개인 교습을 부탁해서 말이야. 생각보다 페이도 좋고, 휴가 기간이니 시간도 남으니 수락했단다. 뭐 둘 다 기본적인 영어 회화는 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교육은 필요하겠지.”

“아.. 할아버지한테요?”

동기화된 가람의 기억 속에서 알렉스는 상당히 거친 언행을 구사했다.

물론 가람의 눈 앞에서는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경비 총괄 일을 하면서 험한 일을 하는 그가 그런 언행을 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수비수인 저들에게는 약간의 험한 말도 필요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가람은 아까부터 생각에 빠진 듯 보이는 게르트 뭘러가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게르트 뮐러를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개르트 뮐러가 머쓱한 듯 입을 열었다.

“으음.. 리사에게 들었듯이 내일부터는 그 녀석이 참관해서 훈련은 진행할 거야. 그런데 아까 그 친구들 수비수인가?”

아까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눌 때 김만재와 권윤성은 어색한 영어로 대화를 나눴고, 가람이 보조를 맞춰주기는 했지만,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에 게르트 뮐러는 그들이 어떤 포지션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단 번에 그들의 포지션을 간파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아니 그냥 나이를 먹으면 그런 감이 생겨. 덩치 큰 친구는 딱 봐도 파이터형 수비수이고, 덩치가 작은 어린 친구는 똘똘해 보이고 말하는 걸 봐서는 수비 지능이 뛰어난 친구 같군. 혹시 둘 다 이번에 선더랜드에 영입된 선수인가?”

“네에. 이번에 영입된 선수예요.”

“아이구. 프란츠 녀석은 맨날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하는 일은 없군. 그 녀석들도 한 가닥 해 보이는데 혹시 내일 훈련에 데리고 올 수 있으면 데리고 와봐.”

“내일 훈련에요?”

“그래. 네 훈련을 할 때 안 그래도 마크맨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물론 내가 뛰어도 되지만 너와 경합하기에는 내 몸이 성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아.. 알겠어요. 이야기 해볼게요. 두 명은 안 돼도 한 명은 데리고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알겠다.”

“저기 그런데 훈련하기 전에 먼저 개인 훈련을 마치고 해도 될까요?”

가람의 말에 게르트 뮐러는 오늘 아침에 가람이 혼자서 하고 있었던 수준 높은 훈련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래. 상관 없다. 근데 그런 훈련 프로그램은 어디서 배운 거냐? 상당히 수준이 높던데.”

“아. 그건.. 저의 에이전트인 하늘이형이 이것 저것 자료들을 보내주셔서 거기서 제가 괜찮은 걸로 골라서 하고 있어요.”

“호오. 그래. 그런 거 치고는 상당히 수준이 높은 거 같은데.. 알았다.”

순간 게르트 뮐러의 질문에 가람은 당황해 둘러댔지만, 게르트 뮐러는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고, 가람은 혹시나 더 질문을 하면 둘러댈 방법이 없어 자리를 피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상태창이 제공하는 개인 훈련 프로그램은 자신이 소화할 수는 수준보다 살짝 높은 수준으로 적당한 훈련량을 제공했다.

이건 개인 트레이너가 그 선수를 전담으로 마크하며 훈련 시켜주는 것과 같은데 그런 걸 가람 스스로 혼자서 해내고 있다는 게 사실은 말이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개인훈련을 숨어서 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다음에 누군가 물어보면 좀 그럴싸한 핑계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가람은 권윤성의 방을 찾아가 방문을 두들겼다.

똑똑!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가자, 권윤성 뿐 아니라 쉰다고 햇던 김만재도 함께 있었다.

“두 분 함께 계셨네요.”

“아. 다른 게 아니라 내일부터 훈련 스케줄을 좀 짜려고 했거든.”

“훈련이요?”

가람의 말에 옆에 있는 김만재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새로운 구단에 이직했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야지. 혹시 근처에 헬스장 추천해줄 수 있어?”

“아. 저도 휴가 기간 동안 헬스장 다니려고 등록했거든요. 그럼 내일 같이 가서 등록해요.”

“오. 그래. 다행이다. 역시 너한테 먼저 말할 걸 그랬다.”

“혹시 필드 훈련 필요하시면 저랑 새벽에 같이 운동하실래요? 여기 앞에 있는 라커 공원에 있는 인조 잔디 훈련장을 예약해 놔서 쓸 수 있어요.”

“그거 좋지.”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린 가람은 자신이 하는 개인 훈련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를 해주고, 게르트 뮐러가 자신을 지도해주는데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만재와 권윤성은 아까 식사를 할 때 시큰둥한 표정으로 자신을 봤던 이가 게르트 뮐러라는 걸 알고 소리를 질렀다가 다급히 입을 막았지만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못했다.

“말도 안돼. 그 전설이 너를 지도해준다고?! 뭐야! 그럼 우리도 어쩌면 지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건 잘 모르겠어요. 윤성 선배. 아마 저를 가르치시면서 저를 막기 위한 동작이나 수비에 대한 움직임은 지적해주실 것 같아요.”

“이건 무조건!! 무조건 할게! 만재 선배님도 하실 거죠?!”

“그건 두 말하면 잔소리지.”

그렇게 셋은 의기투합했고, 다음날 새벽 다같이 로커 공원으로 가서 필드에서 개인 훈련을 들어갔다.

가람은 상태창이 알려준 개인 훈련에 돌입했고, 권윤성과 김민재는 각자 루틴에 맞춰서 훈련을 진행했다.

“윤성아.”

“네 선배님."

"가람이 원래 저렇게 훈련해왔어?”

옆에서 지켜봐도 가람이 하는 개인 훈련의 강도나 난이도가 높다는 건 알 수 있었고, 그걸 본 권윤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매일 개인 훈련을 하기는 했지만, 월드컵 때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강도를 올린 것 같아요.”

“그렇구나.”

열심히 개인 훈련을 하는 가람을 보며 김만재는 박지석과 협상을 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났다.

‘지석 선배님. 아니 감독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정말 다음 시즌에 승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래. 그러니깐 너의 계약서에도 승격 못할 시 이적 허용 조항을 넣어준 거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게 궁금해요.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실 수 있는 거죠?’

‘너 혹시 가람이라는 녀석 알고 있니?’

‘가람이요? 이번에 U20 월드컵을 뒤집었다는 녀석 아닌가요?’

‘그래 내가 확신하는 건 우리 팀에 챔피언쉽에서도 먹힐 만한 확실한 스코어러가 있어서야. 그러니 최소한 승격 플레이오프까지는 가능할 거다.’

김만재는 당시에 박지석이 자기 팀 선수에, 한국 선수이기 때문에 편을 드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훈련을 하는 모습에서 좀 다른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개인 훈련을 마무리할 때

삐이익!!

휘슬 소리와 함께 게르트 뮐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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