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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53화 (54/319)

53화 대륙의 축구왕[1]

지지잉 지이잉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이청일은 어둠속에서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여보세요?”

“선배. 대박 사건이야!! 지금 당장 선더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세요!!”

“아니 무슨.. 도대체 무슨 일인데?”

“저는 다른 곳에도 연락을 넣어야 하니 지금 바로 보세요. 저 끊어요.”

"야!! 야!!"

이청일의 짜증이 섞인 말에도 상대방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짜증난 이청일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침 7시였다.

"제길.."

해외 선수 이적 기사 때문에 전날 새벽 5시에 겨우 자서 2시간밖에 잠을 못 잔 이청일은 다시 자고 싶었지만, 그래도 후배의 말은 그를 서재로 걸음을 옮겨 노트북을 켜게 했다.

핸드폰으로 확인해볼까 했지만, 만약 후배의 호들갑이 사실이라면 바로 기사를 써야했기에 노트북을 켜는 게 정답이었다.

이청일은 월드컵이 끝난 후 김가람과 인연이 이어지고 김하늘과 친분을 쌓으면서 나름 한국에서 선더랜드 근본 기자라고 자리 잡았다. 김하늘에게 종종 연락을 넣어 얻은 정보로 대부분 영입을 맞추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게다가 선더랜드가 박지석을 감독으로 앉히면서 대거 한국 선수들이 영입될 거라는 그의 예측대로 김만재가 영입되고 이강운, 기성룡까지 링크되자, 그의 예측력과 명성은 점점 높아져 갔다.

‘기성룡 선수라도 영입된 건가?’

그렇게 의문점을 가지고 선더랜드 홈페이지를 켰을 때 익숙한 동양인 선수가 선더랜드의 등번호 7을 들고 박지석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중국의 축구왕 우레이 선더랜드와 계약

이청일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사진에 인물과 글씨는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축구 등번호 7번은 주로 각팀의 윙플레이어와 스타플레이어에게 부여해 주는 번호인데 이 선수가 들고 있다는 건 많은 의미를 담겨 있었다.

우선 자신도 기자이기에 바로 기사를 써야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중국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거기에는 이 이적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우레이의 선더랜드 이적에 대한 소식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뭐야. 이거..”

자신의 지시로 매일 같이 선더랜드 홈페이지를 주시하고 있는 후배가 방금 전화로 소식을 알렸는데 기사는 미리 작성이라도 되었다는 듯 중국 사이트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한 번에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는 건 홈페이지 게시와 함께 이미 작성된 기사가 올라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이 즉 이미 우레이의 이적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김하늘이 자신에게 속이지 않았다면 공동 구단주인 샤오루가 꾸민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어쩌면 승격에 잿가루를 뿌리는 거 아니야?”

지이잉 지이잉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편집장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 후배 녀석이 이 소식을 전한 것 같았다.

“네에. 편집장님.”

“선더랜드에서 우레이 영입하는 거 알고 있었어?”

“아니요. 제가 김하늘 구단주랑 얼마 전 대화를 나눴는데 이 일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우선 지금 우레이 영입 기사를 쓰고, 너는 한동안 선더랜드 출장이다.”

“네에? 출장이요?”

“그래. 임마. 내가 보기에 내년 시즌 손홍민 선수가 있는 토트넘도 좋은 기사가 되겠지만, 승격을 두고 박지석 감독과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 그리고 중국 선수와의 관계 이런 게 돈이 될 거란 말이지.”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출발을...”

“이미 사장님 허락은 받았으니깐 바로 출발해!! 곧 있으면 회사 차량이 너희 집으로 갈 테니깐 그거 타면 된다고. 가면서 우레이 기사를 쓸 수 있지?”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청일아! 잘 부탁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월드컵 때 다들 한국 열세 점쳤을 때 한국의 우세와 김가람 선수에 대해 썼던 저 아닙니까? 믿어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그럼 선더랜드 도착해서 연락 주고.”

그렇게 이청일은 생각지도 않은 선더랜드 장기 취재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건 진성 축구 덕후인 이청일에게는 행복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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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르고 계속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

가람과 마찬가지로 김만재와 권윤성도 매일 같이 가람에게 깨지면서 훈련했다. 다른 것보다는 어떻게든 한 번은 가람을 막아보겠다는 일념으로 훈련에 집중했고, 원래 집을 구하기로 했던 계획과 달리 스미스 패밀리 가든에 장기 숙박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시간은 일주일이 흘러갔다.

삐이익!!

“오늘은 여기까지.”

게르트 뮐러의 휘슬소리에 역시나 가람은 아쉬워했고, 김만재와 권윤성은 그 자리에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좀 더 할 수 없을까요?”

“아.. 아니 휴식도 중요하니깐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더 이상 하는 건 연약한 노인네를 학대하는 거라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가람은 게르트 뮐러를 스승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게르트 뮐러는 자신의 가르침을 잘 따라오는 가람에게 마음을 열고 장난을 치는 사이가 되었다.

“학대라니요?”

“이 놈아. 나도 나이가 있어. 여튼 오늘 여기까지 하고, 더 하고 싶으면 저기 쓰러져서 꾀병 부리는 놈들하고 놀아.”

“알겠습니다.”

기죽은 강아지처럼 돌아서는 가람을 보며 게르트 뮐러는 아쉽기는 했지만, 솔직히 더 하는 건 무리였다.

게르트 뮐러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잔디 구장 한 편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리사 뮐러가 마련해준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요녀석. 이제 특훈에 가람이가 멀쩡하니 얼굴도 비치지 않는구나.”

사실 리사 뮐러는 선더랜드에서 우레이 영입 사건의 특집 기사를 쓰는 일 때문에 바쁜 거였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게르트 뮐러는 오해를 했다.

그리고는 잔디 구장에서 가람이 쓰러져 있는 김만재와 권윤성을 억지로 일으켜 스트레칭과 마무리 훈련을 하는 게 보였다.

‘이제 왼발도 어느 정도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고, 슈팅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고, 타이밍도 좋아. 생각보다 빨리 끝나겠는 걸.’

자신의 생각보다 빠르게 가르침을 흡수하는 가람을 보며, 한편으로 기쁨을 느꼈지만 아쉬움도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가르침을 100퍼센트 아니 120퍼센트 이해하는 가람은 모든 특훈을 마치면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그게 더 궁금했다.

“나는 먼저 들어간다!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게르트 뮐러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고, 가는 길에 화려한 슈퍼카를 볼 수 있었다.

“이 동네랑은 어울리지 않는 차인데..”

잉글랜드 북동부지역 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선더랜드에 저렇게 화려한 슈퍼카를 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게르트 뮐러는 관심을 거두고 집으로 향했고, 그 화려한 슈퍼카는 가람이 훈련하고 있는 잔디 구장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 슈퍼카의 존재를 눈치챈 건 가람에게 시달리고 있던 권윤성이었다.

“뭐야? 저 차는. 이 동네 저런 차 타고 다니는 사람 있나?”

“형. 말 돌리지 마시고요. 스트레칭에 집중하세요. 안 그러면 부상 당한다고요.”

그 말과 함께 권윤성의 등을 눌러주며 스트레칭을 돕는 가람은 힘을 강하게 주었고, 권윤성은 대답 대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김만재도 덩달아 스트레칭에 집중하게 되었다. 잠시 후 요란한 슈퍼카의 엔진음이 멈추고 정막이 찾아오자, 모두 슈퍼카에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슈퍼카에서 카메라 맨과 함께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 174cm의 작은 키에 스포츠 머리를 한 사내가 내렸다.

그들은 잠시 잔디 구장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더니 안으로 들어와 가람 일행에게 다가왔다.

트레이닝 복을 입은 사내는 잔디 구장에 들어와 몸을 풀기 시작했고, 카메라 맨은 카메라를 접고는 가람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중국 억양이 섞인 영어로 말을 걸었다.

“저기 죄송한데요. 저희가 너튜브에 올라가는 영상을 찍고 있거든요. 여기 잠시 써도 될까요?”

이에 김만재와 권윤성은 가람을 봤고, 가람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저희는 이제 훈련이 끝났으니 상관없어요. 제가 오전 9시까지는 예약을 해두었으니 그때까지 쓰시면 돼요. 더 오래 쓰고 싶으시면 저기 보이시는 건물에 관리인께 말하시면 되고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카메라 맨은 다시 트레이닝 복을 입은 사람에게 다가갔고, 가람 일행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스트레칭을 마무리 한 후 훈련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카메라 맨는 슈퍼카에서 공을 꺼내 하프라인에 공을 한 줄로 정렬했고, 중국어로 트레이닝복 사내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야? 중국 사람인가?”

권윤성이 신경 쓰인다는 듯 말하자, 김만재가 트레이닝 복을 입은 사내를 유심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뭐야. 저거 우레이인데?”

“우레이? 우레이라면 작년에 중국 상하이 상강에서 에스파뇰로 이적한 선수 아니에요? 그런데 왜 여기에 있는 거죠?”

“그건 나도 모르지.”

김만재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를 뛰면 몇 번 상대 팀으로 만났던 그를 기억했지만, 우레이는 김만재를 기억 못하는 지 김만재의 얼굴을 보고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모습에 김만재도 살짝 마음이 상해 서둘러 정리를 하고 떠나려고 했다. 그때 카메라 맨이 다시 쫓아왔다.

“저기요. 혹시 시간이 되시면 저희랑 영상 하나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영상이요?”

“네. 물론 소정의 상품은 드릴게요. 보니깐 어린 축구 선수들 같은데요. 이번 영상에 참여하시면 중국의 축구왕 우레이 선수의 친필싸인이 들어간 운동 용품 드리도록 할게요.”

그 말에 김만재는 순간 욱하는 마음에 거절하려고 했지만, 가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재미 있겠네요. 참여할게요. 형들은 하실래요?”

“아니. 나는 할 생각 없어.”

“나도.”

이미 기분이 상한 김만재가 거절을 했고, 분위기를 읽은 권윤성도 덩달아 거절을 했다. 그러자 카메라 맨이 웃으며 말했다.

“아. 아쉽네요. 참여자가 많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한 분이라도 참여해줘서 다행이에요. 룰은 이래요”

“하프라인에 정렬된 10개의 공을 차서 골대 상단에 맞추는 거죠?”

가람은 원어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능숙한 중국어로 대답하자, 카메라 맨이 화들짝 놀랬다.

“중국어를 할 줄 아세요? 혹시 중국인 혼혈?”

“아니에요. 저는 한국 혼혈이에요. 중국어는 조금 배워서 알고 있어요.”

“그렇군요. 이미 룰은 알고 있으니 설명은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미 촬영을 허락하셨으니 한번 녹화된 영상은 지우지 않을 거예요. 혹시나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꾸시려면 포기하셔도 돼요.”

“없어요. 그냥 하시죠.”

승연의 반복되는 회귀의 삶에서 매번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고, 간혹 잘못된 선택으로 중국 리그에서 뛰었던 경험도 있었기에 중국어도 능통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어마저 능숙하게 해내는 가람을 보며 놀란 건 카메라 맨이 아니라 김만재와 권윤성이었다.

어떻게 중국어를 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카메라 맨이 이미 가람을 데리고 하프 라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몸을 다 풀고 공을 몇 번 차서 준비를 마친 우레이가 카메라 맨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준비 끝났어요. 먼저 찰까요?”

우레이가 의욕적으로 말하자, 카메라 맨이 가람에게 동의를 구하듯 봤고, 가람은 상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얼마든지요. 저도 중국의 축구왕 실력을 보고 싶네요.”

가람의 능숙한 중국말과 우레이의 별명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며 가람이 자신의 팬이라고 확신한 우레이는 가볍게 웃으며 공을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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